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년의 시간 천 개의 꽃송이 - 오늘의 이란 시와 시인들
에스마일 셔루디 외 지음, 최인화 옮김 / 문학세계사 / 201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를 노래하는 시 104



두 다리로 처음 걷던 날을 떠올린다

― 백 년의 시간 천 개의 꽃송이

 이란 시인 일흔한 사람 (에스마일 셔루디)

 최인화 옮김

 문학세계사 펴냄, 2015.8.25. 12000원



  오늘 열흘 만에 집 밖으로 나가 보았습니다. 열흘 만에 집 밖으로 나가 보기 앞서 뒤꼍도 올라 봅니다. 환삼덩굴 하나가 유자나무 줄기를 감아서 오르는 모습이 보이지만, 아직 내 다리로는 유자나무한테까지 가서 환삼덩굴을 쳐 줄 엄두를 못 냅니다. 마당으로 내려설 뿐 아니라 뒤꼍을 오르고, 마을 어귀까지 걸을 수 있으니, 이만큼 걸을 수 있어도 고맙다고 느낍니다.


  지난 열흘 동안 거의 이부자리에 드러누워 끙끙 앓았습니다. 오른무릎이 크게 다쳐서 오른무릎을 고치고 다스리느라 온 하루를 보냈습니다. 해가 뜨고 지는 흐름은 지켜볼 수 있지만, 하늘에 구름이 얼마나 떴는가를 내다볼 수 없는 채 지냈습니다. 바람이 부는구나 하고 느끼지만, 맨몸으로 바람을 맞이할 수 없는 채 지냈어요. 열흘 만에 이 모두를 하고 보니 더없이 새롭습니다. 아기가 첫걸음을 뗀 듯이, 아이가 제 다리로 신나게 달릴 수 있듯이, 하늘도 바람도 구름도 들도 모두 새롭게 바라보면서 천천히 걸어 보았습니다.



이 집에서 영원한 건 없다 / 사탄도 솔로몬 왕도 다 떠난다 / 지붕이든 천장이든 발코니든 / 금이 가고 부서지며 무너지니까 / 가난한 자의 집만 주저앉는 게 아니다 / 궁월 또한 마찬가지 (하빕 야그머이-영원한 건 없다)


어머니 날 낳으시고 / 젖 무는 법 알려 주셨다 // 밤이면 머리맡 / 뜬눈으로 날 잠재우시고 // 손잡고 한 발짝 두 발짝 / 걸음마 일러 주셨다 // 혀끝에 단어 한 마디, 한 마디 놓아 / 말 트이게 해 주셨고 (이라즈 미르저-어머니)



  이란 시인 일흔한 사람 노랫가락이 깃든 시집 《백 년의 시간 천 개의 꽃송이》(문학세계사,2015)를 읽었습니다. 오른무릎이 몹시 아프고 몸살이 돌 적에는 그저 땀만 뻘뻘 흘리면서 앓고, 아픔이 가신 뒤에 큰숨을 돌릴 만한 겨를이 나면 한동안 오른손을 오른무릎 둘레를 살며시 감싸고 나서 시집을 천천히 읽었습니다.


  이란에서는 시를 문학이 아닌 노래로 여긴다고 합니다. 그저 노래하는 이야기인 시요, 삶을 노래하는 이야기인 시이며, 사랑을 노래하는 이야기인 시라고 해요. 이란말을 한국말로 옮긴 최인화 님은 ‘이란사람 삶노래·사랑노래’를 한국말로 옮기면서 이란말에 있는 남다른 가락을 살리지 못한 듯하다고 밝힙니다.


  그런데, 한국말을 이란말로 옮길 적에도 이와 같아요. 먼먼 옛날부터 전라도 시골마을에서 이어온 들노래를 이란말로 어떻게 옮기겠어요? 경상도 바닷마을 뱃노래를 이란말로 어떻게 옮길까요? 비록 두 나라와 겨레가 달라서 결과 가락까지 옮기지 못한다고 하지만, 시라는 틀에 담은 이야기는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시집을 읽으면서 시에 담은 삶과 노래와 꿈을 헤아립니다.



새장 속 앵무새가 건네는 신년 인사 / 현명한 자라면 단번에 안다 / 그저 흉내내기에 불과하단 것을 (파로히 아즈디-감옥에서 맞는 새해)


마음이 불탄 후에야 / 비로소 영혼을 울리는 말이 나온다 / 마음이 어떤지 궁금한가? / 말에 귀 기울여 보라 (네점 바퍼-사랑을 향하여)



  오른무릎이 웬만큼 나았으니 걸음을 뗄 만합니다. 집에서 방과 마루와 부엌 사이를 이럭저럭 걸어서 오갈 수 있다 싶으니 대문 밖으로 나와서 마을을 한 바퀴 돌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오래 걷지는 못 합니다. 마을 어귀 빨래터 울타리에 앉아서 다리를 쉽니다. 큰아이는 아버지하고 함께 걸어 줍니다. 아버지가 빨래터 울타리에 앉아서 다리를 쉬는 동안, 큰아이는 배롱나무 밑에서 폴짝폴짝 뛰면서 춤을 춥니다.


  아버지를 기다려 주는 여덟 살 아이를 바라보다가, 문득 이 아이를 처음 걸리려고 하던 일곱 해 앞서가 떠오릅니다. 높직한 계단도 씩씩하게 온몸을 써서 타고 내려오던 아이요, 누가 손을 잡아 주겠다면 싫다면서 뿌리치고 혼자 계단을 타고 내려오던 아이입니다. 집 바깥에서 처음으로 걷던 날도 어머니랑 아버지가 손을 잡지 말라며 뿌리쳤지만, 몇 걸음을 안 잡아 줄 수 없습니다. 그야말로 씩씩하게 몇 걸음 걷도록 한 뒤 대견하다면서 품에 안았습니다. 이 예쁘고 튼튼한 다리에 조금씩 힘살을 붙여서 앞으로 더욱 멋지게 걷자고 속삭였습니다.


  이제 여덟 살 어린이는 마흔 살 넘은 아버지더러 “다 쉬었어? 이제 다시 걸어도 돼? 기운 내요, 아버지!” 하고 외쳐 줍니다.



강가 사람들은 물 소중한 줄 알아서 / 절대 물 흐리는 법이 없다 / 그러니 우리 또한 / 물 흐리지 말자 (소흐럽 세페흐리-물)


밤처럼 위대한 그대 / 달빛이 있든 없든 / 밤처럼 위대한 그대 (아흐마드 셤루-나는 나무, 그대는 비)



  이란 시집 《백 년의 시간 천 개의 꽃송이》를 가만히 헤아려 봅니다. 백 해에 이르는 시간이라면 ‘한 사람이 태어나서 죽는다’고 하는 시간이라고 할 만합니다. 천 개에 이르는 꽃송이라면 ‘나무 한 그루가 자라는’ 시간이라고 할 만합니다. 다만, 나무는 천 해뿐 아니라 오천 해나 만 해도 살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사람들이 집을 짓는 나무로 삼는 나무는 ‘천 해쯤 산 나무’예요. 꽃송이를 천 번쯤 피우면서 삶을 누린 나무가 바로 집을 든든하게 버티면서 오래도록 아름다운 숨결을 이어 주는 바탕이 되어 줍니다.


  천 해를 묵은 나무를 베어서 집을 지으면, 이 나무가 자라던 자리는 어떻게 할까요? 네, 다시 나무를 심어요. 그리고, 천 해 동안 이 나무가 잘 자라도록 건사합니다. 오늘 ‘천 해 묵은 나무’로 집을 지은 뒤, 앞으로 천 해 동안 이 집을 알뜰살뜰 건사하도록 모두 힘을 쏟고, 앞으로 새로운 천 해 동안 새로운 나무가 자라고 나면, 천 해 뒤에 이 땅에서 새롭게 살아갈 뒷사람은 ‘새롭게 천 해 묵은 나무’를 베어서 ‘새롭게 천 해를 이을 집’을 짓고는, 다시 나무 한 그루를 심어서 새로운 천 해가 흘러서 새로운 뒷사람이 기쁘게 삶을 누릴 수 있는 터전을 가꿉니다.



시간이 많지 않다 / 어서 길을 나서야 한다 / 꽃과 나무에게 / 일일이 인사를 건네야 한다 / 세상 모든 샘물 가에 / 깨어 있는 정신으로 앉아 / 그 맑은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고 / 얼굴을 단장해야 한다 (알리 무사비 가르머루디-시간이 많지 않다)


어머니는 죽었으나 여전히 우리를 보살핀다 / 우리 생활 곳곳 어머니의 흔적이 꿈틀댄다 / 집 안 구석구석 어머니의 이야기가 묻어 있다 / 당신 추도식에서조차 일을 하느랴 여념이 없다 (샤흐리여르-어머니, 내 어머니)



  시 한 줄이라면 모름지기 ‘백 해를 사는 사람’이 이녁 온 삶을 바쳐서 얻은 슬기를 그러모아서 ‘천 해를 잇는 살림’에 걸쳐서 흐를 만한 시 한 줄이어야지 싶습니다. 천 해 동안 부를 만한 노래이기에 노래인 셈입니다. 천 해에 이르는 삶이 녹아든 노래요, 천 해에 이를 삶을 북돋울 노래예요.


  들일을 하며 부르던 들노래도, 숲에서 삶을 지으며 부르던 숲노래도, 마당에서 잔치도 벌이고 일도 하며 부르던 마당노래도, 집집마다 오순도순 아이를 돌보며 나누던 집노래도, 참말 모두 아름다운 사랑이 깃드는 노래입니다. 천 해뿐 아니라 만 해나 백만 해를 넉넉히 잇는 노래예요.



사랑 없는 삶은 그 자체로 죽음이다 / 매 순간 죽는다는 것, 참 어렵지 않을까? // 사랑 없는 삶은 웃음 잃은 입술이다 / 웃음 잃은 입술은 웃는 대신 울어야 한다 // 사랑 없는 삶은 끝없는 추락이다 / 사랑하지 않는 자에겐 사방이 지옥이다 (게이사르 아민푸르-수수께끼)


나 어렸을 적엔 / 물, 땅, 공기가 더 많았어 / 귀뚜라미는 / 밤마다 / 달빛의 음악에 맞춰 깊은 어두움 속에서 / 노래 부르곤 했지 (에스머일 호이-나 어렸을 적엔)



  이란 시집 《백 년의 시간 천 개의 꽃송이》처럼 한국에서도 천 해를 흐를 만한 이야기를 담는 시가 있다면, 어떤 이야기를 담을 만할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오늘 우리가 부르는 노래는 지난 천 해 동안 어떤 슬기를 그러모은 노래일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오늘 우리가 새로 짓는 노래는 앞으로 천 해에 걸쳐 우리 뒷사람한테 어떤 슬기를 물려주려고 짓는 노래일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인기가요가 되어야 하는 노래가 아닙니다. 인기차트에 올라야 하는 노래가 아닙니다. 앨범이 불티나게 팔려야 하는 노래가 아닙니다. 방송에 자주 얼굴을 내밀어야 하는 노래가 아닙니다.


  누구나 부르면서 웃을 만한 노래여야 합니다.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부를 만한 노래여야 합니다. 도시와 시골에서 어깨동무하며 부를 만한 노래여야 합니다. 정규직이나 비정규직이 없이, 계급이나 신분에 따라 푸대접하는 일이 없이, 성차별이나 지역차별이나 온갖 차별 따위는 하나도 없이, 말 그대로 사랑하는 삶을 부르는 노래여야 합니다.



인파 속에서 고아 하나가 물었다 / 저기 임금님 머리에 반짝이는 게 뭐예요? // 누군가 대답했다 : 저게 뭔지 우린들 어찌 알겠니 / 다만 값비싼 물건인 건 분명하구나 // 꼬부랑 노파가 가까이 가 보더니 말했다 / 이건 내 눈물이자 자네들이 흘린 핏방울이야 (파르빈 에테서미-고아의 눈물)


내 작은 나무야, 너는 봄을 사랑하여라 / 샘물의 친구가 되고 개울물의 고통도 나누어라 / 네 그림자는 길지 않으나 / 산 높이 걸린 태양의 당당함을 가져라 / 푸르고 생생한 이파리들은 너만의 낱말 / 그 낱말들로 세월 높이만큼 우뚝 선 시가 되어라 (바흐만 설레히-내 작은 나무)



  두 다리로 처음 걷던 날을 떠올립니다. 내가 어머니와 아버지 손을 잡고 처음으로 아장걸음을 떼던 날을 떠올립니다. 몇 년 몇 월 몇 일인지 또렷이 알지 못합니다만, 내 몸은 이를 또렷이 알리라 느껴요.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두 다리로 처음 걷고, 처음 뛰며, 처음 달리던 날을 떠올립니다. 걷거나 뛰거나 달리다가 넘어져서 울던 날을, 넘어졌어도 씩씩하게 다시 일어서던 날을, 차근차근 떠올립니다. 여기에다가 내가 다리를 다쳐서 자리에서 꼼짝을 못하고 날마다 깊은 늪에 빠지듯이 끙끙 앓으면서 괴로웠던 아흐레를 떠올립니다. 다시 일어서서 새롭게 걸음을 옮긴 오늘을 떠올립니다.


  삶이 노래가 되고, 노래가 삶이 됩니다. 삶을 노래하면서 사랑이 깨어나고, 사랑을 깨우면서 삶을 노래합니다. 처음 걸음을 떼던 기쁨처럼, 새롭게 걸음을 뗄 수 있어서 싱그러운 바람을 온몸으로 맞이하는 즐거움처럼, 스스로 짓고 스스로 씩씩하며 스스로 아름답게 나아갈 이 길에서 부를 노래를 마음으로 고요히 그립니다. 4348.9.10.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시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적' 없애야 말 된다

 (1737) 맹목적


 맹목적 사랑

→ 눈먼 사랑

 무기력한 패배주의나 맹목적 배타주의의 성향

→ 힘없는 패배주의나 눈먼 배타주의 성향


  ‘맹목적(盲目的)’은 “주관이나 원칙이 없이 덮어놓고 행동하는”을 뜻한다고 합니다. 말뜻을 헤아린다면 ‘덮어놓고’나 ‘마구’나 ‘함부로’로 손질할 만하고, 한자말 짜임을 헤아린다면 ‘눈먼’으로 손질할 만합니다. ‘눈먼(눈멀다)’을 넣어 손질하는 “눈먼 몸짓”이나 “눈먼 믿음”이라면 “생각 없는 몸짓”이나 “생각 없는 믿음”처럼 쓸 수도 있어요. 4348.9.10.나무.ㅅㄴㄹ



어쩔 수 없이 맹목적으로 행동한다는 시각이다

→ 어쩔 수 없이 그저 행동한다는 생각이다

→ 어쩔 수 없이 무턱대고 움직인다는 생각이다

→ 어쩔 수 없이 덮어놓고 움직인다는 생각이다

→ 어쩔 수 없이 움직인다는 생각이다

《김수일-나는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꾼다》(지영사,2005) 42쪽


방향과 시각을 겨냥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쏘아대는 발포 행위에 비유한 것이다

→ 때와 곳을 겨냥하지 않고 무턱대고 포를 쏘아대는 짓을 빗댄 말이다

→ 때와 곳을 겨냥하지 않고 마구 쏘아대는 짓을 빗댄 말이다

→ 때와 곳을 겨냥하지 않고 아무렇게나 쏘아대는 짓을 빗댄 말이다

→ 때와 곳을 겨냥하지 않고 함부로 쏘아대는 짓을 빗댄 말이다

《이수열-이수열 선생님의 우리말 바로 쓰기》(현암사,2014) 338쪽


카메라가 지시하는 적정 노출 값에 맹목적으로 따르지 말고

→ 카메라가 알려주는 알맞은 노출 값에 무턱대고 따르지 말고

→ 카메라가 이끄는 알맞은 노출 값에 그냥 따르지 말고

→ 카메라가 가리키는 알맞은 노출 값에 생각 없이 따르지 말고

《우종철-사진의 맛》(이상,2015) 75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342) -의 : 관심의 표명


딴에는 관심의 표명이었다

→ 딴에는 관심 표명이었다

→ 딴에는 마음 있다는 뜻이었다

《신해욱-일인용 책》(봄날의책,2015) 55쪽


  ‘표명(表明)’은 ‘밝힘’으로 고쳐쓸 낱말이지만, 이 대목에서는 “관심 표명”을 “마음 있음”이나 “마음 있다”로 손질할 때에 한결 잘 어울립니다.


설명하는 남자​의 들뜬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 설명하는 남자한테서 들뜬 얼굴이 인상 깊었다

→ 얘기하는 사내 들뜬 얼굴이 깊이 남았다

→ 들뜬 얼굴로 얘기하는 사내 마음에 남았다

《신해욱-일인용 책》(봄날의책,2015) 132쪽


  ‘설명(說明)하는’은 ‘얘기하는’으로 다듬고, “들뜬 표정(表情)”은 “들뜬 낯빛”으로 다듬으며, ‘인상적(印象的)이었다’는 “깊이 남았다”나 “마음에 남았다”로 다듬습니다.


무언의 말로 연인들에게 사랑의 메시지 전해 다오

→ 말 없는 말로 그대들한테 사랑노래를 들려주오

→ 말 없는 말로 그리운 님한테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오

《이란 시인 일흔한 사람/최인화 옮김-백 년의 시간 천 개의 꽃송이》(문학세계사,2015) 34쪽


  ‘무언(無言)의’는 ‘말 없는’으로 손보면 됩니다. ‘연인(戀人)’은 그대로 두어도 되고, ‘그대’나 ‘그리운 님’이나 ‘님’이나 ‘짝님’으로 손볼 만합니다. “사랑의 메시지(message)”는 “사랑 이야기”나 “사랑노래”로 손질합니다.


혼돈의 세기를 살아가는 인간은

→ 어지러운 세기를 살아가는 사람은

→ 어수선한 때를 살아가는 사람은

《이란 시인 일흔한 사람/최인화 옮김-백 년의 시간 천 개의 꽃송이》(문학세계사,2015) 188쪽


  ‘혼돈(混沌)의’는 ‘어지러운’이나 ‘어수선한’으로 손질합니다. ‘인간(人間)’은 ‘사람’으로 손봅니다. 4348.9.10.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삶은 늘 놀이 (사진책도서관 2015.8.25.)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삶이란 무엇일까? 책이란 무엇이고, 노래란 무엇이며, 밥이란 무엇인가 하고 묻을 때하고 똑같으리라 느낀다. 왜 이 땅에 태어나서 사는가? 고달프게 지내려고 이 땅에 올 일이란 없다. 아프거나 슬프려고 이 땅에 태어나지도 않으리라 본다. 기쁘게 하루를 짓고, 즐겁게 하루를 빚으며, 아름답게 하루를 누리려고 이 땅에 태어나서 삶을 이루지 싶다.


  그러니, 삶이란 기쁨이고 삶이란 꿈이며 삶이란 사랑이라 할 만하다고 느낀다. 기쁨이면서 꿈이며 사랑이라면, 이러한 삶은 바로 놀이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도서관으로 가는 길에 아이들이 논다. 도서관 어귀가 파이건 말건 대수롭지 않다. 흙더미에 올라가고, 까르르 웃음을 터뜨린다. 맞아, 아이들아, 너희가 맞아. 우리는 언제나 놀아. 걸레질을 하면서도 놀고, 밥을 짓거나 먹으면서 놀아. 잠을 자면서도 놀고, 말을 하면서도 놀아. 놀고 놀고 또 놀지. 책 한 권을 마주하는 몸짓도 놀이요, 책 한 권을 쓰는 숨결도 놀이야.


  즐거운 놀이인 하루가 흐른다. 즐거운 놀이를 싱그럽게 간질이는 바람이 분다. 즐거운 놀이를 빛내는 꿈이 노래처럼 빛난다. ㅅㄴㄹ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을 보태 주셔요 *

☞ 어떻게 지킴이가 되는가 : 1평 지킴이나 평생 지킴이 되기

 - 1평 지킴이가 되려면 : 다달이 1만 원씩 돕거나, 해마다 10만 원씩 돕는다

 - 2평 지킴이가 되려면 : 다달이 2만 원씩 돕거나, 해마다 20만 원씩 돕는다

 - 평생 지킴이가 되려면 : 한꺼번에 200만 원을 돕거나, 더 크게 돕는다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가 되신 분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달개비꽃을 알겠니



  도서관 가는 길에 달개비꽃을 본다. 우리 집 뒤꼍에도 달개비꽃이 많이 핀다. 달개비꽃은 꽃이 필 무렵에도 꽃이랑 잎이랑 줄기를 모두 나물로 먹는다. 아주 맛난 나물이다. 환삼덩굴잎에 살몃살몃 가려진 파란 꽃송이를 보고는 아이들을 부른다. “얘들아, 여기 꽃 보이니?” “꽃? 어디?” “잘 보렴.” “안 보이는데.” “잘 봐 봐. 저기 파란 꽃송이 안 보여?” “파란 꽃? 음, 아, 저기 있네. 저기도 있다. 여기도 있어.” “무슨 꽃일까?” “어, 파랑꽃?” “아니야. 뭐, 파랑꽃이라고 해도 되지. 파랑꽃이 좋으면 파랑꽃이라고 해. 파랑꽃은 드무니까. 이 아이는 달개비꽃이라고 해. 꽃도 먹고 잎도 먹어.” “맛있어?” “그럼, 해마다 이맘때에 맛나게 먹지. 너희도 지난해에 많이 먹었어.”


  해마다 먹고 먹고 또 먹고 다시 먹고 새로 먹으면서 열 살이 넘고 열다섯 살이 넘으면 아이들이 먼저 달개비꽃을 알아보고는 조용히 달개비나물을 훑어서 헹군 뒤 밥상에 올릴 수 있으려나. 그날을 손꼽아 기다려 본다. 4348.9.10.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그장소] 2015-09-10 15:30   좋아요 0 | URL
닭의 장풀..달개비..같은거죠??

파란놀 2015-09-10 16:09   좋아요 1 | URL
`닭의장풀`이란 없고,
`닭장 + 풀`이라 `닭장풀`이기도 하고,
그냥 `달개비`입니다 ^^

[그장소] 2015-09-10 16:11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또 배우고 갑니다.고맙습니다.달개비는 원래 이름인거군요..!!

파란놀 2015-09-10 19:04   좋아요 1 | URL
표준 풀이름으로는 `닭의장풀`이 오르는데,
`닭장`도 아닌 `닭의 장`이라는 이름으로
엉뚱하게 붙이는 이름이
어떻게 표준이 되는지
참으로 아리송하기만 합니다... 얄궂지요...
이 얄궂은 이름을 바꾸지도 않고요...

그리고, 돼지우리 소우리 하듯이
닭도 `닭우리`인데
`닭장`이라는 말도
어느 때부터인가 널리 퍼졌습니다..

[그장소] 2015-09-10 19:08   좋아요 0 | URL
음..닭장..우리..우리가 좀더 개방성이 있게 느껴지는데..저는요.
장 은 좀 더 촘촘히 막힌 느낌이고요. 아무래도 일본식에서 온게 아닌지 혈의누...하듯이요.^^

파란놀 2015-09-11 06:12   좋아요 1 | URL
`장`이라는 한자를 넣은 이름에다가 `-의`까지 붙였으니
아무래도 일본에서 넘어온 말투이지 싶어요

2015-09-10 19: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11 06: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11 1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11 1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15 1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5-09-15 11:59   좋아요 0 | URL
발음할 적에 미ㅡ루 나무보다 미ㅡ류나무라고 하기가 더쉽다는 걸 말한건데..예전엔 미류나무가 더 굳어져 있었던 것처럼요.실재 글자는 미루 라고 쓴다는 것을 알아도..미르ㅡ도 말밑이 같군요..아~~^^
고맙습니다.궁금했는데..맞냐 틀리냐보다..저도 좀 더 많이 찾아봐야 한다는 걸 배웠어요.궁금한걸 못 참아서..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