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했니 못했니, 둘 다 잘했니 못했니



  아이들한테 잘했니 못했니 하고 따지는 일처럼 부질없는 말이 있을까. 아이들한테 “너희 다 잘못했어.” 하고 읊는 말처럼 그야말로 바보스러운 말이 있을까. 아이를 사랑하는 어버이라면 잘잘못을 따질 일이 없다. 아이와 함께 살면서 꿈을 짓는 하루를 새롭게 여는 어버이라면 오직 하나 사랑을 노래한다.


  우리는 누구나 ‘아이’로 태어났으나, 아이로서 가슴에 품는 꿈이나 사랑을 잊은 채 몸뚱이만 자라서 나이를 먹고 만다. 사람들이 스스로 삶을 짓고 살림을 가꾸며 밥·옷·집을 손수 빚을 적에는 ‘아이에서 어른으로 자랐’으나, 요즈음 물질문명 사회에서는 ‘그냥 나이만 먹는 몸’이 된다.


  아무나 ‘어른’이 아니다. ‘철’이 든 사람만 어른이다. 어른이 된 사람으로서 아이를 바라본다면 언제나 사랑이 가득한 고운 숨결이 흐른다. 그러면 나는 어떠한 사람인가? 아이랑 함께 살면서 사랑으로 가슴을 채우는 어른이 되고픈 철부지라고 할까. 머잖아 철부지 티를 씻어서 어른이 되고 어버이로서 아침을 새롭게 여는 철든 사람으로 살기를 꿈꾼다. 4348.8.22.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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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암꽃



  호박은 암꽃이랑 수꽃이 다르다. 암꽃은 열매를 맺을 씨주머니를 통통하게 달고 봉오리를 터뜨린다. 수꽃은 씨주머니에 담을 꽃가루를 수술에 그득 달고 봉오리를 터뜨린다. 암꽃은 꽃가루를 기쁘게 맞아들이면 봉오리를 더는 벌리지 않고 씨주머니가 토실토실 자라도록 북돋운다. 수꽃은 꽃가루를 암꽃 한 송이한테만 나누어 주지 않고 여러 암꽃이 두루 받을 수 있도록 온힘을 쏟는다. 벌이 찾아오고 나비가 찾아들며 개미나 딱정벌레가 자꾸 찾아와서 꽃가루받이를 해 주기를 바란다. 더 맛난 꽃가루를 빚으려고 그야말로 온힘을 낸다. 암꽃은 꼭 한 번만 꽃가루를 받아도 된다. 암꽃은 수꽃이 나누어 준 사랑을 씨주머니에 고이 담아서 새로운 호박알을 맺는데, 이 호박알은 새로운 아기(씨앗)가 오롱조롱 모이는 보금자리(열매)로 거듭난다. 아직 덜 여물어 온통 푸른 빛인 호박 암꽃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쓰다듬는다. 4348.8.22.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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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그림 읽기

2015.8.15. 큰아이―옥수수싹



  옥수수알을 불려서 싹을 틔운 뒤 심는다. 아직 옮겨심기까지는 하지 않는다. 시골순이가 옥수수싹이 날마다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알려면 한곳에 모아 놓고 늘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 따순 손길을 받아서 우리 집 한쪽에서 자랄 옥수수가 늦여름에도 무럭무럭 자라기를 빈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그림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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묶음표 한자말 224 : 시상詩想


시상(詩想)

1. 시를 짓기 위한 착상이나 구상

2. 시에 나타난 사상이나 감정

3. 시적인 생각이나 상념


 시상詩想도

→ 시를 쓰려는 생각도

→ 시를 지으려는 생각도

→ 시로 나타낼 생각도

→ 싯말도



  시를 쓰는 분 가운데 ‘시’라고 하는 한글로 적으면 글맛이 나지 않아 한자로 ‘詩’라 적어야 한다고 여기는 분이 제법 많습니다. 이러다 보니, ‘시상’이라고 하면 뭔 시상을 가리키는지 헷갈린다고 여겨서 ‘詩想’처럼 적어야 한다고 여기기도 합니다.


  한국말을 생각한다면 ‘시생각’이나 ‘시 생각’이라 하면 됩니다. 또는 ‘글생각’이나 ‘글 생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시를 쓰려는 생각이나 시로 나타내려는 생각이라면, “시로 써서 나타내려는 말”입니다. 그래서 “시상이 떠오른다”라든지 “시상을 가다듬다” 같은 말마디는 “싯말이 떠오른다”나 “싯말을 가다듬다”처럼 손볼 수 있습니다. 4348.8.22.흙.ㅅㄴㄹ



시상詩想도 기차여행 중에 많이 떠오른다

→ 싯말도 기차여행을 하며 많이 떠오른다

《전규태-단테처럼 여행하기》(열림원,2015) 15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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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없애야 말 된다

 (1731) 생래적


 인간이 생래적으로 가지고 있는 수치감이란 것을

→ 사람이 처음부터 가진 부끄러움이란 것을

→ 사람이 타고난 부끄러움이란 것을

→ 사람이 누구나 느끼는 부끄러움이란 것을

 생래의 바보

→ 타고난 바보

→ 처음부터 바보


  ‘생래적(生來的)’은 “세상에 태어난 이래 가지고 있는”을 뜻한다고 합니다. 한국말로 하자면 한마디로 ‘타고난’입니다. 이야기 흐름을 살펴서 “처음부터 가진”이나 “처음부터 있는”으로 적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말사전에 실린 보기글을 보면 “생래적으로 가지고 있는” 꼴로 나옵니다. ‘가지고 있는’을 뜻한다는 ‘생래적’이라 하는데 “생래적으로 가지고 있는” 꼴로 쓰면 겹말이 됩니다. 이 말마디를 쓰려고 한다면 “생래적인” 꼴이 되어야 합니다만, 이 말마디를 자꾸 이렇게 잘못 쓰는 까닭은 한국말 전문가인 사전편집자조차 이 말마디를 어떻게 써야 하는가를 제대로 모르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그러니까, 여느 사람도 이 말마디를 잘못 쓰기 쉬우리라 느낍니다. 4348.8.22.흙.ㅅㄴㄹ



인간이 生來的으로 썩기 마련이라 해서

→ 사람이 타고나기를 썩기 마련이라 해서

→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썩기 마련이라 해서

→ 사람이 처음부터 썩기 마련이라 해서

《김재준-죽음으로 산다》(사상사,1975) 19쪽


에로틱한 소질을 생래적으로 지닌 카사블랑카 같은 사람

→ 남을 사로잡는 재주를 타고난 카사블랑카 같은 사람

→ 남을 호리는 재주를 타고난 카사블랑카 같은 사람

《전규태-단테처럼 여행하기》(열림원,2015) 15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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