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보라가 까마중을 먹을 적에



  누나가 훑어서 준 까마중을 받아서 한입에 털어넣는 산들보라. 맛있니? 맛있지? 해마다 처음으로 까마중을 먹을 적에는 무슨 맛이냐 하면서 고개를 홱홱 돌리지만, 하루 먹고 이틀 먹는 사이 어느덧 까마중 맛이 그리워서 온 마당을 살펴서 까마중을 훑는다. 먹고 먹고 또 먹고 다시 먹는다. 까마중이 어떤 맛인지 아니? 먹고 먹고 또 먹으면, 자꾸자꾸 다시 꽃이 피고 또 피면서 아이들한테 신나는 주전부리를 베푸는 놀랍고 사랑스러운 맛이란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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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9-27 10:20   좋아요 0 | URL
흐흐흣^^ 표정이 아주 압권!^^

파란놀 2015-09-27 11:05   좋아요 1 | URL
아이들은 얼굴이 참 언제나 아름답습니다

[그장소] 2015-09-27 11:06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인생 쓴맛 단맛..다 아는 듯한..아휴!^^ 완전 귀여움~^^
달관이랄정도..ㅎㅎㅎ

파란놀 2015-09-27 13:40   좋아요 1 | URL
아이들도... 그런 것쯤 다 알리라 느낍니다 ^^;;

[그장소] 2015-09-27 13:49   좋아요 0 | URL
음..그럼요.저들세계에..전부는 또 그만한 것 이죠!

파란놀 2015-09-28 05:27   좋아요 1 | URL
한가위가 지나가는 새로운 하루에도
언제나 모든 아름다움 누리셔요 ^^
 

뒤늦게 알아차린 취나물꽃



  우리 집 뒤꼍 감나무 둘레에서 돋는 맛난 풀이 있다. 참으로 맛난 풀이라서 봄이면 이 풀을 신나게 뜯어서 먹는다. 다만 여태껏 이름을 몰랐다. 이 가을에 뒤꼍에서 ‘떨감(나무에서 저절로 떨어진 감)’을 줍다가 하얗고 조그맣게 피어난 앙증맞은 꽃을 본다. 아니, 이곳에 웬 꽃이람, 하면서 깜짝 놀란다. 며칠 동안 이 꽃을 보면서 여기에 왜 이 꽃이 있는지 생각조차 못 한다.


  오늘 비로소 이 꽃이 어떤 꽃인지 깨닫는다. 이 시골마을에서 아주 흔하게 보는 꽃이었고 풀이었으며 나물이었다. 바로 ‘취나물꽃’이다. 취나물 가운데 ‘참취나물꽃’이다.


  군대에서 늘 뜯던 풀 가운데 하나인데 그 풀이 이 풀인지조차 제대로 깨닫지 못하며 다섯 해를 살았네. 군대에서는 아주 넓적한 잎으로 자랄 적에만 뜯느라 우리 집 들나물하고 그 옛날 뜯던 참취하고 같은 풀인지도 모르고 살았네. 하기는. 군대에서는 간부들이 억지로 일을 시켜서 자루와 상자에 가득가득 눌러담도록 했지. 군대에서는 간부들이 사병을 시켜서 푼돈 좀 벌겠다며 취나물을 잔뜩 뜯도록 했지. 그무렵 군 간부들은 우리를 시켜서 자루와 상자에 그득그득 눌러담은 취나물을 얼마에 내다 팔았을까.


  우리 집 취나물꽃을 가만히 바라본다. 그윽하게 바라본다. 네가 봄철 내내 우리한테 맛난 풀을 베푼 멋진 아이로구나. 아무쪼록 씨앗을 널리 퍼뜨리렴. 우리 집 뒤꼍에 온통 취나물밭이 되도록 해 주렴. 고마워. 너를 사랑한다. 4348.9.27.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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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노래 4 - 아직 덜 노랗지만



  벼베기를 할 때가 되어야 나락이 샛노랗다. 샛노란 나락은 ‘베어서 말릴 때’가 된 모습이라고 할 만하다. 다만, 이는 시골사람이 아는 빛깔이요 숨결이며 삶이다. 도시사람으로서는 도무지 생각할 수도 없고 알 수도 없는 빛깔이며 숨결이고 삶이다. 노랑을 그림으로 그리거나 사진으로 찍거나 글로 쓸 적에 ‘노랑’이 ‘가을에 익는 나락 열매’인 줄 안다면, 예술이나 문화나 문학은 얼마나 달라질까.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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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노래 3 - 구월이 저무는


  구월이 저무는 들녘은 차츰 노랗게 물든다. 구월이 가고 시월이 오면 들녘은 샛노랗게 밝다. 들을 보면 빛깔을 느낀다. 들에서 빛깔이 깨어난다. 숲에서는 말이 깨어난다면, 들에서는 빛깔이 깨어난다고 할까. 그러면 집에서는? 집에서는 삶이 깨어나지.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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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개천 책읽기



  한 해에 두 차례씩 마을 어귀에 걸개천이 붙는다. 설날하고 한가위에 붙는데, 그동안 예전 걸개천을 쓰기도 했지만, 요즈음 들어 때마다 새 걸개천을 붙이는구나 하고 느낀다. ‘고향 방문을 반기는 뜻’을 적은 걸개천을 보면서 생각한다. 도시로 가서 사는 딸아들하고 형제 자매가 보라고 붙인 걸개천은 무엇을 말할까 하고.


  시골마을을 자주 찾아오는 딸아들이나 형제 자매라면 굳이 걸개천까지 붙이지는 않으리라. 모처럼 찾아오는 딸아들이나 형제 자매일 터이니 이렇게 걸개천으로까지 반갑다는 말을 하는 셈이지 싶다.


  그러고 보니, 내가 도시에서 혼자 살 적에는 으레 ‘고향 잘 다녀오십시오’ 같은 걸개천을 보았다. 도시에서는 ‘시골로 얼른 댕겨 오쇼’ 같은 걸개천을 나붙여서 등을 민다면, 시골에서는 ‘시골로 얼른 오쇼’ 같은 걸개천을 붙여서 얼싸안으려고 한달까.


  시골에서 살며 시골에서 지내는 사람으로서 이러한 걸개천은 내 삶하고 동떨어진다. 이와 마찬가지로 도시가 고향이면서 도시에서 죽 지내는 사람한테도 이러한 걸개천은 이녁 삶하고 동떨어질 테지. 인천에서 나고 자란 나로서는 어릴 적에 설이든 한가위이든 어디 가는 데가 없었기에 ‘텅 빈 도시’에서 조용히 지내기 일쑤였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닐 무렵에는 입시공부를 하느라 그저 집에서만 보냈다.


  아무튼, 이런 걸개천이 있든 저런 걸개천이 있든 우리 집 아이들은 그저 뛰고 달리면서 논다. 그래, 우리는 우리 삶을 누리면 된다. 아름다운 한가을에 아름다운 마음으로 새 하루를 맞이하자. 4348.9.27.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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