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풋콩 콩나물 (고야 스스무·나카지마 무쓰코) 시금치 펴냄, 2015.6.29. 9500원


  콩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콩을 어떻게 다루어 먹을까? 콩은 콩알 그대로 먹기도 하지만, 콩을 나물로 길러서 먹기도 하고, 콩을 폭 삶고 찧어서 두부나 된장으로 빚어서 먹기도 한다. 콩을 갈아서 여러 가지로 먹기도 할 뿐 아니라, 밥을 끓이며 넣어서 먹기도 한다. 그림책 《콩 풋콩 콩나물》은 수많은 ‘콩 먹기’ 가운데 세 가지를 보여준다. 세 아이가 세 가지 모습으로 콩을 심어서 거두고, 세 아이는 세 가지 모습으로 콩을 즐겁게 먹는다. 그리고, 세 아이는 오순도순 서로 아끼면서 함께 삶을 짓는 길로 간다. 그림책을 보는 내내 이야기도 예쁘고 얼거리도 예쁘며 삶짓기를 이끄는 할아버지랑 삶짓기를 스스로 찾는 아이들 모습도 예쁘네 하고 느낀다. 4348.10.17.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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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풋콩, 콩나물
고야 스스무 글, 나카지마 무쓰코 그림 / 시금치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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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 창비시선 393
안희연 지음 / 창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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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말하는 시 106



시와 버스

―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

 안희연 글

 창비 펴냄, 2015.9.30. 8000원



  아침에 군내버스를 타러 집을 나섭니다. 집을 나서기 앞서 감을 여덟 알 씻어서 조각조각 썹니다. 다섯 알은 큰 접시에 얹고, 석 알은 작은 접시에 담습니다. 아이들이 아침에 배고프다고 느끼면 스스로 찾아서 먹을 수 있도록 부엌에 있는 책상에 올려놓습니다.


  혼자 바깥일을 보려고 마실을 나와야 하면 무엇보다도 아이들하고 곁님이 집에서 무엇을 먹으면서 즐거이 지낼까 하고 헤아립니다. 곁님이 슬기롭게 잘 할 테고, 아이들도 씩씩하게 잘 지낼 테니, 나는 살짝 거든다는 생각으로 이것저것 가볍게 챙겨 놓습니다.


  두 아이가 배웅하는 웃음소리하고 노랫소리를 듣습니다. 어느덧 여덟 살하고 다섯 살인 두 아이는 아버지가 저희를 안 데리고 나가더라도 씩씩하게 웃고 노래를 해 줍니다. 나는 이 웃음이랑 노래를 가슴에 고이 담고서 군내버스를 타고 읍내로 갑니다. 읍내에서는 서울로 달리는 시외버스로 갈아탑니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다고 쓰면 / 눈앞에서 바지에 묻은 흙을 털며 일어나는 사람이 있다 (백색 공간)


그가 나에게 악수를 청해왔다 // 손목에서 손을 꺼내는 일이 / 목에서 얼굴을 꺼내는 일이 / 생각만큼 순조롭지 않았다 (액자의 주인)



  시외버스를 탑니다. 시외버스를 달리면서 시를 읽습니다. 시집 한 권쯤 시외버스에서 가볍게 읽습니다. 도톰한 책을 한 권 꺼내어 또 읽습니다. 전남 고흥에서 서울로 시외버스는 으레 다섯 시간 가까이 달립니다. 시집 한 권에 도톰한 책 두어 권쯤 넉넉히 읽을 만합니다. 책을 손에 쥐는 동안에는 바퀴 구르는 소리라든지 창문이 덜덜 떨리는 소리를 하나도 못 듣습니다. 오직 책에 깃든 이야기만 내 마음으로 스며듭니다.


  안희연 님이 빚은 시집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창비,2015)를 읽습니다. 나이가 퍽 젊다고 할 안희연 님은 “네 슬픔”이 아닌 “너의 슬픔”이라고 글을 씁니다. 그러고 보면, 한국말은 “내 슬픔”이지만, “나의 슬픔”이라고 하는 일본 말투를 써야 말맛이 산다고 하는 사람이 제법 많습니다. ‘막일’ 같은 한국말은 말맛이 안 나서 ‘노가다’라고 해야 한다고 여기는 사람도 퍽 많습니다. ‘농땡이’나 ‘땡땡이’ 같은 일본말을 써야 비로소 ‘노닥거린다’거나 ‘빼먹는다’거나 하는 몸짓을 더 살갗 깊이 느낄 만하다고 여기는 사람도 꽤 많아요.



나는 땅에 작은 집을 그리고 / 그 안에 말없이 누워본다 // 이마를 짚으면 이마가 거기 있듯이 / 이마를 짚지 않아도 이마가 거기 있듯이 (물속 수도원)


승객을 가득 태운 버스가 간다. 차창마다 똑같은 옆모습이 붙어 있다. 우리는 이름 대신 번호를 가졌지. (입체 안경)



  요즈음 시외버스에는 창문이 있되 창문을 못 엽니다. 언제부터였을까요, 시외버스도 고속버스도 공항버스도 온통 통유리 버스입니다. 1980년대가 저물고 1990년대로 접어들 무렵부터일까요. 예전에는 시외버스도 통유리가 아니었습니다. 창문을 열고 닫을 수 있는 시외버스였어요. 버스에서 멀미를 하는 사람이 많아 버스마다 비닐봉지가 대롱거렸어요. 우리 어머니는 나랑 형을 시외버스에 태울 때면 언제나 비닐봉지를 여럿 챙기셨고, 어머니도 멀미를 하고 나도 멀미를 했습니다. 버스가 구불구불한 길을 여러 시간 달릴 때면 멀미를 여러 차례 하고는 해쓱해진 채 버스에서 내리기 일쑤였습니다.


  요새는 거의 모든 시외버스가 통유리일 뿐 아니라, 멀미를 하는 사람도 부쩍 줄었지 싶어요. 애써 비닐봉지를 챙겨서 속을 게우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많이 어린 아이들이 버스에서 과자나 빵을 지나치게 먹다가 우웩하고 게우는 일만 더러 있을 뿐입니다.


  참말 사회도 문화도 문명도 시설도 아주 빠르게 바뀝니다. 이처럼 빠르게 바뀌는 흐름에 맞추어 사람들 몸하고 마음도 빠르게 바뀔 뿐 아니라, 말도 생각도 빠르게 바뀌는구나 싶어요.



건반을 누르지 못하는 날들이 계속됐습니다 // 아직 눌리지 않은 건반과 / 손이 지닌 모든 가능성 사이에서 / 그는 내게 끊임없이 지시를 내렸습니다 (피아노의 병)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를 빚은 안희연 님한테는 어떤 슬픔이 끼어들었을까요. 시를 쓰는 안희연 님은 이녁 이웃이 느끼는 슬픔 가운데 어떤 슬픔을 맞아들일까요.


  슬픔이 끼어든다고 할 적에는, 또 네 슬픔이 끼어든다고 할 적에는, 내가 여러모로 슬프고 괴로운데 네 것까지 나한테 얹혀진다는 뜻입니다. 내 슬픔으로도 벅차거나 힘든 마당에, 네 슬픔이 끼어들어 곱절로 벅차거나 힘들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들리지 않는 음악에 맞춰 / 다정히 춤을 추고 있다 // 물처럼 흔들리는 무릎과 / 호주머니 속의 못들 (포르말린)


날려 보내도 기어이 되돌아오고 / 더듬더듬 그 새를 살피고 / 이름이 필요해졌다는 이야기 (호우)



  전라남도 바닷가를 낀 시골자락에서 시외버스를 타면 서울까지 가는 길에 쉼터를 두 차례 들릅니다. 그나마 요새는 고속도로가 곳곳에 많이 뚫려서 두 차례를 쉰다고 할 만합니다. 예전에는 세 차례도 쉬고 네 차례도 쉬었을 테지요.


  고속도로가 늘어나서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는 만큼 시외버스는 창문을 꼭꼭 여밉니다. 통유리로 된 버스가 고속도로를 아주 빠르게 달리니, 예전에 예닐곱 시간이나 일고여덟 시간쯤 걸리던 길을 너덧 시간이면 가뿐히 달립니다. 예전에는 기나긴 길을 달리며 창문바람으로 멀미를 식히거나 가라앉혔다면, 이제는 멀미를 할 만큼 머나먼 길이 아니라고 할 만합니다.


  바야흐로 새로운 사회와 문화와 삶이라고 할까요. 새로운 사회와 문화와 삶에 맞추어 시도 소설도 문학도 모두 새로운 흐름이 불거진다고 할까요. 이제는 시골에서 태어나 도시로 떠나는 사람이 매우 적으니까, 처음부터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늙고, 서울에서 아이를 낳는 사람이 매우 많으니까, 오늘날 사회에서는 ‘고향은 그냥 서울’인 흐름으로 뿌리를 내리지 싶어요. 오늘날 사회에서는 어버이 고향도 서울이요 아이 고향도 서울인 흐름이 굳어지지 싶어요. 전라말이나 경상말은 한 번도 들을 수 없이, 그저 서울에서 살며 표준말만 듣고 교과서와 영화와 책과 연속극에 나오는 표준말로만 생각을 다스리는 흐름으로 뒤바뀌지 싶어요. 시골에서 태어나서 자라는 ‘몹시 드문’ 아이들도 시골말이나 고장말은 거의 듣지 못하면서 서울 표준말로만 배우고 방송이나 영화를 보면서 자라지 싶어요.



저런 건 우리 집 마당에서 얼마든지 있잖아 멀리 오면 바람의 방향이 달라질 줄 알았는데 돌덩이들은 점점 빛을 잃어갔다 기차가 사라지고 있어 누군가 다급히 소리쳤고 (그럼 이건 누구의 이빨자국이지?)


너무 오래 슬퍼하지는 않기를. 너무 오래 슬퍼하지는 않기를. 밤낮없이 바다만 들여다보는 사람들에게. / 아주 오래된 옛날에. 나는 이곳에 와본 적이 있는 것 같아. 신이 떨군 커다란 눈물방울. 영원히 마르지 않는. (슬리핑백)



  고속도로를 새로 놓는 만큼 버스는 훨씬 빨리 달립니다. 얼마 앞서까지 시골하고 서울은 참으로 멀리 떨어졌다고 한다면, 이제 시골하고 서울은 무척 가깝다고 할 만합니다. 고속도로가 늘어나는 만큼 숲과 들은 깎이거나 무너졌고, 시골도 도시도 옛날보다는 덜 맑은 바람을 마십니다. 고속도로가 새로 생기는 만큼 하늘은 차츰 지저분해지고, 뭇별이나 미리내도 천천히 자취를 감춥니다.


  하늘에 뜬 별이 사라지면서 땅에 전깃불이 밝습니다. 지구를 둘러싼 너른 우주에 가득한 별을 늘 바라보던 삶이 저물면서, 지구 곳곳에 커다란 도시가 더욱 커지는 삶이 퍼집니다.


  도시 내음이 물씬 풍기는 현대 시문학 가운데 하나인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를 시골 시외버스를 타고 서울로 마실을 하면서 읽습니다. 도시하고 가까울수록 나무가 줄어들고 풀하고 꽃도 자취를 감추는 이 고속도로에서 시집 한 권을 천천히 읽은 뒤 가만히 눈을 감습니다. 오늘 시외버스로 달리는 이 길이 서른 해쯤 앞서는 어떤 숲이었는가 하고 헤아려 봅니다. 삼백 해쯤 앞서는 이 자리에서 범이나 이리나 여우나 곰이나 늑대가 어슬렁거렸을 테지 하고 생각해 봅니다. 삼천 해쯤 앞서 이 자리는 어떠한 이야기가 벌어지는 곳이었을는지 되새겨 봅니다. 그리고, 앞으로 서른 해 뒤에는, 삼백 해 뒤에는, 삼천 해 뒤에는, 이 자리가 어떻게 바뀔는지 어림해 봅니다. 한낮에는 아직 가을볕이 매우 뜨겁습니다. 4348.10.15.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시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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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나들이



  서울로 하룻밤 나들이를 마치고 고흥으로 돌아온다. 어제 낮과 저녁, 오늘 아침과 낮, 이렇게 서울바람을 마시다가 오늘 저녁부터 다시 고흥바람을 마신다. 하룻밤 만에 이렇게 새 바람을 마시니 어쩐지 남다르다. 아니, 마치 꿈에서 일어난 하루 같다. 시외버스에서 아홉 시간 넘게 있던 하룻밤이요, 이래저래 전철이나 택시에서 한참 보낸 하루이다. 그래도 하룻밤 나들이를 더 깊이 누리고 싶어서 새벽 두 시까지 이야기꽃을 피우는데, 두 시가 지나가니 졸음이 쏟아져서 더는 못 버티고 누웠다. 긴 하루였을까, 길면서 짧은 하루였을까. 군내버스 없는 저녁에 택시를 불러서 집 앞에 닿으니 두 아이는 “아버지야! 아버지 왔어!” 하고 소리친다. 멋진 아이들이네. 아이들한테 줄 주전부리를 가득 담은 가방을 들고 집안으로 들어선다. 4348.10.16.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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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소꿉

 

종이에
머리 눈 코 머리카락
몸 손 발 옷
차근차근 그린 뒤
크레파스로 빛깔 입혀
가위로 천천히 오리면
오직 하나뿐인
종이인형 놀이동무

 

처음 그린 종이인형은
동생한테 주고
다음 그린 종이인형은
아버지한테 주고
또 그린 종이인형은
어머니한테 주고
새로 그린 종이인형은
내가 가져서

 

다 같이 종이인형 소꿉놀이.

 


2015.10.15.나무.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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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을에 춤을 추다

 

  오른무릎이 차츰 나으면서 마음속으로 바라던 일 하나는 ‘춤추기’이다. 신나게 발을 구르면서 재미나게 춤을 추고픈 꿈을 키운다. 엊그제는 달리기를 가볍게 해 보았는데 이럭저럭 달릴 만하다. 이제 꽤 먼 길을 걸어다닐 수 있기도 하다. 그러나 한두 시간 즈음 땀방울 송송 맺도록 발을 구르고 몸을 비틀며 물구나무서기도 하는 춤추기를 새롭게 하고 싶다는 꿈을 품는다.


  왜 춤일까? 그저 마음속에서 바라는 한 가지이다. 춤이면 되나? 나부터 웃으면서 춤을 추고, 곁님이랑 아이들도 아름다운 노래를 들으면서 기쁘게 춤을 추며 아침을 열고 저녁을 닫을 수 있기를 꿈꾼다.


  엊저녁 모처럼 발을 구르며 춤을 추어 보려고 하는데 아직 발이 무디다고 느낀다. 오른발을 안 쓰면서 지낸 지 달포가 되었으니 무거울 만하구나 하고 느낀다. 그래,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노릇이야. 이제 막 다시 춤을 출 만한 오른발이 되었으면, 차근차근 한 가지씩 새롭게 춤을 추어 보자. 부드러우면서 기쁜 춤사위가 되도록 해 보자. 4348.10.16.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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