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227] 두 마디 말



  좋든 싫든 네 마음

  다만 나는 말이지

  너도 나도 모두 사랑해



  ‘이야기’하고 ‘논쟁’은 달라서, 이야기를 나누려 하면 서로 마음을 열지만, 논쟁을 벌이려고 하면 그만 서로 생채기만 입히는구나 싶어요. 한자말 ‘논쟁’을 한국말로 옮겨 보셔요. 논쟁은 ‘말다툼’이나 ‘말싸움’을 가리키지요. 말로 다투거나 싸운다고 하니, 어떻게 두 사람이나 두 갈래가 서로 즐겁게 생각을 나눌 수 있을까요? 우리는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름다운 사랑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느낍니다. 4348.7.30.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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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없애야 말 된다

 (1719) 매력적


 네 얼굴은 아주 매력적이다

→ 네 얼굴은 아주 마음에 든다

→ 네 얼굴은 내 마음을 아주 사로잡는다

 그곳은 매력적인 마을이야

→ 그곳은 멋진 마을이야

→ 그곳은 아름다운 마을이야

→ 그곳은 나를 사로잡는 마을이야


  ‘매력(魅力)’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 끄는 힘”을 뜻하고, ‘매력적(魅力的)’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 끄는 힘이 있는”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사로잡는 힘”을 가리킵니다. “네가 참 매력적이야”라 한다면 “네가 참 나를 사로잡아”나 “네가 참 모두를 사로잡아”로 손질할 만합니다. “매력적인 눈”이나 “매력적인 몸매”는 “사로잡는 눈”이나 “사로잡는 몸매”로 손질하면 됩니다.


  더 헤아려 보면, 사람들을 사로잡는 어떤 모습은 ‘아름답’거나 ‘멋지’거나 ‘훌륭하’기 마련입니다. ‘좋다’거나 ‘예쁘다’고 할 만하고, “눈길을 끈다”거나 “눈길을 모은다”고 할 만해요.


  ‘사로잡다’라는 낱말을 바탕으로 삼으면서, 내 뜻과 느낌이 어떠한가를 잘 나타낼 만한 여러 가지 낱말을 찬찬히 살펴봅니다. 나를 ‘어떻게 사로잡는가’를 살필 수 있다면, 때와 곳에 알맞을 온갖 말마디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4348.7.30.나무.ㅅㄴㄹ



이런 실용적인 외장재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 이렇게 알뜰한 외장재는 아주 좋다

→ 이렇게 쓰임새 많은 외장재는 무척 마음에 든다

→ 이런 외장재는 매우 쓸 만하다

《르 꼬르뷔제/황준 옮김-작은 집》(미건사,1994) 24쪽


사람들이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 매력적이고 편리한 시스템을 디자인한다

→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타도록 이끌려고, 훌륭하고 좋은 틀을 짠다

→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즐기도록 하려고, 멋지고 좋은 틀거리를 빚는다

《도로시 맥켄지/이경아 옮김-환경을 위한 그린 디자인》(도서출판 국제,1996) 26쪽


그 당시 에르네스토는 코르도바 태생의 젊고 매력적인 아가씨와 사귀고 있었다

→ 그무렵 에르네스토는 젊고 아름다운 코르도바 아가씨와 사귀었다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이재석 옮김-체 게바라의 라틴 여행 일기》(이후,2000) 18쪽


누구보다 뜨거운 사랑과 용기를 가슴에 지닌 낭만적인 고양이였기에 네로와 함께했던 시간은 참으로 매력적이었습니다

→ 누구보다 뜨겁게 사랑하고 씩씩한 사랑스러운 고양이였기에 네로와 함께했던 나날은 참으로 기뻤습니다

《엘케 하이덴라이히/김지영 옮김-검은 고양이 네로》(보물창고,2006) 105쪽


사람들은 더 빠르고 성능이 좋거나 매력적인 새 모델이 나오자마자 현재 사용하고 있는 것을 내다 버리고 있다

→ 사람들은 더 빠르고 쓰기 좋거나 예쁘장한 새 것이 나오자마다 이제껏 쓰던 것을 내다 버린다

《그레그 혼/조원범,조향 옮김-Living Green》(사이언스북스,2008) 136쪽


오래되고 매력적인 도시지요

→ 오래되고 멋진 도시이지요

→ 오래되고 아름다운 곳이지요

《장 자크 그리프/하정희 옮김-아인슈타인의 편지》(거인북,2010) 43쪽


실은 이 답답함이야말로 한나 아렌트의 매력이다. 나는 어째서 한나 아렌트의 답답함을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가

→ 바로 이 답답함이야말로 한나 아렌트가 좋은 대목이다. 나는 어째서 답답한 한나 아렌트를 좋다고 생각하는가

《나카마사 마사키/김경원 옮김-왜 지금 한나 아렌트를 읽어야 하는가?》(갈라파고스,2015) 14∼15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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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291) -에 대한 -의


 사랑에 대한 너의 정의는 무엇이냐

→ 사랑을 너는 어떻게 정의하느냐

→ 사랑을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 너는 사랑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한국말에 ‘-에 對하다’나 ‘-에 對한’은 없습니다. 이 말투는 외국말을 한국말로 옮기면서 갑자기 생겼습니다. 아주 걷잡을 수 없이 퍼졌고, 처음 영어를 배우는 어린이조차 이러한 말투에 길들거나 물듭니다.


  이를테면, “숲에 대하여 알아보자”나 “마을에 대하여 알아보자”처럼 말을 하거나 글을 쓰는 사람이 많은데, “숲을 알아보자”나 “마을을 알아보자”처럼 고쳐써야 올바릅니다. “너에 대한 이야기”라든지 “나에 대한 이야기”도 잘못 쓰는 말투예요. “네 이야기”나 “내 이야기”로 바로잡아야 올발라요.


  잘못 쓰는 말투와 새로 쓰는 말투는 다릅니다. 잘못 쓰는 말투가 아무리 널리 퍼졌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말투는 ‘새로운 말투’가 아닙니다. ‘잘못된 말투’일 뿐입니다. 슬기롭게 빚어서 아름답게 쓰는 말투일 때에만 ‘새로운 말투’입니다. 슬기롭지 않고 아름답지 않으며 잘못 받아들여 쓰니 앞으로도 언제나 ‘잘못된 말투’예요. 앞으로 쉰 해가 흐르든 백 해가 흐르든 ‘-에 대하다’와 ‘-에 대한’은 꼭 털거나 씻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4348.7.30.나무.ㅅㄴㄹ



소수자에 대한 다수자의 복종이라는, 이 거의 모든 사회조직의 근본은

 소수자에 다수자가 복종하는, 이 거의 모든 사회조직 근본은

→ 몇몇 사람이 모든 사람을 다스리는, 이 거의 모든 사회를 이루는 바탕은

《시몬느 베이유/곽선숙 옮김-억압과 자유》(일월서각,1978) 215쪽


  “소수자에 다수자가 따르는”이나 “소수자가 다수자를 다스리는”으로 손질해서 써야 올바릅니다. 이 글월은 번역을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불교와 샤머니즘에서는 고통과 시련에 정면으로 맞설 때 지혜가 발현된다고 한다. 나약함은 강인함이 되고 타자에 대한 자비의 원천이 된다

→ 불교와 샤머니즘에서는 괴로움과 힘겨움을 똑바로 맞설 때에 슬기가 샘솟는다고 한다. 여린 마음은 굳세지고 이웃을 사랑하는 바탕이 된다

《조안 엘리자베스 록/조응주 옮김-세상에 나쁜 벌레는 없다》(민들레,2004) 68쪽


  한국말은 ‘남’입니다. 한자말은 ‘他者’입니다. 두 낱말을 나란히 놓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어떤 낱말을 골라서 생각을 나타낼 때에 즐겁거나 아름다울까요? 우리는 이웃하고 어떤 낱말을 주고받을 때에 즐겁거나 아름다울까요? “이웃을 사랑하는 바탕”이나 “이웃사랑 바탕”이라고 하면 됩니다.


스스로에 대한 앎의 요구는 아주 오랜 옛날부터 우리 나라에서 울려 퍼져 왔습니다. 과거의 현인은 자신에 대한 올바른 앎이 없이는 진리에 대한 신념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 스스로를 알려는 목소리는 아주 오랜 옛날부터 우리 나라에서 울려 퍼졌습니다. 지난날 슬기로운 사람은 스스로를 올바로 알지 못하면 참된 길을 믿을 수 없는 줄 알았습니다

《비노바 바베/김성오 옮김-아이들은 무엇을 어떻게 배워야 하는가》(착한책가게,2014) 353쪽


  “앎의 요구”란 “알고 싶은 바람”이나 “알고 싶은 마음”을 가리킵니다. “스스로에 대한 앎의 요구”란 “나 스스로를 알고 싶은 바람”이나 “나 스스로를 알고 싶은 마음”을 가리킵니다. 이 말마디를 넣은 글월은 끝자락을 “울려 퍼져 왔습니다”로 맺습니다. 그러니, 이 말마디는 “스스로를 알려는 목소리”나 “스스로를 알고자 하는 외침”으로 손보면 한결 잘 어울립니다.


이 질문에 대한 그녀의 대답은 간단하다

→ 이 물음에 간단히 대답한다

 한나 아렌트는 이 물음을 쉽게 풀이한다

《나카마사 마사키/김경원 옮김-왜 지금 한나 아렌트를 읽어야 하는가?》(갈라파고스,2015) 176쪽


  “이 질문에 그 사람은 간단히 대답한다”나 “이 질문에 그 사람이 대답하는 말은 간단하다”처럼 적어야 올바릅니다. 더 살필 수 있다면 글짜임을 손질해서 임자말이 될 ‘그 사람(한나 아렌트)’을 맨 앞으로 옮기고 “이 물음을 쉽게 풀이한다”처럼 쓸 수 있습니다.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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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1701) 불가피


 정치의 개혁이 불가피하다

→ 정치 개혁을 안 할 수 없다

→ 정치 개혁을 꼭 해야 한다

 우리의 농산물과 외국의 농산물 경쟁이 불가피하다

→ 우리 농산물과 외국 농산물이 경쟁해야만 한다

→ 우리 농산물과 외국 농산물 경쟁은 어쩔 수 없다



  ‘불가피(不可避)하다’는 “피할 수 없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不可’는 “할 수 없음”을 가리키고, ‘避’는 “벗어나다”를 가리킵니다. ‘불가피’는 “벗어날 수 없음”을 가리키는 셈입니다. 한국말로 “벗어날 수 없음”이라 하면 되고, “어쩔 수 없음”이나 “어찌할 수 없음”이라 하면 됩니다. 글흐름을 살펴서 “꼭 해야 한다”나 “해야만 한다” 꼴로 손질하면 잘 어울리기도 합니다. 어쩔 수 없이 ‘불가피’를 쓰려 하지 말고, 슬기롭게 손질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48.7.30.나무.ㅅㄴㄹ



과연 이런 싸움이 불가피했을까? 아니면 다소 현명하게 사건을 다른 방향으로 돌릴 수는 없었을까

→ 참말 이런 싸움을 해야만 했을까? 아니면 좀 슬기롭게 이 일을 다른 쪽으로 돌릴 수는 없었을까

《하임 기너트/구선회 옮김-자녀를 키우는 센스》(평화출판사,1979) 42쪽


결혼하기 전날밤 처녀로서 내가 마지막으로 한 일이 증거(받았던 러브레터의 묶음)를 소각하는 일이었고 보면, 나도 그간 증거인멸이 불가피한 죄상을 가지고 있었던 셈이다

→ 혼인을 앞둔 밤 아가씨로서 내가 마지막으로 한 일이 증거(받았던 사랑편지 묶음)를 불태운 일이었고 보면, 나도 그동안 증거 없애기를 해야 하던 잘못이 있었던 셈이다

《이순-제3의 여성》(어문각,1983) 60쪽


그렇다고 놔두면 적군에게 포로가 될 것이므로 불가피하게 죽인 것이라고 했다

→ 그렇다고 놔두면 적군한테 포로가 될 테니 어쩔 수 없이 죽인다고 했다

《송관호-전쟁포로》(눈빛,2015) 50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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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예쁜가


  큰아이는 이제 고무신을 못 신는다. 아이들 발에 맞는 고무신이 없기 때문이다. 큰아이가 고무신을 다시 신으려면 발이 220이 넘어야 한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어린이가 신는 ‘플라스틱 압착 고무신’이 있기는 하되, 180이나 190이나 200이나 210 크기로는 없다. 220 크기는 ‘여자 어른’ 발에 맞춘 가장 작은 고무신이다.

  큰아이는 ‘노란 고무신’을 참 신나게 신으며 놀았다. 이러다가 한 짝을 잃었고, 다시 장만하지 못했다. 작은아이가 물려받지 못한 노란 고무신인데, 조그마한 고무신은 얼마나 예쁜가? 조그마한 아이도 얼마나 예쁜가? 조그마한 아이들 조그마한 손과 발과 몸은 참말 얼마나 예쁜가?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말은 참말 괜한 말이 아니다. 작은 것, 작은 사람, 그러니까 어린이가 아름답다. 어른으로서도 제 이름값이나 돈이나 힘을 내세우지 않고 수수하게 삶을 가꾸는 사람이 아름답다. 다만, 이름값이나 돈이나 힘이 있다고 안 아름답다는 뜻이 아니다. 이름값이나 돈이나 힘이 있더라도 이를 내세우지 않고 이웃하고 즐겁게 나누면서 살림을 수수하게 가꿀 줄 안다면 누구나 아름답다. 4348.7.29.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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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5-07-29 23:55   좋아요 0 | URL
아~~노란 고무신 너무 예뻐요~~
그동안 벼리가 이 고무신을 신고 폴짝폴짝~~뛰어 노는 모습이
얼마나 예쁘고 함께 즐거웠는지요!!^^
늘 마음에 간직하고 싶은 사진과, 좋은 마음의 글
오늘도 감사드립니다~~*^^*

파란놀 2015-07-30 02:45   좋아요 0 | URL
어른이 신는 고무신도
노랑 빨강 파랑 분홍... 온갖 빛깔이 있다면
고무신 신는 어른이 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보기도 해요.
오늘도 새롭게 즐거운 하루 누리셔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