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집 92. 마을고양이 쉼터 (2015.10.14.)



  마을고양이가 마당 한쪽에 눕는다. 빨래를 널어 그늘이 생기니 그곳에 느긋하게 눕는다. 빨래가 바람에 한들거리면서 빚는 그늘은 햇볕으로 알맞게 따뜻해진 마당에서도 마을고양이가 쉬기에 좋은 자리이다. 우리 집은 우리한테도 집이고 마을고양이한테도 제비한테도 여러 풀벌레한테도 사랑스러운 집이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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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웅하는 아이들



  두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면서 아버지를 씩씩하게 배웅해 주기도 한다. 자전거를 혼자 몰고 우체국에 다녀오든, 바깥일을 보러 먼 나들이를 다녀오든, 대문 앞까지 나와서 춤을 추고 웃으면서 노래를 불러 준다. 나는 늘 이러한 아름다운 기운을 받으면서 즐겁게 하루를 연다. 그리고, 나도 이 아이들한테 즐거운 춤과 노래와 웃음을 들려주면서 재미나고 기운차게 놀도록 사랑을 북돋아야지. 4348.10.15.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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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바람 책읽기



  창문을 열면 가을바람이 들어온다. 가을볕은 나락이 무르익도록 북돋우느라 제법 뜨겁고, 가을바람은 이 뜨거운 볕을 살살 달랜다. 가을바람은 거의 익은 나락 냄새를 퍼뜨린다. 억새 씨앗을 날리면서 불기도 하고, 차분한 그림처럼 하늘에 새로운 그림을 빚기도 한다.


  바람을 쐬면서 가을이 어느 만큼 깊은가 하고 헤아린다. 바람을 마주보면서 가을이 어떤 철인가 하고 새삼스레 돌아본다. 바람을 마시면서 이 가을에 마음속에서 피어나는 노래를 즐겁게 짓는다. 가을이라면 가을바람이 부는 곳에 서서 온몸으로 이 바람을 맞아들여야 비로소 ‘가을읽기’를 한다. 햇볕이 내리쬐고 들풀이 한들거리는 곳에서 바람을 받아들이며 새롭게 가을읽기를 한다. 고즈넉하다. 4348.10.15.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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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자동차 놀이 13 - 잘 굴러가렴



  도서관에 장난감 자동차를 챙겨서 온 놀이돌이는 흙바닥에 장난감 자동차를 굴린다. 놀이돌이는 어떤 마음이 되어 이 장난감 자동차를 굴릴까. 가만히 내 어린 날을 떠올린다. 나는 돌멩이를 자동차로 여겨서 흙길을 굴러가도록 하곤 했다. 빈손으로도 자동차가 손에 있다고 여겨 굴리면서 놀기도 했다. 놀이돌이로서는 드넓은 사막이나 숲 같은 곳을 장난감 자동차가 씩씩하게 가로지르는 셈으로 여길 만하다. 오직 저랑 자동차 둘만 있는 곳에 있을 테지.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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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배움자리 65. 노래를 불러라



  저녁에 김치를 담근다. 곁님은 열무를 다듬고, 나는 풀을 쑤다가 우체국에 다녀온 뒤에 초피알을 빻는다. 나는 곁에서 조그마한 일만 몇 가지 거든다. 이때에 두 아이가 부엌으로 쪼르르 와서는 “나도 할래! 나도 할래!” 하면서 초피알 빻기를 하고 싶다고 외친다. 그래, 하고 싶니? “하고 싶으면 처음에는 잘 지켜봐야 해.” 하고 이야기한 뒤 좀 보라고 한다. 그런 뒤 초피알을 조금 빻고 나서 “자, 해 봐.” 하고 내민다. 아이한테는 절굿공이만 준다. 절구는 내가 손이랑 발로 버틴다. 아직 익숙하지 않고 힘이 모자라는 아이들은 거의 시늉만 하는 셈이다. 그렇지만 아이들도 한손을 거들어 주었다고 할 만하다. 한동안 둘이서 끙끙대다가 “빻기는 아버지가 해요. 우리는 절구에 담아 줄게요.” 하고 말한다. 초피알을 가루로 다 빻으면 두 아이가 조그마한 손으로 초피알을 집어서 절구에 넣어 준다. 아버지가 빻는 동안 기다리는 아이들더러 “너희는 노래를 불러 줘.” 하고 말하니, 작은아이는 작은아이대로 큰아이는 큰아이대로 다른 노래를 부른다. 다른 노래이지만 둘 모두 즐겁고 씩씩하게 불러 준다. 이 노랫가락이 우리 집 김치에도 소복소복 깃들겠네. 고마워. 4348.10.14.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집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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