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닷새 만에 마당 쓸기



  아침에 마당을 쓴다. 스물닷새 만이라고 할 만하다. 한 시간 남짓 신나게 가랑잎을 쓴다. 지난달에 베어서 한쪽에 쌓은 풀짚도 풀밭으로 옮긴다. 풀짚은 한 달 남짓 한곳에서 바싹 마른 뒤 맨 아래쪽은 벌써 흙으로 바뀌었다. 풀짚더미 맨 밑바닥에 있던 풀은 까무잡잡한 흙으로 바뀌었을 뿐 아니라 수많은 풀벌레에 지렁이가 가득하다. 비가 오고 볕을 따뜻하게 받으며 풀짚더미는 스스로 흙으로 돌아가는구나. 참으로 멋지다.


  한 시간 남짓 비질을 하니 허리가 결린다. 이제 무릎까지 아프다. 아직 무릎이 나으려면 멀었구나. 일을 해도 더욱 쉬엄쉬엄 해야겠네. 그래도 이만큼 몸을 움직이면서 비질을 할 수 있으니 참으로 기쁘다. 아무튼, 마당 일을 더 하지 못하고 드러눕는다. 아버지가 드러누울 무렵 큰아이가 마당으로 나와서 가랑잎 쓸어서 풀밭으로 옮기는 일을 거들어 준다.


  자리에 누워서 허리를 펴고 무릎을 쉰 다음 마당을 마저 쓴다. 덩굴풀은 베고 풀짚도 조금 치우니 우리 집 마당이 제법 환하면서 넓어 보인다. 마당은 아마 쉰 평쯤 될 텐데, 시골마을에서 쉰 평짜리 마당은 아주 작지만, 도시를 헤아리면 쉰 평은 얼마나 넓고 넉넉한가. 4348.9.25.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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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널 사랑할 거란다 고 녀석 맛있겠다 시리즈 4
미야니시 타츠야 글.그림, 허경실 옮김 / 달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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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65



언제나 네 곁에서 사랑을 물려주는 어머니란다

― 영원히 널 사랑할 거란다 (고 녀석 맛있겠다 4)

 미야니시 타츠야 글·그림

 허경실 옮김

 달리 펴냄, 2011.8.17. 11000원



  아이들이 곁에 있습니다. 아이들은 내 곁에서 무럭무럭 자랍니다. 이 아이들은 나를 아버지로 삼아서 이곳에 태어났고, 나는 어버이요 아버지로서 아이들한테 삶을 보여주면서 사랑을 물려줍니다.


  어버이는 아이한테 두 가지를 할 수 있습니다. 먼저 따사로운 사랑으로 삶을 보여주면서 이야기꽃을 피울 만합니다. 그리고 따끔한 몸짓으로 다그치면서 말을 잘 듣도록 길들일 만합니다. 첫째 길은 사랑이고 둘째 길은 ‘훈육’입니다.


  아이한테 사랑을 물려주는 까닭은 아이가 앞으로 사랑으로 삶을 새롭게 지으면서 하루를 기쁘게 맞이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아이를 훈육으로 다스리면서 길들이는 까닭은 아이가 앞으로 사회살이를 똑똑히 잘 해내어 사회에서 뒤떨어지는 일이 없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폭풍이 지나간 다음날 아침이었어요. “아이, 가여워라. 여기 있으면 누가 먹어 버릴지도 모른단다.” 엄마 마이아사우라는 작은 알 하나를 주워 집으로 돌아갔어요. (1쪽)




  그림책 《영원히 널 사랑할 거란다》(달리,2011)를 읽습니다. ‘고 녀석 맛있겠다’라는 이름으로 나오는 그림책꾸러미 가운데 넷째 권입니다. 이 그림책꾸러미는 만화영화로 나오기도 했습니다. 넷째 권인 《영원히 널 사랑할 거란다》는 육식공룡이 어떻게 초식공룡한테서 태어나서 자랐는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줄거리를 살짝 살피면 이렇습니다. 큰 비바람이 몰아친 다음날 초식공룡인 착한 어미 공룡이 ‘어머니 잃은 알’을 보아요. 마음 착한 어미 초식공룡은 ‘떠도는 알’을 지나치지 못합니다. 어떤 알인지 모르더라도 이 ‘길 잃은 알’을 품어서 키워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초식공룡은 깜짝 놀랄밖에 없습니다. 착한 어미 초식공룡이 주운 알은 무섭거나 사나운 육식공룡 알일 수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착한 어미 초식공룡은 이 알을 버릴 수 없습니다. 알에서 깨어난 어린 공룡을 보면서도 이 새끼 공룡을 숲에 버려둘 수 없습니다.



끝내 새근새근 잠든 아기를 처음 주웠던 숲에 돌려 보내기로 했습니다. “아가야, 미안하다. 미안해 …….” 엄마는 마음이 아팠지만 어쩔 수 없이 뒤돌아 걸었습니다. 바로 그때, “코오 …….” 엄마는 작은 숨소리를 듣고 다시 성큼성큼 아기에게 돌아가더니, (6∼8쪽)



  마음속에 착한 숨결이 흐르지 않고서야 육식공룡 알을 품어서 키울 수 없습니다. 나중에 저를 잡아먹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러나 착한 어미 초식공룡은 그런 생각은 안 합니다. 처음부터 생각이 달라요. 착한 어미 초식공룡은 ‘어머니도 길도 보금자리도 모두 잃은 알’한테 ‘어머니가 되어 주겠다’고 생각합니다. 오직 하나예요. 오직 한마음이지요. 어떤 공룡이 이 알에서 깨어나든 언제나 한결같이 흐르는 사랑으로 어머니가 되어 주겠다고만 생각합니다.





엄마가 꼭 안아 주자 하트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했습니다. “엄마, 나 …… 티라노사우루스예요? 난 엄마 아이가 아닌 거예요? 아니죠?” 엄마가 하트를 힘껏 껴안으며 말했습니다. “넌 누가 뭐래도 엄마한테 소중한 아들 하트야.” (32∼33쪽)



  육식공룡은 초식공룡은 어머니를 두고 무럭무럭 자랍니다. 아무 걱정이 없이 씩씩하게 자랍니다. 오직 한 가지, 그러니까 오직 사랑만 물려받은 새끼 육식공룡은 몸집이 큼직하게 자란 뒤에도 바로 이 기운을 가슴 깊이 품습니다. 다른 육식공룡을 만나서 ‘이제껏 살아온 내 모습은 무엇인가?’ 하고 가슴 아프게 뒤돌아보더라도, 어미 초식공룡이 들려주고 물려주고 보여주면서 언제나 함께하던 ‘사랑’을 되새깁니다.


  어머니는 아이를 사랑할밖에 없습니다. 아니, 어머니는 아이를 사랑합니다. 내 아이도 사랑하고 네 아이도 사랑합니다. 우리 아이도 사랑하고 너희 아이도 사랑하지요. 모든 아이는 나한테 아이입니다. 모든 어머니는 이 땅에서 자라는 모든 아이를 이녁 아이로 삼습니다. 따스하게 품습니다. 사랑으로 어루만집니다. 넉넉하게 품습니다. 사랑 어린 말로 다독입니다.


  어머니가 아기를 낳을 수 있는 까닭은 바로 어머니가 오롯이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아버지가 아기를 낳을 수 없는 까닭은 아직 아버지는 오롯이 사랑이 아니기 때문일까요. 어쩌면, 아무래도 어쩌면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사회를 보면 아버지 자리에 서는 사람은 아기를 오롯이 어루만지면서 품지 못하기 일쑤예요. 아기를 낳아 아버지가 된 사람은 으레 ‘밖에서 돈을 더 많이 벌어야지’ 하고 생각할 뿐, ‘집에서 아이를 더 사랑해야지’ 하고 생각하지 못하곤 합니다. 돈은 좀 적게 벌더라도 아이하고 사랑으로 삶을 짓겠노라 하고 생각할 줄 아는 아버지는 너무 적습니다.




“으윽, 왜 이러는 거냐. 난 너와 같은 티라노사우루스인데 …….” 티라노사우루스가 괴로운 얼굴로 말했습니다. “아니야, 난 하트야. 하트일 뿐이라고.” 하트 눈에서 눈물이 주루룩 흘렀습니다. (36∼37쪽)



  어른으로 자란 육식공룡은 이제 제 모습을 깨닫습니다. 초식공룡이 아닌 육식공룡인 줄 알아차립니다. 스스로 어떤 모습인지 깨달은 아이는 더는 어머니하고 동생 곁에 있을 수 없다고 알아차립니다. 이제 떠나야 합니다. 그동안 알뜰살뜰 보살펴 주면서 사랑을 물려준 어머니 곁을 떠나야 합니다. 홀로서기를 해야 합니다. 홀로 삶을 짓고 살림을 꾸려야 합니다. 따스한 어머니 품은 오로지 가슴으로만 담으면서, 이제부터 저 스스로 새로운 ‘따순 품’을 지어야 합니다. 앞으로는 어른 육식공룡으로서 육식공룡으로 살되 ‘마음 가득 사랑이 흐르는’ 몸짓으로 새롭게 꿈을 키워야 합니다.


  어른이 된 육식공룡은 눈물을 흘려요. 눈물을 주루룩 흘려요. 얼마나 북받치는 눈물일까요. 가슴이 저미고 저릴 테지요. 가슴이 찢어지고 무너질 테지요. 그렇지만 이 아이는 씩씩하게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이 아이는 새롭게 일어서서 웃음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육식공룡이야!”가 아닌 “나는 하트야!”와 같이 스스로 누구인가를 또렷하게 바라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몸은 육식공룡’이되 ‘마음은 착한 사랑’입니다. ‘몸은 다른 공룡 살점을 뜯어먹는 육식공룡’이되 ‘마음은 모든 이웃을 사랑으로 마주하는 착한 숨결’입니다. 4348.9.25.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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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아이 113. 2015.9.18. 나도 따 볼래



  꽃순이도 무화과나무에 맺힌 무화과알을 따고 싶다. 까치발을 해 본다. 안 닿는다. 곁에서 아버지가 무화과나무 가지를 하나 슬쩍 잡아서 당긴다. 무화과나무 가지는 부드럽다. 슬쩍 잡아서 잡아당겨도 부러지지 않고 우리 쪽으로 와 준다. 꽃순이는 발돋움을 하면서 손을 뻗는다. 드디어 무화과알 하나를 손에 쥔다. “어떻게 해?” “생각해 봐.” “잘 안 돼.” “잘 하면 돼. 그렇게 하지 말고 위로 들어. 위로 들어서 살짝 돌리면 톡 떨어져.” 꽃순이는 한 알만 딴다. 나머지는 아버지가 딴다. 그릇에 담은 무화과는 꽃순이가 들고 집으로 간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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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꽃방 2015-09-25 11:02   좋아요 0 | URL
아유 제가 좋아하는 무화과네요, 정말 맛나보여요^^

파란놀 2015-09-25 13:35   좋아요 0 | URL
가게에서 파는 무화과처럼 이쁘장하지 않으나
맛은 얼마나 깊고 달콤한지 모른답니다! ^^
 

[시로 읽는 책 242] 학교에서



  사랑받으려고 여기에 태어나고

  사랑하려고 마을에서 지내고

  사랑을 심으려고 어깨동무



  아이들은 ‘학생’이 되려고 태어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어버이한테서 사랑을 받으려고 바로 이곳에서 태어납니다. 아이들은 교과서 지식만 배우려고 학교에 다니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어른한테서 삶과 사랑을 배우려고 학교에 다닙니다. 학교는 바로 마을에 있고, 학교 한 군데만 배우는 곳이 아니라 학교를 둘러싼 마을이 통째로 배우는 터전입니다. 사회에서는 이 대목을 소홀히 여깁니다. 집에서도 이 대목을 미처 못 깨닫기 일쑤입니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사랑을 받고 배우고 누리고 나누면서, 이 사랑을 꿈이라는 씨앗으로 새롭게 심으려고 태어났습니다. 4348.9.25.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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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없애야 말 된다

 (1747) 비인간적


 비인간적 행위 → 사람답지 못한 짓 / 말도 안 되는 짓 / 끔찍한 짓

 비인간적인 고난 → 이루 말할 수 없는 고난 / 모진 가시밭

 비인간적인 제도 → 사람을 억누르는 제도 / 사람을 짓누르는 제도


  ‘비인간적(非人間的)’은 “사람답지 아니하거나 사람으로서는 차마 할 수 없는”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누군가 “비인간적 행위를 한다”면 “사람답지 못한 짓을 한다”는 말이고, “모질거나 끔찍한 짓을 한다”는 말이며, “말도 안 되는 짓을 한다”거나 “터무니없는 짓을 한다”는 말입니다.


  ‘사람답지 않은’ 모습이라면 어떤 모습이 될까요. 아무래도 모질거나 끔찍할 테고, 사납거나 나쁘거나 짓궂다고 할 만합니다. 때로는 무시무시하거나 무서운 모습일 수 있고, 못되거나 못난 모습이기도 합니다. 사람답지 않은 모습이기에 사람을 저버린다든지 사람을 억누르거나 괴롭히기도 할 테고요. 4348.9.25.쇠.ㅅㄴㄹ



비인간적 상황을 효과적으로 극복하도록 해 주는 활동이란

→ 사람 대접 못 받는 상황을 잘 이겨내도록 해 주는 일이란

 짐승만도 못한 상황을 훌륭히 이겨내도록 해 주는 일이란

→ 사람답게 살 수 없는 나날을 슬기롭게 이겨내도록 해 주는 일이란

→ 끔찍한 삶을 씩씩하게 이겨내도록 해 주는 일이란

→ 괴로운 삶을 꿋꿋하게 이겨내도록 해 주는 일이란

→ 고달픈 삶을 다부지게 이겨내도록 해 주는 일이란

→ 힘겨운 삶을 새로 힘내어 이겨내도록 해 주는 일이란

《레오나르도 보프/김수복 옮김-해방신학 입문》(한마당,1987) 17쪽


내가 얼마나 비인간적인지 말해 주는

→ 내가 얼마나 나빴는지 말해 주는

→ 내가 얼마나 짓궂었는지 말해 주는

→ 내가 얼마나 모질었는지 말해 주는

→ 내가 얼마나 나쁜 짓을 했는지 말해 주는

→ 내가 얼마나 못난 짓을 했는지 말해 주는

→ 내가 얼마나 못된 짓을 했는지 말해 주는

《하이타니 겐지로/햇살과나무꾼 옮김-내가 만난 아이들》(양철북,2004) 36쪽


그렇게 비인간적이고 잔인한 짓

→ 그렇게 못되고 끔찍한 짓

→ 그렇게 모질고 무시무시한 짓

→ 그렇게 미치고 소름돋는 짓

→ 그렇게 어처구니없고 모진 짓

→ 그렇게 터무니없고 사나운 짓

→ 그렇게 어이없고 무서운 짓

《벤슨 뎅,알폰시온 뎅,벤자민 아작/조유진 옮김-잃어버린 소년들》(현암사,2008) 163쪽


그 반대라면 과학은 전적으로 비인간적인 활동이 될 테니까

→ 그 반대라면 과학은 모두 사람을 저버리는 짓이 될 테니까

→ 그렇지 않으면 과학은 몽땅 무시무시한 짓이 될 테니까

→ 그렇지 않다면 과학은 언제나 끔찍한 짓이 될 테니까

《장마르크 레비르블롱/문박엘리 옮김-프랑스 아이의 과학 공부》(휴머니스트,2015) 65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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