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놀이랑 이불 빨래



  작은아이가 새벽바람으로 물놀이를 찾는다. 이른아침부터 씻는방에 물을 받아서 물놀이를 즐긴다. 두 아이가 신나게 물놀이를 하고 남은 물은 이따가 또 물놀이를 해도 되는데, 오늘은 이불 한 채를 빨 생각이라서, 이 물로 빨래를 한다. 한창 수세미로 벅벅 이불을 문지르는데 작은아이가 뒤에 서서 “아버지 이불 빨아?” 하고 묻더니 “내 이불도 빨고 싶어.” 하고 말한다. “그러면 가지고 와.” 하고 말하니 얼른 달려간다. 누나 이불도 가지고 오라는 말을 하려 했는데 그냥 갔다.


  제 이불을 챙기려고 간 작은아이는 누나 이불을 함께 들고 온다. 말을 안 해도 스스로 아는구나. 제 이불을 빨고 싶으면 누나 이불도 함께 빨 만한 줄 아는구나. 새벽부터 안개가 짙게 끼는 모습을 보니 오늘도 폭폭 찌는 무더운 날씨가 될 듯하다. 이불도 잘 마르겠다. 4348.7.31.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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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크은 파리’ 있어



  작은아이가 아버지를 부른다. “아버지, 여기 와 보세요. 얼른요. 크은 파리 있어요.” 얼마나 커다란 파리이기에 ‘크은’이라고 할까? 작은아이가 가리키는 평상 옆을 본다. 옳거니, 매미로구나. “보라야, 아버지는 이 매미를 그저께 보았어. 얘는 파리가 아니라 매미야.” “매미? 매미는 왜 파리같이 생겼어?” “매미가 파리하고 비슷해 보여? 잘 보면 둘이 다를 텐데.”


  매미 한 마리가 후박나무 밑에 놓은 평상 옆에서 고요히 잠들었다. 앞다리 하나는 개미가 떼어갔다. 개미떼가 자꾸 찾아와서 매미 주검을 더 떼어가려 한다. 두 아이는 평상 언저리에서 놀며 나무 그늘을 누리다가는 자꾸 매미를 들여다본다. 4348.7.31.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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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놀이 2015-08-01 04:35   좋아요 0 | URL
ㅎㅎ `크은 파리` 맞습니다! 매미도 파리도 곤충이니까요..다른 점보다는 닮은 점이 훨씬 많지요. 어른들은 `매미`, `파리`라는 이름에 먼저 얽매이기 때문에 아이들의 이런 말에 당황스러워하는 것 같습니다.

파란놀 2015-08-01 05:11   좋아요 0 | URL
음... 닮았을까요?
^^;;;
벌레이기는 똑같은 벌레이지만
꼼꼼히 들여다보면 아주 다르게 생겼는데 ^^;;;;

매미는 날개가 크고 다리가 짧고
파리는 날개가 작으며 다리가 길고~

풀꽃놀이 2015-08-01 17:10   좋아요 0 | URL
네~~맞아요. 매미는 파리와 아주 다르게 생겼지요. 하지만 말씀하셨듯이 똑같은 벌레..정확히 말하면 곤충이기 때문에 여러 특질을 공유하지요. `매미가 파리를 닮았다`는 아이의 말처럼. 아이는 닮음을 먼저 보고 님은 다름을 먼저 보신것 뿐이지요. ^^ 닮음을 보는 눈도 다름을 보는 눈도 다 필요하지요.
제가 존경하는 분 중에 곤충을 연구하시는 분이 있는데 그분이 하셨던 말씀이 있어요. 아이들과 곤충을 관찰할 때 다름보다 닮음을 먼저 보게 북돋워주자고. 왜 그래야할까 나름 곰곰 생각해보았어요. 이런것 아닐까요? 다름을 보려는 마음에는 분별과 앎이 뒤따르지만 닮음을 보려는 마음에는 이해와 사랑이 뒤따르기 때문이 아닐까요? 자꾸 다른 점만 들춰내고 많이 아는걸 높이 치는 세상이지요. 그러니 더욱더 숲에 든 아이들에게만큼은 닮음을 보려는 마음을 우선자리에 두게해주자 라는 뜻.
결국은 편견을 두지 않고 찬찬히 보자는 것이지만 거기에도 분명 우선자리가 있다는 뜻.
`크은 파리` 가 귀여워서 댓글을 남겼는데 얘기가 길어졌어요^^ 제가 벌레공부에 빠져 사는 사람인지라 수다본능이 조금 발동했습니다.
아마도 개미에 끌려가는 불쌍한 처지가 설마 위풍당당하게 울어대던 매미이리라고는 짐작이 안됐던 것이 아닐런지..여름이 가기 전에 아이들이 매미와 파리의 다른 점을 찬찬히 관찰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파란놀 2015-08-01 21:23   좋아요 0 | URL
시골에서 살 적에는, 곤충 연구가하고 `바라보는 눈`이 많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느껴요. 왜 그러한가 하면, 시골에서는 `비슷한 풀`이나 `비슷한 벌레`가 대단히 많으나, `이 모든 풀과 벌레는 똑같지 않고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다른가를 제대로 알아야 해요.

쉽게 보기를 들자면, 버섯을 말할 수 있어요. ˝먹는 버섯˝과 ˝못 먹는 버섯˝은 생김새가 얼핏 보기에 비슷할 수 있지요. 그러니까, ˝먹는 버섯˝과 ˝못 먹는 버섯˝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다면, 독버섯을 먹고 배앓이를 할 뿐 아니라, 자칫 목숨을 잃을 수 있습니다.

시골아이나 시골어른 모두, 풀이나 벌레나 버섯이나 새나 ... 모두 어떠한 모습이고 목숨이며 넋인가를 제대로 바라보아야, 시골에서 제대로 살 수 있어요. 닮음을 보고 북돋워 주자는 뜻은 틀림없이 좋지만, 생김새가 비슷하다고 해서 아무 풀이나 다 뜯어서 먹을 수도 없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은 자리공 열매와 까마중 열매를 가리지 못하기 마련인데, 자리공 열매를 잘못 먹었다가는 참말 죽습니다.

닮음을 앞자리에 놓든 다름을 앞자리에 놓든 대수롭지 않아요. 무엇보다도 닮음이나 다름이 아니라 `참모습을 제대로 바라보기`를 해야 한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다섯 살 작은아이가 매미를 보고 `크은 파리`라고 했을 적에 `파리하고 다른 목숨이니 제대로 다시 보라`고 했고, 매미가 어떤 목숨인가를 찬찬히 들려주었어요. 왜냐하면, 집안에 들어온 파리는 파리채로 때려서 잡으니, 매미를 보고 아이가 파리채를 휘두를 수 있거든요.

이리하여, 시골에서 살며 아이하고 마주하는 여러 이웃(풀, 벌레, 새, 여러 가지)을 모두 제대로 보자는 뜻이니, `다름`을 가리려는 뜻은 아니에요. `닮음`이란 풀이나 벌레나 사람이나 모두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숨결이요 목숨이라는 대목을 배우는 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파란놀 2015-08-01 21:27   좋아요 0 | URL
덧붙여 말씀을 올리자면,
풀열매나 나무열매는 비슷하게 생기기 일쑤예요.
그래서, 잘 모르고 함부로 따먹다가 배앓이를 합니다.

풀 가운데에도 이질풀을 멋모르고 나물로 먹다가는
그야말로 배앓이로 애먹지요.
자리공은 열매도 풀잎도 함부로 먹다가는 큰탈이 나요.
갓 올라온 싹을 먹으려면 그야말로 제대로 간수해야 하지요.
그리고, 감자잎도 함부로 먹지 않으니, 이런 대목도
시골에서는 아이들한테 제대로 말해 주어야 해요.
아무 풀잎이나 뜯어서 먹으면 안 된다고 알려주지요 ^^;;;

벌도 꿀벌하고 말벌이 다른 모습을 알려주고,
벌이 쏘는 까닭을 알려주고,
벌을 볼 적에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가도 알려주고...
아무튼 그렇습니다~

풀꽃놀이 2015-08-01 22:29   좋아요 0 | URL
이런 제가 서울내기 티를 내버리고 말았네요...버섯이나 벌 얘기를 해주시니 확 와닿네요. 저희도 아이들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에서는 우선 잘 분별하는 법부터 가르치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매일 둘러싸여 사는 생활의 절박함과는 다르겠지요.
`다른 모습이니 제대로 다시 보라`는 말씀 새겨야겠습니다.

파란놀 2015-08-02 06:07   좋아요 0 | URL
˝제대로 다시 보라˝보다는 ˝제대로 바라보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무엇이든 스스로 겪을 때에 제대로 알 수 있기에
아이들이 무엇이든 마음대로 겪도록 해야 하는데
˝제대로 바라보기˝를 아이하고 어른이 함께 하다 보면
`다름`하고 `닮음`하고 `같음`을
굳이 따로 말을 하지 않아도
스스로 슬기롭게 알아차리거나 깨닫는다고 느껴요.

여러모로 말씀해 주셨기에
저도 한결 깊고 넓게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아이 글 읽기

2013.12.13. 큰아이―무엇이든 쓴다



  빈 공책에는 무엇이든 쓸 수 있다. 책에 적힌 글을 고스란히 옮겨서 쓸 수 있고, 어머니나 아버지가 그날그날 빚는 이야기를 받아서 쓸 수 있으며, 아이 스스로 생각을 지어서 쓸 수 있다. 공책을 펴면 이야기를 연다. 마음을 열면 생각을 편다. 하얗거나 말갛게 트인 넋으로 온갖 꿈을 꾸면서 노래를 부른다. 스스로 바라는 대로 글을 그린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글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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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글 읽기

2013.12.13. 큰아이―우리 네 사람



  글순이가 글놀이를 하다가 문득 그림을 그린다. 깍두기공책 조그마한 칸에 한 사람씩 그린다. 누구를 그려 넣는가 하고 살피니, 우리 집 네 사람을 하나씩 그린다. 나, 어머니, 아버지, 동생, 이렇게 그려 넣고는, 집도 하나 둘 셋 넷 그린다. 한 사람이 한 집씩 얻는구나. 멋진 생각이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글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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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겟 미 낫 Forget Me Not 1 세미콜론 코믹스
츠루타 겐지 지음, 오주원 옮김 / 세미콜론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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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539



나는 너를 잊지 않아

― 포겟 미 낫 1

 츠루타 겐지 글·그림

 오주원 옮김

 세미콜론 펴냄, 2012.2.24. 11000원



  지난 보름 동안 마을에서 개구리 노랫소리가 끊어졌습니다. 지난 보름 동안 마을에서 농약을 어마어마하게 뿌려댔기 때문입니다. 요즈음 시골치고 농약을 안 뿌리는 마을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완전 유기농’을 하는 곳이 아니라면 어느 시골이든 농약나라가 됩니다. 논에는 농약을 치지 않더라도 고추밭에까지 농약을 안 치는 사람은 몹시 드뭅니다. 능금밭이나 배밭이나 포도밭을 일구는데 농약을 한 방울도 안 쓰는 사람은 그야말로 찾아보기 아주 어렵습니다. ‘농약 없는 능금밭’인 ‘기적의 사과’를 이룬 일본 할배는 있습니다만, 한국이라는 나라에서는 여느 시골에서 농약 없이 아무것도 못 한다고 할 만합니다.


  오늘도 농약바람은 아주 사그라들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며칠 앞서를 헤아리면 아주 얌전합니다. 농약바람이 부는 동안 무논마다 개구리가 모조리 죽은 줄 알았는데, 우리 집 마당하고 뒤꼍, 그리고 우리 집 앞자락 빈들에서 개구리 몇 마리가 노래를 합니다. 농약을 안 뿌리는 세 군데에서만 개구리 노랫소리하고 풀벌레 노랫소리가 울립니다.



“피에트로 베누치와 이마리 마리엘은 스타일이 다르다고. 그리고 1류 탐정이 어찌 간통 조사나 하고 있냔 말이야.” “알겠습니다. 일류 탐정이 수발을 받는 것도 이상한 이야기지요. 그럼 오늘부터 식사는 스스로 준비하시길.” (13∼14쪽)



  츠루타 겐지 님 만화책 《포겟 미 낫》(세미콜론,2012) 첫째 권을 읽습니다. 둘째 권은 언제 나올는 지 알 길이 없는 만화책입니다. 츠루타 겐지 님 다른 만화책도 첫째 권은 이렁저렁 나오지만, 둘째 권은 좀처럼 나올 낌새가 없습니다. 츠루타 겐지 님 만화를 아끼는 분들은 ‘한 권이라도 만날 수 있어 반갑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여러 연재에 손을 대고는 도무지 다음 이야기를 안 잇는 몸짓’보다는 ‘한 가지 연재라도 꾸준히 손을 대어 다음 이야기를 잇는 몸짓’이 될 수 있으면 얼마나 고마우랴 싶기도 합니다.


  어느 모로 본다면, 츠루타 겐지라는 분이 빚는 만화는 ‘연작’이면서 ‘연작이 아닌 작품’입니다. 여러 권이 나올듯이 ‘1’라는 숫자를 붙이기는 하지만, 어쩌면 이대로 더 연작을 선보이지 않고 끝맺을 수 있습니다. 다섯 해나 열 해에 한 권씩 선보일 수도 있겠지요.


  만화책은 으레 여러 권으로 이야기에 살을 붙이기 마련이니, 연작만화에서 낱권 하나만 놓고 깊이 살피거나 생각하는 일은 드물다고 할 만합니다. 그렇지만 마흔 권이나 쉰 권짜리로 나오는 만화책이라 하더라도 권마다 이야기가 다릅니다. 한 권씩 따로따로 줄거리를 살필 만합니다. 저마다 다른 권에 저마다 다른 목소리가 흐릅니다. 만화책 《포겟 미 낫》 둘째 권이 나올 수 있다면, 둘째 권 얼거리나 줄거리는 첫째 권하고 여러모로 다를 만해요. 셋째 권이 나올 수 있다면, 앞선 두 권하고 셋째 권은 짜임새나 매무새가 사뭇 다를 수 있습니다.



“두 액자 장인 빈센초와 페루지아. 놀랍네요. 동일 인물이에요.” “확실해졌네. 찾았어. 그 아가씨의 한심한 아버지.” “마스터도 참 능청스럽네요.” “어쨌든 매듭지었네. 이제 겨우 잘 수 있겠다. 행복해.” (64쪽)



  나는 너를 잊지 않습니다. 너도 나를 잊지 않습니다. 내가 너를 사랑하기에 잊지 않을 수 있고, 네가 나를 미워하기에 잊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내가 너를 좋아하기에 잊지 않을 수 있으며, 네가 나를 싫어하기에 잊지 않을 수 있어요.


  나는 우리 아이들을 잊지 않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나를 잊지 않습니다. 나는 우리 어버이를 잊지 않습니다. 우리 어버이도 나를 잊지 않습니다. 자주 만나거나 연락하든 아니든, 마음속으로 언제나 함께 있다고 느낍니다. 늘 보는 사이인 터라 더 가깝지 않습니다. 마음속으로 따스하고 넉넉하게 헤아리는 사이일 때에 더없이 가까우면서 살갑게 지낼 수 있습니다.


  수다를 많이 떨어야 가까운 동무가 아닙니다. 짧게 몇 마디를 섞더라도 웃음하고 노래가 흐를 때에 가까운 동무입니다. 편지를 자주 주고받아야 가까운 벗님이 아닙니다. 가볍게 몇 마디를 나누더라도 포근하면서 너른 마음이 되면 가까운 벗님입니다.



“거짓말쟁이가 커서 도둑이 된다는 말이 있지요. 전 직업상 산더미같이 거짓말을 해대고 있는데, 그런 저도 도둑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항상 빼앗기만 하는 저지만, 무언가를 빼앗긴 적이 딱 한 번 있습니다.” (194쪽)



  만화책 《포겟 미 낫》을 살피면, 여자 주인공은 ‘탐정 집안’에서 탐정 일을 물려받습니다. 남자 주인공은 ‘탐정하고 맞서는 도둑’ 일을 배워서 솜씨 좋게 도둑질을 선보입니다. 한 사람은 지키는 쪽이라 하고, 한 사람은 훔치는 쪽이라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지키는 쪽이 착하고 훔치는 쪽이 나쁘다고 할 수 없습니다. 만화책에 나오는 두 사람은 그저 ‘수수한 삶’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그런데, 훔치는 쪽은 가난한 이웃 것을 훔치는 일이 없습니다. 값비싸거나 값지다는 보배를 훔치기 일쑤입니다. 부자가 거머쥔 것을 훔친다고 해서 ‘착한 도둑’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만, ‘나쁜 짓을 일삼는 사람이 여린 사람한테서 빼앗은 것을 훔치는 일’은 어떤 일이 될까요? 그리고, 1970년대부터 일어난 새마을운동은 풀집을 허물고 시멘트집에 슬레트지붕을 올리도록 했는데, 이제 시멘트집이나 슬레트지붕은 환경공해라고 일컫습니다. 새마을운동이 무시무시하던 지난날 슬레트지붕을 안 올리겠다고 하면서 군화발에 맞아야 한 시골사람은 어떤 삶이고, 오늘날로 접어들어 ‘슬레트지붕 무상철거’를 해 준다는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공무원은 어떤 삶일까요?



“저택도 재산도 이대로 누구에게도 상속되지 않고, 할아버지가 남긴 숙제만 대물림될 거야, 분명.” (210쪽)



  나는 기쁨을 잊지 않고 슬픔을 잊지 않습니다. 다만, 잊지 않되 굳이 더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나간 기쁨은 지나간 기쁨일 뿐이고, 지나간 슬픔도 지나간 슬픔일 뿐입니다. 새로 맞이할 아침을 생각하면서 곱게 꿈을 꾸려 합니다. 새삼스레 찾아올 멋진 하루를 떠올리면서 푸른 꿈을 다시금 지으려 합니다.


  만화책 《포겟 미 낫》은 ‘할아버지가 수수께끼와 함께 남긴 재산 상속’이 이야깃감이 된다고 할 만한데, 여자 주인공은 할아버지 재산에 그리 마음이 없으면서도 아예 마음이 없지도 않습니다. 잊지는 않되 더 생각하지 않는다고 할까요. 엄청난 재산을 물려받는다고 해서 갑작스레 기쁜 삶이 되지 않는 줄 알고, 빈털털이로 오늘을 살아도 오늘 하루를 기쁘게 누리면 웃음이 저절로 피어나는 줄 알기 때문입니다. 4348.7.31.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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