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보라야 새가 쫀 무화과도 맛있어



  산들보라가 새가 쫀 무화과는 안 건드리려 한다. 왜? 다 똑같은 무화과인걸. 새는 아무 무화과나 건드리지 않아. 가장 맛있는 아이만 건드리지. 그러니, 새가 아직 안 쫀 무화과보다 새가 쫀 무화과 속살이 더 잘 익었고 더 달고 맛있단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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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 아직 새였을 때 시공 청소년 문학 10
마르야레나 렘브케 지음, 김영진 옮김 / 시공사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어린이책 읽는 삶 111



큰 기쁨을 주려고 태어난 아이

― 돌이 아직 새였을 때

 마르야레나 렘브케 글

 김영진 옮김

 시공사 펴냄, 2006.8.1. 7500원



  아이들이 아프지 않고 튼튼하게 자라는 모습을 보면 기쁩니다. 아이들은 다른 것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프지 않고 튼튼하게 자라기만 하면 됩니다. 짐을 잘 날라야 하는 아이들이 아닙니다. 일을 거뜬히 해내야 하는 아이들이 아닙니다. 시험성적이 잘 나와야 하는 아이들이 아니고, 학교 공부를 잘 해야 하는 아이들이 아닙니다. 잘생기거나 키가 커야 하는 아이들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그저 아이로서 바로 이곳에서 튼튼하게 함께 살기만 하면 됩니다.


  아이가 아플 적에 어버이는 아이한테 무엇을 바랄까요? 아픈 아이 앞에서 대학입시가 며칠 남았다는 말을 읊을까요? 아픈 아이 앞에서 곧 시험인데 어떡하느냐고 푸념을 할까요?


  아이는 그저 아이라는 숨결이기 때문에 사랑스럽습니다. 다른 것은 없습니다. 오직 아이라는 숨결로 튼튼하게 이 땅에서 자라기를 바랄 뿐입니다. 아이답게 웃고, 아이답게 노래하며, 아이답게 놀면서, 언제나 씩씩한 넋으로 삶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랄 때에 비로소 어버이입니다.



우리는 페카를 사랑했다. 그리고 페카는 우리를 사랑했다. 하지만 페카가 사랑하는 것은 우리 가족뿐만이 아니었다. 페카는 모든 사람과 모든 사물을, 문자 그대로 세상의 모든 창조물을 다 사랑했다. 우리 집에 손님이 오면 페카는 손님 앞에 앉아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다가 불쑥 이렇게 말했다. “사랑해요.” (14쪽)


“내가 진짜 진짜 사랑하는 것은 새랑 돌이야. 왜냐하면 돌도 옛날엔 새였거든.” (15쪽)



  마르야레나 렘브케 님이 빚은 어린이문학 《돌이 아직 새였을 때》(시공사,2006)를 읽습니다. 글쓴이 마르야레나 렘브케 님은 핀란드에서 나고 자랐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동화책 《돌이 아직 새였을 때》에 나오는 사람들도 핀란드사람이에요.


  언제부터인가 한국에서는 ‘핀란드 교육 배우기’가 뜨거운 바람처럼 부는데, 1998년에 나온 이 동화책을 빌어서 헤아리면, 이무렵에도 핀란드 아이는 학교에서 따돌림을 받습니다. 몸이 여리고 아픈 아이는 동무들한테 놀림을 받아요.



우리가 야단치면 페카는 천역덕스럽게 대답했다. “나 때문에 걱정할 필요 없어. 누나랑 형들이 날 못 찾으면 난 그냥 아무 돌에나 앉아서 그 돌이 새가 될 때까지 기다릴 거야. 그러면 집까지 날아갈 수 있으니까.” (18쪽)


페카는 벌써 학교에서 와 있었다. 내가 물었다. “어땠니?” 페카의 눈에 닭똥 같은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더니 노인네처럼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사람들이 날 사랑하는지 잘 모르겠어.” (20쪽)



  태어날 적부터 몸이 많이 아팠다고 하는 ‘페카’라는 아이는 처음 학교에 다녀온 날 그저 눈물만 뚝뚝 흘립니다. 이 아이는 무엇을 했을까요? 네,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다른 수많은 아이들하고 참말 ‘다를’ 뿐입니다. 다른 아이들처럼 튼튼하게 달리지 못하는 몸이요, 어릴 적부터 수없이 수술대에 오르느라 몸이 몹시 여립니다. 그런데 마음은 매우 부드럽고 따스합니다. 어느 누구도 미워한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모든 사람을 사랑하기만 했습니다. 사람뿐 아니라 풀과 나무도 함께 사랑하고, 돌과 모래도 사랑합니다. 사랑하지 않을 것이란 없다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웃고 노래하는 페카라는 아이라고 해요.


  할머니는 아이를 바라보면서 말합니다. 이 아이는 우리 모두한테 큰 기쁨을 주려고 태어났다고. 페카네 형과 누나는 할머니가 들려주는 말을 가만히 듣습니다. 페카네 형제도, 또 페카네 어머니와 아버지도 할머니가 들려주는 말을 곰곰이 듣습니다. 참말 모두 한마음입니다.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이 없고, 열 발가락을 깨물어도 안 아픈 발가락이 없습니다. 아니, 바늘로 팔뚝을 찔러도 아프고, 손가락으로 귀를 잡아당겨도 아파요. 머리카락 한 올을 잡아당겨 뽑아도 아프지요.



할머니가 말했다. “그거야 나중에 두고 보면 알 테지. 어쨌거나 지금은 우리한테 이렇게 큰 기쁨을 주려고 이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구나.” (33쪽)


“대체 누가 그랬지? 페카를 우물에 밀어넣은 사람이 누구니?” 아이들은 모두 도리질만 쳤다. 페카를 민 아이는 감히 잘못을 고백할 용기가 없고, 다른 아이들은 정말로 누가 그랬는지 몰랐을지도 모른다. (39쪽)



  《돌이 아직 새였을 때》에 나오는 페카네 집은 몹시 가난합니다. 페카네 큰형은 핀란드하고 이웃한 스웨덴으로 건너가서 ‘이주노동자’로 일합니다. 꽤 많은 핀란드사람은 스웨덴으로 건너가서 이주노동자로 산다고 해요. 페카네 아버지도 페카한테 들이는 병원삯이 매우 커서 자꾸 빚을 지느라 고향나라를 떠나기로 다짐합니다. 핀란드에서 버는 돈으로는 도무지 살림을 꾸릴 수 없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페카네 어머니와 아버지는 스웨덴이 아닌 캐나다까지 건너가기로 합니다. 어렵디어렵게 이민 서류를 떼고, 집을 팔아서 빚을 갚습니다. 그런데, 이민 서류를 모두 떼고, 이민을 떠날 날이 코앞에 닥쳤는데, 그만 페카가 다시 아픕니다.


  벌써 집을 팔았으니 더는 이 집에서 살 수 없습니다. 그러나 페카네 어머니와 아버지는 낡고 오래된 시골집을 가까스로 장만합니다. 아픈 아이를 이끌고 먼 바닷길을 건널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아픈 아이를 다스릴 수 있는 조용하고 깨끗한 시골집이야말로 아이를 사랑할 수 있는 길이라고 여깁니다. 페카네 형제도 새로운 터로 옮겨서 지내는 생각을 모두 접고, 어리고 여리며 아픈 동생한테 마음을 쓰면서 따스하게 돌보는 일을 생각합니다.



마티 오빠가 압력솥이 얼마나 간편한지와 무엇보다도 얼마나 빨리 요리가 되는지 설명하자 할머니는 고개를 내저으며 못마땅하다는 듯이 물었다. “대체 왜 요리를 빨리 해야 하는 건데? 난 요리할 시간이 많단 말이다.” (75쪽)


아빠가 조용히 말했다. “지금 이 순간에는 집, 가구, 낚시, 책 같은 것들이 중요한 게 아니야. 페카가 우리와 함께할 수 있는 날들을 생각해 보렴.” (87쪽)



  우리 집 아이들은 아픈 일이 거의 없습니다. 아프지 않고 잘 뛰어노니 얼마나 대견하면서 고마운지 모릅니다. 갓 태어났을 적에 아토피로 괴로웠고, 미끄러져서 이마가 찢어지기도 했으며, 감기가 들어 며칠 앓아누운 적이 있는데, 이럴 때마다 ‘아이들이 아프지 말고 내가 아프’면 될 텐데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부디 이 아픔을 딛고 일어서서 더욱 튼튼하게 자라기를 바랐습니다. 아이들을 자전거에 태우고 나들이를 하다가 자전거가 뭘 잘못 밟거나 구멍에 바퀴가 빠져서 자빠질 적에는 으레 내 몸을 던져서 아이들이 안 다치도록 합니다.



“꿈꾸는 것도 생각하는 거나 마찬가지야. 하지만 꿈은 슬프지 않아.” (115쪽)


“돼지들이 날아갈 때 몸뚱이는 안 가져갈 거야. 그냥 자기들의 조그만 영혼만 가지고 갈걸. 몬트리올(돼지 이름)은 제 몸뚱이가 더 이상 필요없어서 우리한테 남겨 놓고 간 거야. 우리 앞에 놓인 이 맛있는 고기는 그저 추억일 뿐이라고. 돼지들은 정말 멋진 동물이야!” (118쪽)



  눈으로 꽃을 바라봅니다. 마음으로 사랑을 바라봅니다. 손으로 꽃잎을 쓰다듬습니다. 생각으로 사랑을 가꿉니다.


  몸이 튼튼한 아이들은 신나게 뛰노느라 바쁩니다. 몸이 튼튼한 아이들은 몸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늘 듣습니다. 몸이 여리거나 아픈 아이들은 자꾸 드러눕거나 앓아눕습니다. 눕지 않더라도 몸을 많이 움직이지 못하고, 으레 조용히 앉아서 생각에 젖습니다. 몸이 여리거나 아픈 아이들은 조용히 생각에 젖거나 앓아눕는 동안 마음으로 수많은 삶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습니다.


  《돌이 아직 새였을 때》에 나오는 페카도 마음으로 마음을 읽어요. 고기가 되어 몸은 이곳에 남기고 마음은 벌써 날개를 달고 하늘로 훨훨 날아간 돼지를 읽습니다. 새가 되는 돌을 읽고, 돌이 되는 새를 읽어요. 머잖아 페카도 ‘무거운 몸’은 이 땅에 내려놓은 채 ‘홀가분한 넋’으로 하늘을 훨훨 날면서 온누리를 마음껏 누비겠지요.



“또 만나, 누나!” 나는 페카를 꼭 끌어안았다. 페카가 말을 이었다. “다시 볼 거니까 또 만나자고 인사하는 거야. 내가 죽을까 봐 겁낼 필요 없어. 누나, 내 생각에 난 절대 안 죽을 것 같거든. 난 돌이 됐다가 새로 변할 거야. 밤이 돼서 달이 뜨고 그래서 슬픈 생각이 들면 지금 내가 한 말을 기억해. 그리고 혹시 돌에 맞더라도 겁먹지 마. 그건 막 새가 되려는 돌일지도 모르니까.” (127쪽)



  큰 기쁨을 주려고 태어나는 아이입니다. 오늘 이곳에서 두 아이 어버이로 사는 나 또한 우리 어버이한테 큰 기쁨을 주려고 태어난 아이였습니다. 우리 어버이도 두 분이 처음 태어나실 적에는 두 분 어버이한테 큰 기쁨을 주려고 태어난 아이였어요.


  모든 사람은 누구나 처음에 큰 기쁨을 주면서 이 땅에 태어났습니다.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언제나 큰 기쁨을 주면서 이 땅에 아름다운 노래를 터뜨렸어요. 그러니, 동화책에 나오는 페카가 아니더라도 온누리 모든 사람을 사랑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랑하지 못할 사람은 없기 마련입니다. 흙 한 줌도 사랑을 할밖에 없고, 풀잎 한 포기도 사랑을 할밖에 없어요.


  너와 내가 모두 ‘아이로 태어나 사랑을 베푼 숨결’인 줄 깨닫는다면 지구별은 아름답게 거듭나리라 봅니다. 나도 너도 모두 ‘아이로 태어나 기쁨을 퍼뜨린 넋’인 줄 알아차린다면 모든 차별과 전쟁과 따돌림을 걷어내고 평화와 사랑과 평등이 이 땅에 가득하도록 힘쓰리라 봅니다. 돌이 아직 새였을 때 이 별에는 오직 사랑이 있습니다. 돌이 돌로 머물 적에도 이 별에는 언제나 꿈이 흐릅니다. 4348.9.16.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어린이문학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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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이 아프니까


  내 몸이 아프니까 다른 사람은 안 추운데 나 혼자 춥다고 느낄는지 모른다. 내 몸이 아프니까 밥 한 끼니 차리기도 벅차고, 아이들하고 조금 걸을 적에도 힘이 든다. 짐을 들지 않고 걷다가도 오른무릎이 아직 쑤셔서 걸음을 멈추어야 한다. 왼다리로 가만히 서서 오른무릎을 폈다가 접으면서 어루만져 주어야 한다.

  다친 오른무릎이 아직 다 낫지 않았으니 조금만 일을 해도 쉬 지친다. 몸에 기운이 남았다고 하더라도 오른무릎을 쓸 수 없으니 드러누워야 한다. 그렇지만 처음 오른무릎이 몹시 아플 적에는 엉덩이조차 아파서 쪼그려앉지도 못했다. 이제는 엉덩이가 아프지 않으니 오른다리를 바닥에 곧게 펴고 앉을 만하다.

  몸을 마음껏 움직이지 못하니 목소리로만 아이들을 불러야 하기 일쑤이고, 그저 입으로만 아이들한테 심부름을 시키기도 해야 한다. 고분고분 따르는 아이들이 사랑스럽고, 차근차근 도와주는 아이들이 미덥다. 하루 가운데 누워서 지내야 할 때가 퍽 길지만 아이들은 씩씩하게 논다. 햇볕을 쬐거나 풀을 베려고 마당에 서면 아이들은 아버지를 좇아서 마당에서 이리저리 달리면서 논다.

  얼른 나아야지, 곧 일어서야지, 다시 자전거를 달려야지, 새롭게 살림을 가꾸어야지, 이제부터 모든 하루를 언제나 처음처럼 맞이해야지, 하고 생각한다. 아이들 사이에 누워서 잠들기 앞서 먼저 마음속으로 꿈을 그린다. 4348.9.15.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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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51. 벽에 그림을 붙이자


  우리 집은 말 그대로 ‘우리 집’입니다. 삯집이 아닌 우리 집입니다. 도시에서는 한 번도 우리 집이지 못했지만, 시골에서는 우리 집을 누리기에, 이 집에서는 벽이고 바닥이고 온통 아이들 그림으로 가득합니다. 나도 곁님도 틈틈이 그림을 그려서 아이들하고 함께 그림을 붙입니다. 우리 꿈을 그림으로 그려서 붙입니다. 사랑스레 그린 그림을 붙입니다. 우리 그림을 우리가 늘 바라봅니다. 벽에 새 그림을 붙이자고 하니 두 아이는 서로 붙이겠다고 해서, 그림 두 점을 붙이기로 합니다. 즐겁지? 재미있지? 좋지? 여기는 우리 집이니까 우리 마음껏 논단다. 4348.9.15.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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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209. 2015.9.13. 샛밥은 무화과



  아침하고 저녁을 먹는 사이에 샛밥으로 무화과를 먹는다. 올해에도 우리 집 무화과는 알뜰살뜰 맺는다. 새가 쫀 아이도 있고, 새가 안 쫀 아이도 있다. 더 딸 수 있으나 날마다 조금씩 먹자는 생각으로 예닐곱 알씩만 딴다. 하늘이 주고 바람이 주며 흙이 준 이 아름다운 열매를, 나무가 베풀고 새가 노래하며 빗물이 보살핀 이 사랑스러운 무화과알을 다 함께 나누어 먹자.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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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5-09-15 22:39   좋아요 0 | URL
오웃~~샛밥으로 무화과~!!!
마트에서 투명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무화과만 사먹었는데
직접 마당의 무화과를 따 먹으니~ 얼마나 맛있겠어요~?^^
침이 꼴깍...ㅎㅎ

파란놀 2015-09-15 22:47   좋아요 0 | URL
날마다 요만큼만 따지 않고 아이들더러 따서 먹으라 하면...
아마 하루 만에 몽땅 따먹을는지 모릅니다 @.@

그래도 해마다 무화과나무는 가지를 뻗고 올리고 늘리면서
해마다 새 열매를 더 넉넉히 베풀어 줄 테지요.
올해에도 구월 내내 신나게 날마다 누리리라 생각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