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름벼리는 즐겁게 빨래를 널지



  사름벼리는 눈썰미도 좋고 일손도 좋다. 무엇이든 척척 해내는 솜씨가 야무지면서 어여쁘다. 혼자서 빨랫대를 세우고 옷걸이에 빨래를 꿰어 너는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다가, 아무리 몸이 아파도 이런 모습을 사진으로 안 찍을 수 없다고 여겨서 몇 장 남기는데, 시골마을 시골순이는 콧노래까지 부르면서 그야말로 즐겁게 빨래를 넌다. 사름벼리야, 너는 얼마나 아름다운 별에서 이곳으로 찾아와 주었니?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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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워서 지내야 하는 이가 받은 책선물



  하루를 거의 누워서 보낸다. 책상맡에 앉아서 일할 때하고 부엌일을 할 때하고 마당이나 뒤꼍에서 풀을 베거나 해바라기를 할 때를 빼고는 으레 이부자리에 드러눕는다. 오른무릎이 다친 지 열이레가 지나는데 아직 오른무릎이 성하지 않기 때문에 조금만 일어나서 움직이거나 일하거나 걸어도 오른무릎을 쉬어 주어야 한다. 그냥 쉬지도 못하고 누워서 쉰다.


  이렇게 아파서 이렇게 오래 누워서 지낸 적이 있는가 하고 돌아본다. 군대에서는 아무리 아파도 밖으로 드러낼 수 없어서 속으로 끙끙 앓기만 하면서 스물여섯 달을 가까스로 견뎠다. 신문배달을 할 적에는 어떻든 날마다 새벽에 신문을 돌려야 하니 아픈 데가 있어도 꾹 참고 일을 마친 뒤 곧바로 쓰러졌다. 곁님을 만나서 아이를 낳기 앞서까지 꽤 오래 혼자 살았던 터라 아프든 힘들든 ‘드러누울’ 수 없었는데, 아이들을 돌보며 지내는 요즈음 그냥 드러눕는다.


  아픈 오른무릎을 어루만지면서 누운 몸으로 아이들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참으로 잘 논다. 게다가 아이들은 아픈 아버지 곁에서 놀아 준다. 아마 아버지더러 심심하지 말라는 뜻이지 싶다. 많이 아프면 까무룩 잠이 들고, 덜 아프면 멀뚱멀뚱 누우니, 누워서 다리를 달래며 책을 많이 읽는다. 아파서 날마다 오랫동안 누우며 지내고 보니 책을 펼칠 틈이 꽤 많이 난다. 이런 요즈음 도톰하면서 야무진 책을 선물로 받는다. 도톰하고 야무지면서 무거운 책은 그야말로 ‘누워서 읽기에 좋’다고 할 만하다.


  서울에서 고흥까지 날아온 책선물을 쓰다듬는다. 이 두꺼운 책을 다 읽고 조용히 덮을 즈음에는 더 앓아눕지 말고 씩씩하게 일어서서 가을볕과 가을내음을 한껏 누리자고 다짐해 본다. 나는 늘 언제 어디에서나 눈부시게 튼튼하다. 4348.9.19.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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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19 12: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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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19 13: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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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없애야 말 된다

 (1742) 전적


 책임은 전적으로 나에게 있다

→ 책임은 모두 나한테 있다

→ 책임은 바로 나한테 있다

 전적인 책임은 나에게 있다

→ 모든 책임은 나한테 있다

 그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 그 의견에 모두 동의했다

→ 그 뜻에 모두 다 동의했다


  ‘전적(全的)’은 “하나도 남김 없이 모두 다인”을 뜻한다고 합니다. ‘전(全)’이라고 하는 한자는 “(한자어 명사 앞에 쓰여) ‘모든’, ‘전체’의 뜻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해요. “전 국민”이나 “전 세계”나 “전 20권”처럼 쓴다는데, 한국말로 손질해서 “온 국민”, “모든 사람”이나 “온 세계”, “온 누리”나 “모두 20권”으로 쓸 수 있습니다.


  ‘전적’이 쓰이는 자리를 살피면, 말뜻 그대로 ‘모두’나 ‘남김없이’를 넣으면 되고, ‘다’나 ‘빠짐없이’나 ‘모두 다’나 ‘몽땅’이나 ‘모조리’를 넣을 수 있습니다. 때와 곳을 살펴서 ‘바로’나 ‘그저’나 ‘무엇보다’를 넣을 수 있고, 어느 때에는 ‘힘껏’이나 ‘알뜰히’나 ‘샅샅이’나 ‘빈틈없이’나 ‘꼼꼼히’를 넣을 만합니다. 4348.9.19.흙.ㅅㄴㄹ



나는 그 탓을 전적으로 내 이름에 돌리고 있었다

→ 나는 그 탓을 모두 내 이름 탓으로 돌렸다

→ 나는 그 탓을 몽땅 내 이름 탓으로 돌렸다

→ 나는 그 탓을 바로 내 이름 탓으로 돌렸다

《강은교-그물 사이로》(지식산업사,1975) 216쪽


전적으로 여론의 힘뿐이었다

→ 오로지 여론 힘뿐이었다

→ 오직 여론 힘뿐이었다

→ 오롯이 여론 힘뿐이었다

→ 바로 여론뿐이었다

→ 그저 여론뿐이었다

→ 무엇보다 여론뿐이었다

《정구도-노근리는 살아 있다》(백산서당,2003) 73쪽


내 숙제는 물론 도덕과 일기까지 전적으로 돌봐 주었다

→ 내 숙제를 비롯해 도덕과 일기까지 모두 돌봐 주었다

→ 내 숙제를 비롯해 도덕과 일기까지 다 돌봐 주었다

→ 내 숙제를 비롯해 도덕과 일기까지 빠짐없이 돌봐 주었다

→ 내 숙제를 비롯해 도덕과 일기까지 힘껏 돌봐 주었다

→ 내 숙제를 비롯해 도덕과 일기까지 잘 돌봐 주었다

→ 내 숙제를 비롯해 도덕과 일기까지 기꺼이 돌봐 주었다

→ 내 숙제를 비롯해 도덕과 일기까지 알뜰히 돌봐 주었다

《윤정모-누나의 오월》(산하,2005) 57쪽


엄마와 아빠는 아기를 전적으로 페카에게 맡길 수 있었다

→ 엄마와 아빠는 아기 돌보기를 모두 페카한테 맡길 수 있었다

→ 어머니와 아버지는 아기를 오롯이 페카한테 맡길 수 있었다

《마르야레나 렘브케/김영진 옮김-돌이 아직 새였을 때》(시공사,2006) 113쪽


전적으로 그 사람의 성격에 달린 문제

→ 모두 그 사람 성격에 달린 문제

→ 오로지 그 사람 마음에 달린 일

 하나부터 열까지 그 사람 마음에 달린 일

《나쓰메 소세키/송태욱 옮김-문》(현암사,2015) 251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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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357) 인내의


 인내의 세월을 보내다

→ 힘겨운 나날을 참으며 보내다

→ 고된 나날을 견디며 보내다

→ 괴로운 나날을 참고 또 참다

→ 참고 또 참으며 살다

→ 견디고 또 견디며 살다


  ‘인내(忍耐)’는 “괴로움이나 어려움을 참고 견딤”을 뜻합니다. 그런데 한국말사전을 보면 “고통을 인내하다” 같은 보기글이 나옵니다. ‘고통(苦痛)’ 말풀이를 살피면 “몸이나 마음의 괴로움과 아픔”입니다. 그러니까 “고통을 인내하다”라 적으면 “괴로움을 괴로움을 참고 견디다” 꼴이 됩니다. 한자말을 쓰고 싶다면 그냥 ‘인내하다’라 적든지 “고통을 참다”처럼 뒷말은 한국말로 적어야 올바릅니다. 제대로 살려서 쓰자면 “괴로움을 참다”처럼 적어 주고요.


  한국말로 ‘참다’나 ‘견디다’가 있는 만큼 “인내로 역경을 극복하다”는 “참으며 어려움을 이겨 내다”로 손질하고, “각박한 현실을 이겨 낼 만한 인내가 없다”는 “메마른 현실을 이겨 낼 만큼 견디지 못하다”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4348.9.19.흙.ㅅㄴㄹ



군인이 되어 인내의 시간을 보내며

→ 군인이 되어 기나긴 나날을 견디면서

→ 군인이 되어 힘든 나날을 견디면서

→ 군인이 되어 외로운 나날을 참으면서

→ 군인이 되어 괴로운 나날을 참으면서

《유동훈-어떤 동네》(낮은산,2010) 24쪽


편안히 누워 지낸 시간은 정말 비할 데 없는 인내의 3주일이었다

→ 느긋이 누워 지낸 나날은 참말 견줄 데 없이 괴로움을 참은 석 주였다

→ 가만히 누워 지낸 나날은 참말 더없이 괴로움을 견딘 석 주였다

《나쓰메 소세키/송태욱 옮김-문》(현암사,2015) 164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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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356) 일군의


 일군을 이루다 → 한 무리를 이루다

 관광객 일군이 몰려오다 → 관광객 한 무리가 몰려온다

 일군의 건물들 → 무리 지은 건물들 / 줄지은 건물들


  ‘일군(一群)’은 “한 무리. 또는 한 패”를 뜻한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한 무리”로 쓰면 되고, “한 패”나 “한 떼”로 쓸 수 있으며 ‘떼’나 ‘무리’라고만 써도 됩니다. 이를테면 “관광객 한 무리”나 “관광객 무리”로 쓸 만하고 “관광객 한 떼”나 “관광객 떼”처럼 써도 됩니다. “일군의 건물들”이라면 “무리 지은 건물들”로 손볼 만한데, 건물을 가리킨다면 “줄지은 건물들”이나 “여러 건물들”로 손보아도 잘 어울립니다. 4348.9.19.흙.ㅅㄴㄹ



좌파 문화운동에 종사하던 일군의 지식인들이 대중문화 영역으로

→ 좌파 문화운동에 힘쓰던 여러 지식인들이 대중문화 쪽으로

→ 문화운동을 하던 몇몇 지식인들이 대중문화 쪽으로

《김규항-B급 좌파》(야간비행,2001) 213쪽


일군의 청년 독일파 대중작가들, 돌팔이들

→ 한 무리를 이룬 젊은 독일파 대중작가들, 돌팔이들

→ 여러 젊은 독일파 대중작가들, 돌팔이들

→ 젊은 독일파 대중작가들, 돌팔이들 한 무리

《카를 마르크스·프리드리히 엥겔스/김대웅 옮김-독일 이데올로기》(두레,2015) 197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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