어제 시외버스 타고 인천에 내리며 느낀 한 가지



  어제 고흥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다섯 시간 이십 분 만에 인천에서 내리며 느낀 한 가지를 적어 본다. 공책에 “풀·흙·꽃·나무·숲·내·들 냄새하고 동떨어진 채 살아온 사람은, ‘도시를 벗어나’서 ‘시골로 접어들’ 무렵 바람결에 묻어 흐르는 냄새와 기운을 어느 만큼 알아채면서 받아들일 만한가?” 하고 적었다.


  모든 바람은 고요히 분다. 우리는 누구나 늘 바람을 마시면서 산다. 사람한테는 돈을 어느 만큼 버느냐가 아니라, 어떤 바람을 늘 마시는가 하는 대목이 가장 대수롭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번다 한들, 매캐한 바람만 마셔야 한다면 삶이 삶다울 수 없다. 아무리 잘나거나 대단하다는 사람도 바람을 제대로 마시지 못하면, 곧 숨이 막혀서 죽으니 삶이 덧없다. 바람을 어떻게 마시려 하는가 하는 대목을 읽지 않으면, 참말 하루하루 재미없거나 고단하기 마련이다.


  바람맛이 싱그러운 터전에서 살아야 싱그러운 하루가 된다. 내가 삶을 짓는 보금자리에서 싱그러운 바람이 불도록 나무를 심고 풀을 돌볼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지내는 마을에 싱그러운 바람이 샘솟도록 숲이 자라는 길을 생각해야 한다. 사람들이 인문책 말고 숲책을 읽을 수 있기를 빈다. 이를테면, 《농부로 사는 즐거움》 같은 책을 읽으면서 삶과 생각과 꿈과 사랑을 짓는 길로 나아갈 수 있기를 빈다. 4348.7.25.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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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로 사는 즐거움 (폴 베델) 갈라파고스 펴냄, 2014.9.11.



  책이름이 《농부로 사는 즐거움》이라니, 이렇게 멋질 수 있나 하고 생각하면서 이 예쁘장한 책을 차근차근 읽는다. 시골지기로 사는 일은 즐거울까? 즐거웁지. 당에서 돈을 뽑아내야 하는 일을 해야 하면 괴로울 테지만, 내 입에 넣을 밥을 손수 씨앗으로 뿌려서 돌보고 아끼면서 거두어, 다시 손수 밥을 지어서 먹을 적에 얼마나 즐거운가? 가장 맛있고 몸을 살리는 밥이란, 유기농도 생채식도 아니다. 손수 지은 땅에서 거둔 열매를 손수 짓는 밥이 가장 맛있으면서 내 몸에 가장 좋다. 그러니까, 오늘날 거의 모든 사람들은 그리 맛없으면서 몸에도 안 좋은 밥을 날마다 먹는다고 할 만하다. 참말로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리 맛없는 밥을 먹어야 하다 보니, 자꾸 맛집을 찾고, 자꾸 요리를 찾으며, 자꾸 요리 방송을 들여다보고, 셰프를 흉내내면서 살밖에 없다. 프랑스 시골 농사꾼 폴 베델 님은 이녁이 걸어온 길을 되짚으면서 ‘흙에서 배운 이야기’를 입으로 들려준다. 한국에서도 이처럼 흙을 가꾸고 사랑한 할매와 할배한테서 ‘흙에서 배우고 바람에서 배우며 나무에서 배우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면 얼마나 재미날까 하고 생각해 본다. 4348.7.25.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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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로 사는 즐거움- 농부 폴 베델에게 행복한 삶을 묻다
폴 베델.카트린 에콜 브와벵 지음, 김영신 옮김 / 갈라파고스 / 2014년 9월
13,500원 → 12,150원(10%할인) / 마일리지 670원(5% 적립)
2015년 07월 25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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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할 수 있어, 꼬마 기관차 비룡소의 그림동화 15
와티 파이퍼 지음, 도리스 하우먼 그림, 노은정 옮김 / 비룡소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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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50



노래하며 노는 기차를 꿈꾼다

― 넌 할 수 있어, 꼬마 기관차

 와티 파이퍼 글

 조지·도리스 하우먼 그림

 노은정 옮김

 비룡소 펴냄, 2006.1.2.



  아이들하고 전철을 탑니다. 고흥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인천으로 나들이를 왔습니다. 다섯 시간 남짓 시외버스를 달린 뒤, 전철을 갈아탑니다. 아이들은 도시로 나들이를 와서 모든 것이 낯설면서 새롭습니다. 시골집이나 마을에서는 구경할 수 없는 높다란 계단 길을 오르내립니다. 전철을 타려고 계단을 한참 밟고 내려갔다가 올라옵니다. 스르르 올라가는 계단에 올라서고, 우렁찬 소리로 드나드는 전철을 쳐다봅니다.


  아이들은 전철 타는 곳에서 이리저리 달립니다. 요즈음은 전철역에도 가림막이 있으니, 아이들이 뛰놀다가 밑으로 떨어질 걱정은 안 할 만합니다. 아이들한테 이곳은 뛰거나 달리면서 노는 곳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아이들은 뛰거나 달리고 싶습니다. 다섯 시간 남짓 꼼짝 못한 채 앉아만 있어야 했으니 얼마나 갑갑했을까요. 시골집에서는 새벽부터 저녁까지 쉬잖고 뛰거나 달리며 놀던 아이들이, 꽤 오랫동안 시외버스를 타야 하는 일은 얼마나 고단했을까요.



칙칙폭폭 칙칙폭폭 땡땡! 꼬마 기차가 기찻길을 덜컹덜컹 달려가요. 꼬마 기차는 즐거워요. (2쪽)



  그림책 《넌 할 수 있어, 꼬마 기관차》(비룡소,2006)를 읽습니다. 나들이를 나오는 길이 이 그림책을 챙깁니다. 기차와 자동차를 좋아하는 작은아이가 아끼는 그림책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 그림책은 한국에서는 2006년에 나왔는데, 미국에서는 1930년에 처음 나왔다고 합니다. 무척 오래된 그림책입니다. 1930년이라고 하면 한국은 일제강점기였고, 이무렵에는 한국에 어린이가 볼 만한 그림책이 거의 없었다고 할 만합니다. 아이한테 그림책을 읽히려고 하는 어른도 드물었고, 그림책을 빚어서 아이한테 베풀려고 하는 어른도 드물었어요.


  아무튼, 그림책 《넌 할 수 있어, 꼬마 기관차》은 재미있습니다. ‘꼬마 기차’는 인형이랑 장난감이랑 과자랑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것’을 가득 실었다고 해요. 아이들이 있는 저 고개 너머로 가는 길이라고 해요. 그런데, 그만 꼬마 기차가 멎습니다. 짐을 너무 많이 실었을까요?


  기찻길 한쪽에 멀거니 선 기차에서 인형들이 내립니다. 다른 기찻길로 지나가는 기차를 부릅니다. 힘센 기차를 부르고, 멋진 기차를 부르며, 젊은 기차도 늙은 기차도 부르는데, 모두 으르렁거리거나 나무라면서 본 체 만 체입니다.




그때 어릿광대가 기차에서 펄쩍 뛰어내리며 말했어요. “반짝반짝 빛나는 새 기관차가 온다!” “우리 도와 달라고 하자.” 인형과 장난감 들도 모두 입을 모아 외쳤지요. “멋쟁이 새 기관차님, 우리 기관차가 고장 났어요.” (12쪽)



  인형하고 장난감 들은 몹시 서운합니다. 고개 너머로 못 가겠구나 싶어 걱정합니다. 이때에 마지막으로 ‘작고 파란 기관차’ 한 대가 지나가요. 모두들 작고 파란 기관차한네 ‘고장난 작은 기차’를 이끌어 달라고 바랍니다. 작고 파란 기관차는 제 힘이 여려서 도무지 못 할 듯하다고 말하지만, 마음을 고쳐먹고 한 번 해 보기로 합니다. 씩씩하게 달려 보기로 합니다.




“우리가 못 가면 산 너머 착한 아이들이 안 됐잖아요. 갖고 놀 장난감도 없고, 맛있는 먹을거리도 없을 거예요.” 그렇지만 크고 힘센 기관차는 버럭 소리를 질렀어요. (20쪽)



  우리 집 아이들은 올들어 두 번째로 전철을 타 봅니다. 한 해에 한두 번쯤 전철이나 기차를 구경하지요. 시외버스에서도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싶던 작은아이는 전철에서도 노래를 부르고 싶습니다. 큰아이가 작은아이 나이였을 무렵에도 이렇게 버스나 전철에서 큰 목소리를 뽑으며 노래했어요.


  아이들이 노래할 적에 ‘어쩜 누가 이리 노래를 잘 하나?’ 하면서 빙그레 웃는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있고, ‘누가 이렇게 시끄럽게 굴어!’ 하면서 빽 소리를 지르는 어르신이 있습니다. 아이들을 귀여워 하는 어른은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가 반갑고, 단잠을 이루고 싶은 어른은 대단한 가수가 버스나 전철에서 노래를 부르더라도 귀찮거나 성가시겠지요.


  그러고 보면, 시골에서 군내버스를 탈 적에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면, 버스에 탄 할매랑 할배도 ‘시골에 드문 아이, 게다가 군내버스를 타는 더더욱 드문 아이’를 만나서 노랫소리를 들으니 반기기도 하지만, 버스에서 달콤하게 자고 싶던 분들은 조용히 하라고 나무랍니다.




인형들은 활짝 웃으며 신나게 만세를 불렀지요. 칙칙폭폭 칙칙폭폭! 작고 파란 기관차는 힘겹게 앞으로 달려갔어요. “난 할 수 있어, 난 할 수 있어, 할 수 있을 거야.” (34쪽)



  노래하며 노는 기차를 꿈꿉니다. 웃으면서 노래하는 버스를 꿈꿉니다. 기차마실도 버스마실도 누구한테나 즐거운 삶이 될 수 있기를 꿈꿉니다. 지옥철이나 만원버스가 아닌, 서로서로 사랑스러운 이웃으로 어울리면서 기차랑 버스랑 전철을 누릴 수 있기를 꿈꿉니다.


  이제 우리 아이들은 인천을 거쳐서 강원도 영월로 새롭게 시외버스를 타고 나들이를 가려 합니다. 버스에서 조용조용 나즈막한 목소리로 가볍게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즐겁게 놀자고 생각합니다. 4348.7.25.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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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시간 시외버스에서 책을 읽다가



  고흥에서 인천을 오가는 시외버스가 지난해 가을 무렵인가 처음으로 생겼다. 이제 고흥에서 인천을 오갈 적에 서울까지 멀리 돌아가야 하는 일이 없다. 찻삯도 꽤 줄고, 품도 줄며, 시간도 줄인다. 적어도 두 시간 반은 버스나 전철에서 시달리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나는 몹시 고맙다고 생각하면서 두 아이 차표를 모두 끊었다. 작은아이(다섯 살) 표는 안 끊어도 된다 하고, 또 고흥하고 인천 오가는 시외버스는 자리가 1/3은커녕 1/5도 안 차기 일쑤이지만, 일부러 작은아이 차표까지 끊었다. 이런 시외버스가 생겨서 고맙다고 생각하니까.


  시외버스가 세 시간쯤 달릴 무렵 작은아이가 잠드는데, 책 한 권 꺼내어 읽는 내내 자꾸 졸음이 쏟아져서 스무 쪽쯤 남기고 한 권을 다 못 읽었다. 다섯 시간 남짓 시외버스를 달리면 책 서너 권은 가볍게 읽기 마련인데, 어제는 책 한 권조차 못 떼었다. 두 아이를 데리고 움직이면서 아이들을 먹이고 달래고 놀고 그러느라 책을 손에 못 쥐기도 했지만, 바깥마실을 나오려고 고흥집에서 여러 날 힘을 많이 쏟았는지 그야말로 졸음이 쏟아졌다.


  바깥마실을 나오면 고흥집에서처럼 아이들이 실컷 뛰거나 달리거나 소리치면서 놀기 어렵다. 그래도 이 아이들은 도시에서 얌전하고 착하게 노는 길을 슬기롭게 깨닫는 듯하다. 대단히 고마운 노릇이다. 4348.7.25.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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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자판 쓰기



  지난달에 무선자판을 하나 얻었다. 집에서는 굳이 쓸 일이 없기에 상자째 그대로 두다가, 어제 고흥을 떠나 인천으로 바깥마실을 나오면서 처음으로 챙긴다. 선 달린 자판은 크고 무거웠다면, 선 없는 자판은 작고 가볍다. 그런데 좀처럼 어떻게 써야 하는가를 알지 못한다. 이렇게도 저렇게도 못 쓰면서, 괜히 무선자판을 챙겼나 하고 생각했는데, 인천에 사는 형한테 물으니 이것저것 살피라고 일러 주고, 일러 주는 대로 패드를 만지작거리니 무선자판을 쓸 수 있다.


  무선자판은 글쇠가 몇 가지 없다. 그러나 이 무선자판으로 글을 쓰기에 꽤 좋다. 자판을 두들기는 소리도 무척 조용하다. 바깥마실을 나오면서 밤이나 새벽에 조용히 글을 쓰기에도 괜찮구나 싶다. 이 무선자판을 선물해 준 분한테 새삼스레 고맙다고 느낀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4348.7.25.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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