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346) 잠시의


 잠시 동안 쉬다 → 짧게 쉬다

 잠시 걸음을 멈추다 → 살짝 걸음을 멈추다

 잠시 기다리다 → 조금 기다리다

 잠시의 방심도 없이 → 조금도 마음을 놓지 않고

 잠시의 귀향 → 고향에 살짝 돌아옴

 잠시의 여유도 없다 → 조금도 틈이 없다


  ‘잠시(暫時)’는 “1. 짧은 시간 2. 짧은 시간에”를 뜻한다고 합니다. 이 한자말을 쓰려 한다면 쓸 수 있으나, “잠시의 방심도 없이”는 “잠시도 방심이 없이”로 손질하고, “잠시의 여유도 없다”는 “잠시도 여유가 없다”처럼 손질해야 올바릅니다. 아니면, “짧은 시간”이나 “짧은 틈”이나 “짧은 겨를” 같은 말마디로 쓰면 됩니다. ‘살짝’이나 ‘조금’ 같은 한국말을 알맞게 넣을 수도 있습니다. 4348.9.14.달.ㅅㄴㄹ



마르크스가 잠시의 피난처로 선택한 영국

→ 마르크스가 잠시 피난처로 고른 영국

→ 마르크스가 살짝 피난하려고 한 영국

→ 마르크스가 얼마쯤 몸을 숨기려던 영국

《스즈키 주시치/김욱 옮김-엘리노어 마르크스》(프로메테우스출판사,2006) 12쪽


명령의 말 다음에는 늘 잠시의 휴지기가 온다

→ 명령하는 말 다음에는 늘 살짝 쉴 틈이 온다

→ 명령 말 다음에는 늘 조금 쉬는 틈이 온다

《막스 피카르트/배수아 옮김-인간과 말》(봄날의책,2013) 130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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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보이 그림책 보물창고 9
모디캐이 저스타인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60



사랑받으며 놀고 싶은 ‘숲아이’

― 와일드 보이

 모디캐이 저스타인 글·그림

 신형건 옮김

 보물창고 펴냄, 2005.8.10. 9000원



  조금 높은 곳이 있으면 아이들은 언제 어디에서라도 펄쩍 뛰어내리려 합니다. 조금 너른 곳이 있으면 아이들은 언제 어디에서라도 싱싱 달리려 합니다.


  아이들은 바람을 타고 뛰어내립니다. 아이들은 바람을 가르면서 달립니다. 뛰거나 달리는 아이들은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립니다. 땀이 흐르면 바람이 말려 주고, 까르르 웃거나 노래하는 소리는 바람결에 실려 멀리멀리 퍼집니다.



아이는 바람을 좋아했습니다. 아이는 눈을 좋아했습니다. 아이는 보름달을 좋아했습니다. (9∼10쪽)




  모디캐이 저스타인 님이 빚은 그림책 《와일드 보이》(보물창고,2005)를 읽습니다. 영어 ‘와일드(wild)’는 ‘들에서 사는’이나 ‘숲에서 사는’을 가리키기도 하고 ‘길들지 않은’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들이나 숲에서 사는 숨결 눈높이로 바라보자면 “들에서 사는 아이(들아이)”인 셈이고, “숲에서 사는 아이(숲아이)”입니다. 그리고 문명 사회나 도시 사회에서 바라보자면 “길들지 않은 아이”나 “사회를 모르는 아이”예요.



과학자들은 아이를 연구 대상으로 삼고 싶어했습니다. 아이는 마차에 실려 숲에서 500킬로미터나 떨어진 파리로 갔습니다. 마차가 덜컥거리며 도시로 들어섰지만, 아이는 창 밖을 내다보려 하지 않았습니다 … 아이가 아는 것은 오직 숲뿐이었고, 도시엔 숲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20쪽)



  도시에서 문명을 세워서 문명을 누리는 사람들은 ‘들아이’나 ‘숲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릅니다. 무엇보다도 도시에 있는 어른들은 ‘들아이’나 ‘숲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묻지 않아요.


  왜 그러할까요? 도시에 있는 과학자나 학자나 전문가나 교육자는 ‘들아이’나 ‘숲아이’가 ‘저희(도시사람)가 쓰는 말’을 모른다고 여깁니다. 거꾸로 바라볼 줄은 몰라요. 도시에 있는 과학자나 학자나 전문가나 교육자들이 ‘들아이가 쓰는 말’이나 ‘숲아이가 아는 말’을 하나도 모르는 줄 생각하지 못해요.


  숲에서 마음껏 잘 살던 아이를 사로잡은 사냥꾼과 과학자는 숲아이를 숲으로 돌려보낼 마음이 없습니다. 도시에 있는 사냥꾼은 돈을 받습니다. 도시에 있는 과학자는 숲아이를 ‘실험실 연구 대상’으로 삼습니다.


  숲아이는 아주 외롭고 힘들며 슬픕니다. 제 고향과 보금자리를 잃었을 뿐 아니라, 숲아이가 좋아하던 바람도 눈도 보름달도 냇물도 골짜기도 숲도 모두 빼앗겼거든요.




이타르 박사는, 그 누구도 품에 안아 주거나 노래를 들려준 적이 없고 함께 놀아 준 적도 없는 아이를 보았습니다. (25쪽)



  외로운 숲아이를 돌보려고 하는 과학자나 전문가나 교육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그래도 한 사람이 나타나서 숲아이한테 ‘도시 문명을 가르치려’고 합니다. 그동안 숲아이를 마주한 여느 과학자나 전문가하고 좀 다르다면, ‘이타르 박사’라는 사람은 서두르지 않았고, 따스한 손길로 품으려고 했습니다. 다만, 이타르 박사도 숲아이한테 ‘이타르 박사가 아는 말과 문명’만 가르치려고 했어요. 이타르 박사는 ‘숲아이한테서 삶을 배울 뜻’이 없었어요. 숲아이가 보름달을 쳐다보는 까닭을 알려 하지 않고, 숲아이가 왜 알몸으로 눈밭을 뒹굴며 놀고 싶은가를 알아차리려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렇게 함께 놀지 못하지요. 이타르 박사는 숲아이를 돌보아 주기는 했으되, 이녁도 ‘새로운 눈길로 숲아이를 바라본 뒤 보고서를 써서 학계에 내놓아 인정받을’ 뿐이었습니다.


  숲아이는 나중에 어떻게 될까요? 숲아이는 ‘옷을 입을’ 줄 알고, 맨발이나 알몸으로 돌아다니지 않게 되었답니다. 그러나 끝내 ‘도시 문명 말’은 한 마디도 안 했다고 해요. 무엇보다도 몇 해 살지 못하고 죽었다지요.


  숲아이는 숲에서 그대로 살았으면 몇 해 못 살고 죽지 않았으리라 느낍니다. 숲아이는 숲에서 제 나이만큼 즐겁게 살았으리라 느껴요. 옷 한 벌 없어도 추위를 모르고, 포크나 칼이 없어도 밥을 찾아서 먹을 줄 알며, 맨손과 맨몸으로 나무를 잘 타고 바위도 잘 타며 어디로든 마음껏 뛰거나 달릴 수 있던 숲아이였어요.




맑고 차가운 물을 좋아하는 빅토르(숲아이)는 창 밖 하늘과 나무를 쳐다보며 천천히 물을 마시곤 했습니다. 바람이 살랑이는 소리와, 눈송이가 흩날리는 풍경과, 구름 뒤에서 쏟아져 나오는 눈부신 햇살에 더할 나위 없는 기쁨과 놀라움으로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37쪽)



  교육은 교육이어야 합니다. 교육은 길들이기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교육은 삶을 사랑으로 가르치는 손길이어야 합니다. 교육은 어떤 전문지식을 아이가 외우도록 시키는 얼거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모든 아이가 똑같은 지식을 머릿속에 넣은 뒤 똑같은 도시 사회에서 똑같은 도시 문명인으로 살아야 하지 않습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모든 사람이 도시에서만 산다면, 모든 사람은 굶어야 해요. 모든 사람이 도시에서만 산다면, 모든 사람은 겨울에 추위에 떨어야 해요. 모든 사람이 도시에서 회사원이나 공무원이나 공장 노동자로만 지낸다면, 모든 사람은 옷도 못 입고 아무것도 못 하지요.


  삶을 짓는 길을 아이한테 가르칠 수 있는 어른이어야 합니다. 삶을 가꾸는 사랑을 아이와 함께 새롭게 배울 줄 아는 어른이어야 합니다. 돈을 벌면 돈으로 척척 무엇이든 사들여서 쓸 수 있는 삶이 아닙니다. 돈이 아니라 삶을 가꾸어서 삶을 누리는 하루입니다.


  그림책 《와일드 보이》는 ‘숲아이’를 보여줍니다. 숲아이를 사로잡아서 돈을 벌거나 실험 연구 대상으로 삼으려던 어른들을 보여줍니다. 숲아이가 끝내 돌아가지 못한 숲을 보여줍니다.


  아이들은 누구나 사랑받아야 하는데, 어떤 사랑을 받아야 하는가를 《와일드 아이》를 빌어서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그저 따뜻한 품으로만 안는 사랑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제 삶을 가꾸고 일구며 돌볼 수 있도록 이끄는 너그러운 사랑일 때에 비로소 사랑이리라 느낍니다. 아이가 바람을 알고, 비와 눈을 알며, 하늘과 땅을 알고, 숲과 들을 넉넉히 품도록 이끄는 사랑일 때에 비로소 삶을 짓는 사랑이리라 느낍니다. 4348.9.13.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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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400) 고로(故-)


 고향을 떠나게 되는 고로

→ 고향을 떠나게 되어서

→ 고향을 떠나기 때문에

 부엌에서 덜컹거리는 고로

→ 부엌에서 덜컹거리기에

→ 부엌에서 덜컹거리니

 그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 그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여기 있다

→ 그는 생각한다. 그러니 여기 있다


  ‘고로(故-)’를 찾아보면 “1. 문어체에서, ‘까닭에’의 뜻을 나타내는 말 2. = 그러므로”처럼 풀이합니다. 글에서만 쓰는 ‘故로’라고 하니, 입으로는 쓰지 않는 낱말이라는 뜻이고, 입으로는 안 쓰는 낱말이란 한국말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예부터 ‘글말’은 한문을 빌어서 쓰던 글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이 ‘고로’는 “고로 존재한다” 같은 꼴로 자꾸 쓰입니다. 한국말로 ‘그러므로’나 ‘그래서’나 ‘그러니’나 ‘이리하여’를 써야 올바르지만, 이 대목을 놓치거나 못 살피는 사람이 꽤 많습니다. 4348.9.13.해.ㅅㄴㄹ



고로, 우리는 어떠한 인간이라도 무시하거나 천시하거나 멸시해서는 안 된다

→ 그러니까, 우리는 어떠한 사람이라도 깔보거나 낮보거나 업신여겨서는 안 된다

→ 그러므로, 우리는 어떠한 사람이라도 깔보거나 낮보거나 업신여겨서는 안 된다

→ 그래서, 우리는 어떠한 사람이라도 깔보거나 낮보거나 업신여겨서는 안 된다

 이리하여, 우리는 어떠한 사람이라도 깔보거나 낮보거나 업신여겨서는 안 된다

《채규철-사명을 다하기까지는 죽지 않는다》(한터,1990) 88쪽


그런 고로

→ 그러하기에 

→ 그래서

→ 그리하여

→ 그런 까닭에

→ 그러하기 때문에

《김정환-고유명사들의 공동체》(삼인,2004) 181쪽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데카르트는 말했다

→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여기 있다.”고 데카르트는 말했다

→ “나는 생각한다. 그러니 여기 산다.”고 데카르트는 말했다

《막스 피카르트/배수아 옮김-인간과 말》(봄날의책,2013) 34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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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함께 갈게 (사진책도서관 2015.9.10.)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서울마실을 앞두고 내 책을 몇 권 챙겨야 하기에 도서관에 다녀오기로 한다. 구월 이일부터 구월 구일까지 못 걸은 채 지냈으나 구월 십일일에는 씩씩하게 걸어다녀야 하니 구월 십일인 오늘 도서관쯤 너끈히 걸어서 다녀오자고 생각한다. 작은아이는 도서관에 안 가고 집에서 놀겠노라 한다. 큰아이는 아버지와 함께 다녀오겠다고 한다. 고마운 큰아이랑 천천히 걷는다. 똑바로 걷지는 못하고 절뚝절뚝 천천히 걷는다. 도서관 어귀에 닿으니 삽차질이 한창이다. 도서관 어귀 땅을 깊게 파헤친 분은 이곳에서 우물 자리를 찾는다고 한다. 그렇구나. 물줄기는 잘 찾으셨나? 이 마을은 어디이든 물줄기가 잘 흐르니 삽차가 있으면 땅을 파서 샘터를 마련할 수 있을 테지.


  창문을 열어 바람갈이를 한다. 여드레 만에 바람갈이를 하는구나 싶다. 창문을 열어 놓고 긴 걸상에 드러눕는다. 한동안 다리를 쉰다. 큰아이는 만화책을 보면서 조용하다. 다리를 잘 쉬었다 싶을 무렵 일어나서 창문을 닫는다. 큰아이는 새로운 만화책을 한 권 챙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두 차례 쉰다. 이백 미터 즈음 걷는 길인데 두 차례 쉬지 않고는 가기 어렵다. 마을 샘터에서 두 차례째 쉴 즈음 큰아이는 샘가에서 손이랑 낯을 씻고 물을 마신다. 손이 다 마른 뒤에 책을 쥐도록 한다. “벼리야, 아버지가 그 만화책을 얼마나 깨끗하게 보고 건사했는지 살펴보렴. 물 한 방울조차 묻으면 안 되지. 손이 다 다른 다음 살며시 집어. 그 만화책을 한 번 보고 더 안 볼 생각은 아니지? 오래오래 예쁘게 보려면 책을 아껴 주어야 해.”


  마을 배롱나무 밑을 지나서 천천히 걷는다. 들바람을 맡으며 걸으니 상큼하다. 아이들하고 이 길을 오래도록 함께 걸을 테지. ㅅㄴㄹ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을 보태 주셔요 *

☞ 어떻게 지킴이가 되는가 : 1평 지킴이나 평생 지킴이 되기

 - 1평 지킴이가 되려면 : 다달이 1만 원씩 돕거나, 해마다 10만 원씩 돕는다

 - 2평 지킴이가 되려면 : 다달이 2만 원씩 돕거나, 해마다 20만 원씩 돕는다

 - 평생 지킴이가 되려면 : 한꺼번에 200만 원을 돕거나, 더 크게 돕는다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가 되신 분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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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297. 2015.9.10. 손 좀 씻고 올게



  도서관마실을 다녀온 책순이가 만화책을 빨래터 울타리에 얹는다. 이러면서 “나 손 좀 씻고 올게.” 하고 말한다. “응, 낯도 씻고 물도 마시고 와.” 나는 오른무릎이 아파서 오른다리를 빨래터 울타리에 올린다. 조물조물 주무르면서 쉰다. 책순이가 집에서도 보겠노라 하는 아톰 만화책이 가을볕과 배롱꽃내음을 함께 누린다. 하루가 곱게 흐른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책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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