묶음표 한자말 223 : 노래老來


노래(老來) : ‘늘그막’을 점잖게 이르는 말


 노래老來에

→ 늘그막에

→ 다 늙어서

→ 늦깎이에

→ 늙은 나이에


  한국말로 ‘노래’라고 하면 “귀로 듣는 소리나 가락”입니다. ‘老來’ 같은 한자말은 한국말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말을 쓰는 사람이 더러 있습니다. 한자말도 한국말이라고 여기는 마음일는지 모르나, 한자를 밝혀야만 뜻을 어림할 수 있다든지, 한자를 밝혀도 뜻을 어림하기 어렵다면, 영어나 프랑스말처럼 외국말입니다. ‘늘그막’이라는 한국말이 어엿하게 있으니 ‘老來’ 같은 외국말은 한국말사전에서도 털고, 지식인들 입에서도 씻어낼 수 있기를 빕니다. 4348.8.12.물.ㅅㄴㄹ



참으로 노래老來에 소일거리로는 벅찬 일이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 참으로 늘그막에 심심풀이로는 벅찬 일이었다고 털어놓지 않을 수 없다

→ 참으로 다 늙어서 할 일로는 벅찼다고 밝히지 않을 수 없다

《정광-한글의 발명》(김영사,2015) 9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305) 최초의


 최초의 로봇 → 처음 나온 로봇

 최초의 라면 → 맨 처음 라면

 최초의 자동차 → 처음 만든 자동차


  한자말 ‘최초(最初)’는 “맨 처음”을 뜻합니다. “세계 최초이다”라든지 “최초의 발견”이라든지 “우리나라 최초의 국산 자동차”처럼 쓰기도 합니다만, “세계에서 처음이다”나 “첫 발견”이나 “우리나라 첫 국산 자동차”로 고쳐쓸 수 있어요.


  ‘처음’이라고만 써도 되는데 ‘맨’을 앞에 붙여서 “맨 처음”이라고 하면 뜻을 한결 힘주어서 나타내는 셈입니다. 그런데, 한국말사전을 보면 ‘처음’을 “시간적으로나 순서상으로 맨”으로 풀이합니다. 이 같은 말풀이라면 ‘최초’를 “맨 처음”처럼 풀이할 적에는 얄궂은 겹말이 됩니다.


  아무튼, ‘처음’으로만 써도 되고, 뜻을 힘주어 나타내고 싶다면 “맨 처음”이나 “가장 처음”으로 적으면 됩니다. 4348.8.12.물.ㅅㄴㄹ



이들은 세상을 창조한, 최초의 신들이 아니었어. 맨 처음의 일곱 신은 결코 싸우지 않았거든

→ 이들은 온누리를 지은, 첫 하느님이 아니었어. 맨 처음 일곱 하느님은 싸우지 않았거든

《마르코스/박정훈 옮김-마르코스와 안토니오 할아버지》(다빈치,2001) 17쪽


숨막힐 듯한 순간, 최초의 한 음만 내고 나면, 마음이 가라앉는다

→ 숨막힐 듯한 때에, 첫 소리 하나만 내고 나면, 마음이 가라앉는다

《이시키 마코토-피아노의 숲 12》(삼양출판사,2006) 48쪽


광자쌍의 얽힘을 테스트한 최초의 인물 중 한 사람

→ 광자쌍 얽힘을 실험한 첫 사람들 가운데 하나

《니콜라스 지생/이해웅,이순칠 옮김-양자우연성》(승산,2015) 18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303) -의 : 과학적 접근방식의 성공


그 당시까지 누구의 눈길도 받지 못한 버려진 것들

→ 그때까지 누구한테서도 눈길을 받지 못한 버려진 것들

→ 그무렵까지 누구 눈길도 받지 못한 버려진 것들

《야나기 무네요시/이목 옮김-수집 이야기》(산처럼,2008) 101쪽


  ‘그 당시(當時)’는 ‘그때’나 ‘그무렵’으로 손봅니다.


이 문제에 대한 자신들의 과학적 접근방식의 성공에 만족한 앨리스

 이 문제를 과학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성공하여 기쁜 앨리스

→ 이 문제에 과학으로 다가설 수 있어 기쁜 앨리스

→ 이 문제를 과학으로 바라볼 수 있어 기쁜 앨리스

《니콜라스 지생/이해웅,이순칠 옮김-양자우연성》(승산,2015) 40쪽


  ‘-에 대(對)한’은 번역 말투입니다. 이 번역 말투하고 ‘-의’이 맞붙은 글월입니다. “과학적(-的) 접근방식(接近方式)”은 “과학으로 접근하는 방식”이나 “과학으로 다가설”로 손볼 만합니다. ‘성공(成功)하여’는 ‘이루어’로 손질할 수 있는데, 이 글월에서는 앞말하고 묶으면서 ‘-ㄹ 수 있어’로 풀어낼 만합니다. ‘만족(滿足)한’은 ‘기쁜’으로 손봅니다.


학생들의 작지만 중요한 반항의 경험들이

→ 학생들이 반항했던 작지만 중요한 경험이

→ 학생들이 반항했던 작지만 큰 경험이

→ 학생들이 반항했던 작지만 뜻깊은 경험이

《전쟁없는세상-저항하는 평화》(오월의봄,2015) 286쪽


  글짜임이 엉성한 탓에 ‘-의’를 두 군데에나 넣습니다. 글짜임만 바로잡으면 ‘-의’는 모두 사라집니다. “중요(重要)한 경험”은 그대로 두어도 되고, “큰 경험”이나 “뜻깊은 경험”으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양반제라는 구제불능의 제도를 접한 나는

→ 양반제라는 구제불능 제도를 들은 나는

→ 양반제라는 바보스러운 제도를 들은 나는

《사노 요코/이지수 옮김-사는 게 뭐라고》(마음산책,2015) 144쪽


 ‘구제 불능(救濟 不能)’은 “도울 수 없는”을 뜻하지만, 이 글월에서는 “바보스러운”이나 “어처구니없는”이나 “터무니없는”을 가리키는구나 싶습니다. ‘접(接)한’은 ‘들은’으로 손질합니다. 4348.8.12.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파란띠제비나비(청띠제비나비) 옮기기



  마당 한쪽에 놓은 평상에 천막을 쳤다. 이 천막에 애벌레가 한 마리 떨어졌다. 얘야, 너는 어쩌다가 나무에서 떨어졌니? 나뭇잎을 갉아먹어야 할 애벌레는 천막에 붙어서 어쩌지 못한다. 이리 가지도 저리 움직이지도 못한다. 나무에서 떨어진 뒤 그야말로 무시무시하다고 느낄 만한 한때를 보내는 셈일 테지.


  바닥에 떨어진 마른 후박잎을 주워서 애벌레를 옮긴다. 후박나무로 옮길까 하다가 초피나무로 옮겨 준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애벌레는 ‘초피잎을 좋아하는 범나비’ 애벌레가 아니라 ‘후박잎을 좋아하는 파란띠제비나비’ 애벌레였다.


  하루가 지난 뒤 부랴부랴 초피나무를 살펴보지만 애벌레가 안 보인다. 스스로 잘 옮겨 갔을까? 파란띠제비나비가 좋아하는 후박나무로 잘 옮겨 갔을까? 잘 갔을 테지? 잘 갔으리라 생각하면서 숨을 돌린다. 4348.8.12.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올해에도 부추꽃



  올여름 부추꽃은 지난해보다 한결 빠르고, 지지난해나 지지지난해하고 대면 훨씬 빠르다. 우리 집 마당에서 피는 부추꽃을 팔월 첫무렵부터 본다. 오늘로 이레쯤 되었지 싶다. 이리하여, 처음 터진 꽃송이는 어느덧 지면서 씨앗을 맺으려고 푸른 빛깔로 씨주머니가 생긴다. 겨울이 저물 무렵부터 한봄 내내 누린 부추풀이니, 이제부터는 꽃을 누린다. 올해에도 꽃을 잔뜩 피워서 씨앗도 두루 떨구렴. 자라고 또 자라면서 새롭게 마당 한쪽을 너희 풀줄기와 꽃송이로 채워 주렴. 4348.8.12.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