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보라가 먼저 달려야지



  달리기놀이를 마친 두 아이가 자전거 있는 곳으로 돌아가는데 문득 산들보라가 배시시 웃으면서 달음박질을 한다. “내가 먼저 달려야지.” 산들보라는 누나가 딴데를 보는 사이에 먼저 앞장서서 달린다. 누나가 따라잡지 못하기를 바라며 달린다. 곧 누나한테 따라잡히지만, 두 다리로 두 아이는 신나게 웃음놀이를 짓는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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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배움자리 64. 달리기



  여덟 살 큰아이가 꼽는 ‘가장 좋아하는 일’은 ‘달리기’이다. 어떻게 달리기를 가장 좋아하는 일로 꼽는가 하고 헤아리니, 나도 큰아이만 했을 무렵부터 열 살을 지나 열여덟 살에 이를 때까지 ‘달리기’를 대단히 좋아했다. 나는 스무 살을 지나 스물다섯 살이 될 때까지도 ‘달리기’를 거의 첫손으로 꼽을 만큼 좋아했다. 그렇구나. 핏줄은 이렇게 흐르는구나. 달리면 그저 즐거웠다. 달리면서 바람을 가르는 맛이 아주 상큼했다. 달리는 동안 내 몸은 새롭게 깨어나거나 거듭난다고 느꼈다. 온힘을 쏟아서 숨이 가쁘도록 달리다 보면 어느새 ‘숨이 가쁜’ 줄조차 잊는다. 몸은 이 지구별에 있으나 마음은 아주 다른 어느 곳에 있구나 하고 느낀다. 달리고 달린다. 나도 아이들도 달린다. 다 같이 신나게 달린다. 어디이든 마음껏 달린다. 4348.10.10.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집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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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넋·삶 81 간다



  나는 내가 되는 곳으로 갑니다. 내가 가는 어느 곳에서든 나는 늘 나로 있는 듯이 여길 만하지만, 내가 나를 제대로 바라보면서 길을 가지 않는다면, 내가 나로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 휩쓸려서 가거나 휘둘려서 간다면, 나는 ‘간다’고 할 수 없습니다. 이때에는 ‘끌려간다’거나 ‘잡혀간다’고 해야 할 테지요.


  내가 어디로 ‘간다’고 할 적에는 맨 먼저 눈길이 갑니다. 눈길이 가서 가만히 바라봅니다. 가만히 바라보면서 생각을 합니다. 이제 마음이 갑니다. 눈길과 마음이 가서 어느 곳에 내가 갈 만하다고 느끼면, 바야흐로 몸이 갑니다. 눈길과 마음과 몸이 내가 바라는 곳에 가면, 이제 그곳에서 내 손을 써서 삶을 짓습니다. 내 손길이 그리로 가서 새로운 이야기를 엮습니다.


  스스로 짓는 삶일 때에는 ‘살아 + 간다’고 말합니다. 스스로 못 짓는 삶일 때에는 ‘죽어 + 간다’고 말합니다. ‘살아 + 간다’고 할 적에는 날마다 아침저녁으로 모든 이야기를 손수 짓는 삶이라는 뜻입니다. ‘죽어 + 간다’고 할 적에는 언제 어디에서나 늘 내 뜻이 없는 터라 오직 죽음으로만 치닫는 재미없고 힘들며 슬픈 굴레라는 뜻입니다.


  죽음으로 가는 사람한테는 ‘내 뜻’이 없습니다. 내가 스스로 나로 서지 못하니 내 뜻이 있지 못합니다. 삶으로 가는 사람한테는 ‘내 뜻’이 있습니다. 내가 스스로 나로 서기에 내 뜻이 있어요.


  삶으로 가기에 살고, 죽음으로 가기에 죽습니다. 스스로 이루려는 꿈으로 가기에 꿈을 이루고, 손수 길어올리려는 사랑으로 가기에 사랑을 길어올립니다. 그러니, 우리는 생각해야 합니다. 내가 바라는 길을 생각해야 합니다. 내가 갈 길을 생각하고, 내가 가는 길을 차근차근 짚으면서 헤아려야 합니다. 내가 삶으로 가는지 꿈으로 가는지 사랑으로 가는지 제대로 바라보면서 살펴야 합니다. 내가 죽음으로 가는지 쳇바퀴로 가는지 굴레나 수렁으로 가는지 똑똑히 바라보면서 살펴야 합니다.


  우리는 늘 한 번에 갑니다. 한 번에 삶으로 가고, 한 번에 죽음으로 갑니다.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나 곧바로 갑니다. 먼 곳은 없습니다. 가까운 곳도 없습니다. 그저 우리 스스로 가려는 곳으로 곧바로 갈 뿐입니다.


  죽음으로 가기에 ‘맛이 간다’고 합니다. 새로운 삶을 짓지 못하기에 ‘한물 간다’고 합니다. 스스로 사랑을 길어올리지 못하기에 ‘곁에서 떠나간다’고 합니다. 마음에 생각을 심지 않아서 꿈길을 가지 못합니다. 그러니, 우리는 내 길을 가야 합니다. 내 길을 갈 때에 ‘내 길 걷기’가 새롭게 이어지고, 내 길을 가지 않을 때에 ‘죽음으로 가기’가 되고 맙니다.


  죽음길로 가는 사람은 죽음길로 갈 뿐이기에 하늘길로 가지는 않습니다. 죽음나라로 가는 사람은 죽음나라로 갈 뿐이니 하늘나라로 가지는 못합니다. 하늘길로 가려면 삶길을 가야 하고, 하늘나라로 가려면 삶나라로 가야 합니다. 여느 때에 늘 삶을 짓는 길을 갈 때에 비로소 하늘나라로 갑니다. 여느 때에 늘 죽음이라는 걱정에 가득 휩싸인 채 길 아닌 길을 가면 언제나 수렁으로 가서 옴쭉달싹 못하고 맙니다.


  가는 말은 오는 말이 되고, 가는 걸음은 새로운 걸음으로 피어납니다. 잘 가기에 잘 옵니다. 살펴서 가기에 살펴서 옵니다. 사랑으로 가기에 사랑으로 옵니다. 바람을 타고 나들이를 가는 씨앗은 스스로 보금자리를 기쁘게 일군 뒤, 다시 바람을 타고 나들이를 옵니다. 삶을 이루는 첫걸음은 ‘가자!’입니다. 첫발을 떼어 새걸음이 되도록 ‘가자!’고 스스로 외칠 때에 비로소 모든 길이 내 앞에 활짝 열립니다. 4348.3.24.불.ㅎㄲㅅㄱ


(최종규/숲노래 . 2015 - 람타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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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전화 밥이 다 된 어제



  엊저녁에 손전화 밥이 다 되었다. 마침 맞돈도 집에 놓고 바깥일을 보러 나왔다. 여러모로 아슬아슬하다 할 만했는데, 집에 씩씩하게 잘 돌아왔다. 그러나 저녁에는 오른무릎이 몹시 저려서 걷기 힘들었다. 면소재지에 있는 가게에서 맨소래담을 빌려서 바르니 아픔을 누그러뜨릴 수 있어서 다시 힘을 내었다. 오른무릎이 많이 낫기는 했으되 집을 비우고 섣불리 돌아다녀서는 안 되는 줄 다시 깨닫는다. 내 몸은 늘 튼튼하고 내 마음은 늘 씩씩하지만, 이 몸하고 마음을 더욱 따스히 돌보면서 사랑하자고 다짐한다. 무릎아, 다리야, 팔아, 머리야, 가슴아, 손아, 모두 고맙다. 4348.10.10.흙.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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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65. 일이랑 놀이



  일하고 놀이를 가르는 금은 없습니다. 즐겁게 하기에 일이요, 기쁘게 하니까 놀이입니다. 씩씩하게 일을 하고, 신나게 놀이를 합니다. 일은 어른만 하지 않고, 놀이는 아이만 하지 않아요. 어른도 아이도 함께 일하고 같이 놉니다. 어른이나 아이 모두 날마다 새롭게 일을 하면서 놀이를 찾아요. 살림을 북돋우는 일을 하고, 사랑을 나누는 놀이를 합니다. 해마다 봄이면 우리 집 뒤꼍에 있는 매화나무에 꽃이 잔뜩 피고, 여름으로 접어들어 매화알이 굵는데, 이 매화알을 아이들하고 함께 따서 커다란 스텐 함지박에 담고서 아이들더러 헹구라고 시킵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무더운 여름날 물을 만지면서 ‘노는 일’을 대단히 좋아하거든요. 4348.10.9.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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