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말사전 배움모임 ‘숲노래’” 첫발 떼기



  어떤 책이나 논문에도 적히지 않았으나, ‘우리 집 이야기책’에는 뚜렷하게 발자국을 남기는 “한국말사전 배움모임 ‘숲노래’” 첫발을 뗀다. 먼저 종이를 바닥에 펼쳐서 ‘ㄱㄴㄷ’을 죽 적는다. 벽에 붙일 자리를 헤아려 벽 앞에 ‘닿소리 종이’를 놓는다. ‘닿소리 종이’를 두 줄로 붙인다. 이런 다음 우리가 할 일을 나타낸 그림을 두 가지 붙인다. 하나는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이고, 다른 하나는 “ㅅㅅㅇ”인데, 이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을 간추린 닿소리 이름이다.


  아무튼, ‘숲노래’는 내가 글을 쓰면서 붙이는 이름이요, 이제부터 “한국말사전 배움모임”에 붙이는 이름이다. ‘숲노래’라는 이름을 처음 지을 적부터 “한국말사전 배움모임”에 붙일 이름으로 삼을 생각이었다.


  두 아이한테 그림을 하나씩 맡겨서 벽에 붙이도록 한다. 이런 뒤, 큰아이가 하나씩 떠올리는 낱말을 종이에 적는다. 나도 내 나름대로 떠올리는 낱말을 차근차근 적는다. 이 종이가 꽉 찰 무렵, 또는 종이를 덧달아서 알맞게 낱말을 채울 무렵, 비로소 ‘일고여덟 살 첫 한국말사전’ 원고가 태어나리라. 4348.8.25.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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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5-08-25 20:34   좋아요 0 | URL
제가 보기엔 아이들 색감이 탁월한 것 같아요. ^^

파란놀 2015-08-25 21:25   좋아요 0 | URL
스스로 우러나오는 대로 그리면서
스스로 사랑하는 대로 그리면
누구나 언제나 고운 그림결이 되지 싶어요 ^^
 

시골자전거 삶노래 2015.8.23.

 : 늦여름 골짜기에서



늦여름이 되어 골짜기로 다시 가기로 한다. 올여름에는 집에서 많이 놀았다. 바다에도 골짜기에도 잘 안 가고, 집에 있는 욕조에서 두 아이가 물장구도 치면서 하루에도 너덧 차례씩 놀았다. 이즈막에는 골짜기에 올 사람이 크게 줄거나 얼마 없겠지 하고 여기면서 자전거를 달린다.


마을 어귀 빨래터 앞까지 자전거를 끌고 간다. 두 아이는 벌써 저만치 앞서서 달린다. 나는 배롱나무 밑에서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기다린다. 두 아이는 이리저리 달린 끝에 자전거 있는 데로 온다. “보라야! 우리 골짜기 가야지! 자전거 타러 가자!” “맞아! 골짜기!” 두 아이는 달리면서 놀다가 골짜기 가기로 한 줄 잊은 듯하다. 재미난 아이들이다.


큰아이가 바람이를 든다. 작은아이가 수레에 앉는다. 큰아이가 바람이를 작은아이 목에 씌워 준다. 작은아이 바람이는 구멍이 나서 쓸 수 없다. 바람이는 하나만 들고 간다.


늘 가던 길 말고 새로운 길로 가자고 생각하면서 논둑길을 한 바퀴 돌아본다. 논둑길을 달리다가 나락꽃 핀 냄새가 짙어서 발판질을 멈추고 자전거를 세운다. “아버지, 더워. 빨리 가자.” “골짜기에는 곧 갈 텐데. 그보다 이리 와 봐. 나락꽃 보기가 얼마나 힘든 줄 아니? 한 해에 꼭 하루만 볼 수 있어. 아침에 피고 저녁에 진단 말이지.” 시골순이와 시골돌이는 아직 나락꽃을 눈여겨보지 않는다. 아직 우리 논이 없기 때문일 수 있다. 우리 논이 있어서 우리가 손수 볍씨를 심고 가꾼다면, ‘우리 나락꽃’이라면서 아주 기뻐할 텐데.


그렇지만 아버지는 다른 논둑길을 달리다가 또 자전거를 세운다. 나락 곁에서 나락 익는 냄새를 맡자고 아이들을 부른다. 모두 더워서 땀이 흐르지만, 아버지가 자전거를 세우니 여기에서 나락꽃을 다시금 들여다본다. 우리 집 나락꽃이 아니어도 우리 마을 나락꽃이고, 우리한테 새로운 숨결로 깃들 나락꽃이다.


골짜기로 가는 고갯길 한쪽은 몇 해째 공사를 한다. 못물이 흘러내리는 여느 물길을 시멘트길로 바꾸는 공사이다. 길바닥에 자갈을 깐 자리는 몇 해째 그대로 두면서, 못물이 흘러내리는 물길을 시멘트길로 한다면, 앞으로 이 시멘트 물길은 어떻게 될까. 숲에서 흘러내리는 물과 흙에 시멘트가 섞여서 바다까지 가야 하는가. 4대강사업도 그렇지만, 냇바닥을 시멘트로 바꾸는 짓은 숲을 망가뜨릴 뿐 아니라, 바다까지 망가뜨리고 만다. 오늘 정책을 세워서 공무집행을 하는 공무원은 앞으로 열 해나 스무 해나 서른 해 뒤는 하나도 못 내다본다. 이웃나라 일본만 하더라도 ‘숲’과 ‘물길’을 망가뜨린 탓에 바다가 망가져서 고기를 못 낚는 끔찍한 일을 겪은 뒤, 숲을 되살리고 ‘흙물길’로 되돌리는 사업을 꾀한다. 그런데 한국은 아직도 ‘흙물길’을 밀어서 없앤 뒤 ‘시멘트 물길’로 바꾸는 짓을 일삼는다.


골짜기에서 한참 논다. 골짝물이 따뜻하다. 차갑지 않고 따뜻하니 아이들이 꽤 오랫동안 잘 논다. 즐겁게 놀고서 바위에 앉아서 몸을 말린 뒤 옷을 갈아입는다. 내리막에서는 시원하게 바람을 가른다. 집으로 돌아와서 늦은 샛밥을 챙겨서 함께 먹는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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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296) 우리의


 우리의 사랑은 아름답다 → 우리 사랑은 아름답다

 우리의 길을 막지 마라 → 우리 길을 막지 마라

 우리의 소원은 통일 → 우리 꿈은 통일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 우리 소리를 찾아서


  우리는 틀림없이 ‘우리’ 말을 합니다. ‘우리의’ 말이 아닙니다. 우리가 사는 나라는 ‘우리’ 나라이지, ‘우리의’ 나라가 아닙니다. 그렇지만 이처럼 생각을 못하는 분이 자꾸 늘어납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가 쓰는 말을 생각하는 줄기가 꺾이기 일쑤입니다.


  “우리 집”이나 “우리 오빠”처럼 쓰는 ‘우리’입니다. “우리의 집”이나 “우리의 오빠”처럼 쓰지 않는 ‘우리’입니다. 어머니도 아버지도 “우리 어머니”요 “우리 아버지”입니다. ‘우리’라는 낱말에는 ‘-의’를 붙일 수 없고, ‘-의’를 붙이지 않습니다. “우리의 갈 길” 같은 자리는 “우리가 갈 길”로 바로잡습니다. 4348.8.25.불.ㅅㄴㄹ



우리의 다음 세대에게 얼마나 더 큰 비극과 고통을 안겨 줄 것인가

→ 우리 다음 세대한테 얼마나 더 큰 아픔과 슬픔을 안겨 줄까

→ 우리 다음 아이들한테 얼마나 더 큰 슬픔과 괴로움을 안겨 줄까

《박병태-벗이여, 흙바람 부는 이곳에》(청사,1982) 78쪽


우리의 교육현실이 친구가 되어야 할 학생들을 이렇게 갈라서게 만들고 있습니다

→ 우리 교육현실이 친구가 되어야 할 학생들을 이렇게 갈라서게 합니다

《천주교사회문제연구소-분단시대의 성찬과 평화》(일과놀이,1990) 24쪽


낮은 볼에 약하다 해도 계속 그쪽으로만 던진 우리의 잘못이다

→ 낮은 볼을 못 친다 해도 자꾸 그쪽으로만 던진 우리 잘못이다

→ 낮은 볼을 못 친다 해도 자꾸 그쪽으로만 던진 우리들 잘못이다

→ 낮은 볼을 못 친다 해도 자꾸 그쪽으로만 던진 우리가 잘못했다

→ 낮은 볼을 못 친다 해도 자꾸 그쪽으로만 던진 우리가 잘못했지

《산바치 카와/편집부 옮김-4번 타자 왕종훈 11》(서울문화사,1994) 13쪽


우리의 제일 높은 산 이름 / 우리의 제일 오랜 산 이름

→ 우리 가장 높은 산 이름 / 우리 가장 오랜 산 이름

 우리한테 가장 높은 산 이름 / 우리한테 가장 오랜 산 이름

→ 우리 나라 가장 높은 산 이름 / 우리 나라 가장 오랜 산 이름

 우리 땅 가장 높은 산 이름 / 우리 땅 가장 오랜 산 이름

→ 우리 겨레 가장 높은 산 이름 / 우리 겨레 가장 오랜 산 이름

《남호섭-타임 캡슐 속의 필통》(창비,1995) 146쪽


하나님이 우리의 보호자시며 동반자시라면

→ 하나님이 우리 보호자시며 동반자시라면

→ 하나님이 우리를 지키고 함께하는 분이시라면

→ 하나님이 우리를 보살피고 함께하신다면

《간디-날마다 한 생각》(호미,2001) 165쪽


이 푸른 별에는 우리 ‘인간’들보다 먼저 생명을 키워 온 식물과 새와 물고기들이 우리의 ‘선배’로서 살고 있었다

→ 이 푸른 별에는 우리 ‘사람’들보다 먼저 목숨을 키워 온 푸나무와 새와 물고기가 우리 ‘선배’로서 살았다

《이와타 켄자부로/이언숙 옮김-백 가지 친구 이야기》(호미,2002) 머리말


우리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을 거야

→ 우리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을 테지

→ 우리가 하려는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아

→ 우리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들으려고 하지 않아

《쿠루사,모니카 도페르트/최성희 옮김-놀이터를 만들어 주세요》(동쪽나라,2003) 22쪽


그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 우리의 영혼이 영원한 기쁨을 누릴 수 있는지 없는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 어떻게 하느냐는 우리 몫이다 … 우리 넋이 언제까지나 기쁨을 누릴 수 있는지 없는지는 우리가 하기에 달렸다

《로리 팰라트닉,밥 버그/김재홍 옮김-험담》(씨앗을뿌리는사람,2003) 24, 32쪽


진리(참됨)는 우리의 실천이 있을 때 비로소 참이다

→ 진리(참됨)는 우리 실천이 있을 때 비로소 참이다

→ 진리(참됨)는 우리가 실천할 때 비로소 참이다

→ 진리(참됨)는 우리가 몸으로 보여줄 때 비로소 참이다

《프란츠 알트-생태주의자 예수》(나무심는사람,2003) 14쪽


우리의 경로는 양옆의 바위 언덕으로 둘러싸인 이 호수를 에둘러 가는 것이었다

→ 우리는 바위 언덕으로 둘러싸인 이 못을 에두르는 길을 간다

→ 우리는 바위 언덕으로 둘러싸인 이 못을 에둘러 가기로 했다

《쿤가 삼텐 데와창/홍성녕 옮김-티벳전사》(그물코,2004) 98쪽


우리의 다음 정류지는 타왕이었다

 우리가 다음에 쉴 곳은 타왕이었다

 우리가 다음에 머물 곳은 타왕이었다

 우리는 다음에 타왕에 머무른다

→ 우리는 다음으로 타왕에 머무를 생각이었다

 다음으로 우리가 쉴 곳은 타왕이었다

→ 다음으로 우리는 타왕에 간다

《쿤가 삼텐 데와창/홍성녕 옮김-티벳전사》(그물코,2004) 262쪽


우리의 상상력을 초월하는

 우리 상상력을 뛰어넘는

 우리 생각을 뛰어넘는

 우리로서는 생각할 수 없는

→ 우리는 꿈도 못 꾸는

 우리는 생각조차 못한

《박용남-작은 실험들이 도시를 바꾼다》(시울,2006) 13쪽


늘 거기에 계신 분들이다. 우리의 삶의 터전, 동네에 계신 분들이다

→ 늘 거기에 계신 분들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 동네에 계신 분들이다

→ 늘 거기에 계신 분들이다. 우리 삶터, 동네에 계신 분들이다

《작가들》 22호(2007년 가을) 316쪽


고향 냄새를 맡을 수 있는 도심 하천은 이제 이룰 수 없는 우리의 꿈이 되는가

→ 고향 냄새를 맡을 수 있는 도심 냇물은 이제 이룰 수 없는 우리 꿈이 되는가

→ 고향 냄새를 맡을 수 있는 도심 냇물은 이제 이룰 수 없는 꿈이 되는가 

→ 고향 냄새를 맡을 수 있는 도심 냇물은 이제 우리가 이룰 수 없는 꿈이 되는가

《전수일-페놀소동》(작가마을,2008) 173쪽


중국사람들은 사원을 부수고, 우리의 보물을 중국으로 가져갔습니다

→ 중국사람들은 사원을 부수고, 우리 보물을 중국으로 가져갔습니다

→ 중국사람들은 절을 부수고, 우리 나라 보물을 중국으로 가져갔습니다

→ 중국사람들은 절을 부수고, 우리 겨레 보물을 중국으로 가져갔습니다

《티베트 난민 어린이들/베블링 북스 옮김-평화를 그리는 티베트 친구들》(초록개구리,2008) 137쪽


우리의 의식은 언젠가부터 자연의 진리에서 슬며시 끊어졌다

 우리 마음은 언젠가부터 자연에 깃든 진리와 슬며시 끊어졌다

 우리 마음은 언젠가부터 참다운 자연과 슬며시 끊어졌다

《문숙-문숙의 자연식》(샨티,2015) 92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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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숟가락 8
오자와 마리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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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537



‘엄마도 이 집 아이라면’ 좋을 텐데

― 은빛 숟가락 8

 오자와 마리 글·그림

 삼양출판사 펴냄, 2015.6.2.



  아침에 두 아이를 데리고 마당 한쪽에서 능금씨를 심습니다. 마침 어제오늘 비가 와서 흙이 촉촉하게 젖었기에 손가락으로 땅을 쏘옥 눌러서 넉 톨을 심습니다. 능금씨에서 싹이 틀 수 있을는지 없을는지 모릅니다. 다만, 우리 집 마당 한쪽에서 씨앗에서 자라는 나무가 있기를 꿈꿉니다. 어린나무를 장만해서 키우는 나무도 사랑스럽고, 새가 눈 똥으로 자라는 나무도 사랑스러우며, 예전부터 이 시골집에서 자라는 나무도 사랑스럽습니다. 우리 집을 둘러싼 여러 사랑스러운 나무에 ‘씨앗 한 톨로 키운 나무’가 있으면 더욱 사랑스러우리라 생각해요.



“요 매화나무가 리츠 오빠 나무고, 요 단풍나무가 시라베 오빠 거, 가장 왼쪽에 있는 레몬나무가 내가 태어났을 때 심은 거야. 루카한테는 올리브가 어울린다고 엄마랑 얘기했거든.” “올리브가 뭐야?” “이 모종나무 이름.” (16∼17쪽)


‘문득 바라보니, 루카가 어리광부리고 싶어하는 것 같기에, 엄마랑 둘이 샌드위치처럼 양쪽에서 꼭 안아 줬다.’ (37∼38쪽)



  오자와 마리 님 만화책 《은빛 숟가락》(삼양출판사,2015) 여덟째 권을 읽습니다. 만화책 《은빛 숟가락》은 ‘집에서 사랑으로 지어서 먹는 밥’ 이야기를 다룹니다. 대단한 밥차림이라 하기 어려울 수 있고, 누구나 지어서 먹을 만한 밥차림이라 할 수 있는데, 한집 사람들이 저마다 손을 거들어 이것을 함께 하고 저것을 같이 하면서 짓는 밥차림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한집 사람들이 누리는 한솥밥 이야기를 들려주어요.


  맛집 이야기라든지, 요리 대회 이야기라든지, 요리 솜씨를 겨루는 이야기라든지, 술안주를 찾는 이야기가 만화로 꽤 많이 나오는데, 《은빛 숟가락》에서 다루는 ‘집밥’은 여러모로 사뭇 다릅니다. 밥 한 그릇이 마음을 달래는 이야기를 다루되, 온누리 모든 살림집에서 저마다 사랑을 담아서 짓는 밥 한 그릇에서 피어나는 이야기가 흐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다루어요.



‘처음엔 밥 먹기 전에 ‘잘 먹겠습니다’ 하는 거랑, 밥 먹고 나서 ‘잘 먹었습니다’ 인사하는 걸 까먹기도 했어. 나중에 배고파질 때를 위해 잔뜩 남겼다가 혼나기도 하고, 다음 식사가 언제가 될 지 모른다는 생각에 너무 많이 먹어서 배 아파지기도 했지만, 이제 괜찮아. 형네 집에서는 매일 아침도 점심도 저녁도 밥 먹는 시간이 꼭 있거든.’ (22쪽)


‘엄마는 제대로 밥 먹고 있을까? 엄마가 일을 쉬는 날, 늦게 일어나서 보울 가득 샐러드만 먹거나, 크리스마스 무렵엔 이틀 연달아 케이크만 먹던 날도 있었는데. 카나데 누나가 그런 건 영양이 치우쳐서 안 된대. 엄마도 이 집 아이였으면 좋았을 텐데.’ (29∼30쪽)



  《은빛 숟가락》 일곱째 권에서 ‘루카’라는 아이는 ‘어머니 집’을 떠납니다. 이 만화책을 이끄는 주인공 사내인 ‘리츠’라는 젊은이는 ‘그동안 기른 어머니’ 말고 ‘저를 낳은 어머니’가 있는 줄 고등학생 적에 처음으로 알았고, 고등학교를 마친 뒤 ‘저를 낳은 어머니’를 찾아가기로 했는데, ‘저를 낳은 어머니’한테서 사랑을 조금도 못 받는 채 밥도 으레 굶는 ‘동생 루카’를 만나요.


  마음이 여리면서 착한 리츠라는 젊은이는 척 보기에도 제 동생인 줄 알겠는 아이한테서 등을 돌릴 수 없습니다. 날마다 손수 도시락을 싸서 ‘다른 집’에서 ‘저를 낳은 어머니’한테서 사랑을 못 받는 동생한테 가져다 줍니다. 도시락을 가져가는 길에 언제나 그림책도 챙겨서 책을 읽어 주고 여러 가지 놀이를 함께 해요.


  이러던 어느 날 리츠라는 젊은이는 ‘저를 낳은 어머니’하고 이야기를 하기로 합니다. ‘루카라는 아이를 리츠라는 젊은이한테 맡겨’ 달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러면서 루카라는 아이는 리츠가 사는 집으로 옮기고, 루카라는 아이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때에 제 끼니를 먹는 삶’을 누려요.


  제때에 제 끼니를 처음으로 먹으면서 밥상맡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도 처음으로 배우는 루카라는 아이는 마음속으로 혼자서 생각합니다. ‘엄마도 이 집 아이였으면 좋았을 텐데.’



“루카의 책가방 멘 모습을 보면 분명 데려가고 싶어질 거야. 그리고 제대로 돌보지 못해서 또다시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겠지. 그러니까 당분간은 안 만나도 돼. 가끔 너한테서 이렇게 얘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좋아.” (55∼56쪽)


‘하지만 만일 지금 그 애가 상처받은 상태라면 뭔가 하고 싶어. 이제 와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지만, 내가 가드레일에서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축 처져 있을 때에, 그 애가 손을 내밀어 준 것처럼.’ (68∼69쪽)



  아이는 아이입니다. 어른도 아이입니다. 몸뚱이와 키는 크더라도 어른도 아이와 똑같이 아이입니다. 아이도 사랑을 받으면서 자라고, 어른도 사랑을 받으면서 삽니다. 사랑받지 못하는 아이는 제대로 철들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하는 어른도 제대로 슬기롭지 못해요.


  사랑이 흐르기에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서 씩씩하고 멋진 아이로 철이 듭니다. 사랑이 샘솟기에 어른은 기운차게 일하고 살림을 가꾸는 동안 아름답고 슬기로운 사람으로 우뚝 섭니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먹는 밥 한 그릇은 ‘그냥 밥 한 그릇’이 아닙니다. 서로 사랑을 나누면서 기쁘게 이야기꽃을 피우는 밥 한 그릇입니다. 한집에서 함께 나누는 밥 한 그릇은 ‘그냥 끼니 한 번’이 아니라 따사로운 마음이 오가면서 맑게 웃음잔치를 이루는 밥 한 그릇입니다.



“아까, 널 기다리면서 깨달았어. 가방 안에 늘 이 상자가 있었듯이, 내 마음속엔 네가 있었다는 것. 이제 상자 귀퉁이가 닳았고, 내용물도 전혀 대단한 게 아니지만, 늦어서 미안해. 생일 선물이야.” (94∼95쪽)



  밥상에 반찬을 많이 올려야 넉넉하지 않습니다. 값진 먹을거리를 늘 밥상에 올려야 즐겁지 않습니다. 어떤 반찬을 올리든 한솥밥을 오순도순 먹을 수 있을 때에 넉넉한 한 끼니입니다. 어떤 먹을거리를 나누든 도란도란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먹을 수 있을 때에 즐겁습니다.


  동무를 부르고 이웃을 부릅니다. 멀리 떨어져 사는 살붙이를 부릅니다. 차린 것은 얼마 없어도 밥상맡에 나란히 둘러앉습니다. 서로 마음으로 사귀는 아름다운 넋이기에 즐겁게 밥 한 그릇을 비웁니다.



“그거 말인데, 뭐, 이런저런 말을 하는 놈도 있겠지. 너 때문에 주전에서 누락되는 사람도 있을지 몰라. 하지만, 작은 내 동생을 보면서, 있을 자리라는 건 처음부터 존재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만드는 거라고 절실히 느꼈어.” (144∼145쪽)



  씨앗을 심어서 열매를 얻기까지 긴 나날이 듭니다. 남새 씨앗을 심어도 석 달을 기다리기 마련입니다. 나무 씨앗을 심으면 여러 해를 기다려야 합니다. 나는 ‘씨앗으로 키운 예쁜 배나무’를 만난 일을 늘 마음으로 되새깁니다. 대여섯 해쯤 앞서 골목집 한쪽에 마련한 마당에서 잘 자란 배나무를 본 적 있는데, 이 배나무를 돌본 할아버지는 ‘놀러온 아들이 준 배가 맛있어서 씨앗을 남겨서 심어 보았는데, 이렇게 잘 자라서 이제 이 배나무에서 배를 얻어.’ 하고 말씀했습니다. 배씨 한 톨을 배나무로 키우기까지 얼마나 긴 나날을 얼마나 따순 손길로 어루만지셨을까요.


  사람도 씨앗 한 톨에서 새로운 숨결로 자랍니다. 모든 짐승과 벌레도 알(씨앗)에서 깨어나서 새로운 목숨으로 삶을 짓습니다. 풀과 나무도 언제나 씨앗 한 톨에서 새롭게 자랍니다. 몸에도 씨앗이 깃들고, 마음에도 씨앗이 깃듭니다. 우리 몸과 마음은 아주 작은 씨앗에서 비롯하는데, 이 작은 씨앗은 가없이 너르며 깊은 바람이 되어 따스한 사랑으로 거듭납니다.



“우리 집에 와. 좁은 정원이지만 무리해서 농구대를 설치했거든.” “어째서 그런 식으로 말해 주는 거예요?” “네가 농구를 좋아한다는 걸 아니까 그렇지. 그리고 또 하나는 나를 위해서야.” (138∼139쪽)



  밥을 다 지어서 밥상에 차릴 즈음 아이들을 부릅니다. 자, 수저는 너희가 놓아 주렴. 두 아이는 저마다 수저를 놓습니다. 어머니 수저와 아버지 수저도 아이들이 놓아 줍니다. 아직 아이들은 스스로 밥을 지을 줄 모르니 어버이가 도맡아서 짓습니다. 앞으로 아이들이 야무지게 자라서 손수 밥을 지을 무렵에는 내가 수저를 놓을 수 있겠지요. 밥을 먹자고 부를 수 있어서 기쁜 하루입니다. 밥상맡에서 수저 놀리는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밥 한 술 뜰 수 있어서 즐거운 삶입니다. 4348.8.25.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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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5-08-25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즐겨보는 만화입니다~^^
가족을 배려하는 마음이 읽혀서 좋습니다.

파란놀 2015-08-25 21:26   좋아요 0 | URL
오자와 마리 님 만화를 보시는군요 @.@

일본에서는 십 몇 권까지 벌써 나왔는데
한국은 번역이 너무 늦어요 ㅠ.ㅜ
9권이나 10권은...
또 이분 다른 작품은 언제쯤 번역이 될는지
참 까마득합니다......
 



책아이 291. 2015.8.21. 뻥튀기 책순이



  뻥튀기를 작은 그릇에 담는다. 노란 손잡이가 붙은 숟가락을 얹는다. 눈은 만화책에 꽂고 손을 천천히 뻗어 숟가락을 쥔 다음, 다시 살살 뻥튀기를 담은 뒤에 입으로 가져간다. 아슬아슬하게 ‘뻥튀기 책순이’가 된다. 그러나 네가 아무리 이렇게 해도 가루가 떨어지지. 네가 손을 댄 책마다 가루가 들러붙고 과자 냄새가 나더구나.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책순이)















뻥튀기 책순이 손에 들린 책은 바로 요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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