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아이 298. 2015.9.4. 책을 어떻게 읽히나



  아이한테 책을 어떻게 읽혀야 하는가. 아이는 모든 것을 다 책으로 삼아서 받아들이니, 종이로 된 책뿐 아니라, 삶으로 짓는 어버이 몸짓을 아름답게 보여줄 수 있으면 된다. 날마다 아침을 새롭게 맞이하고, 저녁을 고요히 잠들 수 있으면 된다. 종이로 된 책은 아이 손이 닿기 쉬운 자리에 알맞게 있으면 되고, 굳이 읽어 주지 않아도 된다. 아이가 읽을 만한 책은 어버이가 먼저 즐겁게 읽을 수 있으면 된다. 어버이부터 스스로 기쁘고 즐겁게 읽을 만한 ‘책(어린이책)’이 아니라면 아이한테 함부로 주어서는 안 된다. 어른한테도 아름다운 책이 아이한테도 아름답다. 아이한테 사랑스러운 책은 언제나 어른한테도 사랑스럽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책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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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나무와 배움길 (사진책도서관 2015.9.17.)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곁님은 다시 배움길에 나선다. 도서관 연간 임대료는 고향 동무한테서 돈을 빌리기도 했고, 도서관 지킴이 이웃님이 도와주시기도 해서 잘 낼 수 있었다. 그러나 곁님이 배움길에 나서면서 드는 배움삯은 아직 댈 길이 없어서 빚을 진다. 살림돈이 없으면서도 어떻게 빚을 지면서 곁님을 배움길에 보낼 수 있느냐 하고 묻는 분들이 있다. 그래, 맞는 말이다. 먹고살기도 팍팍하면서 어째 빚을 져서 ‘아이 어머니가 배움길에 가도록 하느냐’ 하고 물을 만하다.


  나는 생각한다. 배우려고 하는 사람은 배울 수 있도록 온힘을 쏟을 노릇이라고 느낀다. 곁님도 아이들도 나도 모두 같다. 배우려고 하는 마음이 있는 사람은 그야말로 홀가분하게 배움길에 나설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고 싶다고 한다면 아주 마땅히 빚을 지든 돈을 빌리든 해서 배움삯을 치를 테지. 이는 곁님이라고 해서 달라질 수 없다. 다만, 한국 사회에서는 ‘아이 어머니’라고 하는 ‘아줌마’가 뒤늦게 배움길에 나서는 일을 그리 달갑게 바라보지 않는다. 참으로 그렇다. 아이를 낳은 어머니는 아이한테 모든 것을 쏟아야 한다고만 여기기 일쑤이다. 그러면 아이 아버지는 무엇을 하지? 아이 아버지는 돈만 벌어다 놓으면 될까?


  아버지가 배우면 어머니가 아이를 보살피고, 어머니가 배우면 아버지가 아이를 돌보면 된다. 그리고, 어머니가 기쁘게 배움길을 마치고 돌아오면 한결 무르익고 철이 든 숨결로 아이들한테 너른 사랑을 베풀 테니 얼마나 아름답겠는가. 어버이 스스로 새롭게 배우지 않으면서 아이를 가르치거나 보살필 수 없다. 어버이 스스로 날마다 새롭게 배우는 몸짓일 때에 비로소 아이를 가르치거나 돌볼 만하다.


  아직 다리가 성하지 않으나 아주 천천히 걸어서 도서관에 간다. 숨을 가만히 그러모아 쉬면서 천천히 걷는다. 아이들은 신나게 앞장서서 달린다. 저 앞에서 “아버지가 아주 작아졌어!” 하고 외치더니 나한테 달려온다. 이러다가 다시 저 앞으로 달려간다. 200미터를 걷는 데에도 땀이 흐르고 오른무릎이 결리다. 머리가 핑핑 돌며 어지럽다. 도서관에 닿아서 한참 드러누워 다리를 쉰다. 아예 아무것도 안 해야 다리가 얼른 나을는지, 아니면 이렇게 날마다 조금씩 걷고 쉬기를 되풀이해야 다리가 얼른 나을는지 잘 모른다. 다만, 내 마음은 내 몸한테 다리가 결려서 이렇게 드러누워 쉬어 주어야 하더라도 ‘걷자! 걷고 또 걷자!’ 하고 외친다.


  무척 오랫동안 폐교 둘레에서 자란 큰 나무를 본다. 죽은 나무가 아니었으나 밑둥이 잘려서 구르는 나무를 본다. 장작을 패면 아주 많이 나오겠지. 아마 책상까지 짤 만하리라. 옛날에는 이보다 더 굵게 나무가 자라도록 해서 집을 짓는 기둥으로 삼았으리라.


  이 나무가 잘리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으면 훨씬 아름다웠을 텐데, 잘린 나무는 잘린 대로 둘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새 나무를 심으면 된다. 우리는 어른이나 아이 모두 언제나 새롭게 배우는 사람이듯이, 나무도 새로 자라도록 가꾸면 되고, 우리 집이 비록 아직 많이 어설프더라도 앞으로 싱그러운 숲집이 되도록 보듬으면 된다. 언제 어디에서나 잘 달리고 뛰면서 웃고 노래하는 아이들이 그야말로 사랑스럽다. ㅅㄴㄹ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을 보태 주셔요 *

☞ 어떻게 지킴이가 되는가 : 1평 지킴이나 평생 지킴이 되기

 - 1평 지킴이가 되려면 : 다달이 1만 원씩 돕거나, 해마다 10만 원씩 돕는다

 - 2평 지킴이가 되려면 : 다달이 2만 원씩 돕거나, 해마다 20만 원씩 돕는다

 - 평생 지킴이가 되려면 : 한꺼번에 200만 원을 돕거나, 더 크게 돕는다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가 되신 분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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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293) 예의


 예의 그 문제로 → 바로 그 문제로 / 그러니까 그 문제로

 예의 그 쾌활함은 → 예전 같은 그 밝음은 / 예전에 본 그 시원시원함은


  ‘예(例)’는 “1. 본보기가 될 만한 사물. ‘보기’로 순화 2. (‘예의’ 꼴로 쓰여) 이미 잘 알고 있는 바를 가리킬 때 쓰는 말”을 뜻한다고 합니다. 이리하여 ‘例 1’는 모두 ‘보기’로 고쳐쓸 수 있고, 이렇게 고쳐써야 알맞습니다. “전형적인 예”나 “예를 보이다”나 “예를 들어 설명하다”는 “흔히 나타나는 보기”나 “보기를 보이다”나 “보기를 들어 얘기하다”로 손질해 줍니다.


  ‘例 2’은 ‘예 + 의’ 꼴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한국말은 이렇게 ‘-의’를 붙이면서 나타나지 않습니다. 아주 일본 말투라고 하겠습니다. “잘 아는 바”를 가리킨다고 하는 ‘예의’이니, 말 그대로 “잘 아는 대로”나 “모두 아는 대로”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나 ‘그러니까’나 ‘그 같은’을 넣어서 손질할 만합니다. 4348.9.20.해.ㅅㄴㄹ



例의 맹목적인 熱氣가 가시고 나면

→ 바로 그러한 눈먼 열기가 가시고 나면

 바로 그 바보스러운 북새통이 가시고 나면

→ 바로 그 같은 철없는 북새통이 가시고 나면

→ 그처럼 무턱대고 떠들던 기운이 가시고 나면 

→ 이같이 어지러운 떠들썩함이 가시고 나면

→ 이런저런 떠들썩함이 가시고 나면

《법정-영혼의 모음》(동서문화사,1973) 23쪽


예의 나폴리 사람들은

 바로 그 나폴리 사람들은

→ 언제나처럼 그 나폴리 사람들은

→ 누구나 알듯 그 나폴리 사람들은

→ 흔히 보이듯 그 나폴리 사람들은

→ 그러니까 나폴리 사람들은

→ 그러니까 그 나폴리 사람들은

→ 그러니까 바로 그 나폴리 사람들은

 그러니까 말이지, 바로 그 나폴리 사람들은

《막심 고리끼/이강은 옮김-이탈리아 이야기》(이성과현실,1991) 15쪽


예의 그 오만한 표정을 지으며

 예전처럼 그 건방진 얼굴빛을 지으며

 바로 그 건방진 얼굴빛을 지으며

 늘 보이듯이 그 건방진 얼굴빛을 지으며

→ 다시 그 거들먹거리는 낯빛을 지으며

→ 곧바로 그 거들먹거리는 낯빛을 지으며

《토마스 야이어/신홍민 옮김-바람이 들려주는 노래》(양철북,2009) 203쪽


문학이라 부를 수 없는 것을 문학으로 포장해 한탕 벌이에 몰두하는 예의 장사꾼으로 지목할 수 있을까

→ 문학이라 할 수 없는 글을 문학으로 덧씌워 한탕 벌이에 온힘을 쏟는, 이른바 장사꾼이라 할 수 있을까

→ 문학이라 할 수 없는 글을 문학으로 덮어씌워 한탕 벌이에 온힘을 쓰는, 이를테면 장사꾼이라 할 수 있을까

《정문순-한국문학의 거짓말》(작가와비평,2011) 186쪽


예의 그 부드러운 혀로

→ 바로 그 부드러운 혀로

→ 그러니까 그 부드러운 혀로

→ 언제나처럼 그 부드러운 혀로

《나쓰메 소세키/송태욱 옮김-문》(현암사,2015) 179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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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 세발자전거 매우 좋아



  누나가 밀든, 스스로 타든, 산들보라는 세발자전거가 매우 좋다. 돌돌돌 탕탕탕 소리를 내며 구르는 세발자전거로 온 마당을 휩쓰는 놀이는 언제나 아주 즐겁다. 이 세발자전거를 타고 하늘도 날아 볼까? 날고 싶다면 언제든지 날 수 있지.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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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잠든 깊은 밤



  아이들이 잠든 깊은 밤은 고요하다. 이불을 걷어차며 뒹구는 소리조차 조용하다. 아이들은 잠들기 앞서까지 놀다가 장난감을 방바닥과 마룻바닥에 두었고, 아이들 손길을 타지 않는 장난감은 그 자리에서 가만히 잠들면서 새 아침이 밝기를 기다린다. 큰아이는 밤에 쉬를 누려고 일어나서 걷다가 미처 치우지 않은 장난감을 툭툭 차거나 밟는다. 이렇게 툭툭 차거나 밟으면서도 잠자리에 들기 앞서 장난감을 치우지는 못한다. 가을에는 마루문을 닫고 커튼을 치며 방문도 한쪽을 닫는다. 곧 다가올 겨울에는 방문을 두 쪽 모두 닫을 테지. 아이들 사이에서 누울 수 있는 아름다운 밤은 길고도 즐겁다. 나는 아이들 사이에 누워서 이 아이들이 새롭게 날아다니는 꿈나라 곁에서 내 꿈을 새록새록 꾼다. 4348.9.19.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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