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래 61. 뛰어오르는 마당



  우리 집 마당은 ‘뛰어오르는’ 마당입니다. 마음껏 달릴 수 있는 곳이기에, 이쪽 끝에서 도움닫기를 한 뒤에 영차 하고 뛰어오를 만합니다. 풀포기를 뛰어넘을 수 있고, 평상으로 뛰어오를 수 있으며, 후박나무 가지에 닿으려고 손을 뻗으면서 뛰어오를 수 있습니다. 시골순이는 이 시골집에 깃든 첫날부터 언제나 뜀뛰기와 달리기를 누렸고, 이제 꽤 높이 뛰어오릅니다. 앞으로도 언제나 뛰어오를 테며, 머잖아 혼잣힘으로도 후박나무 가지에 손이 닿을 만큼 뛰어오를 만하리라 생각해요. 나는 그날까지 날마다 새로운 뜀뛰기를 지켜보면서 사진을 찍겠지요. 4348.10.4.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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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볼 (28disc)
니시오 다이스케 감독 / 나무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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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볼 Z : 부활의 F

ドラゴンボ-ルZ復活の「F」, Dragon Ball Z: Resurrection of Frieza, 2015



  만화영화 〈드래곤볼 Z : 되살아난 F〉를 혼자서 재미나게 본다. 우리 집 두 아이한테는 아직 이 만화영화를 보여줄 수 없다. 고작 여덟 살하고 다섯 살이니까. 다만, 이 만화영화에 흐르는 이야기는 살짝살짝 바꾸어서 들려줄 수 있다. 자, 그러면 나는 우리 아이들한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만할까?


  먼저, ‘파랑(블루)’하고 ‘노랑(골드)’를 이야기하려 한다. 파랑하고 노랑은 누가 더 높거나 낮지 않다. 둘 모두 ‘사람누리(인간 세상)’을 뛰어넘는 자리이다. 그래서 파랑하고 노랑은 모두 ‘하느님(신)’ 자리에 있다고 할 만하다. 파랑하고 노랑이 맞붙어서 싸우면 어찌 될까? 어느 한쪽이 이기지 않는다. 둘은 온힘을 다해 맞붙는 동안 새로운 길과 눈썰미를 익힌다. 서로 배우려고 ‘맞붙어서 싸운다’는 얼거리로 ‘만난’다.


  〈드래곤볼 Z : 되살아난 F〉에서 손오공은 앞선 만화영화에서 한 걸음 나아갔다. 아니 새롭게 거듭났다. 〈드래곤볼 Z : 하느님 싸움〉에서 손오공은 ‘빨강(레드)’이 되었다. ‘빨강’은 어떤 빛깔을 나타낼까? 빨강은 사람누리 자리에서 스스로 눈을 뜨고 새롭게 깨어난 넋이라는 대목을 보여준다. ‘스스로 하느님이 된’ 넋이 바로 빨강이라는 빛깔로 나타난다. 〈드래곤볼 Z : 되살아난 F〉에서는 ‘파랑’이다. ‘파랑’이란 무엇일까? 파랑은 저 스스로 아프거나 모자라거나 다친 곳을 다스릴 수 있는 하느님 자리이다. 그래서 이 만화영화에서 손오공은 마지막 대목에서 스스로 ‘다친 자리’를 다스리는 이야기가 나올 만했는데, 아직 이러한 이야기까지 그리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나중에 이런 이야기를 그리겠구나 싶다. 어마어마하게 멀리 떨어진 별에서도 순간이동을 하는 손오공한테 ‘자기치유 능력’이 없다는 대목은 좀 우습다. 바보스럽다고 할까. 그러나 바보스러움이란 바로 손오공이 스스로 갈고닦으면서 천천히 거듭나도록 하는 밑바탕이자 밑천인 만큼, 오래지 않아 새 만화영화에서는 ‘자기치유를 하는 손오공’도 나오리라 본다. 이를테면, 나메크별 사람들이 ‘부러진 팔다리’쯤 새롭게 지어내듯이.


  손오공을 맞수로 여기면서 언제나 몸닦기를 하는 베지터는 이제 손오공 못지않게 몸을 다룰 줄 아는 싸울아비로 거듭난다. 앞선 만화영화에서는 그저 ‘비루스한테 놀림감이 되던 베지터’였으나, 베지터는 끝없는 몸닦기를 하면서, ‘왕자’라는 허울을 내려놓는 몸짓을 보여주면서, 손오공 다음으로 ‘파랑 하느님’으로 곧바로 몸을 바꿀 수 있는 만큼 발돋움했다.


  그러면 베지터는 어떻게 파랑이 될 수 있는가? 손오공을 비롯하여 ‘다른 목숨’을 함부로 죽이지 않는 마음으로 다시 태어났기 때문이다. 다른 목숨을 죽여서 없애야 ‘나 혼자 으뜸’이 된다는 멍청한 생각을 버렸기 때문이다.


  〈드래곤볼 Z : 되살아난 F〉에서 잘 나오는데, 앞선 이야기에서도 살짝 나오기는 했으나 ‘비루스’보다 ‘우이스’가 훨씬 힘이 세다. 대단히 마땅한 노릇이다. 파괴신을 다스리고 담금질하도록 이끈 우이스는 비루스가 대들 만하지 않다. 그리고, 우이스이든 비루스이든 지구별을 부술 생각이나 마음이 없다. 말로는 지구별쯤 얼마든지 부수겠노라 하지만, 막상 지구별을 부수지 않는다. 왜 그러한가 하면, 지구별에는 ‘맛있는 먹을거리’가 아주 많기 때문이다.


  고작 맛난 것 때문에 지구별을 안 부순다고 고개를 갸우뚱할 사람이 있을 텐데, 참말 그렇다. 게다가 지구별에는 온갖 나라와 겨레가 있는 터라, ‘맛있는 먹을거리’는 ‘지구별 사람 숫자’만큼 많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지구를 지킨 영웅은 없다는 뜻이다. 손오공이 아주 힘이 센 싸울아비이기 때문에 지구별을 지켜 주지 않는다. 손오공한테 지구별이 없다면, 또 착하며 아름다운 이웃사람이 없다면, 손오공은 터럭만큼도 오늘 모습처럼 거듭날 수 없었다.


  파랑 하느님이 된 손오공과 베지터이지만, 여느 지구별 사람도 누구나 ‘하느님’이다. 다만, 손오공하고 베지터는 ‘싸움을 할 줄 아는 몸놀림’으로 하느님이 되었을 뿐이고, 우이스나 비루스는 ‘파괴별’을 지키고 다스리는 넋으로 하느님이 되었을 뿐이다. 부르마는 과학천재로서 하느님이 되었다고 할 테고, 다른 모든 주인공도 저마다 제 삶을 찾는 하느님으로 거듭난다.


  손오반 이야기도 해 볼 만한데, 손오반은 제 아버지 손오공보다 훨씬 더 힘이 세다. 그렇지만 손오반은 주먹힘을 키우거나 끌어낼 마음이 없다. 이는 피콜로가 잘 안다. 피콜로는 손오반한테 숨은 모든 힘을 끌어내고 싶으나 손오반은 ‘몸으로 쓰는 힘’보다는 ‘머리로 쓰는 힘’이나 ‘마음으로 쓰는 힘’으로 가려 한다. 손오공은 책 한 권 안 읽고 글 한 줄 쓸 줄 모르지만, 손오반은 꾸준히 책을 읽으면서 마음을 갈고닦는다. 손오반은 ‘평화를 가꾸며 새로운 길을 배우는 기쁨’을 누리는 ‘사이어인 전사’도 있다는 대목을 그리는 주인공이라고 할 만하다.


  2016년이나 2017년에도 새로운 미르구슬(드래곤볼) 이야기가 나올까 궁금하다. 이만 한 짜임새라면 다음 이야기도 멋지고 아기자기하게 엮어서 나오리라 본다. 4348.10.4.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영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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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마음을 노래하는 책으로



  책순이가 손에 쥐는 책이 책순이 마음을 노래하는 책으로 스미기를 빈다. 어떤 책을 손에 쥐든 네 두 손에서 이야기꽃이 피어날 수 있기를 빈다. 그리고, 언제 어디에서나 마음으로 소리를 듣고 마음으로 숨결을 느끼며 마음으로 빛깔을 읽을 수 있기를 빈다.


  이야기는 책에만 있지 않으니, 책 안팎에서 흐르는 모든 이야기에 눈을 기울이고 귀를 열며 생각을 북돋울 수 있기를 빈다. 언제나 비는 마음이다. 그리고, 이처럼 비는 마음은 책순이하고 함께 사는 아버지로서 스스로 날마다 새롭게 읽으려고 하는 책내음이라고 할 만하다.


  오늘 하늘을 보았니? 아침에 일어나서 책을 먼저 집었니, 아니면 나무하고 먼저 이야기를 나누었니? 오늘 아침에 마당에 나가서 해님한테 먼저 웃음을 띄웠니, 아니면 책에 나오는 이야기를 읽고 먼저 웃음을 터뜨렸니? 네 마음을 노래하는 하루로 살고, 네 마음을 노래하는 책으로 가꾸렴. 4348.10.4.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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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누리는 책이란 (사진책도서관 2015.9.28.)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나는 신문을 읽지 않는다. 신문을 읽어서 내 삶이나 넋이나 말에 이바지를 하는 일이란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다만 신문종이는 모은다. 신문종이를 옷장이나 책장에 놓으면 좀이 덜 슬거나 안 슨다. 신문종이에서 배어나오는 여러 냄새를 벌레가 매우 싫어하니까. 그리고, 시골에서는 불쏘시개라든지 여러 곳에 신문종이를 쓴다.


  신문을 읽지 않는 까닭이라고 한다면, 신문을 아이들한테 물려줄 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나 경제나 스포츠나 연예인이나 주식 이야기만 가득한데다가 온통 광고투성이인 신문을 왜 아이들한테 물려주겠는가? 이런 신문을 아이들한테 물려준들 무엇이 도움이 될까?


  신문이 사람들한테 이바지를 할 만하다면, 신문에 실리는 모든 글은 해마다 알뜰히 그러모아서 새로운 책으로 엮으리라 본다. 그러나, 신문에 실리는 글 가운데 책으로 엮는 글은 매우 적을 뿐 아니라, 목숨줄조차 아주 짧다. 신문에 글을 쓰는 사람 가운데 그 글을 나중에 차곡차곡 모아서 책으로 엮겠노라 하고 생각하는 사람조차 아주 적으리라 본다. 어쩌면 아예 없을는지 모른다.


  함께 누릴 만한 책이란 두고두고 물려줄 만한 책이다. 아이하고 함께 읽거나 누릴 책이란 내가 우리 아이한테 물려줄 만한 책일 뿐 아니라, 우리 아이가 나한테서 물려받은 뒤에 먼 뒷날에 저희 아이한테도 물려줄 만한 책이다.


  날마다 새로 나오는 신문이 신문다우려면, 날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실어서 사람들한테 새로운 생각을 북돋울 수 있어야 한다. 하루만 지나면 쓰레기가 되는 정보나 지식이 아니라, 하루 동안 새로운 숨결이 흐르도록 이끄는 이야기를 담아야 비로소 신문이다. 이 같은 신문이 한국에 있는가?


  어떤 책이든 스무 해 뒤에 다시 읽을 만할 때에 비로소 ‘책’이라고 느낀다. 고작 스무 해 목숨줄조차 잇지 못한다면 ‘책’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없다고 느낀다. 스무 해마다 새로운 숨결이 흘러서 환하게 빛날 만한 이야기를 담아야 참말 ‘책’이지. ㅅㄴㄹ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을 보태 주셔요 *

☞ 어떻게 지킴이가 되는가 : 1평 지킴이나 평생 지킴이 되기

 - 1평 지킴이가 되려면 : 다달이 1만 원씩 돕거나, 해마다 10만 원씩 돕는다

 - 2평 지킴이가 되려면 : 다달이 2만 원씩 돕거나, 해마다 20만 원씩 돕는다

 - 평생 지킴이가 되려면 : 한꺼번에 200만 원을 돕거나, 더 크게 돕는다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가 되신 분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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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좀 생각합시다 9


 가정식백반


  ‘가정식 백반’이라는 한국말은 없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런 알쏭달쏭한 말이 널리 쓰입니다. 게다가 이 말이 아주 알맞거나 좋은 말이라고 여기는 사람도 부쩍 늘어납니다. 먼저 ‘가정식’이라는 말은 한국말사전에 없는데, ‘가정(家庭) + 식(式)’이기 때문이고, 중국 한자말 짜임새입니다. ‘백반(白飯)’은 “흰밥”을 뜻하는 한자말이며, 중국에서 들어온 낱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부터 한겨레는 ‘흰밥’을 먹는 일이 매우 드뭅니다. 흰밥은 궁중이나 부잣집에서 먹었고, 손수 흙을 가꾸어 나락을 일구던 시골사람은 ‘누런밥’을 먹었습니다. 시골사람은 쌀을 빚을 때가 아니면 겨를 함부로 벗기지 않습니다. 갓 거둔 햅쌀이라면 겨가 있는 채로 밥을 지어도 맛있습니다. 떡을 찌거나 쌀을 빚을 적에는 겉꺼풀뿐 아니라 속꺼풀도 많이 벗겨서 하얗게 되어야 다루기에 수월합니다. 이와 달리 밥을 먹을 적에는 겨만 살짝 벗길 적에 훨씬 고소하면서 맛이 나을 뿐 아니라 몸에도 도움이 되지요.


  떡을 찌거나 술을 빚는 나락은 ‘흰쌀’입니다. 밥을 끓이는 나락은 ‘누런쌀’입니다. 이때에도 ‘백미(白米)’나 ‘현미(玄米)’가 아닌 ‘흰쌀’이랑 ‘누런쌀’이에요. 그런데 ‘백미·현미’라든지 ‘백반’ 같은 낱말은 조선 양반 사회에서 일제강점기를 거치는 동안 지식인이나 관청에서 두루 썼지요. 그무렵에는 정치나 행정이나 문화나 사회 모두 ‘한자말만’ 썼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흐름은 오늘날까지 그치지 않아서 ‘밥집’이 아닌 ‘백반집’ 같은 이름으로도 남고, 요즈음에는 ‘집밥’이 아닌 ‘가정식백반’이라는 이름으로까지 퍼집니다.


  집에서 짓는 밥은 ‘집밥’입니다. 밖에서 사먹는 밥은 ‘바깥밥’입니다. 가게에서 지어서 파는 밥은 ‘가게밥’입니다. 그런데 이런 밥을 놓고 ‘집밥·바깥밥·가게밥’ 같은 한국말을 제대로 쓸 줄 아는 사람은 드물고, ‘가정식백반·외식·식당밥’ 같은 말만 자꾸 퍼집니다. 4348.10.4.해.ㅅㄴㄹ



눈앞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라는 아, 이런 가정식백반 같은 충고들

→ 눈앞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라는 아, 이런 집밥 같은 도움말들

→ 눈앞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라는 아, 이런 집밥 같은 살가운 말들

→ 눈앞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라는 아, 이런 집밥 같은 포근한 말들

《이현승-생활이라는 생각》(창비,2015) 40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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