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피어 주는 장미꽃



  동백꽃이 질 무렵 피어나는 장미꽃이다. 꽃바람이 한껏 분 뒤 모든 꽃망울이 떨어졌기에 장미꽃은 이듬해에 다시 보겠거니 하고 여겼다. 그런데 늦여름에 다시금 한 송이가 터지고, 두 송이째 터지려 한다. ‘우리도 여기에서 이렇게 씩씩하게 새롭게 피지요!’ 하고 외치는 듯하다. 새빨간 꽃잎을 잔뜩 오므린 채 늦여름 볕살을 듬뿍 머금는 장미꽃 봉오리를 아주 가볍게 어루만져 본다. 멋지고 아름답구나. 우리는 언제나 너희한테서 밝은 노래를 나누어 받는구나. 4348.8.16.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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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32] 설거지하기



  힘든 날은 다 힘들고

  즐거운 날은 다 즐거워

  바람 같은 이 마음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힘들 수도 있고, 즐거울 수도 있구나 하고 느껴요. 그때그때 나 스스로 어떤 마음인가에 따라서 사뭇 달라지는구나 하고 느껴요. 나 스스로 오늘 참 힘드네 하고 느끼면 설거지도 힘들고 밥짓기도 힘들 뿐 아니라, 밥술 들기도 힘듭니다. 나 스스로 오늘 참 즐겁구나 하고 느끼면 설거지나 밥짓기뿐 아니라 삽질도 낫질도 톱질도 괭이질도 모두 홀가분하면서 즐겁습니다. 참말 바람처럼 쉬 달라지면서 싱그러이 흐르는 마음입니다. 4348.8.15.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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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자전거 삶노래 2015.8.14.

 : 잠자리떼



저녁을 짓는다. 오랜만에 닭볶음을 한다. 뭔가 하나가 빠졌구나 싶어서 면소재지 가게에 다녀오기로 한다. 닭볶음은 좀 오래 끓일 테니 밥만 미리 지어 놓고 자전거를 달리기로 한다. 닭볶음은 곁님이 들여다보기로 한다.


어제는 곁님하고 아이들하고 퍽 오랫동안 자전거마실을 했다. 오늘 괜찮을 줄 알았는데, 생각 밖으로 몸이 많이 찌뿌둥하고 다리가 풀리지 않았다. 저녁에 아이들을 이끌고 면소재지를 다녀올 수 있지만 혼자 자전거를 달린다.


잠자리떼가 하늘을 덮는다. 이 잠자리떼는 어디에서 왔을까. 지난달부터 마을마다 농약을 아주 신나게 뿌리는데 용케 이 잠자리는 안 죽고 살았구나 싶으면서도, 이곳에서 뿌리는 농약바람에서 벗어나려고 저곳에 갔다가, 저곳에서 뿌리는 농약바람에서 살아나려고 이곳으로 오면서 고단하겠구나 하고 느낀다.


길바닥에 잠자리 주검이 많다. 자동차에 치여 죽은 잠자리도 있을 테지만, 이보다는 농약바람에 죽은 잠자리가 훨씬 많으리라 본다.


자전거 발판을 힘껏 구르니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셀 뿐 아니라, 잠자리가 내 얼굴과 몸에 퍽퍽 부딪힌다. 아차, 잠자리떼 사이를 달릴 적에는 잠자리가 나는 빠르기에 맞추어 좀 천천히 달려야겠구나. 발판질을 늦춘다. 발판질을 늦추니 잠자리가 더는 안 부딪힌다. 잠자리가 자동차에 치여서 죽는 까닭은 자동차는 잠자리가 미처 몸을 내뺄 틈을 안 주기 때문이로구나 싶다. 잠자리는 자전거에 부딪혀도 해롱거리거나 크게 다칠 수 있지만, 자동차에 부딪히면 바로 죽는다. 그리고, 잠자리는 자전거를 탄 사람한테 부딪혀도 깜짝 놀라기만 하고 안 다칠 수 있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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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310) -의 : 출판사의 분


필자를 방문한 출판사의 분이 필자에게

→ 글쓴이를 찾아온 출판사 분이 글쓴이한테

→ 나를 찾아온 출판사 일꾼이 나한테

《정광-한글의 발명》(김영사,2015) 9쪽


  ‘필자(筆者)’는 ‘글쓴이’로 손질하고, ‘방문(訪問)한’은 ‘찾아온’으로 손질합니다. ‘분’은 매인이름씨(의존명사)이기에 이 보기글처럼 쓸 수 없습니다. 그런데 “출판사의 사람”이나 “출판사의 관계자”로 적어도 좀 어설픕니다. “출판사 사람”이나 “출판사 관계자”로 적어야 올바릅니다. ‘-의’를 잘못 쓴 버릇이 오래되어 “가게의 주인”이나 “동네의 아이”처럼 말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지만, “가게 주인”이나 “동네 아이”처럼 ‘-의’ 없이 써야 올바릅니다.


졸저의 서술을 중심으로 고찰하고자 한다

→ 이 책 이야기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 내가 쓴 책을 따라서 살펴보고자 한다

→ 이 책에서 흐르는 이야기를 따라 살펴보고자 한다

→ 이 책 흐름을 따라 살펴보고자 한다

《정광-한글의 발명》(김영사,2015) 91쪽


  ‘졸저(拙著)’는 “솜씨 없는 책”이나 “못난 책”을 뜻합니다. 다만, “내가 손수 쓴 책”을 남 앞에서 내세우지 않으려고 쓰는 말이기도 한데, “제가 쓴 책”처럼 ‘제’를 넣으면 내 말을 듣는 사람을 높입니다. 그리고, 내 책이든 다른 사람 책이든 “이 책”처럼 쓰면 되기도 합니다. “졸저의 서술(敍述)을 중심(中心)으로”는 “이 책 이야기를 중심으로”나 “이 책 이야기를 따라”로 손볼 만합니다. ‘고찰(考察)하고자’는 ‘살펴보고자’로 손질합니다.


아빠의 고향이면 우리들 고향

→ 아빠 고향이면 우리들 고향

→ 아버지 고향이면 우리들 고향

→ 아버지네 고향이면 우리들 고향

《김명수-산속 어린 새》(창비,2005) 98쪽


  아기한테 하는 말이 아니면 ‘아버지’로 적어야 옳습니다. 아무튼 “아빠 고향”이나 “아빠네 고향”처럼 쓰면 돼요. 앞말에 이어 나오는 뒷말에서는 ‘-의’ 없이 “우리들 고향”으로 적습니다. 이 말마디를 잘 헤아리면 “아빠 고향”으로만 적으면 되는 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어떻게든 활용법을 찾아보려 시작한 것이 빈집의 활용이다

→ 어떻게든 살려 쓰려고 찾아보며 한 것이 빈집 살리기이다

→ 어떻게든 살려 보려고 찾아본 것이 빈집 되살리기이다

《모타니 고스케·NHK히로시마 취재팀/김영주 옮김-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동아시아,2015) 220쪽


  ‘활용법(活用法)’는 “살리는 법”이나 “살리기”나 “살려쓰기”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찾아보려 시작(始作)한 것이”는 “찾아보려 한 것이”나 “찾아본 것이”로 다듬습니다. 4348.8.15.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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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313) 역전의(逆轉)


 역전의 위기에 몰리다

→ 뒤집힐 위기에 몰리다

→ 뒤집히려 한다

 역전의 기회를 잡다

→ 뒤집을 기회를 잡다

→ 뒤집을 수를 잡다


  ‘역전(逆轉)’은 “형세가 뒤집혀짐”을 뜻하는 한자말입니다. 그러니까, ‘뒤집히다’라는 한국말을 ‘역전’이라는 한자말로 나타낸다고 할 만합니다. 흔히 “역전의 명수”처럼 쓰기도 하는데, “뒤집기에 뛰어난 사람”이나 “뒤집기를 잘 하는 사람”이나 “잘 뒤집는 사람”이나 “뒤집는 솜씨가 뛰어난 사람”처럼 고쳐쓸 수 있어요.


  운동경기에서 ‘역전’이라는 낱말을 흔히 쓰는데, 이 한자말을 쓰려 한다면 그대로 쓰되, ‘-의’를 붙이는 일본 말투는 털어낼 수 있기를 빌어요. 그리고 ‘뒤집기’라는 말마디를 즐겁게 살려쓰는 길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4348.8.15.흙.ㅅㄴㄹ



1점이라도 내야만 9회에 역전의 희망을 가질 수 있단 말야

→ 1점이라도 내야만 9회에 뒤집을 희망이 있단 말야

→ 1점이라도 내야만 9회에 뒤집을 수 있단 말야

《산바치 카와/편집부 옮김-4번 타자 왕종훈 10》(서울문화사,1994) 172쪽


역전의 발상으로 바라보면

→ 거꾸로 바라보면

→ 뒤집어서 바라보면

《모타니 고스케·NHK히로시마 취재팀/김영주 옮김-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동아시아,2015) 60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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