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름벼리는 춤추듯이 달리지



  춤추듯이 고샅을 달리는 사름벼리가 목소리를 높여서 아버지를 부른다. 절뚝절뚝 걷는 아버지는 웃는 놀이순이를 마주보며 빙그레 웃는다. 발걸음이 가벼운 놀이순이는 씩씩하면서 야무지게 한 발씩 새로 딛고, 언제나 기쁜 하루를 마음껏 짓는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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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 번데기가 벽에 붙나



  자전거를 세우는 바깥벽에 작은 번데기가 하나 생겼다. 이 아이는 언제 잠에서 깨어날까 궁금해서 늘 들여다보는데, 꽤 오래 걸리는 듯하다. 어떤 나비일까. 어떤 나비가 나뭇가지도 풀줄기도 아닌 벽에다가 번데기를 틀었을까. 어제오늘 비바람이 무척 세게 불었는데 잘 있으려나. 이동안 어느새 번데기에서 깨어나 날아갔을까. 부디 번데기에서 깨어나서 날개를 활짝 펴는 모습을 우리한테 보여주렴.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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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놀이 26 - 한 사람씩 달린다



  우리 마을에 자동차가 거의 지나갈 일이 없다는 대목은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른다. 자동차가 거의 지나갈 일이 없기 때문에 아이들은 고샅을 마음껏 달릴 수 있다. 누나는 언제나 동생한테 앞자리를 내주니, 작은아이가 먼저 고샅 내리막을 신나게 달린다. 뒤따라 큰아이가 기운차게 내리달린다. 우리 마을 나락은 우리 아이들 노랫소리하고 웃음소리를 먹으면서 아주 잘 자란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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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만 돌아와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36
크리스티나 부스 글.그림, 정경임 옮김 / 지양어린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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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67



바다에서는 고래가 살고, 마을에서는 아이들이 놀아야

― 이제 그만 돌아와

 크리스티나 부스 글·그림

 정경임 옮김

 지양사 펴냄, 2015.8.1. 1만 원



  크리스티나 부스 님이 빚은 그림책 《이제 그만 돌아와》(지양사,2015)를 읽습니다. 이 그림책 남방긴수염고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런데, 아이 눈길로 고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이는 바닷속에서 고래가 노래하듯이 외치는 소리를 듣습니다. 이 외침소리는 아이만 듣습니다. 아이 어머니나 아버지는 못 듣습니다. 다른 이웃도 못 듣습니다. 아이는 왜 저한테만 고래 외침소리가 들리는지를 알지 못합니다. 그래도 귀를 기울여서 고래가 저한테 외치는 소리를 들으려 합니다. 바다로 나가서 듣고, 잠자리에 누워서 듣습니다. 언제나 고래 노랫소리를 가만히 듣습니다.



나를 부르는 소리는 강에서 들려왔습니다. 달빛은 강물 위에서 춤추고, 고래 속삭임은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습니다. (4쪽)




  남방긴수염고래는 새끼를 세 해에 한 마리 낳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옛날부터 영국은 호주를 유배지로 삼으면서 고래잡이배를 써서 죄수를 영국에서 호주로 보냈다고 하며, 이때에 고래잡이배는 호주와 뉴질랜드 사이에서 고래를 수없이 잡았다고 합니다.


  고래잡이배가 지구별 온 바다마다 휘저으면서 고래를 잡는 동안 고래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영국을 비롯해서 수많은 나라가 수많은 고래잡이배를 띄워서 고래를 잡아죽이는 동안 고래는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과학과 기술이 발돋움하면서 고래잡이배도 고래를 더 빠르게 더 많이 더 쉽게 잡아서 죽일 수 있는 솜씨를 갖춥니다. 고래잡이를 못 하도록 하는 법이나 제도가 생겨도 일본에서는 ‘그물에 걸려서 죽었으니 어쩔 수 없다’는 말로 아직 몰래 고래잡이를 한다고도 합니다. 일본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이와 비슷한 말로 둘러대면서 ‘고래가 스스로 죽었다’고 할 테지요.



엄마는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습니다. 아빠도 아무 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 (6쪽)



  고래잡이배 일꾼은 고래가 들려주는 노래나 말을 듣지 않습니다. 초음파 기기를 써서 고래가 어디에 있는가를 살펴서 얼른 잡아죽이려고 할 뿐, 고래가 울부짖는 소리도, 고래도 노래하는 소리도, 고래가 웃거나 기뻐하는 소리도 하나도 안 듣습니다.


  그러고 보면 오늘날 사람들은 고래가 외치는 소리뿐 아니라, 나무가 외치는 소리도 못 듣습니다. 나무가 아파하는 소리를 들을 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숲이 아파하는 소리를 듣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요. 냇물이 아파하고, 바다가 아파하며, 들이 아파하는 소리는 누가 들을까요.


  한국에서는 원자력 발전소에다가 송전탑에다가 해군기지나 미군기지에다가 골프장과 고속철도와 고속도로에다가 공장에다가 4대강사업에다가 끝없는 막개발하고 관광단지 공사에다가 먹는샘물 개발에다가 그야말로 끝도 없습니다. 모두들 경제개발을 이루어 은행계좌에 돈이 늘어나는 소리를 들으려 할 뿐, 우리 둘레 이웃이 아파하거나 끙끙 앓는 소리에는 모조리 귀를 닫습니다.





고래는 말했습니다. 지난날 그 기억들이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는지를. 고래 이야기는 머릿속을 헤집고 들어와 내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18쪽)



  어린이는 노래하면서 놀고 싶습니다. 어린이는 시험공부에 갇히고 싶지 않습니다. 어린이는 학교에서 교과서 수업진도를 받고 싶지 않습니다. 어린이는 아름다운 삶을 꿈꿀 수 있는 사랑을 배우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 나라 정부와 기관과 학원에서는, 또 마을과 집에서까지, 아이들한테 이런 교육에 저런 학습에 그런 입시를 자꾸 닦달합니다. 청소년한테도 참다운 삶과 사랑과 꿈을 들려주거나 보여주거나 알려주려 하지 않아요. 청소년한테는 어린이한테보다 훨씬 더 모질고 매섭게 입시지옥으로 채찍질을 하지요. 대학입시에 목숨을 걸라면서 아주 목을 죄지요.


  그림책 《이제 그만 돌아와》는 사람들 등쌀에 목숨이 간당간당한 고래한테 ‘부디 이 바다에 다시 돌아와 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들려줍니다. 너희(고래)가 다치지 않도록 온힘을 다하겠다고, 어른들은 어린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지만 온힘을 다해서 너희(고래)가 이 바다에서 즐겁게 살 수 있도록 돕겠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작은 꼬리가 물 위로 치솟더니 물줄기를 내뿜으며 고래가 솟구쳐 올라왔습니다. 아기 고래가 얼굴을 니밀었습니다. (26∼27쪽)



  바다에서는 고래가 살 수 있을 때에 지구가 아름답습니다. 하늘에서는 새가 마음껏 바람을 가를 수 있을 때에 지구가 아름답습니다. 들에서는 개구리도 뱀도 풀짐승도 홀가분하게 함께 살 수 있을 때에 지구가 아름답습니다. 숲에는 송전탑 아닌 나무가 우거질 수 있어야 지구가 아름답습니다.


  아이들은 집과 마을과 학교에서 마음껏 뛰놀면서 아름다운 사랑을 어른한테서 배울 수 있을 때에, 바로 우리 지구가 아름답습니다. 아이들은 전쟁놀이를 해야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앞으로 군인이 되어야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차츰 자라서 젊은이가 될 무렵 전쟁무기 다루는 재주나 사람 죽이는 전쟁훈련 따위를 받아야 하지 않습니다. 그림책 《이제 그만 돌아와》가 고즈넉히 속삭이듯이 노래하는 이야기로 밝히듯이, 우리는 서로 아끼고 돌볼 줄 아는 따사로운 마음이 될 때에 삶이 즐겁습니다. 고래를, 아이들을, 서로를, 우리 모두를, 곱게 사랑할 수 있는 삶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꿈꿉니다. 4348.10.1.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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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인전을 읽은 청소년한테 들려준 말



  어여쁜 푸름이가 나한테 묻는다. 나는 이 물음을 기쁘게 받아들인다. “위인전을 보면 위인들은 역경이나 고난을 딛고 일어서는데요, 역경이나 고난은 어떻게 해야 해요?” “힘들게 살고 싶어요?” “네? 잘 모르겠어요.” “힘들게 살고 싶으면 일부러 힘든 일을 찾아서 해도 돼요. 그런데 왜 힘든 일을 일부러 찾아서 해야 할까요? 생각해 보세요. 백만 평이라고 쳐 보지요. 우리 부모님이 훌륭한 일을 해서 아름다운 집과 숲을 백만 평 넓이로 가꾸는 보금자리를 이루었다고 해 보지요. 자, 그러면 어떻게 할까요? 우리는 이 아름다운 부모님 집을 일부러 떠나서 밑바닥부터 다시 하면서 일부러 어렵게 살아야 할까요? 아니면, 우리 부모님이 일군 아름다운 보금자리를 그야말로 아름답게 누리면서 삶을 지으면 될까요? 어느 경험을 골라서 하든 다 괜찮아요. 좋은 쪽도 나쁜 쪽도 없어요. 고난과 역경을 일부러 다 경험해 보아도 나쁘지 않아요. 그러나 고난과 역경을 일부러 경험해 보다가 지치거나 힘들어서 죽고 싶어질 수 있고, 그만 죽을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한번 생각해 보셔요. 우리 부모님이 아름다운 보금자리를 일구셨다면, 이 보금자리는 왜 일구셨을까요?” 어여쁜 푸름이하고 더 말을 나눈다. “우리 친구는 ‘위인’이 되고 싶으세요?” “아니요.” “위인이 굳이 되어야 할 까닭이 없어요. 우리는 우리 스스로 사람이 되어 살면 돼요. 스스로 즐겁고 기쁘며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살면 돼요. 그뿐이에요. 위인이 될 까닭도 안 될 까닭도 없어요. 우리는 우리 삶을 배워서 꿈을 지으면 돼요. 위인전이 왜 재미없는 책인지 아시나요? 위인전은 사람들을 너무 힘들게 몰아세우면서 마치 그러한 일을 누구나 다 겪어야 하는듯이 이야기하기 때문에 재미없어요.” 4348.10.1.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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