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집 86. 머리가 빼꼼 (2015.8.23.)



  도서관마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두 아이는 저만치 앞서 달린다. 이제 마을논에도 나락이 제법 자랐다. 요즈음 나락은 유전자를 건드려서 키가 무척 작지만, 그래도 아이들 키하고 엇비슷하다. 먼발치에서 바라보니 작은아이 머리가 빼꼼 보인다. 작은아이는 자동차를 한손에 들고 빨래터 울타리에 굴린다. 배롱꽃이 곱게 흐드러지고, 큰아이도 어느새 작은아이 앞으로 달려나와서 까르르 웃는다. 여름이 저물려고 한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고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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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럭놀이 16 - 미끄럼 있는 집



  작은아이가 조각으로 집을 짓는다. 척척 짜맞추어서 ‘미끄럼 있는 집’을 짓는다. 집을 둘러싼 마당에 미끄럼이 있어서 언제나 미끄럼을 타면 아주 재미있겠네. 바람을 가르며 휘휘 미끄럼을 타면서 땀흘릴 수 있는 멋진 집이 되면, 그야말로 신나겠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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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164. 우리가 달리는 길 (15.8.25.)



  우리가 달리는 길은 우리 마을길이다. 우리가 뛰노는 곳은 우리 보금자리이다. 우리가 사는 곳은 우리 꿈터이다. 우리가 가꾸는 살림은 우리 사랑노래이다. 장난감을 손에 쥐고 시골돌이가 달리는 길에 고운 이야기가 한 타래씩 서리리라 본다. 비가 멎고 바람이 불며 구름이 흐르는 이곳에서 풀노래를 들으면서 시골꽃 같은 웃음을 피운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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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롱나무를 노리는 사람들



  늘 마을에서 지내면서 집과 도서관 사이를 오가다 보면, 마을 어귀에 자동차를 댄 ‘도시사람’을 곧잘 볼 수 있다. 이들은 왜 이 깊은 시골마을까지 찾아올까? 우리 마을에서 흐르는 싱그러운 샘물을 떠 갈 생각일까? 어쩌면 샘물을 떠 가는 사람도 있겠지. 오늘 두 아이하고 빨래터 물이끼를 걷으러 가서 웃통을 벗고 신나게 물이끼를 걷는데, 자동차 한 대가 서더니 늙수그레한 아저씨가 “저기 배롱나무 가지 하나 얻을 수 있을까요? 약으로 쓰게.” 하고 묻는다. 어디서 온 누구인지 밝히지도 않고 대뜸 배롱나무 가지를 달라고 하는 까닭은 뭘까? 그러고 보니, 우리 마을 배롱나무 가지가 좀처럼 늘지 못하고 자꾸 꺾이거나 줄어든다고 느꼈다. 아하, 바로 이런 사람들이 몰래 베거나 잘라 갔는가 보구나. “마을나무인데 함부로 안 베지요. 그리고 다들 약으로 쓴다면서 가지를 잘라 가면 나무가 남아나겠습니까? 다른 데 가서 알아보세요. 산에 가거나 길에서 베거나 하세요.” “약으로 쓴다는데, 갑갑하게 구네.” “여보세요. 이 나무는 아저씨 나무가 아니라 우리 마을 나무입니다. 나무를 아낄 줄 모르면서 무슨 약으로 쓴다는 말입니까?” 늙수그레한 아저씨는 잔뜩 욕을 늘어놓고 자동차 문을 쾅 닫고 간다. “아버지, 저 사람 왜 나무를 벤데?” “이 나무가 약이라서 가져가겠대. 그래서 가져가지 못하게 했어.”


  가만히 보면, 도시사람은 외지고 깊은 시골마을로 몰래 들어와서 나뭇가지뿐 아니라 이것저것 몰래 캐거나 뜯거나 파 가곤 한다. 그러면서 마을사람한테 들키거나 들통이 나면 ‘인심 좀 쓰라’고 핀잔을 하다가 ‘인심을 안 쓰겠다’고 하면 온갖 욕을 내뱉는다.


  어디에 어떤 약으로 쓸 생각인지 모를 노릇이나, 고약한 마음으로 찾아와서 고약한 마음으로 빼앗거나 훔치면 어떤 약이 될까? 마음을 곱게 다스린다면 몸이 아플 일이 없으리라 느낀다. 배롱나무도 뽕나무도 후박나무도 초피나무도 자귀나무도 …… 제발 찾지 마라. 방송에서는 제발 엉터리 같은 약초나 약나무 이야기 좀 내보내지 마라. 약이 안 되는 풀이나 나무가 어디에 있는가?


  우리 마을 배롱나무 가지를 또 훔치려고 했던 사람은 ‘마을 할매가 낮잠을 자거나 쉴 겨를’에 마을 어귀에 나타났다. 오늘 바로 그때에 아이들하고 빨래터를 치우러 나오지 않았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참으로 끔찍한 노릇이다. 4348.8.27.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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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크리스마스, 늑대 아저씨!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46
미야니시 타츠야 글 그림, 이선아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56



너희를 사랑해, 아이들아

― 메리 크리스마스, 늑대 아저씨!

 미야니시 타츠야 글·그림

 이선아 옮김

 시공주니어 펴냄, 2002.11.25. 7500원



  풋감이 떨어지면서 쿵 소리를 내는 늦여름입니다. 무르익지 못하고 떨어지는 감알은 모두 나무한테 돌아갑니다. 땅바닥에 구르는 풋감을 그러모아서 감나무 둘레로 모읍니다. 이 풋감을 고이 건사해서 옷감에 물을 들이기도 하는데, 나는 감물 들이기까지는 할 줄 모릅니다.


  시골집에서 살며 처음 ‘풋감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을 적에는 깜짝깜짝 놀랐습니다. 낮에도 밤에도 쿵 하고 큰소리가 나니까 놀랄밖에요. 그러나 밖에 나가 보면 아무것도 없어요. 그저 있는 것이라고는 땅바닥을 구르는 감알뿐입니다.


  이제 아이들도 지붕을 쿵 때리는 소리가 나면 또 감이 떨어졌네 하고 여깁니다. 늦여름까지는 풋감이요, 가을로 접어들면 ‘잘 익은 감’입니다. 잘 익은 감이 떨어지면, 나무타기를 하지 않고도 고맙게 감알을 얻습니다.



배고픈 늑대 한 마리가 아기 돼지들을 몰래 훔쳐보았어요. “상냥한 마음이 가득가득? 쳇 신나는 크리스마스 좋아하네!” (3쪽)



  미야니시 타츠야 님이 빚은 그림책 《메리 크리스마스, 늑대 아저씨!》(시공주니어,2002)를 읽습니다. 이 그림책에는 ‘늑대 아저씨’ 하나가 나오고, ‘아기 돼지’ 여럿이 나옵니다. 늑대 아저씨는 몹시 배고픕니다. 겨우내 제대로 못 먹었습니다. 늑대 아저씨가 겨울잠이라도 잔다면 걱정할 일이 없을 테지만, 겨울에 겨울잠을 안 자는 짐승은 겨울에도 먹이를 찾아서 숲을 돌아다녀야 해요.


  그림책에 나오는 늑대 아저씨는 먹잇감을 찾아서 이리저리 살피다가 아기 돼지 무리를 만납니다. 아기 돼지는 한집을 이루어 오순도순 지냅니다. 늑대 아저씨가 가만히 살피니 아기 돼지들만 잔뜩 있고 어른 돼지는 없습니다. 옳거니 잘 되었구나 싶어서 겨우내 주린 배를 채우려고 합니다. 늑대 아저씨는 아기 돼지를 몽땅 사로잡습니다. 이 많은 아기 돼지를 실컷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아주 들뜹니다.


  그런데, 아기 돼지들을 몽땅 사로잡은 늑대 아저씨가 그만 땅바닥에 자빠집니다. 아기 돼지들을 잡다가 ‘아기 돼지들이 마련한 성탄절 나무’를 우지끈 부러뜨렸는데, 늑대 아저씨가 부러뜨린 나무를 늑대 아저씨 스스로 밟아서 그만 자빠졌지요.



아기 돼지들은 부드러운 풀밭에 떨어졌기에 하나도 다치지 않았어요. “늑대 아저씨, 괜찮을까?” 늑대는 꼼짝도 하지 않았어요. (10쪽)



  아기 돼지들을 사로잡아서 좋다고 춤추다가 땅바닥에 자빠진 늑대 아저씨는 꼼짝을 못 합니다. 아기 돼지들은 모두 부드러운 풀밭에 떨어져서 아무도 안 다쳤습니다. 이때에 아기 돼지들은 늑대 아저씨를 붙잡아서 크게 꾸짖을 수 있었을 텐데, 아기 돼지들은 이렇게 하지 않습니다. 아기 돼지들은 늑대 아저씨를 살뜰히 보살핍니다. 다친 곳을 찬찬히 어루만져 줍니다.


  늑대 아저씨는 어떤 마음일까요? 팔도 다리도 움직이지 못하고 그저 드러눕기만 해야 하는 늑대 아저씨는 어떤 마음일까요?



“그, 그게 아냐! 아픈 데가 다 나으면 너희들을 죄다 잡아먹어 버린다고!” 늑대가 바락바락 소리쳤어요. 그렇지만 아기 돼지들에게는 “우, 우우우! 우우우웃 우우우우우 …… 우우우웃!” 하는 소리로 들릴 뿐이었죠. “이번에는 ‘고맙다’고 인사하는 건가?” (15쪽)



  몸이 나으면 아기 돼지들을 모두 잡아먹겠다고 울부짖는 늑대 아저씨입니다. 그런데 ‘늑대 말’을 돼지는 못 알아듣는다고 해요. 더욱이 ‘얼굴도 다쳐’서 입에 붕대를 친친 감았으니, 늑대 아저씨가 외치는 말은 아기 돼지들한테 하나도 안 들려요. 아기 돼지들은 늑대 아저씨가 고마워 하는가 보다 하고 여깁니다. 늑대 아저씨는 갈수록 어처구니없다고 여겨서, 더 큰소리로 ‘너희 다 잡아먹겠노라’ 하고 자꾸 외치지만, 이 말은 아기 돼지들한테 ‘참말 고맙다’고 하는가 보다 하는 소리로만 들려요.


  이리하여 늑대 아저씨는 그예 눈물까지 흘립니다. 그리고, 아기 돼지들은 늑대 아저씨가 ‘흘리는 눈물’은 더없이 고맙고 기쁘다는 뜻으로 여깁니다.



그날 밤이었어요. “메리 크리스마스, 늑대 아저씨. 이거, 우리가 드리는 선물이에요. 빨리 나으세요.” 아기 돼지들은 침대에 살며시 빨간 장갑을 내려놓았어요. (20∼21쪽)



  가을 어귀로 들어서면서 무화과알이 하나둘 익습니다. 가을로 접어들면 무화과알도 감알도 곱게 익습니다. 우리 집 감순이는 “감 아주 맛있더라.” 하면서 감을 얼른 먹고 싶다고 말합니다. 가을부터 겨울 끝자락까지 먹는 감알이요, 겨울이 끝나고 봄으로 접어들 때부터 맛볼 수 없는 감알입니다. 봄으로 접어들면 감알을 더 맛볼 수 없지만, 겨우내 마련한 모과차를 마실 수 있고, 봄이 한창 무르익어 여름으로 접어들려고 하면 들딸기를 훑을 수 있어요.


  들과 숲은 우리를 늘 아끼면서 열매를 베풉니다. 우리는 늘 들과 숲에서 고마운 밥을 얻습니다. 성탄절은 어떤 날일까요? 그림책에 나오는 아기 돼지는 겨울 한복판에 성탄절 놀이를 하며 기쁘게 웃습니다. 저희를 잡아먹으려고 하던 늑대 아저씨한테도 기쁘게 사랑을 베풀어요.


  그림책을 보면서, 또 우리 집 아이들을 보면서, 참말로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아이들이 제 어버이나 둘레 어른한테 베푸는 것은 언제나 오직 사랑입니다. 그리고, 어버이나 여느 어른이 아이들한테 줄 수 있는 것도 늘 오로지 사랑입니다.


  감나무가 감알을 베풀고 무화과나무가 무화과알을 베풀듯이, 어버이는 아이한테 사랑을 베풉니다. 아이도 어버이한테 사랑을 선물합니다. 성탄절이라는 날은, 또 한겨레한테 설날이나 한가위 같은 날은, 바로 서로서로 아끼고 보살피는 마음을 넉넉히 나누는 날이겠지요. 성탄절이나 설날이 아니어도 한 해 내내 한결같이 서로서로 아끼고 보살피는 마음으로 살 때에 즐거울 테고요. 4348.8.27.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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