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246] 신나게 하기



  즐겁게 하려고 마음을 품을 적에

  기쁘게 하려고 손을 맞잡을 적에

  신나게 노래하는 웃음꽃이 피지.



  ‘잘 못 할’ 수 있고, ‘잘못할’ 수 있습니다. 잘 못 하면, 앞으로 잘 하면 됩니다. 잘못했으면, 앞으로는 잘못을 그만 하고 잘 할 수 있으면 됩니다. 앞으로도 잘 못 하거나 잘못할 수 있으나 그리 대수롭지 않습니다. 즐겁게 하는 마음이면 되고, 기쁘게 어깨동무하는 마음이면 넉넉해요. 신나게 노래할 때에 웃는 하루입니다. 4348.10.5.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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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를 해서 널고 말려서 걷고 개기



  아침에 방송국에서 전화가 왔다. 아직도 여러 가지 기계들, 이를테면 자동차나 텔레비전이나 세탁기를 안 쓰느냐 하고 묻는다. 그래서 자동차나 텔레비전은 아직 쓸 마음이 없고, 세탁기는 집안에 들였지만 선반처럼 쓴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다만, 몸이 아플 적에는 쓰는데, 요 한 달 사이에 오른무릎이 아직 낫지 않았기 때문에 세탁기를 쓴다.


  세탁기로 빨래를 돌리고, 부엌에 서서 밥을 짓는다. 한눈으로는 물 끓는 결을 살피고, 다른 한눈으로는 세탁기에 뜨는 눈금을 읽는다. 밥이 다 되어 즐겁게 차려서 아이들을 부른다. 이러면서 나는 빨래를 마쳐 준 세탁기에서 옷가지를 꺼내어 마당에 넌다.


  걸레를 빨아서 방바닥을 훔친다. 이불하고 깔개하고 베개를 햇볕에 말린다. 틈틈이 뒤집어 준다. 저녁해가 기울 무렵 이불하고 베개를 턴 뒤에 집안으로 들인다. 옷가지도 하나씩 떼어서 집안으로 가지고 온다. 집에서 하는 일만으로도 하루는 곧 지나간다. 우리는 집에서 무엇을 할까? 살림을 하고 하루를 짓지. 살림이란 무엇이고 하루란 무엇일까. 서로 즐겁게 웃으면서 나누는 이야기일 테지.


  대단하거나 뾰족하다 싶은 모습이 있는 하루는 없다. 언제나 수수한 모습으로 흐르는 하루이다. 그래서 수수한 삶결을 수수한 대로 아끼기에 즐거운 노래가 흐르고, 이 노래는 새삼스레 사랑스러운 살림살이로 거듭난다. 저녁햇살이 부드럽고 저녁바람도 싱그럽다. 4348.10.5.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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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175. 장대로 나무한테 닿기 (15.5.24.)



  시골순이 누나가 긴 장대를 뻗어서 후박나무 가지를 톡 건드린다. 서서도 뛰어서도 후박나무 가지에 안 닿으니까 장대를 써서 후박나무 가지를 만지겠단다. 이제 시골돌이도 누나를 따라서 후박나무 가지를 건드리고 싶다. 영차 하고 긴 장대를 들고서 이리 기우뚱 저리 기우뚱한 끝에 드디어 나뭇가지를 건드린다. 야호 하고 노래를 하더니 거미줄도 건드리고 나비도 잡겠다고 부산을 떤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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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62. 비질



  가랑잎이 떨어질 적에도 꽃잎이 떨어질 적에도 나무 곁에서 비질을 합니다. 가랑잎을 쓸어담고 꽃잎을 쓸어담지요. 살림순이는 돌을 갓 지났을 무렵에도 언제나 심부름을 하거나 어른하고 똑같이 일을 하려 했고, 놀이돌이는 다섯 살이 되어도 늘 두리번두리번 놀잇거리를 찾습니다. 한집에 사는 두 아이는 한마음으로 놀다가도 두 마음으로 갈리면서 한쪽은 살림꾼이 되고 한쪽은 놀이꾼이 돼요. 비질하는 손도 귀엽고, 비질하는 누나 곁에서 노래하며 노는 목소리도 사랑스럽습니다. 나는 아이들한테 비질도 노래도 함께 물려주었습니다. 4348.10.5.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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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한국말사전(국어사전)을 꿈꾸는 모임’인 〔숲노래〕 이름으로 나온 첫 책이기도 한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이 나왔습니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함께 볼 수 있을 만한 눈높이로 엮었으며,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즐겁게 읽으면서 한국말을 새롭게 바라보면서 배우고 생각하고 갈고닦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비롯해서, 어른들 모두 한국말을 한국말답게 쓰고 다루면서 곱게 가꾸는 길에 이 책 한 권이 밑바탕이나 길동무가 될 수 있기를 꿈꿉니다. 즐겁게 읽어 주셔요. 고맙습니다.


















‘머리말’에서


  이 책에서 어린이와 푸름이 여러분한테 들려주려고 하는 이야기는 바로 ‘한국말’입니다. ‘새롭게 쓰는’ 한국말 이야기입니다. 서양 말투나 번역 말투나 일본 말투에 물들지 않은 고요한 한국말이란 무엇인가를 알려주려고 합니다. 중국 한자말이나 일본 한자말이 아닌, 여기에다가 옛날 궁중에서 쓰거나 지식인이 쓰던 한국 한자말도 아닌, 그저 수수한 ‘한국말(한겨레 말)’이란 무엇인가 하는 이야기를 처음부터 새롭게 생각하자고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합니다.


  그렇다고 한자말이나 영어를 쓰지 말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한자말이나 영어를 쓰든 안 쓰든, 먼저 한국말이 어떠한 말인지를 알거나 느끼는 마음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서는 ‘한자말이나 영어를 말끔히 털어낸 한국말’은 어떤 모습인가 하는 실마리도 함께 보여주려고 합니다. ‘맨얼굴인 한국말’을 알아야 새롭게 가꿀 말과 넋과 꿈을 찾을 수 있을 테니까요.


  하나씩 배우고 차근차근 익힐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언제나 처음으로 배운다는 마음이 되면서 천천히 돌아볼 수 있기를 바라요. 오늘 하루부터 새롭게 듣고 읽으면서 기쁘게 말꽃을 피우고 이야기꽃으로 말잔치를 이룬다고 여길 수 있기를 빌어요. 한국말을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면서 새롭게 배우려고 이 책을 손에 쥔 모든 이웃님한테 고맙다는 말씀을 올립니다.






‘토씨 -의’를 다루는 글 끝자락에서


  사전에 담는 한국말은 아직 제대로 선 적이 없습니다. 한국말을 사전에 담으려고 한 학자와 지식인은 아직 한국말을 제대로 바라본 적이 없습니다. 한국말사전을 옆에 놓고 한국말을 익히려는 한국사람은 아직 한국말을 제대로 마주한 적이 없습니다.


  서양사람이나 일본사람이 ‘of’와 ‘の’를 ‘-의’라는 꼴로 한국말에 심었는지 모르지만, 한국사람 스스로 ‘-의’라는 토씨를 한국말에 억지스레 심었다고 해야 옳다고 느낍니다. 한국 사회는 아직 ‘스스로 서기’를 못 합니다. 한국 문화는 아직 ‘손수 삶을 지어 스스로 서기’로 나아가지 못 합니다. 어쩔 수 없는 노릇입니다. 아직 한국사람은 한국말을 옳게 세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국말을 제대로 보고 제대로 느끼며 제대로 쓸 수 있을 때에, 사회도 문화도 교육도 정치도 경제도 제대로 서서 제대로 흐를 수 있습니다.





차례


ㄱ. 이름씨 · 매인이름씨 · 대이름씨 (명사 · 의존 명사 · 대명사)

가운데 · 개 · 것 · 경우· 고객님 · 귀하 · 그/그들 · 그것 · 그녀 · 까닭에/때문에 · 나름 · 마찬가지 · 선생님 · 속 · 아래 · 안 · 엄마/아빠 · 위 · 저희 · 정말 · 진짜 · 호랑이/호랑나비/호랑이띠


ㄴ. 어찌씨 · 이음씨 · 느낌씨 · 얹음씨(부사 · 접속 부사 · 감탄사 · 관사)

가끔씩/이따금씩 · 가장 · 그래서/그러나/그러니까/그러므로/그런데 · 그리고/따라서 ·너무/너무너무 · 아울러 · 하면/하여/해서 · 하지만/한데/허나 · 한 ·혹은 · 휴/휴우


ㄷ. 움직씨 · 그림씨(동사 · 형용사)

가져오다/낳다 · 가지다 · 같다(것 같다) · 달리다/달려가다 · 대하다(-에 대하다) · 던지다 · 드리다 · 만들다 · 많다 · 바래다(바램) · 있다 · 주다(전화 주다) · 지니다 · 파랗다/푸르다 · 푸르른(푸르르다)


ㄹ. 토씨 · 씨끝(조사 · 어미)

-께/-께서 · -께로/-에게로/-한테로 · -들 · -로부터/-으로부터 · -ㅁ과 동시에/-와(과) 동시에 · -ㅁ에 따라/-함에 따라 · -ㅁ으로써 · 보다 · 뿐 · -었었-/-았었- · -에로 · -에 있어/-에게 있어 · -한(무엇)


ㅁ. 일본 말투

땡땡이 ① · 땡땡이 ② · 며느리배꼽/며느리밑씻개 · 부락/자연 부락 · 빵꾸/펑크 · 삐까번쩍 · 시작 · 시합/진검 승부 · 십팔번 · 앙꼬/소보로(소보루) · 애로 사항 · 에또 · ‘―’ · 잉꼬/잉꼬부부 · 자체 · 제군 · 준비 땅(요이 땅)


ㅂ. 얄궂은 말투

0% · 100%/100점 · 180도 바뀌다 · 2%(2퍼센트/2프로/2% 부족할 때) · 노답/노잼 · K씨 · 숫자말 · 시간 읽기 · 이름씨꼴로 쓴 말 · 임자말 자리(우리는/나는/저는) · 입음꼴로 쓴 말 ‘-하게 되다’


ㅅ. 이런 말 저런 말

‘-에 대해’ · ‘관계자 외 출입금지’ · ‘필요시’ · “아래 번호로 전화하세요” · ‘스틱’ · “환승 시 하차 태그하세요” · ‘개봉 시 주의 사항’ · “잘못 만들어진 책은 구입처에서 바꾸어드립니다” · “작가와의 협의에 따라 인지는 붙이지 않습니다” · ‘희망 소비자 가격’ · “거동이 불편하세요?” · “거론할 이유 없다” · “거칠게 말하자면” · “이런 결과를 낳았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 ‘기타 등등’ · ‘낙엽이 지는 계절’ · “다름 아니라” · “얼른 답을 주세요” · “대담은 2014년 초에 있었다” · “뜨거운 태양이 지구를 달구네” · “지금 생각하니 만감이 교차하는군요” · ‘매일같이/매일처럼’ · “많은 관심 부탁합니다” · “매분마다 바뀐답니다” · “무임승차하지 마세요” · ‘불특정 다수의 의견’ · ‘삼시 세끼’ · “서로 상대에게 힘이 되자” · ‘선망의 눈/선망의 대상’ · “시도 때도 없이 와요” · ‘시시때때로’ · “식사하셨어요” · “우려가 있습니다” · “의견 충돌이 있습니다” ·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 “이해가 되나요?” · “자타가 공인하는 실력입니다” · “좋은 질문이에요” · ‘지속 가능한 미래’ · “맡은 바 직무를 수행합니다” · “적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 “그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행복 지수가 올라갑니다” · “희색이 만면합니다”


ㅇ. 토씨 ‘-의’

‘나의’와 ‘내’ · ‘나의’와 ‘우리’ · ‘之’와 ‘의’ · ‘of’와 ‘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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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5-10-05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로 출간하신 새 책이 참 산뜻하니 예쁘네요~~
저도 일간 읽어 보고 싶습니다 ^^
애 많이 쓰셨습니다~~*^^*

파란놀 2015-10-05 16:05   좋아요 0 | URL
출판사 일꾼하고 디자인 하는 분하고 그림 그리신 분 모두
마감에 쫓기면서 그야말로...
저도 아픈 다리에 파스를 신나게 뿌리며 다 함께 ^^;;
한글날 앞서 책이 태어나도록 온힘을 쏟았어요.
적어도 여섯 사람이 이레 즈음
밤잠을 거의 못 자면서 함께 빚은 책입니다.
아무쪼록 널리 사랑받아서 이 책 하나로 나눌 이야기가
새록새록 즐겁게 깃들 수 있기를 빌어요.
고맙습니다 ^^

북다이제스터 2015-10-05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로운 책 축하드립니다^^
차례만 봐도 그동안 저자 노고가 생생합니다. ^^

파란놀 2015-10-06 04:29   좋아요 0 | URL
읽어 주고 생각해 주며 함께 배우는 이웃님이 있기에
언제나 여러모로 즐거이
글을 쓰고 책을 엮는구나 하고 느껴요.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