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아이 116. 2015.5.24. 이 꽃 예쁘네



  마을 빨래터를 치우고 물놀이까지 마친 시골돌이가 집으로 돌아가다가 문득 걸음을 멈춘다. “이 꽃 예쁘네” 하면서 쭈그려앉아서 꽃내음을 맡는다. 그래, 그 꽃 예쁘네. 꽃도 네 몸짓도 모두 예쁘네. 바람도 예쁘고 구름도 예쁜 하루이네. 예쁜 꽃을 알아보는 네 눈길도 예쁘고, 너를 먹이고 입히면서 함께 지낼 수 있는 우리 보금자리도 모두 예쁘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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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닌 것 알이알이 명작그림책 39
쇠렌 린 지음, 한나 바르톨린 그림, 하빈영 옮김 / 현북스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70



아무것도 아닐 수 없는 ‘온사랑’

― 아무것도 아닌 것

 쇠렌 린 글

 한나 바르톨린 그림

 하빈영 옮김

 현북스 펴냄, 2015.8.10. 12000원



  아이가 길에서 넘어집니다. 무릎이나 팔꿈치가 긁혔으면 “아무것도 아니야. 괜찮아.” 하고 말합니다. 그리고 “자, 네가 스스로 말해 주어야지. 네 몸한테. 아무것도 아니니 괜찮다고.” 어버이인 나도 아이들 못지않게 어디에 부딪힌다거나 넘어지거나 까지거나 긁힙니다. 아이들이 나를 보고 외칩니다. “아버지! 저기 피 나요!” 나는 흘낏 어딘가를 쳐다봅니다. 어딘가 긁히거나 다친 듯합니다. 그렇지만 이내 고개를 돌리고 아이한테 말합니다. “괜찮아. 아무것도 아니야. 곧 다 나아.”



아무것도 아닌 것은 많아. 아무것도 아닌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먼저 아무것도 아닌 것을 찾아봐야 해. (3쪽)



  덴마크에서 날아온 그림책을 읽습니다. 쇠렌 린 님하고 한나 바르톨린 님이 함께 빚은 《아무것도 아닌 것》(현북스,2015)입니다. 덴마크 어린이는 이런 그림책을 만나는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이야기를 가만히 살핍니다. 우리 집 아이들도 “아무것도 아닌 것”이 무엇인가 하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아무것도 아니야” 같은 말을 참 흔하게 쓰는데, 무엇을 놓고 “아무것도 아니야” 하고 말할 만한지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은 어떤 것들 틈에 숨어 있단다. 그러니 네가 어떤 것들을 찾아서 버리면 아무것도 아닌 것만 남지. 너는 거기에서 아무것도 아닌 것을 본단다 (7쪽)



  놀다가 넘어져도 아무것도 아닙니다. 놀다가 안 넘어져도 아무것도 아닙니다. 놀다가 새똥에 맞아도 아무것도 아닙니다. 놀다가 새똥에 안 맞아도 아무것도 아닙니다. 놀다가 심심해도 아무것도 아닙니다. 놀면서 안 심심해도 아무것도 아닙니다.


  주머니가 텅 비어도 아무것도 아닙니다. 주머니가 가득해도 아무것도 아닙니다. 오줌이 마려워도 아무것도 아닙니다. 오줌이 안 마려워도 아무것도 아닙니다. 갈 길이 멀어도 아무것도 아닙니다. 갈 길을 다 가서 이제 닿을 무렵이 되어도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이 모두를 거꾸로 짚어서 “아무것도 아니야”가 아니라 “힘들어”라든지 “아파”라든지 “괴로워”라든지 “짜증나”라고 하면, 바로 이 말대로 이루어지면서 “모든 것”이 되어요.


  즐거움도 내가 끌어당기고 괴로움도 내가 끌어당깁니다. 기쁨도 내가 북돋우고 슬픔도 내가 북돋웁니다. 노래도 내가 부르지요. 웃음도 내가 짓지요.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바로 나요, 낯을 찡그리는 사람도 언제나 나입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을 쉽게 쳐다볼 수도 있어. 밤하늘에 뜬 별들이 여기저기 있을 거야. 그 별들 사이에도 아무것도 아닌 것이 있단다. (14∼15쪽)


아무것도 아닌 것은 어쩌면 가장 부서지기 쉬운 것을 수도 있어. (19쪽)



  그림책 《아무것도 아닌 것》은 동글동글한 그림결을 차분히 곁들이면서 이야기를 잇습니다. 우리는 늘 언제 어디에서나 아무것도 아닌 것을 아주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아무것도 아니기에 쉽게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아무것도 아닌 것은 쉽게 부서질 만하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렇지요. “넘어져서 까진 무릎이 아프다”고 하는 생각도 아무것도 아닌 만큼, 언제나 쉽게 이러한 생각을 내려놓거나 떠나보낼 수 있습니다. “그 일 때문에 너무 슬퍼” 같은 생각도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터라, 언제나 쉽게 이러한 생각을 흘려보내거나 잊을 수 있어요.


  그리고, 아무것도 아닌 것은 언제나 “모든 것”이 되어 내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어요. 자잘한 일에 얽매여 아무것도 못할 수 있어요. 작은 실타래에 꽁꽁 묶인 채 아무것도 못 볼 수 있어요. 무엇보다도 아주 조그마한 사랑을 느끼면서 온마음에 기쁨이 넘칠 수 있습니다.




그것들이 다 사라진다 해도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단다. 왜냐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다 사라졌다고 누구도 말할 수 없기 때문이지. (27쪽)



  아이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일 수 없습니다. 아이를 낳은 어버이도 아무것도 아닌 사람일 수 없습니다. 너도 나도 아무것도 아닌 목숨일 수 없습니다. 작은 벌레 한 마리도 아무것도 아니라 할 수 없습니다. 나무 한 그루와 풀 한 포기도 아무것도 아니라 할 만하지 않아요.


  사람은 급수나 계급이나 신분이나 학력이나 재산으로 가를 수 없습니다. 더 높거나 많다고 함부로 말할 수 없습니다. 사람이라면 그예 사람입니다.


  삶도 이와 같아서, 이 삶이 낫거나 저 삶이 덜떨어진다고 할 수 없어요. 모든 삶은 저마다 아름다운 숨결이 깃들고, 모든 사람은 저마다 사랑스러운 넋으로 하루를 지으며, 모든 날은 저마다 기쁜 노래로 이루어집니다.


  ‘아무’라는 말이 재미있습니다. 우리는 쉽게 ‘아무’가 될 수 있으면서 ‘누구나’가 되고 ‘모두’가 될 뿐 아니라, 시나브로 ‘하나’로 돌아와서 ‘바로 나’라고 하는 자리에서 씩씩하게 섭니다. 이리하여 나는 아이들한테 “네 모두를 사랑한단다” 하고 말합니다. 여기에 덧붙여 바로 나한테 스스로 “나는 나를 언제나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 하고 속삭입니다. 4348.10.6.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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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368) 스스로의


 스스로의 노력으로 성공한다 → 스스로 애써서 뜻을 이룬다

 스스로의 선택이다 → 스스로 고른다

 스스로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다 → 내 마음속을 들여다보다

 자기 스스로의 혁명 → 나 스스로 거듭나기


  ‘스스로’라는 한국말에 ‘-의’를 붙이는 사람이 부쩍 늘어납니다. 가만히 보면 이 말투는 “자기(自己) 자신(自身) + 의” 같은 말투에서 “자기 자신”을 “스스로”로 바꾼 말투입니다.


  그런데, 한국말사전을 살피니 ‘스스로’를 “자기 자신”으로 풀이합니다. ‘자기’는 “그 사람 자신”으로 풀이하고, ‘자신’은 “1. 그 사람의 몸 또는 바로 그 사람을 이르는 말 2. 다름이 아니고 앞에서 가리킨 바로 그 사람임을 강조하여 이르는 말”으로 풀이하는군요. 한국말사전은 ‘스스로’도 ‘자기’도 ‘자신’도 제대로 풀이하지 않습니다. 어설픈 겹말풀이요 돌림풀이입니다.


  ‘스스로’는 “바로 나”를 가리킵니다.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나”를 가리키지요. 그래서 “스스로의 노력으로” 같은 말마디는 “스스로 애써서”로 손질할 수 있고 “바로 내가 애써서”처럼 손질할 수도 있습니다. “스스로의 선택이다”도 “스스로 고른다”나 “바로 내가 고른다”로 손질할 수 있어요. 4348.10.6.불.ㅅㄴㄹ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운명을 열어 갈 것인가는

 우리 힘으로 운명을 열어 가려는가는

 우리 힘만으로 앞길을 열어 가려는가는

→ 바로 우리 힘으로 앞날을 열어 가려는가는

→ 우리 힘을 모아서 이 길을 열어 가려는가는

→ 우리 힘으로 스스로 운명을 열어 가려는가는

 우리 힘으로 당차게 새날을 열어 가려는가는

→ 우리 힘으로 슬기롭게 이 삶을 열어 가려는가는

 우리 힘으로 꿋꿋하게 새 꿈을 열어 가려는가는

《채희석-참된 삶을 위하여》(현장문학사,1989) 20쪽


나 자신조차도 스스로의 이기심이나 욕심 같은 것을

→ 나조차도 스스로 이기심이나 욕심 따위를

→ 나조차도 나만 아는 생각이나 욕심 따위를

→ 나조차도 나만 생각하는 욕심 따위를

→ 나조차도 내 밥그릇 따위를

《조선희-왜관 촌년 조선희, 카메라와 질기게 사랑하기》(황금가지,2004) 7쪽


스스로의 독백이었기에

→ 혼자 하는 말이었기에

 혼잣말이었기에

→ 혼자서 털어놓는 말이었기에

→ 혼자 읊조리는 말이었기에

《지율-초록의 공명》(삼인,2005) 5쪽


언니들 스스로의 힘이었듯이

→ 언니들 스스로 낸 힘이었듯이

→ 언니들 스스로 보여준 힘이었듯이

→ 언니들 이었듯이

→ 바로 언니들 이었듯이

→ 무엇보다 언니들 이었듯이

《성매매피해여성지원센터 살림-너희는 봄을 사지만 우리는 겨울을 판다》(살림,2005) 5쪽


다른 일을 하면서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 다른 일을 하면서 스스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 다른 일을 하면서 제 힘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 다른 일을 하면서 스스로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 다른 일을 하면서 당차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박금선-내가 제일 잘한 일》(샨티,2015) 229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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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말 손질 366 : 피로한 엄마는 지친 목소리


 피로한 엄마는 지친 목소리로

→ 지친 엄마는 지친 목소리로

→ 힘든 엄마는 지친 목소리로


피로(疲勞) : 과로로 정신이나 몸이 지쳐 힘듦


  한자말 ‘피로’는 “몸이 지쳐 힘듦”을 뜻합니다. 그러니, ‘피로한’ 엄마가 ‘지친’ 목소리를 낸다고 적은 글월은 겹말입니다. “지친 엄마가 지친 목소리로”처럼 적어야 옳고, 앞뒤에 다른 말을 넣고 싶다면 “힘든 엄마가 지친 목소리로”처럼 적을 수 있어요.


  그런데 한국말사전 뜻풀이에서 ‘피로’를 “몸이 지쳐 힘듦”처럼 적을 적에도 겹말풀이입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한국말사전에서 ‘지치다’를 찾아보면 “힘든 일을 하거나 어떤 일에 시달려서 기운이 빠지다”로 풀이해요. 그러니 ‘피로’라는 한자말을 굳이 쓰려 한다면 “몸이 지쳐 힘듦”이 아닌 “몸이 지침”으로만 풀이해야 올바릅니다. 4348.10.6.불.ㅅㄴㄹ



하루의 일로 몹시 피로한 엄마는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 하루 일로 몹시 고단한 엄마는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 하루 일로 몹시 힘겨운 엄마는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준비에브 브리작/김경온 옮김-올가는 학교가 싫다》(비룡소,1997) 11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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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없애야 말 된다

 (1752) 아메바적


 아메바적인 광고로 얼룩지다

→ 아메바 같은 광고로 얼룩지다

→ 바보 같은 광고로 얼룩지다

 아메바적인 사고만 하는 사람

→ 얕은 생각만 하는 사람

→ 어리석은 생각만 하는 사람

→ 생각이 짧은 사람


  ‘아메바(amoeba)’는 “아메바목의 단세포 원생동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아메바 + 적’으로 쓰는 말투는 ‘단세포(單細胞) + 적’으로 쓰는 말투하고 같다고 할 만합니다. ‘단세포’는 ‘홑세포’를 가리키기도 할 테지만, 사회에서는 “생각이 얕거나 한 가지만 아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생각이 얕은 사람을 빗대려 한다면 ‘바보’나 ‘멍청이’나 ‘얼간이’ 같은 한국말을 쓰면 됩니다. ‘어리석다’나 ‘어리숙하다’나 ‘멍청하다’나 ‘바보스럽다’나 ‘터무니없다’ 같은 말을 써도 잘 어울립니다. 말 그대로 “생각이 얕다”나 “생각이 짧다”처럼 써도 됩니다. 4348.10.6.불.ㅅㄴㄹ



아메바적인 너무나 아메바적인

→ 아메바 같은 너무나 아메바 같은

→ 멍청이처럼 너무나 멍청이처럼

→ 우스꽝스레 너무나 우스꽝스레

→ 바보스럽게 너무나 바보스럽게

《이현승-생활이라는 생각》(창비,2015) 78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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