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집 84. 여름에 우리는 (2015.8.3.)



  구름 한 점이 없고 바람 한 줄기 불지 않는 한여름이 되면, 이러한 무더위에 땀이 퐁퐁 솟는구나 하고 느끼면서도, 나무그늘이 시원하고, 샘물은 차갑다. 한여름은 온 들과 숲이 파란 하늘을 그득그득 품에 안으면서 짙푸르고 알차게 익는 철. 이 멋진 철에 땀을 신나게 쏟고 나서 시원한 샘물로 온몸을 씻자.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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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301) 제하의


 ‘집값 하락’이라는 제하의 기사가 실렸다

→ ‘집값 하락’이라는 제목이 붙은 기사가 실렸다

→ ‘집값 하락’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기사가 실렸다

→ ‘집값 하락’을 다루는 기사가 여럿 실렸다


  ‘제하(題下)’는 “제목 아래”를 뜻하는 한자말입니다. 그런데 이 한자말은 으레 ‘-의’를 몰고 다닙니다. 한국말사전 보기글에도 나오듯이 “제하의 기사”나 “제하의 글”이나 “제하의 보도”처럼 씁니다.


 이러한 제하의 강좌 → 이러한 강좌

 이러한 제하의 보도 → 이러한 보도

 이러한 제하의 글 → 이러한 글


  ‘제하의’ 꼴로 나오는 말투는 아예 덜 만합니다. 굳이 어떤 말을 넣고 싶다면 “제목으로”나 “제목이 붙은”이나 “제목을 붙인”이나 “이름으로”나 “이름이 붙은”이나 “이름을 붙인”처럼 쓰면 됩니다. 4348.8.5.물.ㅅㄴㄹ



위선과 모순을 적나라하게 추적한 《지식인들》이라는 제하의 두 권짜리 책

→ 거짓과 모순을 낱낱이 살핀 《지식인들》이라는 두 권짜리 책

《장정일-생각, 장정일 단상》(행복한책읽기,2005) 21쪽


“자동차는 웃고 축산농민들은 운다”는 제하의 신문기사를 보며

→ “자동차는 웃고 축산농민들은 운다”는 신문기사를 보며

《한도숙-고구마꽃이 피었습니다》(민중의소리,2015) 142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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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 테러’나 ‘막말’을 일삼는 책읽기



  영화나 웹툰을 놓고 ‘별점 테러’를 일삼는 이들이 꽤 많다. 책이나 글을 놓고 ‘막말’을 일삼는 이들이 꽤 많다. 별점 테러를 하는 이들은 영화나 웹툰을 보기나 했을까? 보기나 하면서 무슨 이야기나 줄거리인지 헤아리기나 했을까? 책이나 글을 놓고 막말을 일삼는 사람은 책이나 글을 읽기나 했을까? 책이나 글을 놓고 어떤 넋이나 얼인지 헤아리기나 했을까?


  별점 테러나 막말을 인터넷에서 막을 수 있는 길은 거의 없다고 할 만하다. ‘네이버 영화’라든지 ‘알라딘서재’ 같은 곳에서 별점 테러나 막말이 오르내리는 일을 ‘관리자’가 어떻게 다스리는 일은 거의 할 수 없다고 할 만하다.


  그런데, 별점 테러나 막말은 무엇일까? 이런 일을 하는 사람한테는 그 사람 인터넷 계정에 언제까지나 ‘별점 테러와 막말을 일삼은 자국’이 남는다. 다만, ‘내 계정’이 아닌 ‘남 계정’을 훔쳐서 들어왔다면 그 사람 계정에는 자국이 안 남을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별점 테러와 막말을 일삼은 사람 ‘마음자리’에는 그런 자국이 또렷이 남는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 그러나, 바로 그 사람은 안다. 하느님은 알까? 하느님도 모를 수 있다. 그러나, 별점 테러나 막말을 일삼은 그 사람은 안다.


  언제까지 그대 스스로 그대 마음자리에 바보스러운 별점 테러나 막말을 심으면서 살 생각인가 궁금하다. 콩 심은 데 콩 나듯이, 막말을 심은 마음자리에서는 막말이 자란다. 팥 심은 데 팥 나듯이, 별점 테러를 심은 마음자리에서는 별점 테러가 자란다. 4348.8.5.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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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28. 부채질하는 아버지



  내가 여름에 할 일 가운데 하나는 부채질입니다. 올해에는 선풍기를 틀지만, 지난해까지는 선풍기조차 안 쓰고 살았습니다. 두 아이하고 사니, 한손에 부채를 하나씩 쥐고 ‘두 손 부채질’을 합니다. 마실길에서도 잠자리에서도 으레 몇 시간씩 부채질을 합니다. 큰아이만 우리 곁에 있을 적에는 한손으로 안고 한손으로 부채질을 했고, 두 아이와 함께 지내는 동안에는 따로 누인 뒤 두 손으로 부채질입니다. 다른 일을 못 하고 오로지 부채질만 하며 아이들을 바라보면, 아이들 가슴속에 깃든 고운 넋을 물씬 느끼면서 내 넋을 새롭게 돌아볼 수 있습니다. 4348.8.5.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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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159. 우리하고 지낸 제비 (15.8.4.)



  우리하고 지낸 제비가 곧 둥지를 떠나려 한다. 날갯짓을 익히고 바람결에 몸을 싣기까지 마당에서 가볍게 날아오르다가 앉기를 되풀이한다. 이동안 시골돌이와 시골순이는 저마다 제비 곁에 서서 물끄러미 바라본다. 자, 우리 예쁜 아이들아, 제비가 하늘로 날아오르도록 북돋아 주고, 하늘로 훌쩍 날아올라 저 멀리 사라지면 기뻐해 주렴.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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