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 - 3~8세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4
존 버닝햄 글.그림 / 보림 / 199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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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79



놀면서 심부름을 즐기는 아이들

― 장바구니

 존 버닝햄 글·그림

 김원석 옮김

 보림 펴냄, 1996.7.10. 9000원



  밤에 별을 보려고 마당에 나옵니다. 아이들은 모두 새근새근 잡니다. 아이들이 잠든 이 밤은 나한테 아주 홀가분한 한때입니다. 아버지도 호젓하게 별바라기를 하거나 달춤을 추고 싶단 말이지, 하고 생각합니다. 마당에 서서 달도 별도 함께 바라보면서 별자리를 그리고 미리내를 헤아리다가 대문을 열고 고샅에 서 봅니다. 요즈음은 시골에도 곳곳에 전등불을 밝히느라, 전등불 없는 곳을 찾자면 좀 걸어야 합니다. 시골사람이라면 누구나 밤눈이 밝고, 전등불이 없어도 밤길을 잘 다닙니다만, 이렇게 밤새 전등불을 켜면 논밭에서 자라는 곡식이나 남새도 밤새 못 쉬지요.


  불빛이 없는 곳을 찾아서 고샅을 걷는데, 이웃집 개가 컹컹 짖습니다. 고양이라도 지나가는 줄 알았을까요. 개 한 마리가 짖으니 저 건너편 창고 앞에 있는 개도 짖습니다. 그리고 마을 안쪽에 있는 개도 짖습니다. 밤에 고요히 별바라기를 하려고 나오는데 너희가 짖으면 시끄럽잖니, 하고 생각하면서 마을을 벗어나도 개는 컹컹 소리를 자꾸 냅니다. 이래서야 호젓함도 고요함도 즐거움도 없구나 싶어서 집으로 돌아옵니다. 대문을 닫고 마당에 서서 별바라기를 하는데도 이웃집 개는 컹컹 소리를 그치지 않습니다. 한동안 개 짖는 소리를 들으며 별을 보다가 집 안으로 들어갑니다.




스티븐은 아기에게 줄 달걀 여섯 개, 바나나 다섯 개, 사과 네 개, 오렌지 세 개, 자기가 먹을 도넛 두 개랑 과자 한 봉지를 샀어요. 그러고 나서 스티븐이 가게에서 나오는데 곰이 있지 뭐예요. (5쪽)



  존 버닝햄 님이 빚은 그림책 《장바구니》(보림,1996)를 읽습니다. 단출한 심부름을 하는 아이가 나오는 이야기를 찬찬히 읽습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는 그리 어렵지 않은 심부름을 합니다. 어머니는 어린 동생을 돌보느라 바쁘고, 여기에다가 온갖 집안일을 하셔야 합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나’는 스스럼없이 심부름을 하러 다녀오기로 합니다.


  그런데, ‘내’가 심부름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온갖 짐승이 나옵니다. 온갖 짐승은 내 장바구니에 담긴 것을 하나씩 달라고 으르렁거립니다. 내 장바구니에 있는 것을 안 주면 나를 괴롭힌다고 하는군요.


  이런. 나한테 으르렁거리는 온갖 짐승을 만나니, 나는 차츰 골이 납니다. 자꾸 짜증이 납니다. 처음에는 좀 부드럽게 말하지만, 나중에는 아주 지겨워서 거친 말을 내뱉습니다. 얼른 심부름을 마치고 ‘내 놀이’를 하고 싶다는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바나나 내놔. 안 주면, 머리카락을 잡아당길 거야.” “내가 바나나를 개집 위로 던지면, 넌 시끄러우니까 저 사나운 개가 깰 테고, 그러면 잡지도 못할걸.” “내가 시끄럽다고?” 원숭이가 말했어요. (11쪽)





  아이들은 심부름을 싫어하지 않아요. 아이들은 심부름을 대단히 즐거워 합니다. 아이 나름대로 무언가 거들 수 있어서 기뻐하고, 아이 힘으로 살림에 한손을 보탤 수 있어서 반깁니다.


  그림책 《장바구니》에 나오는 온갖 짐승은 ‘무엇’을 넌지시 빗대었을까요? 마을 개구쟁이일까요? 아니면, 마을에 있는 ‘짓궂은 형들’일까요? 온갖 짐승들은 심부름을 하지도 않고, ‘심부름하는 나’를 도울 마음도 없습니다. 그저 ‘내’ 곁에서 ‘나를 괴롭히는 재미’로 엉겨붙으려 합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어릴 적에도 내가 심부름을 하는 길에 ‘좀 있다가 집으로 가고, 같이 놀자’고 붙잡는 동무들이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맡긴 심부름을 깜빡 잊고 놀이에 흠뻑 빠지는 일이 곧잘 있었습니다.



스티븐은 장바구니를 들고 서둘러 집으로 갔어요. 스티븐이 집에 다다랐을 때 문 앞에 엄마가 있었어요. (29쪽)




  그림책 《장바구니》에 나오는 아이는 온갖 짐승을 물리치고 집으로 돌아오느라 바쁩니다. 그런데, 막상 집으로 돌아오니 어머니는 뭔 그런 심부름을 하는데 왜 이리 늦느냐고 나무랍니다.


  아이는 이제 어떤 마음이 될까요? 애써 심부름을 마쳤는데, 저를 괴롭히는 온갖 짐승을 물리치며 집으로 씩씩하게 돌아왔는데, 어머니가 나한테 들려주는 말은 칭찬조차 아닌 나무람입니다. 힘들게 심부름을 했는데 따사로운 말을 못 듣습니다.


  이래서야 다음에 또 심부름을 할 마음이 들까요? 아마 다음에 다시 심부름을 해야 하더라도 웃는 낯으로 기쁘게 하기는 어렵겠지요. 살림을 거드는 일이란 지겹거나 재미없다고 여길 만하겠지요.


  그림책 《장바구니》에는 ‘심부름을 하는 사내 아이’가 나옵니다. 그런데, 사내 아이가 아닌 ‘아이 아버지’가 심부름을 한다면 어떨까요? 남자 어른은 집안일을 얼마나 잘 거들까요? 남자 어른은 장바구니를 옆구리에 끼고 싱글벙글 웃는 낯으로 기꺼이 심부름을 할는지요?


  가벼운 심부름 하나를 놓고 기나긴 이야기 실타래를 풀어놓는 《장바구니》를 가만히 덮으면서 생각합니다. 나는 어릴 적에 어머니 아버지 심부름을 할 적마다 늘 즐겁게 했습니다. 집부터 가게까지 신나게 달리기를 하곤 했습니다. 어릴 적에 심부름을 마치면 어머니는 늘 ‘고마워’ 하고 말씀하셨고, 오늘 나는 우리 집 두 아이가 살림을 돕거나 심부름을 해 주면 ‘고마워’라든지 ‘고맙습니다’ 하고 똑똑히 말합니다. 참말 고마운 일이니까요. 아이들이 심부름을 하는데 무척 오래 걸리더라도 언제나 즐겁게 노느라 오래 걸릴 뿐이니,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을 상냥하게 바라보고 고마이 바라볼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4348.11.6.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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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아이 120. 2015.9.25. 머리에 꽃씨를 솔솔



  꽃순이는 머리에 꽃씨 뿌리기를 즐긴다. 논둑길을 걷다가 억새를 보면 새하얗고 가벼운 솜털 같은 씨앗을 슥슥 훑어서 머리에 뿌린다. 이러면서 “내 머리에 눈이 내렸어!” 하고 노래한다. 구름에서 송이송이 내리는 눈이 거의 없는 고흥이니, 이렇게 억새 씨앗으로 눈놀이를 한달까.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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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연금술사 24
아라카와 히로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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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571



넌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

― 강철의 연금술사 24

 아라카와 히로무 글·그림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10.3.25. 4200원



  낱권책으로 《강철의 연금술사》를 읽으면, 저마다 다른 이야기가 흐르는 줄 살필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이러한 얼거리를 헤아리면서 만화를 그렸을는지 모를 노릇이지만, 하나하나 더듬어 보면 사람이 사람으로 태어나서 어떤 삶을 누릴 때에 즐거움이나 아름다움이나 사랑스러움이 되는가 같은 이야기를 살필 만합니다.



“불사의 군단이라는군. 사람의 혼을 꼭두각시에 넣어서 만든, 죽음의 공포를 모르는 병사들이다.” (15쪽)


“너는 감정과 함께 소중한 것을 버리고 말았어. 감정을 버린 네가, 우리를 쉽게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마라.” (50쪽)



  《강철의 연금술사》 스물넷째 권은 거의 막바지에 이르는 낱권책입니다. 스물넷째 권에서는 꼭 한 가지를 묻습니다. ‘넌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 하고 물어요. 남이 시키는 대로 좇는 사람이 될는지, 남이 시키는 대로 하면 떡고물을 주겠다고 하는 사탕발림에 홀리는 대로 살는지, 아니면 스스로 삶을 지으려 하는지, 그러니까 스스로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날마다 새로운 삶을 누리려 하는지를 묻습니다.



“네가 얕보고 있던 자들의 마음을 알아라.” (63쪽)


“일반인을 희생하고 너희 고관들만 불로불사의 몸이 돼서 세계를 통일하시겠다?” (126쪽)



  어느 길을 가든 모두 ‘내 길’입니다. 남이 시키는 대로 나아가는 길도 내 길입니다. 내가 스스로 생각하는 대로 나아가는 길도 내 길입니다. 나는 내 길을 갑니다. 바보스러운 길로 접어들었다고 해서 ‘내 길이 아니라’고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때때로 바보스러운 길로 접어든 뒤에 아차 하고 뒤늦게 깨닫습니다.


  이를테면 밥이나 국을 끓이면서 곧잘 바보짓을 하지요. 냄비를 태워먹기도 해요. 나중에 먹으려고 뒀다가 밥이 쉬고 말 때가 있고, 그릇이나 접시를 떨어뜨려서 깨뜨리기도 합니다. 모두 저마다 다르게 겪는 삶입니다. 잘한 일도 잘못한 일도 아닙니다.


  어느 모로 본다면, 남이 시키는 대로 따라가는 삶도 잘못한 일은 아니에요. 아직 생각이 없으니 그리 했을 뿐입니다. 그래서 이제부터 스스로 생각하려 한다면, 남이 시키는 일을 섣불리 안 하겠지요. 남이 시키는 일이 있으면 어떠한 일인가를 곰곰이 살핀 뒤에, ‘시킨 일이든 아니든’ 스스로 즐겁게 할 만한지 아닌지를 따질 수 있어요.



“당신 자신을 믿어. 당신의 영혼에 수치스럽지 않은 삶을 택하면 돼.” (129쪽)


“허튼 소리 마! 나더러 킹 브래드레이와 똑같아지라는 거야? 저 녀석은 자기 나라 백성들도 버리려 하고 있어. 저건 내가 되고자 한 모습이 아니야!” (150쪽)



  내가 나를 믿으려면 내가 나를 보아야 합니다. 내가 나를 볼 적에 비로소 내가 나를 믿습니다. 내가 나를 믿지 않는다면, 나는 나 스스로 제대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내가 나를 제대로 바라본다면, 나를 놓고 잘했다거나 잘못했다거나 함부로 따지지 않아요. 나로서는 이것도 해 보고 저것도 해 보는 셈입니다. 다만, 수십 해에 걸쳐서 똑같은 바보짓을 되풀이할 수 있는데, 어쩌면 수십 해에 걸쳐서 바보짓을 해 보는 엄청난 일을 겪는다고도 할 수 있지요.


  그러나, 이르든 늦든 깨어나야 합니다. 스스로 깨어나야 합니다. 스스로 눈을 떠야 합니다. 내 눈은 내가 뜰 노릇입니다. 눈을 뜨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못 보고, 눈을 뜨지 않고서는 내 삶이 없습니다. 남이 시키는 일만 했기에 내 삶이 없지 않아요.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스스로 눈을 뜨지 않으며, 스스로 사랑을 짓지 않을 때에는 내 삶이 없습니다. 4348.11.5.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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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놀이 28 - 가을들길을 함께



  달리기처럼 투박하면서 새로운 놀이라고 느낀다. 그저 다리를 놀려서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그러면 놀이가 된다. 그저 달릴 뿐인데 함께 웃음이 터진다. 그냥 이 길을 달리면서 깔깔거리고 싱그러운 노래가 흐른다. 온누리 모든 아이들이 이 가을에 들길을 함께 달리면서 노래한다면 얼마나 사랑스러울까 싶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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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고들빼기꽃



  가을에 가을 고들빼기꽃을 본다. 고들빼기꽃은 가을에 핀다. 꽃이 필 무렵 더는 잎을 훑을 만하지 않아서 내 마음에서 살며시 떠나고 마는 고들빼기이다. 어찌 보면 고마우면서 미안하다. 봄부터 가을 어귀까지 잎사귀를 신나게 베풀어 준 고들빼기인데, 꽃이 필 때부터 ‘꽃 구경’조차 안 하고 지나쳐 버리니까.


  나로서는 ‘뜯어서 먹는 풀’한테 눈길이 더 가니까, 아무래도 꽃이 피는 풀한테는 눈길이 덜 갈는지 모른다. 가을이 되면 사람들은 국화라든지 코스모스 같은 꽃에 깊이 눈길을 두지, 이 작고 멋진 고들빼기꽃은 좀처럼 들여다보지 않기 일쑤이다. 어쩌면 고들빼기꽃인지 아닌지도 모를 테고, 고들빼기를 뿌리까지 캐서 김치로 담가서 먹는 ‘반찬 모습’만 보았을 뿐, 고들빼기잎을 먹은 적도 없어서 고들빼기라는 풀에 꽃이 피는 줄 모르기도 하리라.


  가을로 접어들어 고들빼기풀에 꽃대가 오르면 잎사귀가 줄어드는데, 이때에 잎사귀를 또 바지런히 뜯으면 고들빼기풀이 나한테 마음속으로 외친다. ‘그동안 많이 뜯어먹었잖아. 이제 그만 좀 뜯어. 나도 꽃을 피워서 씨앗을 퍼뜨려야지. 이듬해에는 안 먹을 생각이니?’ 4348.11.5.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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