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371) 자멸의


 스스로 자멸의 늪에 빠지다 → 스스로 죽는 늪에 빠지다

 자멸의 길을 걷고 있다 → 스스로 무너지는 길을 걷는다

 자멸의 끝은 어디인가 → 스스로 망가지는 끝은 어디인가


  ‘자멸(自滅)’은 “스스로 자신을 망치거나 멸망”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스스로 망가지다”나 “스스로 죽다”나 “스스로 무너지다”라고 하면 돼요. 애써 ‘자멸 + 의’ 꼴로 써야 하지 않습니다. 4348.10.11.해.ㅅㄴㄹ



자멸의 길을 쉼 없이 달리고 있습니다

 자멸하는 길을 쉼 없이 달립니다

→ 스스로 죽는 길을 쉼 없이 달립니다

→ 죽음길을 쉼 없이 달립니다

《쓰지 신이치·가와구치 요시카즈/임경택 옮김-자연농, 느림과 기다림의 철학》(눌민,2015) 149쪽


+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372) 정주의


 정주의 삶 → 뿌리내리는 삶 / 한곳살이

 정주의 결심 → 뿌리내릴 다짐 / 한곳에서 살 다짐


  ‘정주(停駐/停住)’라는 한자말은 “어떤 장소에 머무름”을 뜻한다고 합니다만, 이 한자말은 거의 안 쓴다고 해야 옳습니다. 왜냐하면 한국말 ‘머물다·머무르다’가 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뿌리내리다’나 ‘뿌리를 내리다’처럼 널리 씁니다. 한자말 ‘정주’에 ‘-의’를 붙이는 말투는 일본 말투입니다. 4348.10.11.해.ㅅㄴㄹ



이제부터는 정주의 날을 보내자

→ 이제부터는 머무는 날을 보내자

→ 이제부터는 한곳에 머물며 살자

→ 이제부터는 한자리에서 살자

→ 이제부터는 뿌리내려서 살자

《쓰지 신이치·가와구치 요시카즈/임경택 옮김-자연농, 느림과 기다림의 철학》(눌민,2015) 61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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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순이 79. 천천히 놀면서 가자 (2015.7.31.)



  우리는 우리 자전거를 타고 어디로든 다 갈 수 있어. 다만, 천천히 놀면서 가자. 빨리 달리지 말자. 느긋하게 놀면서 달리자. 이곳저곳 가만히 돌아보면서 가자. 들내음을 맡고, 하늘빛을 마시며, 숲노래를 부르는 자전거 나들이를 누리자.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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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자전거 삶노래 2015.7.31.

 : 푸른 들, 돌기둥



여름에 우리는 푸른 들을 바라보며 달린다. 논둑길을 두 다리로 달리고, 이 길을 자전거로도 달린다. 푸른 들을 가로지르며 달리면 어디로 가나? 글쎄, 아직 모르지. 골짜기로 갈 수 있고, 바다로 갈 수 있지. 그냥 이 마을 저 마을 빙글빙글 돌 수 있고, 면소재지를 거쳐서 집으로 살그마니 돌아올 수 있어.


씩씩한 자전거순이는 끈으로 사진기를 묶고는 목에 건다. 자전거를 달리면서 바람소리를 찍고 싶단다. 하늘도 찍고 싶단다. 그래, 너는 참 멋지구나.


들길을 지나 우체국에 닿는다. 편지를 부치고 자전거를 돌린다. 샛자전거에 앉은 자전거순이는 “이제 어디 가요?” 하고 묻는다. “어디 갈까?” “음, 골짜기 가요!” “그럼 골짜기에 가 볼까?” 자전거돌이는 수레에서 잠든다. 자전거순이는 힘차게 발판을 굴러 준다. 원산마을을 끼고 논둑길로 달린다. 천천히 땡볕을 받으며 달리다가 돌기둥 어귀에서 자전거를 세운다. 저 돌기둥은 ‘당간 지주’라고도 하는데, 우리는 그런 어려운 말을 쓰지 않는다. 아이들한테 손쉽게 ‘돌기둥’이라고 말한다. 돌로 세운 기둥이니까 돌기둥이지.


새근새근 자던 자전거돌이는 어느새 일어난다. “응, 뭐야?” 하며 묻더니 누나가 저기 돌기둥까지 달리자고 하니까 “알았어!” 하고 일어나서 신나게 달린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린다. 누나는 동생을 헤아려 조금 천천히 달려 준다.


땀을 한껏 쏟은 아이들은 땀을 안 훔친다. “아, 덥다. 그래도 괜찮아. 우리 골짜기에 가서 씻고 놀 테니까.” 이제부터 언덕길을 자전거로 달린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골짜기로 간다. 골짜기에서 한 시간 사십 분 즈음 골짝물에 몸을 담그고 논다. 땀은 모두 사라졌고, 시원한 기운만 남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내리막이기에 바람을 싱싱 가른다. 이제 아무도 안 덥다. 하늘은 파랗고 들은 푸른 여름날이 싱그럽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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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66. 서로 나란하게 다른



  두 아이는 함께 섞여서 놀다가도 따로 떨어져서 놉니다. 두 아이는 한 가지 책을 함께 들여다보면서 놀다가도 저마다 다른 책을 집어서 펼치면서 놉니다. 두 아이는 멀찌감치 떨어져서 따로 놀다가도, 저마다 마음에 드는 만화책이나 그림책을 집고는 나란히 앉아서 조용하게 책을 읽기도 합니다. 같은 어버이한테서 태어나도 다른 숨결입니다. 서로 다른 숨결이지만 똑같이 사랑스러운 숨결입니다. 서로 다른 책을 쥐어 서로 다른 이야기를 맞아들이지만, 놀이와 삶과 사랑이라는 자리에서는 언제나 똑같습니다. 나는 늘 두 아이 사이에서, 이러면서 두 아이랑 함께 사진놀이를 합니다. 4348.10.11.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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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좀 생각합시다 10


 햇빛 햇살 햇볕


  해에서 흐르는 기운을 여러모로 가릅니다. ‘햇빛’이 있고, ‘햇살’이 있으며, ‘햇볕’이 있어요. 세 낱말은 쓰임새가 다르고 뜻이 달라요. 그러니, 이렇게 세 갈래로 꼴을 다르게 해서 쓰지요.


  햇빛은 말꼴대로 ‘빛’을 가리킵니다. 빛이란 무엇일까요? 빛깔이나 무늬를 알아보도록 하는 밝은 기운입니다. 햇살은 말꼴대로 ‘살’을 가리킵니다. 살이란 무엇일까요? 빛이 퍼지는 줄기를 살이라고 합니다. 햇볕은 말꼴대로 ‘볕’을 가리킵니다. 볕이란 무엇일까요? 지구라는 별에서 사는 모든 목숨이 따뜻하도록 하는 기운입니다.


  그러니, 햇볕을 놓고 ‘밝다’라든지 ‘눈부시다’라는 낱말로 나타낼 수 없습니다. 햇살이나 햇빛을 놓고 ‘따뜻하다’라든지 ‘뜨겁다’라든지 ‘포근하다’라는 낱말로 나타낼 수 없어요.


  말을 쓸 적에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어느 말 한 마디가 어떻게 태어났는가 하는 대목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왜 이렇게 말을 가르거나 나누어서 먼먼 옛날부터 쓰는가 하는 대목을 찬찬히 헤아려야 합니다.


  어느 때에 따갑거나 눈부시다고 느낄까요? 해가 곧게 내쏘는 기운을 느낄 적에 따갑거나 눈부시겠지요. 바로 햇살이 따갑거나 눈부십니다. 어느 때에 밝거나 맑거나 어둡거나 흐릴까요? 해가 비추는 빛에 따라서 밝기가 달라질 테지요. 어느 때에 따뜻하거나 춥거나 포근하거나 아늑하거나 서늘할까요? 햇볕이 어느 만큼 내리쬐느냐에 따라서 느낌이 달라질 테지요.


  해바라기를 가만히 하면서 해하고 얽힌 낱말을 생각하면 됩니다. 해님을 가만히 마주하고, 해님을 기쁘게 사랑하며, 해님을 넉넉히 품에 안으려는 마음으로 ‘해맑’고 ‘하얀’ 말마디를 생각하면 됩니다. 4348.10.11.해.ㅅㄴㄹ



따스한 햇살 한 줌

→ 따스한 햇볕 한 줌

《이채훈-클래식 400년의 산책》(호미,2015) 154쪽


햇살이 뜨거운 초여름

→ 햇볕이 뜨거운 첫여름

《유홍준-나의 문화유산답사기 8》(창비,2015) 350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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