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1753) 국민적


 국민적 염원이다 → 사람들이 바란다 / 온 나라 사람들 꿈이다

 선수단은 국민적인 환영을 받았다 → 선수단은 크게 환영을 받았다

 범국민적인 운동 → 사람들을 모두 아우르는 운동


  ‘국민적(國民的)’은 “국민 모두와 관련되는”을 뜻한다 하고, ‘국민(國民)’은 “국가를 구성하는 사람”을 뜻한다 합니다. 한국말사전은 이처럼 풀이하지만, ‘국민’이라는 한자말은 일제강점기부터 널리 퍼진 낱말이요, “천황을 섬기는 나라를 이루는 사람”을 가리키던 낱말입니다. 그래서 ‘국민학교’라는 이름을 ‘초등학교’로 바꾸었습니다.


  그렇지만 정치를 하는 이는 ‘국민’이라는 일본 한자말을 버리지 않습니다. 으레 “국민 여러분”처럼 씁니다. ‘-的’을 붙여서 ‘국민적’으로 쓰기도 하지요. 말밑이나 말뿌리를 헤아린다면 ‘국민’이나 ‘국민적’은 모두 이 땅에서 몰아내야 아름답고 올바릅니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 사건”은 “사람들 눈길이 쏠리는 일”로 손보고,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는 “사람들 마음을 얻기 어렵다”로 손봅니다. “국민적 수치이다”는 “온 나라에 창피하다”나 “온 나라가 창피하다”로 손볼 만하고, “국민적 화합을 바라다”는 “사람들이 하나 되기를 바라다”나 “서로 사이좋게 어울리기를 바라다”로 손볼 만합니다. “국민적인 저항감이 높다”는 “사람들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나 “사람들이 크게 저항한다”로 손볼 수 있고, “국민적인 가수가 되다”는 “널리 사랑받는 가수가 되다”나 “사람들한테 사랑받는 가수가 되다”로 손볼 수 있습니다. 차근차근 살펴보면, ‘사람·사람들·온 나라’로 손보거나 ‘널리·두루’ 같은 낱말을 써서 손보면 됩니다. 4348.10.8.나무.ㅅㄴㄹ



국민적 화제가 되었지만

→ 사람들한테 화제가 되었지만

→ 온 나라에 이야깃거리가 되었지만

→ 많은 사람들한테 이야깃거리가 되었지만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버려진 조선의 처녀들 : 훈 할머니》(아름다운사람들,2004) 3쪽


안창남은 국민적 영웅으로 대접을 받았으니

→ 안창남은 이 나라 영웅으로 대접을 받았으니

→ 안창남은 온 겨레 영웅으로 대접을 받았으니

→ 안창남은 사람들한테 영웅 대접을 받았으니

→ 안창남은 널리 영웅으로 대접을 받았으니

《이지누-잃어버린 풍경 1》(호미,2005) 27쪽


라멘 가게가 국민적 관심사라기보다, 사람들이 그 자체에 관심을 가짐으로써

→ 라멘 가게가 사람들 눈길을 끈다기보다, 사람들이 라멘에 눈길을 두면서

→ 라멘 가게가 널리 눈길을 끈다기보다, 사람들이 라멘에 눈길을 두면서

《하야미즈 켄로/이수형 옮김-음식 좌파 음식 우파》(오월의봄,2015) 9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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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化)' 씻어내며 우리 말 살리기

 (201) -화化 201 : 장기화


 회담의 장기화 → 회담이 길어짐 / 회담을 질질 끎

 공사의 장기화 → 공사가 길어짐 / 공사가 늘어짐

 사건 수사의 장기화 → 사건 수사가 길어짐 / 늘어진 사건 수사


  ‘장기화(長期化)’는 “일이 빨리 끝나지 아니하고 오래 끌어짐”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한국말로는 ‘끌어지다’를 쓰면 되고, ‘길어지다’나 ‘늘어지다’를 쓸 수 있습니다. ‘오래가다’ 같은 낱말을 넣어도 잘 어울립니다. 4348.10.8.나무.ㅅㄴㄹ



보다 장기화한 휴가

→ 더 길어진 휴가

→ 더 늘어난 말미

 더 생긴 말미

《폴 트루니에/한준석 옮김-노년의 의미》(종로서적,1980) 57쪽


파업이 장기화될 것 같았다

→ 파업이 오래갈 듯했다

→ 파업이 길어질 듯했다

《이현승-생활이라는 생각》(창비,2015) 13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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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408) 윤潤


 가구에 윤을 내다 → 가구에 빛을 내다

 윤이 흐르다 → 빛이 흐르다 / 반질반질하다


  ‘윤(潤)’이라고 하는 외마디 한자말을 찾아보면 “= 윤기(潤氣)”로 풀이합니다. ‘윤기(潤氣)’는 “반질반질하고 매끄러운 기운”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반질반질’이나 ‘매끄러움’이 바로 ‘윤’인 셈입니다.


  한국말사전에서 ‘반질반질’을 찾아보면 “거죽이 윤기가 흐르고 매우 매끄러운 모양”으로 풀이하고, ‘매끄럽다’를 찾아보면 “거침없이 저절로 밀리어 나갈 정도로 반드럽다”로 풀이해요. ‘반드럽다’는 “깔깔하지 아니하고 윤기가 나도록 매끄럽다”로 풀이합니다. 어느 모로 보면 돌림풀이라 할 텐데, 가만히 살피면 ‘반질반질’이나 ‘매끄럽다’ 같은 한국말을 알맞게 쓰면 될 뿐이라는 대목을 보여준다고 할 만합니다.


  “윤기가 흐르는 머리”라면 “반질반질한 머리”나 “매끄러운 머리”라는 소리입니다. “묵은쌀은 끈기와 윤기가 떨어진다”는 “묵은쌀은 끈기가 없고 반질반질하지 않다”나 “묵은쌀은 끈기가 없고 매끄럽지 않다”는 소리예요. “피부에 윤기가 있다”는 “살갗이 반질반질하다”나 “살갗이 매끄럽다”는 소리이지요.


  ‘반질반질’하고 ‘번질번질’을 쓸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반들반들·번들번들’을 쓸 수 있고, ‘반짝반짝·번쩍번쩍’을 쓸 수 있어요.


  일본말사전을 살피면, ‘潤’을 “윤기가 있다, 광택을 내다, 훌륭하게 하다” 같은 자리에 쓴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윤·윤기’는 일본 한자말이 스며들면서 쓰임새가 퍼졌다고 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4348.10.8.나무.ㅅㄴㄹ



윤이 날 때까지

→ 빛이 날 때까지

→ 반들반들할 때까지

 반들거릴 때까지

→ 반짝반짝할 때까지

→ 반짝거릴 때까지

《리타 페르스휘르/유혜자 옮김-아빠의 만세발가락》(두레아이들,2007) 31쪽


번쩍번쩍 윤이 나는 검은색 자동차

→ 번쩍번쩍 빛이 나는 검은 자동차

→ 번쩍번쩍거리는 검은 자동차

《매튜 클라크 스미스/홍수원 옮김-파브르 이야기》(두레아이들,2015) 9쪽


의자 구실을 하여 윤이 번지르르하게 났다

→ 걸상 구실을 하여 빛이 번지르르하게 났다

→ 걸상 구실을 하여 번지르르하게 빛났다

《유홍준-나의 문화유산답사기 8》(창비,2015) 350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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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손으로 책읽기



  늦은 낮밥을 먹으면서 책을 읽는다. 집안일을 하고 마을 빨래터를 치우고 이래저래 바삐 몰아친 뒤 혼자서 늦게 밥을 먹는다. 작은아이는 먼저 잠이 들었고, 기침을 자꾸 하는 큰아이는 자리에 누우라 이른다. 밥을 먹으며 한손에 만화책을 쥔다. 밥을 거의 다 먹고 책도 거의 다 읽을 무렵, 큰아이가 부시시 일어나서 아버지를 바라본다. “아버지, 아버지는 밥 먹을 적에 책 보지 말라고 하면서 아버지는 왜 책을 봐?” 빙그레 웃으면서 “벼리야, 자, 네 손을 좀 줘 봐.” 하고 말한다. “벼리는 손이 아직 작지?” “응.” “벼리도 앞으로 몸이 자라고 손도 크면 한손으로 책을 쥘 수 있어. 아직 벼리는 손이 작아서 한손으로 이렇게 할 수 없어.” “벼리도 손이 크면 먹으면서 책 볼 수 있어?” “벼리도 몸하고 손이 크면 한손으로 다 할 수 있어.”


  여덟 살 큰아이는 아직 모르는 것이 많다. 이 아이가 갓난쟁이일 무렵 아버지는 아기를 한손으로 살살 달래면서 재우는 동안 다른 한손으로 책을 읽었다. 이 아이가 갓난쟁이일 적에 이 아이를 한손으로 안고 골목을 서너 시간이나 너덧 시간 거닐면서 다른 한손으로 사진을 찍었다. 비가 오는 날에는 이 아이를 한손으로 안고 다른 한손으로 우산을 쥐는데, 우산을 쥔 어깨에 짐가방을 멨지.


  한손으로 아기를 안고 다른 한손으로 책을 쥐면서, 발가락으로 기저귀를 잡아당기고는 다른 발로는 자리를 잘 펴고는, 아기를 눕혀서 기저귀를 갈았다. 밤똥을 눈 아기를 한손으로 안아서 밑을 씻고 기저귀를 빠는데, 이동안 아기가 깨지 않도록 자장노래도 불렀다.


  그러니까, 아이야, 네가 몸이 자라고 손도 발도 머리도 모두 무럭무럭 크면 네 힘으로 모든 것을 다 즐겁게 할 수 있단다. 언제나 튼튼하게 자라도록 마음속에 파란 바람이 흐르는 별을 그리렴. 4348.10.8.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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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을에도 토끼풀하고 민들레



  시월로 접어든 한가을인데 토끼풀하고 민들레가 새로 돋는다. 한가을에 흙바닥을 푸르게 덮으면서 군데군데 노랗게 빛난다. 해마다 더 따스한 날씨가 되니, 이제는 봄꽃을 가을에도 다시 만난 지 꽤 된다. 더욱이 봄에 돋는 풀이 가을에 새로 돋고, 새봄에 먹던 나물도 겨울을 앞둔 한가을이나 늦가을에 새삼스레 돋기도 한다. 가을에 피어난 민들레는 아주 바지런히 씨앗을 맺어야 할 테지. 차가운 바람이 몰려들기 앞서 힘껏 씨앗을 터뜨려야 할 테지. 푸르고 노랗게 숨쉬는 풀밭에 자전거를 세운 다음 바윗돌에 앉아서 가을내음을 맡는다. 4348.10.8.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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