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406) 멸하다滅


 일족이 멸하여 → 겨레붙이가 다 죽어서

 삼족을 멸하다 → 삼족을 몽땅 죽이다 / 온 집안을 다 죽이다

 거란이 발해를 멸하였다 → 거란이 발해를 무너뜨렸다


  ‘멸하다(滅-)’는 “망하여 죄다 없어지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망(亡)하다’는 “끝장이 나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滅하다’는 “끝장이 나서 죄다 없어지다”를 가리키는 셈입니다. ‘사라지지 않다’를 ‘불멸(不滅)’로 쓰곤 하며, ‘사라지다’를 ‘멸(滅)’로 쓰곤 하는데, 처음부터 말뜻 그대로 ‘없어지다’를 쓰면 되고, ‘사라지다·스러지다’를 쓸 수 있습니다. 이야기 흐름을 살펴서 “자취를 감추다”나 ‘무너지다·무너뜨리다’를 쓸 수 있고, “삼족을 멸하다” 같은 말마디라면 “모두 죽이다”나 “몽땅 죽이다”처럼 쓸 때에 뜻이 제대로 살아납니다. 4348.9.28.달.ㅅㄴㄹ



음악은 생명과 마찬가지로 ‘멸할 수 없는 것’이다. 마를레 오케스트라 또한 절대 영원히 멸하지 않아!

→ 음악은 목숨과 마찬가지로 ‘사라질 수 없는 것’이다. 마를레 오케스트라 또한 반드시 언제까지나 없어지지 않아!

→ 음악은 목숨과 마찬가지로 ‘스러질 수 없는 것’이다. 마를레 오케스트라 또한 앞으로도 꼭 무너지지 않아!

《니노미야 토모코/서수진 옮김-노다메 칸타빌레 17》(대원씨아이,2007) 8∼9쪽


죽어서 멸하고 다시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고

 죽어서 사라지고 다시 새로운 목숨이 태어나고

→ 죽어서 스러지고 다시 새로운 숨결이 태어나고

《쓰지 신이치·가와구치 요시카즈/임경택 옮김》(눌민,2015) 235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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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43] 죽음 없는 삶



  이 몸에 깃드는 숨결은

  마음을 짓고

  슬기로운 이야기를 꿈꾸네



  곰곰이 보면, 사람한테는 ‘죽음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몸은 스러져도 마음이 남아서 고이 흐르고, 수많은 책마다 ‘슬기로운 이야기’가 언제까지나 살아서 흐르니까요. 죽음은 바로 우리 스스로 죽음을 생각하기 때문에 태어나고, 삶도 우리 스스로 삶을 생각하기 때문에 흐르며, 이야기도 우리 스스로 생각하기 때문에 지을 수 있습니다. 4348.9.28.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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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놀이를 하고 싶었구나



  한가위 저녁. 보름달이 아주 동그랗게 밝네. 구름이 알맞게 있어서 한결 그윽하네. 그런데 이 깊은 저녁에 갑자기 틱틱틱 퍽퍽퍽 소리가 난다. 아, 아, 아. 바깥을 내다 볼 마음이 없다. 아이들이 하도 궁금해 하기에 나가 보라고 말한다. 큰아이가 소리친다. “저기 불꽃이 터져!” 그러고 보면, 도시에서 시골로 놀러온 사람들은 바닷가에서 불꽃을 터뜨리고 놀면서 쓰레기를 바닷가에 고스란히 놓고 떠난다. 바닷가는 도시 손님이 버린 갖가지 쓰레기가 가득할 뿐 아니라, 빈 병이나 깨진 병이나 빈 담뱃갑이나 고기를 구워 먹고 남은 찌꺼기와 잿더미가 곳곳에 널린다. 깊은 골짜기도 똑같다. 그리고, 마을에서도 이런 모습은 엇비슷하다. 그렇다고 이런 모습에 ‘짜증’이 나지는 않는다. 그저 안쓰러워 보일 뿐이다. 그런 것이나마 해 보고 싶었구나 싶다. 도시에서 어디 함부로 불꽃을 터뜨리면서 놀까. 도시 어느 곳에 빈터가 넉넉히 있어서 마음껏 불꽃을 터뜨릴 수 있을까. 시골에서는 ‘다 자야 하는 때’에 잠들 생각이 없이 불꽃을 터뜨리는 이 철없는 ‘도시 이웃들 놀이’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그래 오늘 밤은 한가위 밤이니까’ 하고 생각하기로 한다. 다만, 명절 때만 되면 늘 겪어야 한다. 4348.9.27.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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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로 켜는 고슈’를 영화로 빚는 마음



  미야자와 겐지 님 작품 가운데 하나인 〈첼로 켜는 고슈〉가 일본에서 1981년에 만화영화로 나왔다고 합니다. 이 만화영화는 한국에서도 디브이디로 살 수 있지만, 이 디브이디를 다루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그야말로 구경하기 아주 어렵습니다. 나는 고맙게 이 만화영화를 얻어서 한가위에 아이들하고 봅니다. 작은아이는 썩 재미있어 하지 않지만 큰아이는 아주 재미있게 봅니다. 나도 즐겁게 이 영화를 봅니다. 글로만 읽던 〈첼로 켜는 고슈〉가 만화영화에서 아주 새롭게 옷을 입고 아름답게 태어납니다. 나중에 야후재팬을 살펴보니, 일본에서는 〈첼로 켜는 고슈〉를 놓고 온갖 그림책이 나왔군요. 수많은 사람이 수많은 그림결로 이 작품 하나를 그야말로 저마다 새롭게 빚었어요.


  만화영화를 보면 기모노를 입고 서양 악기를 켜는 가시내가 나오는데 하나도 안 어설픕니다. 참으로 잘 어울립니다. 이와 달리 한국에서 ‘한복 입고 바이올린 켜는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 여길까요? 한국에서는 아주 안 어울린다고 여길 테지요.


  문화란 무엇일까요. 삶이란 무엇일까요. 이야기란 무엇일까요. 우리가 누릴 노래와 꿈과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4348.9.27.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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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아이 114. 2015.9.25. 까마중 훑느라 바쁜



  우리 집 꽃순이가 마당 한쪽에서 까마중을 훑는다. 마당에 떨어진 후박잎을 까마중이랑 앵두나무 둘레에 뿌렸고, 풀짚도 이 둘레에 깔았다. 선물로 받은 흰고무신을 꿴 시골순이는 언제나 꽃순이가 되고 놀이순이가 되면서 웃음순이로 지낸다. 꽤 오랫동안 까마중을 훑는데 까마중풀은 이 아이들한테 자꾸자꾸 까마중알을 베푼다. 이쪽에서 훑으면 저쪽 까마중이 손을 흔들고, 저쪽 까마중을 훑으면 다시 요쪽에서 까마중이 손을 흔든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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