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꽃



봄에는 골짝마다

진달래꽃 물결


가을에는 마을마다

배롱꽃 너울


모두 내 동생이 좋아하는

분홍이야.


그래,

새봄에 돋는

코딱지나물꽃은


음,

그 꽃도 분홍이네.


그럼,

사월에 터지는

모과꽃은?


어,

그 꽃도 분홍이구나.


맞아,

코스모스에도 분홍꽃 있어.


그렇지,

접시꽃에도 분홍꽃 있고.


다 같이

곱디곱게 노래하자는

말간 분홍 바람이야.



2015.8.28.쇠.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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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진짜 곰이야 알이알이 명작그림책 2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 글.그림, 서애경 옮김 / 현북스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64



풍선을 타고 도시 한복판에 떨어진 곰 한 마리

― 나 진짜 곰이야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 글·그림

 서애경 옮김

 현북스 펴냄, 2011.3.18. 10500원



  아이들은 곰을 본 일이 없습니다. 이제 한국에는 아무리 깊은 두멧자락이라 하더라도 범이나 여우나 이리나 늑대나 곰은 한 마리도 찾아볼 수 없으니까요. 멧돼지나 노루나 고라니가 더러 있지만, 너구리나 족제비나 오소리나 고슴도치를 곧잘 찾아볼 수 있지만, 이만 한 숲짐승조차 머잖아 자취를 감출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고속도로와 골프장은 자꾸 늘어나기만 하고, 공장도 자꾸 늘어나기만 하며, 대형 발전소와 송전탑도 자꾸 늘어나기만 하거든요. 조용한 시골이나 숲은 자꾸자꾸 자취를 감춥니다. 사람 발길이 닿지 않는 깊은 숲은 거의 없다고까지 할 만합니다.


  문명과 물질이 발돋움한 오늘날이 아닌 옛날이라면 아이들은 곰을 어떻게 마주했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숲에서 나무를 하고, 숲에서 나무를 얻으며, 언제나 숲에 둘러싸여 살던 옛날이라면, 아이들은 범이나 곰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하고 헤아려 봅니다. 요즈음 아이들은 곰을 무척 귀엽게 여기기도 하는데, 숲에서 곰이나 범을 코앞에서 맞닥뜨리는 지난날에도 아이들은 곰을 귀여운 숲짐승으로 여겼을까 궁금합니다.



곰 한 마리가 나타났습니다. ‘와아, 이상한 굴이다.’ 곰은 풍선 바구니를 보고 생각했지요. ‘그렇지만 낮잠 자긴 참 좋겠는걸.’ 곰은 바구니로 기어 들어갔어요. (5쪽)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 님이 빚은 그림책 《나 진짜 곰이야》(현북스,2011)를 읽습니다. 이 그림책은 미국을 무대로 이야기를 펼칩니다. 미국에서 깊은 숲에서 조용히 지내던 곰 한 마리가 어느 날 낮잠 잘 만한 곳을 찾다가 ‘풍선 바구니’를 보았어요. 처음 보는 낯선 것이지만, 곰은 풍선 바구니가 아늑하다고 여깁니다. 그래서 다른 생각은 모두 치우고 풍선 바구니에 들어가서 꿈나라로 갑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타고 온 풍선 바구니는 곰을 태우고 어디론가 날아갑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저희 풍선 바구니가 사라졌는데 깊은 숲에서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무튼, 이제는 여행 좋아하는 사람 말고 곰을 걱정할 일입니다. 곰은 오랫동안 낮잠을 잤고, 풍선 바구니는 오랫동안 하늘을 가르다가 ‘뉴욕’이라는 하늘까지 닿았다고 해요. 그리고, 뉴욕 하늘에 풍선 바구니는 풍선이 터져서 땅으로 천천히 내려갔답니다.



풍선이 내려온 곳은 가장행렬이 펼쳐지는 어느 도시였습니다. 막 행진을 하려던 참이었어요. 구경꾼 하나가 외쳤어요. “와아! 재미있게 하네요. 풍선을 타고 사람이 내려왔어요. 저 사람 꾸민 것 좀 봐요! 참말 곰 같아요.” (8쪽)



  곰은 낯설디낯설 뿐 아니라 곰 아닌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으로 떨어지니 몹시 무섭습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곰을 곰으로 여기지 않습니다. 곰을 곰 아닌 ‘곰처럼 꾸민 사람’으로 여깁니다. 더더구나 가장행렬을 하며 잔치를 벌이는 데에 떨어졌거든요.


  곰은 얼결에 가장행렬에 휩쓸립니다. 방송국 사람이 곰을 낚아채어(?) 방송국으로 데려가서 인터뷰를 합니다. 곰은 이리저리 휩쓸리고 휘둘리면서 배가 고픕니다. 담뱃대가 먹을 것인 줄 알고 집었다가 깜짝 놀랍니다. 사람들은 ‘곰처럼 꾸민 사람’이 마치 ‘곰처럼 연기도 잘 하네!’ 하면서 웃고 재미있어 합니다.


  곰은 이리저리 내뺍니다. 그러나 도시 한복판에서 곰이 갈 곳은 마땅하지 않습니다. 이때에 ‘마음 착한 도시 이웃’이 ‘곰’이 아닌 ‘곰처럼 꾸민 사람’을 도와주려고 나섭니다. 모두들 텔레비전에서 ‘곰이 아닌 곰처럼 꾸민 사람’을 보았기에 기쁘게 도와주려고 해요.



“빵!” 출발 신호가 울리자 선수들이 뜁니다. 총소리에 놀란 곰은 오토바이에서 펄쩍 뛰어내려 달립니다. 곰은 마치 치타처럼 뛰어나가 선수들을 앞질렀어요. 결승선도 넘었지요. 그러고 나서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15쪽)




  미국 뉴욕 사람들이 곰이 참말 곰인 줄 알았으면 어떻게 했을까요? 곰처럼 꾸민 사람이 아닌 참말 곰인 줄 알았어도 오토바이에 태우고 택시에 태우고 소방차에 태우면서 ‘도와주려’고 했을까요?


  이제 곰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곰이지만 ‘곰처럼 꾸민 사람’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잔뜩 몰려듭니다. 모두들 ‘곰처럼 꾸민 사람’이 궁금합니다. 게다가 ‘곰처럼 연기를 잘 한다’고 여기기에, ‘곰 연기’를 보고 싶어서 우루루 구름처럼 사람들이 몰립니다.


  이때에 ‘풍선 여행객’이 다시 나타납니다. 풍선 여행객은 저희 풍선 바구니를 곰이 타고 간 줄 모릅니다. 그저 ‘곰’이 아니라 ‘곰처럼 꾸민 사람’을 도와주어야겠다고만 생각합니다.



한 사람이 말했어요. “저기 봐! 아까 텔레비전에서 봤던 사람이야. 저 아래 몰린 사람들 때문에 무서운가 봐. 우리가 도와주어야겠어.” 풍선이 사다리 꼭대기 쪽으로 다가왔습니다. 두 남자는 곰이 바구니에 올라타도록 도와주었어요. (24쪽)



  따스하고 착한 손길로 마음을 읽는 이웃이 반갑습니다. 미국 뉴욕 사람들은 비록 ‘곰처럼 꾸민 사람’이라고 여겼지만, 저마다 ‘곰’을 따스하게 마주했고, 착한 손길로 도우려 했습니다. 다만, 곰인 줄 몰랐을 뿐입니다.


  곰인 줄 알았으면 모두 놀라서 꽁무니를 뺐을 테지요. 그리고, 도시 사람들은 곰이 곰인 줄 몰랐기 때문에, 곰이 참말 무엇을 바라는지 아무도 몰랐습니다. 사람들은 ‘사람 말’만 하거나 들을 줄 알 뿐, ‘곰 말’은 하거나 들을 줄 몰라요. 곰이 아무리 ‘곰 말’로 도와주기를 바라는 이야기를 털어놓았어도, 사람들은 ‘사람 말’로만 생각하려 했습니다.


  곰은 한 번도 제대로 도움을 받지 못합니다. 그러나 얼결에 다시 숲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곰은 언제나 곰이었으나 사람들은 곰을 처음부터 곰이 아닌 사람(연기자)으로만 여겼습니다. 아무래도 도시에서는 곰을 볼 일이 없을 뿐 아니라, 도시 사회에서는 곰이나 범이나 온갖 숲짐승을 이웃처럼 곁에 두고 지내지 않으니까요. 여느 때에 본 적도 만난 적도 마주친 적도 없는 숲짐승이 도시 사람들한테 이웃이 되기란 너무 어렵습니다.


  그림책 《나 진짜 곰이야》를 아이들하고 읽으며 가만히 생각에 잠깁니다. 어여쁜 빛깔이 눈부시게 흐르고, 재미난 이야기가 우스꽝스레 흐릅니다. 이 그림책은 멋진 빛깔잔치와 이야기잔치가 어우러지면서 사랑스럽다고 느낍니다. 그리고, 넌지시 한 가지 이야기를 더 들려주지 싶어요. 겉모습이 아닌 속마음을 읽으면서 곰을 곰으로서 마주할 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대목을 짚거든요. 곰을 곰으로서 마주할 줄 아는 사람은 어떻게 했을까요? 곰을 곰으로 맞아들이면서 도우려고 하는 사람이 나타났으면 이녁은 어떻게 했을까요?


  아무튼, 곰을 곰으로 마주하든 ‘곰처럼 꾸민 사람’으로 마주하든, 우리가 스스로 따스하고 착한 손길로 마주한다면 아름답습니다. 이 그림책을 보는 아이들 누구나 이웃을 바라보고, 이웃을 헤아리며, 이웃을 사랑하는 숨결로 자랄 수 있기를 빕니다. 4348.9.20.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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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줌 이불 빨래



  엊저녁에 작은아이가 잠들기 앞서 쉬를 안 누었다. 작은아이는 쉬 안 마려워서 괜찮다고 했지만 억지로라도 누였어도 했는데, 나도 다리가 아파서 더 마음을 쓰지 못했다. 오늘 새벽 여섯 시 조금 지나서 작은아이가 부시시 일어나며 한 마디 한다. “바지 다 젖었어.” “그래? 쉬 했니?” “응.” “얼른 벗어서 빨래하는 데에 갖다 둬.” 얼마나 쉬를 했을까? 작은아이 이부자리를 보니 깔개가 흥건하고 이불도 하나 많이 젖었다. 깔개를 드니 오줌이 주르르 떨어지기까지 한다.


  아직 손빨래를 하기에는 무릎이 힘들다. 그래도 오줌 이불은 그냥 빨래기계에 넣을 수 없으니 오줌이 흥건한 자리를 물로 헹구고는 비누로 복복 문지른다. 이렇게 하여 오늘은 이른아침부터 빨래를 한다. 빨래를 빨래기계한테 맡기고 작은아이를 부른다. “보라야.” “응?” “밤에 잠자리에 들기 앞서 쉬를 해야지.” “응.” “오늘부터는 꼭 쉬를 누고 자자.” “알았어.” “쉬가 안 마렵다고 하지 말고 그냥 쉬를 해.” “응.” “누나가 잠자리에 앞서 늘 쉬를 하니까 함께 쉬 하면 되지.” “응.”


  오줌통을 마당에 둔다. 큰아이는 처음에 혼자 밤에 마당에 나가기를 무섭다고 여겼지만, 이제는 씩씩하다. 밤에 무서울 것이 없는 줄 어느 만큼 아니까 불을 켜든 안 켜든 그냥 마당에 놓은 오줌통에서 쉬를 한다. 다섯 살 작은아이는 큰아이처럼 씩씩하려면 아직 멀었는지 모른다. 다리가 아프더라도 작은아이한테 조금 더 마음을 기울여야겠다. 4348.9.20.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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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54. 마당에서 책읽기


  마당은 우리 놀이터입니다. 아이들 놀이터요, 어른한테도 놀이터입니다. 해바라기도 하고, 손님도 맞이하며, 때때로 책을 들고 평상에 앉아서 바람을 쐬는 쉼터입니다. 평상에 반듯하게 앉아서 하늘을 바라보면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습니다. 나무가 들려주는 노래를 듣고, 마당 한쪽에 그대로 둔 풀이 바람 따라 흔들리면서 베푸는 노래를 듣습니다. 우리 집 마당이기에, 농약바람이 아닌 따사롭고 싱그러운 바람이 부는 마당이기에, 이 마당에서 아이들은 맨발로 뛰놀다가 작은 그림책 하나를 들고 바닥에 털썩 앉아서 함께 들여다보면서 읽습니다. 나도 아이들처럼 맨발이 되어 가만히 지켜보다가 사진기를 손에 쥡니다. 4348.9.20.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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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53. 서로 똑바로 바라보기



  작은아이가 나를 봅니다. 나도 작은아이를 봅니다. “아버지 어디 가?” “응, 서울에 일이 있어서 다녀와야 해.” “서울에?” “응.” “혼자 가?” “응, 오늘은 혼자 가.” “언제 와?” “하룻밤 자고.” “하룻밤 자고?” “응.” “알았어. 잘 다녀와.” “고마워. 보라도 누나하고 집에서 사이좋게 잘 놀아.” “응.” 새벽 일찍 짐을 꾸려서 조용히 집을 나서는데 작은아이가 부시시 일어나서 배웅을 해 줍니다. 배웅하는 작은아이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사진을 한 장 찍습니다. 바깥일을 보는 동안 아이 얼굴빛과 마음을 내 가슴에 새기면서 기운을 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4348.9.20.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 이 사진은 6월에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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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5-09-20 10:52   좋아요 0 | URL
보라의 얼굴빛과 마음이 정말 숲노래님의 가슴에 새겨져~기운을 잘 내셨겠어요~
어느덧 서로를 똑바로 바라보기는 하지만, 이렇게 온마음을 다해 서로를 바라보는 일은
드물었던 듯 싶습니다 ^^

파란놀 2015-09-20 12:12   좋아요 0 | URL
이런 사진을 찍은 날은
사진이란 참 뭔가부터 해서
아이와 지내는 삶이란 또 무엇인가를 돌아보고
오래오래 가슴에 새기면서
힘들 적마다 이 사진을 다시 보면서
스스로 기운을 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