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군내버스 029. 집으로 데려다주었지



  읍내에서 우리를 태우고 집으로 데려다준 버스에서 내린다. 두 아이 모두 졸립다. 작은아이는 내 품에 안기고, 큰아이는 무척 졸리면서도 애써 일어나서 스스로 씩씩하게 내려 준다. 작은아이를 품에 안은 채 군내버스를 바라본다. 천천히 멀어지면서 저물녘 어스름빛을 안고 떠나는 버스 꽁무니를 바라본다. 고마워. 다음에 또 태워 주렴. 버스에서 잠들어서 안고 내린 작은아이인데, 집에 거의 다 닿아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히죽히죽 웃다가 내 품에서 내려서 고샅을 달린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고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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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인형놀이 11 - 누나가 오려 준 강아지



  누나가 종이인형을 오려 주었다. 놀이돌이는 누나한테서 강아지 종이인형을 받았다. 이 종이인형을 한손에 쥐고 함께 나들이를 다닌다. ‘우리 집’에서 태어나서 다른 곳은 아직 못 가 본 종이인형한테 ‘새로운 곳’을 구경하도록 이끌어 주겠다고 한다. 마음씨가 참 곱구나. 종이인형도 우리 아이들을 참으로 좋아하겠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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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밥이 왜 이리 늦어요?”



  두 아이를 자전거에 태워 우체국에 들렀다. 책 열네 권을 부쳤다. 면소재지 초등학교 놀이터로 갔다. 처음에는 우리 아이들만 놀았지만, 초등학교 공부를 마치고 노란버스를 기다린다든지 집으로 돌아가는 군내버스를 기다리는 마을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논다. 면소재지 아이들이 있을 적에 면소재지 아이들은 좀 거친 말씨가 많았는데, 면소재지하고 퍽 떨어진 시골마을에 따로따로 사는 아이들은 말씨도 한결 부드럽고 고흥 말씨도 제법 흐를 뿐 아니라, 저희보다 어린 동생인 우리 아이들하고도 잘 놀아 준다. 나도 이 아이들 가운데 열 살 머스마하고 철봉을 함께 하면서 논다.


  해가 뉘엿뉘엿 기울 무렵이 되고, 군내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갈 아이들은 더 놀다 갈 듯하다. 두 아이를 태우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작은아이는 새근새근 잠든다. 큰아이는 졸음이 가득하지만 집에 돌아가서 컴퓨터게임을 하고 싶단다. 얼추 열흘 가까이 한 번도 못 했지. 그러나 집에 닿으면 먼저 씻고 저녁을 먹어야지.


  큰아이를 씻기고 나서 작은아이를 씻긴다. 작은아이는 집에 와서 이부자리에 누이니 잠을 깼다. 아이들을 씻기기 앞서 밥물을 안쳤고, 두 아이를 다 씻기고 나서 먼저 고구마감자졸임을 뎁혀서 주었다. 한창 바삐 밥이랑 국을 끓이는데 큰아이가 불쑥 한 마디 한다. “아버지, 밥이 왜 이리 늦어요?” 이제 1분쯤 있으면 밥도 국도 다 된다. 허허 웃으면서 “벼리야, 밥이 왜 이리 늦다니? 늦어 보여? 아버지는 집에 오자마자 너희 씻기고 밥하고 아무것도 안 하면서 이렇게 있어. 오른무릎이 많이 아파서 서기도 힘들지만 너희들 주려고 밥을 신나게 하지. 아픔을 참으면서 밥을 하니까 아버지를 헤아려 달라는 뜻이 아니라, 너희는 집에 와서 밥 생각이 아니라 게임 생각만 했는데 그렇게 말하면 서운하지. 그리고, 밥은 뚝딱하고 나오지 않아요. 벼리가 손수 밥을 할 수 있지는 않지? 기다리는 사람이라고 해서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지는 않지만, 즐겁게 기다려 주어야지. 이제 거의 다 되었으니까 조금만 있어 봐.”


  두 아이 밥그릇하고 국그릇에 뜨끈뜨끈 김이 나는 저녁을 담아서 밥상에 올리고 난 다음 비로소 부엌바닥에 주저앉는다. 아이고 아이고. 내 무릎에도 김이 나네. 후끈후끈 저려서 다리도 못 펴겠다. 4348.10.7.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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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처럼 2015-10-07 22:15   좋아요 0 | URL
저도 속상하고 답답할때 많죠. 그래도 마음을 이렇게 솔직히 얘기 나누는게 좋겠어요.

파란놀 2015-10-07 22:17   좋아요 1 | URL
음... 속상하거나 답답하지 않았고
아주 많이 즐거웠습니다.
얼마나 재미있었는데요 ^^

저는, 이 따옴표에 들어간 말을
웃으면서 얘기했습니다 ^^

민들레처럼 2015-10-07 22:19   좋아요 0 | URL
^^ 역시 내공이~~ 그 마음 배우고 갑니다!

파란놀 2015-10-07 23:18   좋아요 1 | URL
내공...이라기보다는...
그저
아이를 사랑해 주면 되옵니다 ^^````
 

120 : 150, 책 열네 권



  도서관 이야기책을 이달에는 150부를 찍었다. 지난번까지는 120부를 찍었는데, 130부나 140부를 찍으면 값이 얼마나 되는가를 살피다가 문득 150부는 얼마인가를 살피니, 120부를 찍을 때보다 150부를 찍을 때에 외려 값이 적게 든다고 나왔다.


  그러고 보니 100부를 찍다가 120부를 찍기로 할 적에도 100부보다는 120부가 외려 값이 적게 들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100부보다 150부를 찍을 적에 천 원이나 이천 원이 적게 든다고 하니 그야말로 아리송한 노릇이라고 여기다가, 인쇄기에 앉힐 적에는 종이결에 따라 달라지니 그렇구나 하고 뒤늦게 깨닫는다.


  이번에 새로 낸 책을 부치려고 봉투에 싼다. 이것저것 챙기면서 봉투질을 하는데 열네 권을 싸는 데에 꽤 품과 겨를이 든다. 등허리가 결린다. 우체국까지 가서 부치고 하자면 또 품과 겨를과 힘이 들 테지. 책 열네 권도 묵직하다. 오늘은 아마 여기까지 힘을 쏟을 만하리라 느낀다. 아이들하고 우체국마실을 하고 면소재지 놀이터도 살짝 들르면 그야말로 머리가 깨질 듯이 어지러우면서 비틀거리겠네. 자전거를 몰기 앞서 살짝 드러누워 허리를 펴야겠다. 자, 새롭게 기운을 내자. 4348.10.7.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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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 이야기책 〈함께살기〉 15호 (사진책도서관 2015.10.5.)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도서관 이야기책 〈함께살기〉 15호를 며칠 앞서부터 엮었으나 금요일에 마침 도서관에 책손이 찾아오셔서 피디에프 파일을 인쇄소로 보내지 못했다. 월요일에 파일을 보냈고, 도서관 이야기책이 고흥으로 오기를 기다린다. 오늘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이 고흥으로 날아온다. 도서관 이야기책이 오늘 오도록 했으면 오늘부터 우체국에 갔을 텐데. 며칠 기다려서 수요일이나 목요일부터 책하고 이야기책을 함께 부치면 될 테지.


  새로 낸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은 우리 도서관이 한결 튼튼하게 서는 길에 아름다운 뒷배가 될 수 있기를 빈다. 도서관 이야기책은 두 달에 한 차례씩 꼬박꼬박 내놓아서 보낼 수 있기를 빈다. 모두 다 잘 되리라. 시골마을에서 길어올리는 시골노래를 골골샅샅 흩뿌리면서 멋지고 사랑스러운 이웃님을 두루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함께살기〉 15호에는 《책짓기》라는 이름을 붙인다. 삶짓기처럼 책을 짓는 삶을 노래하는 작은 이야기꾸러미이다. ㅅㄴㄹ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을 보태 주셔요 *

☞ 어떻게 지킴이가 되는가 : 1평 지킴이나 평생 지킴이 되기

 - 1평 지킴이가 되려면 : 다달이 1만 원씩 돕거나, 해마다 10만 원씩 돕는다

 - 2평 지킴이가 되려면 : 다달이 2만 원씩 돕거나, 해마다 20만 원씩 돕는다

 - 평생 지킴이가 되려면 : 한꺼번에 200만 원을 돕거나, 더 크게 돕는다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가 되신 분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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