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아이 118. 2015.10.25. 가을꽃 한 송이를



  가을에 가을꽃 한 송이를 꺾고 싶다. 곱게 한들거리는 꽃송이를 머리에 꽂거나 손에 쥐고 싶다. 언제나처럼 꽃한테 먼저 말을 건 다음 꽃송이를 톡 끊는다. 저녁바람이 가볍게 불고, 뉘엿뉘엿 해가 기울면서 살살 찬바람이 불려 하지만, 꽃을 꺾고 노는 아이는 신나게 논둑길을 달리면서 이마에 구슬땀을 맺는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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묶음표 한자말 225 : 자활自活



자활(自活) : 자기 힘으로 살아감


‘자활自活’이라고

→ ‘홀로서기’라고



  요즈음은 ‘자활센터’라는 곳이 있고, ‘자활사업’이나 ‘자활급여’나 ‘자활근로자’나 ‘자활공동체’라는 데까지 ‘자활’이라는 한자말을 씁니다. 그러면 ‘자활’이란 무엇일까요?


 자활 능력 → 홀로설 힘

 자활의 길을 찾았다 → 홀로설 길을 찾았다


  한국말은 ‘홀로서기’입니다. 혼자서 씩씩하게 선다고 해서 ‘홀로서기’입니다. 한자말 ‘독립(獨立)’도 ‘홀로서기’로 풀어낼 수 있습니다. 한국말사전을 살피면 ‘홀로서기’도 올림말로 나오고, “다른 것에 매이거나 기대지 않는 일”을 나타낸다고 해요. 그러니까, 내 힘으로 스스로 삶을 짓는 몸짓은 바로 ‘홀로서기’요 ‘홀로섬’입니다. ‘홀로서다’처럼 새롭게 써도 잘 어울립니다. 4348.10.27.불.ㅅㄴㄹ



일반적으로 ‘자신의 삶을 스스로 일궈 나가는 것’을 ‘자활自活’이라고 표현합니다

→ ‘내 삶을 스스로 일궈 나가기’를 흔히 ‘홀로서기’라고 합니다

→ ‘나 스스로 삶을 일궈 나가기’를 으레 ‘홀로섬’이라고 말합니다

《박금선-내가 제일 잘한 일》(샨티,2015) 232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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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의 장(-の 場)



 대화의 장

→ 대화하는 자리

→ 이야기하는 자리

→ 이야기자리

→ 이야기마당

 만남의 장소

→ 만나는 장소

→ 만나는 자리

→ 만남터


  요즘 사회에서 으레 쓰는 말투 가운데 하나로 “만남의 장소”가 있습니다. 이때에는 ‘場 + 所’가 되었습니다만, ‘-所’를 덜고 “만남의 장’처럼 쓰는 분도 더러 있어요. 으레 ‘-의 場’이라고 하다 보니 이 말투가 익숙해서 이처럼 쓴다고 하겠습니다. 더구나 이러한 말투는 방송과 신문을 거쳐 온나라로 구석구석 퍼졌으며, 이러한 말투를 잘못이라거나 얄궂다고 느끼는 사람이 몹시 드뭅니다.


  ‘장(場)’ “어떤 일이 행하여지는 곳”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한국말로는 ‘곳’이요, ‘자리’나 ‘터’라 할 만하고, 때로는 ‘마당’이 되기도 합니다.


 (무엇)하는 자리 . (무엇) + 자리 . (무엇) + 터


  곰곰이 돌아보면, “학문의 장”이든 “대화의 장”이든 일본 말투입니다. 일본에서는 책을 펴내면서 앞에 붙이는 ‘추천글’을 ‘推薦の言’이라 붙이고, 고맙다고 밝히는 글을 ‘感謝の言’이라 붙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對話の場’으로 적으니, 이와 같은 일본 말투를 우리 스스로 제대로 깨달아야 할 텐데, 아무래도 이런 바깥 말투를 곰곰이 살피는 분이 너무 적다고 해야 할까요. 일본책을 읽으면서도 못 느낀다고 해야 할까요. 일본말을 한국말로 옮기면서 어딘가 얄궂다고 생각하지 못한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한국사람 스스로 한국말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 나머지 “추천의 글”이나 “추천의 말”이나 “감사의 말”처럼 엉뚱한 일본 말투를 쓰는 분이 참 많습니다.


  한자말을 쓰든 말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한자말을 쓴다면, ‘사업장’이나 ‘회의장’이나 ‘운동장’처럼 씁니다. “사업의 장”이나 “회의의 장”이나 “운동의 장”이 아니지요. 학문이나 대화를 한다고 하면 “학문마당”이나 “대화마당”이라 하면 됩니다.


  그리고, ‘사업장’은 ‘일터’로 더 손볼 만하고, ‘회의장’은 ‘모임터’로 손볼 만합니다. ‘운동장’은 그냥 쓸 만하지만, ‘놀이터’라고 할 수도 있어요. 운동장이 놀기만 하는 터는 아닙니다만, 마음껏 뛰놀듯이 온갖 운동을 즐긴다는 마음으로 ‘놀이터’라 해 볼 수 있어요. ‘운동마당’이라 해도 잘 어울립니다. 4348.10.27.불.ㅅㄴㄹ



학문의 장이 형성된다

→ 학문하는 자리가 이루어진다

→ 학문마당이 이루어진다

→ 배우는 자리가 마련된다

→ 가르치고 배우는 자리가 된다

《츠지모토 마사시/이기원 옮김-일본인은 어떻게 공부했을까?》(知와사랑,2009) 65쪽


텃밭은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중요한 배움의 장이다

→ 텃밭은 아이들이 함께할 수 있는 중요한 배움터이다

→ 텃밭은 아이들이 같이할 수 있는 멋진 배움마당이다

→ 텃밭은 아이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뜻깊은 배움자리이다

《스콧 새비지 엮음/강경이 옮김-그들이 사는 마을》(느린걸음,2015) 249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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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유교수의 생활 31
야마시타 카즈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567



날마다 새롭게 배우며 즐거운 삶

― 천재 유교수의 생활 31

 야마시타 카즈미 글·그림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12.3.25. 4500원



  사람은 누구나 날마다 바뀐다고 느낍니다. 바뀌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느낍니다. 하루를 살면 하루만큼 바뀌고, 이틀을 살면 이틀만큼 바뀌지 싶어요. 한 해를 산 아기는 한 해만큼 삶을 지은 셈이고, 다섯 해를 산 아이는 다섯 해만큼 삶을 지은 셈입니다. 그리고, 다섯 살 아이한테도 쉰 살 어른한테도 하루는 늘 새롭습니다. 다섯 살에 맞이하는 가을은 언제나 꼭 한 번이요, 쉰 살에 맞이하는 가을도 언제나 꼭 한 번이에요. 두 번이나 세 번 겪을 수 없는 ‘다섯 살 가을’이고 ‘쉰 살 가을’입니다.



“당신 어쩐지 변했군.” “변하다니?” “전에는 마모루 걱정하느라 온종일 신경이 곤두서서 난리도 아니었잖아. 내가 바쁜 동안에 무슨 일 있었어?” “글쎄,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이고 하니까.” (7쪽)


“아, 오랜만에 마모루랑 놀아서 정말 즐거웠습니다. 그나저나 모르는 사이에 마모루도 많이 컸네요.” “그럴까? 변한 것은 오히려 자네가 아닐까 싶네만.” (31∼32쪽)



  야마시타 카즈미 님이 빚은 만화책 《천재 유교수의 생활》(학산문화사,2012) 서른한째 권을 가만히 읽습니다. 여덟 살 아이가 내 옆에 달라붙으며 묻습니다. “아버지, 천재 유교수, 나도 봐도 돼?” “글쎄, 네가 이 책에 나오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까? 만화라고 해서 다 볼 수 있지 않아. 네가 모르는 말이 많으니까.”


  《천재 유교수의 생활》은 여덟 살 아이가 볼 만할까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스무 해 넘게 그린 이 작품에는 ‘젊은 유택 교수’나 ‘중년 유택 교수’를 지나서 ‘할아버지 유택 교수’가 나옵니다. 이제 이 만화책에 아이들이 꽤 자주 나옵니다. ‘유택 교수네 네 딸’ 가운데 세 딸이 시집을 가며 낳은 새로운 아이들입니다. 이리하여 나는 이 만화책을 우리 집 여덟 살 아이더러 한번 읽어 보라고 건넵니다.



‘곧 깜깜해지는데, 집은 보이지 않고, 나는 울었다. 언니는 웃고 있었다.’ “괜찮아. 아무리 깜깜해져도 반드시 내일은 오잖니? 울어도 웃어도 내일은 온단다. 돌아갈 수 있어.” (60∼61쪽)


“선생님이 나하고 하나코를 혼냈니?” “아뇨. 다른 사람을, 혼냈어요.” “다른 사람, 이라니?” “음, 그게 아니고 사람 아니구요, 뭔가를 향해, 여러 가지 나쁜 걸 다 혼냈어요.” (89쪽)



  여덟 살 아이가 《천재 유교수의 생활》에 흐르는 이야기를 모두 알아차리리라 느끼지 않습니다. 여덟 살 나이에는 여덟 살 나이만큼 알아차릴 테지요. 나중에 열두 살쯤 되어 다시 본다면 여덟 살 나이였을 적에는 알아차리지 못한 이야기를 알아차릴 테고요. 스무 살이 되어 다시 본다면 스무 살 나이일 적에 알아차릴 만한 대목을 새롭게 느끼리라 봅니다. 서른 살에는 서른 살만큼, 마흔 살에는 마흔 살만큼 이 만화책 이야기를 받아먹을 만합니다.



“내 강의는 들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더라도 나는 불쾌하지 않다네. 내 강의를 들을 의지가 있나?” (130쪽)


‘남자라서, 여자라서는 아니라고 보지만, 내가 너무 한쪽 면으로만 사람을 보고 있었나? 언제나 강하게 주장하는 이미지였던 오오에 카오루가 불안으로 목소리를 낮추고, 언제나 소리 높여 웃는 줄만 알았던 아오키 모모카가, 내게는 생각지도 못한 일의 연속이었다.’ (140쪽)



  만화책에 나오는 ‘유택 교수’도 나이를 한 살씩 새로 먹으면서 언제나 새롭게 배웁니다. 그리고, 유택 교수뿐 아니지요. 유택 교수 같은 사람을 곁님으로 둔 아주머니도 할머니가 되는 동안 천천히 삶을 새롭게 배웁니다. 유택 교수네 네 딸도 저마다 다르지만 저마다 새롭게 삶을 새롭게 배워요. 유택 교수네 손자와 손녀도 저마다 새로운 삶을 늘 즐겁게 배우지요.


  그러니까, 우리는 날마다 새롭게 배우는 즐거움을 누리는 삶입니다. 너도 나도 새로움을 배웁니다. 우리는 저마다 다른 새로움을 찾아서 이 삶을 누립니다. 때로는 기쁘고 때로는 슬픕니다. 때로는 고단하고 때로는 신납니다. 때로는 웃음꽃이요 때로는 눈물나무예요.



‘내 근황을 이야기할 사이도 없이, 몇 년이 흘러도 변함이 없다. 말은 오가지만 주제가 어디 있는지 종잡을 수 없는 대화. 하지만, 그런데도, 공기만은 틀림없이 오가고 있다. 저녁놀 속에서 참새들이 모여 지저귄다.’ (155쪽)


“왜 도와주지 않았어요!” “미안해요. 하지만 좋은 기록이 남은 것 같군.” “기왕 찍으려면 좀더 근사하게 차려입었을 때 찍지!” “아니, 좋은 기록은 생활감과 긴박감이 넘치는 것이오.” “아무튼 정리하는 거나 도와줘요!” (161쪽)



  아이들은 오늘 하루도 새롭게 깨어나서 새로운 놀이를 찾습니다. 나도 아이들처럼, 또는 아이들과 다르게, 또는 아이들하고 엇비슷하게, 또는 아이는 아이대로 나는 나대로 새롭게 하루를 헤아립니다.


  어젯밤에도 늦게 똥을 눈 다섯 살 아이가 오늘은 아침 일찍 다시금 똥을 눕니다. 참 많이 즐겁게 먹었나 보구나. 똥을 눈 다섯 살 아이가 “응가 다 했습니다! 휴지로 닦아 주세요!” 하고 외치는 소리를 듣습니다. 휴지를 두 칸 뜯어서 밑을 닦습니다. 토실토실 복숭아 같은 궁둥이는 더없이 귀엽습니다. 아이들은 복숭아를 늘 엉덩이에 매달면서 심심할 적마다 스스로 뜯어먹을까요? 나도 이 아이들처럼 어릴 적에 심심하면 내 복숭아를 재미나게 뜯어먹었을 테지요. 모처럼 비가 오면서 쌀쌀한 새 하루가 흐릅니다. 4348.10.27.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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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73. 단출하게 아침밥


  밥을 볶고, 멸치를 종지에 얹고, 배추를 씻고, 동글배추를 잘게 썰어서 버무립니다. 달걀도 삶아서 잎접시에 놓습니다. 간장도 올려 볼까. “얼마 못 차렸지만 맛있게 먹자”고 말할 수 있으나, 이렇게 말하기보다는 “오늘 아침도 즐겁게 먹자”고 말합니다. 한 가지를 올리든 두 가지를 올리든 기쁘게 먹자고 생각하면서 웃음으로 노래합니다. 밥상맡에서 함께 조잘조잘 떠들고 노래를 할 적에 사진 한 장을 찍을 마음이 솟습니다. 밥을 먹는 자리에서 서로 방긋방긋 웃으며 수저질을 할 적에 사진 한 장 새롭게 찍을 마음이 자랍니다. 단출하지만 우리 몸을 살리는 밥 한 그릇이라 여기며 슬쩍 사진 한 장을 찍어 봅니다. 4348.10.27.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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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ce 2015-10-27 09:34   좋아요 0 | URL
동글배추-양배추ㅎㅎ
저도 오늘은 볶음밥을 하고,
계란을 삶아서 식탁에 올려봐야겠어요~
그리고 즐겁게 먹자~~~라고 말해 보고 싶은데요...^^

파란놀 2015-10-27 09:59   좋아요 0 | URL
그냥 즐겁게 먹으면... 언제나 즐거운 하루가 된다고 느껴요 ^^

어제는 고구마와 당근 넣은 밥을 해서
간장하고 치즈와 배추로 비벼서
비빔밥을 먹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