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집 93. 마을 한 바퀴 (2015.10.21.)



  요즈음 들어 작은아이가 ‘마을 한 바퀴’ 놀이를 즐긴다. 아침 낮 저녁으로 세발자전거를 이끌고 마을 한 바퀴를 빙글빙글 돈다. 내리막에서는 신으로 버티면서 주루룩 멈추고, 오르막에서는 영차영차 다리힘을 돋운다. 헤헤, 대단한걸. 혼자서 얼마든지 어떻게든 무엇이나 잘 놀 수 있지. 너희가 스스로 나아가는 길이 늘 씩씩하구나.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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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 한쪽 (사진책도서관 2015.10.21.)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도서관 이야기책 〈함께살기〉 15호를 어제 비로소 다 부쳤다. 얼추 열 며칠 만에 다 부친 셈이다. 지난주 목요일에 서울마실을 하느라 며칠 동안 우체국을 다녀올 수 없기도 했지만, 한 번 바깥일을 하면 기운을 많이 쓰느라 며칠 동안 우체국 나들이는 엄두를 못 내기도 했다. 도서관 이야기책을 그야말로 느릿느릿 내면서, 느릿느릿 낸 책도 느릿느릿 보내는 셈이다.


  그제부터 온 집안 치우기를 한다. 도서관도 크게 치우기를 해야 할 텐데, 먼저 집부터 치운다. 집에 쌓아 두고 오래도록 거들떠보지 못하는 디브이디하고 책하고 자료를 도서관으로 옮기기로 한다. 이 아이들을 도서관으로 옮기더라도 한쪽에 곱게 놓을 수 있어야 할 테지. 두 아이가 언제나 신나게 빚는 멋진 그림도 종이상자에 차곡차곡 담아서 곰팡이가 안 슬 만한 자리에 제대로 두어야겠고. 두 아이한테 작아서 더 못 꿰는 신도 자루에 담아서 도서관으로 옮긴다.


  등허리가 결려서 드러누워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집이며 도서관을 치우는 동안 두 아이는 함께 흙을 모아서 소꿉놀이를 하다가, 큰아이는 책순이로 바뀌고, 작은아이는 한결같이 개구진 시골놀이돌이로 지낸다. 작은아이는 마당에서 온몸이 흙투성이가 되도록 놀고, 도서관에서 맨발로 온갖 것을 기차나 자동차나 비행기로 삼아서 신나게 달린다. 오늘은 칠판지우개 둘을 바닥에 대고 굴리면서 기차놀이를 한다.


  큰아이가 책을 읽는 모습을 보면 집이나 도서관에 아름다운 책을 잘 건사할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작은아이가 개구지게 노는 모습을 보면 집이든 도서관이든 너른 마당을 신나게 누릴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우리 숲을 짙푸르게 돌볼 수 있으면 사랑스러운 보금자리가 되겠지. ㅅㄴㄹ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을 보태 주셔요 *

☞ 어떻게 지킴이가 되는가 : 1평 지킴이나 평생 지킴이 되기

 - 1평 지킴이가 되려면 : 다달이 1만 원씩 돕거나, 해마다 10만 원씩 돕는다

 - 2평 지킴이가 되려면 : 다달이 2만 원씩 돕거나, 해마다 20만 원씩 돕는다

 - 평생 지킴이가 되려면 : 한꺼번에 200만 원을 돕거나, 더 크게 돕는다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가 되신 분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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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자전거 삶노래 2015.10.18.

 : 이제 저녁에는



낮에는 여름 못지않게 햇볕이 뜨겁다. 가을볕은 나락이 아주 좋아한다. 그런데 해가 기울어 저녁이 되면, 또 해가 지는 밤이 되면, 바람이 퍽 쌀쌀하다. 해가 떨어질 무렵 자전거를 타자면 긴소매에 장갑을 갖추어야 한다.


해가 떨어질 무렵 자전거를 함께 탄다. 아이들하고 별을 보는 자전거를 누리고 싶어서 해거름에 자전거를 끌고 나온다. 저녁에도 들은 노랗게 빛난다. 초승달은 우리하고 함께 달리고, 별이 하나씩 돋는다. 저녁 자전거 나들이를 마치고 집에 닿을 무렵 온통 캄캄해지면서 마당에서도 별이 잘 보인다.


지난겨울에 쓰고 처음으로 꺼낸 모자랑 장갑에서 냄새가 난다고 큰아이가 투덜댄다. 미리 꺼내어 해바라기를 시키거나 빨았어야 했는데 미처 못 했네. 미안해. 그래도 이 저녁에는 모자랑 장갑을 해야 하는걸. 길을 나설 적에는 냄새 때문에 안 하겠다고 하던 큰아이는 조금 달리고 나서는 바람이 차다면서 냄새 이야기는 한 마디도 안 한다. 이튿날에는 다른 모자하고 장갑을 모두 꺼내어 말리고, 큰아이 모자랑 장갑을 빨아야겠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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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넋·삶 84 보고, 하면, 돼



  “해 보면 돼.”라는 말은 아이나 어른이나 두루 씁니다. 그런데, 이 말을 쓰는 사람 스스로 이 말에 어떠한 힘이 깃들었는지 잘 모릅니다. 그냥 쓰지요. 다만, 이 말을 그냥 쓰더라도 이 말에는 어마어마한 힘이 깃들었기 때문에 이 말대로 됩니다. “해, 보면, 됩니다.” 그리고, 이 말처럼 어마어마한 힘이 깃든 다른 말이 있습니다. 무엇인가 하면, “해 봤자.”입니다. 흔히 “해 봤자 안 돼.”나 “해도 안 돼.”나 “해 보니 안 되던걸.”이나 “해도 해도 안 되는데 어떻게 해?”처럼 말합니다.


  자, 우리는 이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해 보면 돼(해 봐 돼).” 하고 노래하면서 스스로 제 마음에 말씨(말로 된 생각씨앗)를 심는 사람과, “해 봤자(해도 해도 안 돼).” 하고 울면서 스스로 제 마음에 말씨(이때에도 말로 된 생각씨앗)를 심는 사람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둘은 앞으로 어떤 길을 걸을까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꾸 ‘안 되는 길’만 생각해서 끝끝내 도무지 안 되고야 마는 자리에서 삶을 마치고 죽음으로 갑니다.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꾸준하게 ‘되는 길’을 생각해서 언제나 새롭게 되고 다시 되면서 스스로 거듭나는 자리에서 삶을 마무리하고 고요한 누리로 갑니다.


  아이들이 놀면서 서로 얘기합니다. “난 잘 안 돼.” “아니야, 자 봐 봐. 잘 보라구. 잘 보니?” “응.” “그래, 잘 보면, 너도 할 수 있어.” “나도 할 수 있을까?” “그럼, 나도 하는걸. 자, 다시 해 봐. 너도 돼.”


  하려면 보아야 하고, 보았으면 해야 합니다. 어느 쪽이 먼저라고 할 수 없습니다. ‘하기’와 ‘보기’는 늘 같이 움직입니다. 그리고, ‘하기’와 ‘보기’가 같이 움직이듯이 ‘되기’도 같이 움직입니다. 하면서 보고, 보면서 바로 됩니다. 보면서 하고, 하면서 곧장 됩니다.


  오늘날 사회 얼거리를 보면, 학교에서 아이들을 늘 다그치면서 시험공부를 시킵니다. 시험공부를 시키는 어른(교사와 어버이)은 아이들을 둘로 가릅니다. 한 갈래는 ‘시키면 잘 하는 아이’이고, 다른 한 갈래는 ‘시켜도 못 하는 아이’입니다. 대학입시를 바라보는 제도권학교에서는 으레 ‘우열반’을 가릅니다. 우열반을 갈라서 한쪽은 ‘해 보면 되’도록 이끌고, 다른 한쪽은 ‘해도 해도 안 되’도록 이끕니다. 이러한 제도권학교를 오래 다니면 다닐수록 사람들은 길듭니다. 내가 나한테 말을 거는 길을 잊거나 잃습니다.


  정부에서는 왜 모든 아이를 학교에 집어넣는 의무교육을 시키려고 할까요? 아이들이 저마다 스스로 ‘나는 보겠어. 나는 보았으니 하겠어. 나는 했으니 되겠어.’와 같은 생각을 못 하게끔 막으려고 의무교육을 억지로 시킵니다. 아예 법으로 못박아서 모든 아이가 반드시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도록 내몰 뿐 아니라, 한번 학교에 발을 들여놓으면 대학교까지 꼭 다녀야 하는듯이 몰아세웁니다. 대학교를 다니면 이제는 ‘도시에서 회사원이 되어, 웃사람이 시키는 일만 죽어라 하다가, 정년퇴직을 하고, 정년퇴직 뒤에는 연금을 받으면서, 정부가 마련한 놀이시설과 휴양시설에서 관광이나 하다가 죽는 길’로 가도록 집어넣어요.


  보험을 드는 사람은 보험을 들 수밖에 없습니다. 스스로 보험을 바라보고 지었으며, 보험에 맞추어 제 삶이 흐르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몸이 안 아프면서 제 삶을 짓는 사람은 몸이 안 아프면서 제 삶을 지을밖에 없습니다. 스스로 눈부시게 튼튼한 몸을 늘 생각하면서 노래하고 웃거든요.


  모든 말은 씨앗입니다. 그래서 ‘말씨’라고 합니다. 그러나, 오늘날 이 사회에서 한국말 ‘말씨’는 거의 죽은 말이 됩니다. ‘글씨’는 글로 심는 씨앗입니다. 글 매무새가 글씨가 아니라, 글로 심는 씨앗이 글씨입니다. 그러나, 이 또한 컴퓨터와 온갖 기계로 글을 쓰도록 사회의식이 우리를 내모니 ‘손으로 짓는 글씨’를 거의 모든 사람이 잃거나 잊습니다. ‘내 그림(카드)’과 ‘내 글(말)’과 ‘내 삶(길)’은 늘 손수 지어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삶을 제대로 보아야 합니다. “말이 씨가 된다”를 슬기롭게 바라보아야 하고, ‘말씨’랑 ‘글씨’라는 낱말을 사랑스레 되찾으면서, ‘내 말을 내가 스스로 내 마음에 심는 아름다운 하루’를 열 수 있어야 합니다. 복지정책과 보험제도에 내 몸을 길들이거나 맞추지 말고, 내 삶은 내 넋으로 즐겁게 지어서 기쁘게 누려야 합니다. 4348.4.10.쇠.ㅎㄲㅅㄱ


(최종규/숲노래 . 2015 - 람타 공부/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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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51] 내딛다



  한 걸음 내딛으니까

  곧 두 걸음

  이윽고 새로 세 걸음



  한국 사회에서 거의 모든 사람들은 여느 시골에서 농약이랑 비료랑 비닐이랑 항생제를 듬뿍 친 곡식이랑 열매랑 남새를 먹습니다. 아주 적다 싶은 사람들만 자연농이나 유기농으로 거둔 곡식이랑 열매랑 남새를 먹어요. 그런데 새마을운동이 일어날 무렵까지만 해도 이 나라 모든 사람들은 자연농이나 유기농으로 거둔 것만 먹었어요. 새마을운동이 일어났어도 훨씬 많은 사람들이 자연농이나 유기농으로 거둔 것만 먹었고요. 한국 사회를 돌아보면, 어느덧 온 나라에 새마을운동 깃발이 펄럭이기 때문에 거의 모든 사람들이 농약이랑 비료랑 비닐이랑 항생제에서 벗어날 엄두를 못 내는구나 싶은데, 정치와 삶이 한자리에 있는 줄 안다면, 또 문화와 교육과 경제와 삶도 언제나 함께 흐르는 줄 안다면,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서 아름다운 사랑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꿈꿉니다. 4348.10.21.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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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ce 2015-10-21 11:49   좋아요 0 | URL
`남새밭`은 사전에 있는데 `남새`는 없어요.
혹 야채를 이르는 말인가요?^^

파란놀 2015-10-21 11:52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
일본 한자말은 야채,
중국 한자말은 채소,
한국말은 남새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