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보라는 그저 앞만 보고 달려



  나들이를 가는 길에 산들보라는 그저 앞만 보고 달린다. 뒤도 옆도 돌아보지 않는다. 그야말로 앞만 바라보며 달리기에, 이 아이는 혼자 저만치 앞선다. 그래, 네 마음에는 두려움이란 없구나. 네 마음에는 아쉬움이란 없구나. 좋아, 그렇게 언제나 신나게 달리렴. 너를 둘러싼 고운 숨결은 언제나 네 곁과 뒤와 둘레에서 가만히 지켜보니까.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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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5-11-07 10:40   좋아요 0 | URL
차 피할 걱정없이 달릴수 있다는 거 행복입니다

파란놀 2015-11-07 11:15   좋아요 0 | URL
네, 아이들이 다른 생각 없이 달리며 놀기를 바라면서 조용한 시골에서 살지요.
어른도 자동차 걱정을 하지 않으니 무척 호젓합니다 ^^
 

시골아이 184. 여기는 너희 놀이터 (15.11.3.)



  자동차가 매우 뜸하게 다니는 이 시골길은 모두 너희 놀이터란다. 이 시골길에 자동차가 아예 안 다닌다면 훨씬 재미날 테지. 자동차라는 것이 없던 옛날에는 모두한테 어디나 다 놀이터요 보금자리요 이야기터였을 테지. 두 다리에 힘을 주고 신나게 달리자. 함께 이 길을 달리면서 바람을 먹자.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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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미소 난 책읽기가 좋아
크리스 도네르 글, 필립 뒤마 그림, 김경온 옮김 / 비룡소 / 199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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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읽는 삶 120



시골아이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말의 미소

 크리스 도네르 글

 필립 뒤마 그림

 김경온 옮김

 비룡소 펴냄, 1997.7.11. 6500원



  어린이문학 《말의 미소》(비룡소,1997)는 프랑스 어느 조용한 시골마을 이야기를 다룹니다. 프랑스도 한국하고 시골살림은 비슷한지, 시골은 자꾸 줄어들고, 사람도 떠나고, 아이들도 차츰 사라져서, 시골학교도 문을 닫아야 한다고 합니다. 이런 흐름을 마냥 지켜볼 수 없다고 여긴 시골학교 교사 한 사람은 생각을 짜내고 짜내려 합니다. 어떻게 하면 이 흐름을 돌이킬 수 있을까 하고. 어떻게 하면 이 스러져 가는 시골마을에 새롭고 싱그러운 바람이 불도록 북돋울 수 있을까 하고.


  이리하여 어느 날 ‘말’을 떠올립니다. 말 한 마디를 학교에 들이자고 생각하지요.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기는 했어도 말을 장만할 돈이 없습니다. 교사도 주머니를 탈탈 털고, 아이들도 저금통을 탈탈 텁니다. 그러나 말 한 마리를 장만할 돈으로는 터무니없이 모자랍니다. 그런데, 교사와 아이들은 말 한 마리를 얻어요.



비르 아켕이 왜 그렇게 쇠약해졌는지 아무도 이유를 알지 못했다. 단지 말이 늙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이상 원인을 찾아보지 않고 은퇴시키기로 결정해 버렸다. “그 나이로는 더 이상 돈벌이를 할 수 없을 거야. 도살 전문가가 고기값으로 돈을 준다면 모를까.” (22쪽)



  교사도 아이들도 말을 잘 모릅니다. 이러저러하게 생긴 짐승이 말인 줄 알 뿐입니다. 말 사육장을 거느린 사람은 말을 압니다. 어느 말을 경마장에 내보내면 돈을 잘 벌 만한가를 알고, 어느 말은 ‘은퇴’시켜서 도살장으로 보내어 고기로 바꾸면 돈이 될 만한가를 압니다.


  말 사육장을 거느린 백작은 시골학교 교사가 찾아왔을 적에 속으로 ‘잘되었네!’ 하고 생각합니다. 늙었는지 어디가 아픈지 아무튼 경마장에서 더는 달릴 수 없는 말을 시골학교 교사한테 팔기로 했지요. 도살장에 넘기려고 했는데, 도살장에 넘기는 값보다 돈을 더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늙었는지 아픈지’ 알 길이 없는 말을 모르는 척 떠넘깁니다.


  그러면, 말 사육장을 거느린 백작은 말 한 마리가 ‘늙었는지 아픈지’ 왜 모를까요? 이녁은 말을 사랑하지도 아끼지도 돌보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그저 돈벌이만 헤아리기 때문입니다.



말은 웃지 않는다. 말이 윗입술을 콧구멍 위까지 들어올릴 때는, 기쁨을 나타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반대로 배가 아프기 때문에, 몹시 아프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다. 수의학에서는 이를 ‘위통’이라고 한다. 아이들이 어떻게 그런 것을 알 수 있겠는가? 아이들은 말을 만나기 전부터 줄곧 말을 사랑해 왔다. (33쪽)



  시골학교 교사와 아이들은 말을 보고 기쁨을 감추지 못합니다. 아아 말이란 이렇게 크구나, 아아 말이란 이렇게 멋지구나, 하고. 그런데 말이 웃는 낯입니다. 아이들은 ‘말이라는 짐승을 아직 몰라’요. 그래서 말이 웃는 낯인 모습을 보면서 왜 이러한 모습인가를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그저 말이 ‘우리를 보고 반가워서 웃네!’ 하고 생각합니다.



나는 아이들에게 멀리 떨어져 있으라고 했다. 왜냐하면 그때부터 내가 하려는 일은 아주 끔찍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이들은 내 말을 거절했다. 아이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지켜보고 싶어했다. (41쪽)



  시골학교 교사하고 아이들 앞에서 웃는 낯이던 말은 얼마 못 걷고 길바닥에 픽 쓰러집니다. 입에 거품을 뭅니다. 교사도 아이들도 저희 돈을 몽땅 털어서 장만한 말인데, 나날이 초라해지고 쓸쓸해지는 시골마을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싶어서, 아이들한테 꿈을 심어 주려는 뜻에서, 그야말로 온 사랑을 쏟아서 말 한 마리를 시골학교에 두면서 돌보려고 했는데, 말을 데려온 날, 이 말은 힘없이 길바닥에 쓰러져서 몹시 끙끙 앓습니다.


  수의사가 달려옵니다. 수의사는 이 말이 이제 더 살 수 없다고 진단을 합니다. 그러나 교사도 아이들도 말한테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수의사를 바라봅니다. 부디 이 말이 살아나도록 해 달라고 바랍니다. 수의사는 ‘웃는 말’을 보고는 이 말은 ‘죽음으로 가는 말’인 줄 알지만, 차마 아이들한테 그 이야기까지는 털어놓지 않습니다. 수의사로서 ‘말이 부디 덜 아픈 채 죽음으로 가도록 할 생각’이었으나, 아이들 얼굴을 보면서 생각을 바꾸기로 합니다. 마취 주사를 놓고 배를 가르기로 합니다. 큰 수술을 하기로 합니다.



아이들은 말의 털을 만져 보았고, 말의 온기와 냄새를 느꼈다. 아이들은 말의 상태가 나쁘다고 생각했는지 말에게 힘을 주고, 용기를 주고, 위로해 주려고 말의 몸을 정성껏 쓰다듬었다. (46쪽)



  늙고 아픈 말은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요? 늙고 아픈 말을 바라보는 아이들은 이 말한테서 새로운 꿈을 찾을 수 있을까요? 돈도 없고 힘도 없는 시골아이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수의사는 큰 수술을 마쳤습니다. 수의사는 ‘기적’도 ‘놀라움’도 믿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이들 눈망울을 보고는 말을 차마 죽음으로 보내지 못하고 큰 수술을 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길바닥에 쓰러진 채 끙끙 앓는 말을 어루만져 주고 기운을 내라는 얘기까지 들려줍니다.


  말이라고 하는 짐승이 아이들이 외치는 소리를 알아듣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만, 늙고 아픈 말은 마취에서 풀려난 뒤 무언가를 느낍니다. 제 곁에서 저를 지켜보면서 따사로이 어루만지는 손길을 느낍니다. 거의 죽음 문턱에 이르렀던 말은 마지막 힘을 쥐어짭니다. 아니, 마지막 힘이 아니라 새로운 힘을 스스로 일으킵니다. 앞으로 경마장에서 달릴 일은 없을 테지만, 이 말은 말로서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알아차립니다. 앞으로 아이들한테서 사랑을 받고, 또 아이들을 사랑하면서 새롭게 살 수 있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그래, 맞아! 어른들에게 기쁨을 되찾아 주는 것은 역시 아이들뿐이야!’ (53쪽)



  짤막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어린이문학 《말의 미소》입니다. 이 작품은 수의사 눈길과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끕니다. 말 한 마리를 둘러싸고 시골마을 작은 학교 교사하고 아이들이 어떤 마음으로 마주하는가를 차분히 보여줍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들려준 뒤 “어른들에게 기쁨을 되찾아 주는 아이들”을 노래하면서 끝맺습니다.


  이 작은 이야기에서도 들려주는데, 시골아이가 할 수 있는 ‘큰 일’은 없습니다. 시골아이한테는 돈도 없고 힘도 없습니다.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다고 할 만합니다. 그렇지만 이 아이들한테는 사랑이 있습니다. 서로 아끼는 사랑이 있고, 다른 목숨을 아끼는 사랑이 있으며, 따사롭고 너른 마음에 가득한 사랑이 있어요.


  마을을 살리는 힘이라면, 마을을 살리는 길이라면, 그리고 마을뿐 아니라 나라와 지구별을 살리는 밑힘이라면 바로 아이들이겠지요. 웃는 아이들이 모두를 살리고, 웃는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가 온누리를 따사로이 어루만질 테지요. 4348.11.7.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어린이문학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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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이 데려다줄 거예요 (길상효·안병현) 씨드북 펴냄, 2015.9.18. 11000원



  골목은 어떤 곳인가? 골목은 우리를 어디로 데려다줄까? 골목마을에서 사는 사람이라면 골목은 우리를 보금자리로 데려다주지. 골목마을로 나들이를 간 사람이라면 골목은 우리를 포근한 숨결이 흐르는 예쁜 자리로 데려다주지. 골목 한쪽에서 자라는 작은 꽃송이가 노래한다. 골목에서 나고 자라는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논다. 이제 골목마을에서 사는 사람은 아주 드물고, 거의 모두 도시 한복판에 선 빌라나 아파트에서 산다고 할 테지만, 골목마을은 고즈넉한 숨결로 누구이든 따사로이 품는다. 삶도 사랑도 모두 우리 손길로 곱게 여미어 새로운 이야기가 자란다. 그림책 《골목이 데려다줄 거예요》는 작은 골목꽃이나 골목밭을 더 넓게 살피지 못한 대목에서는 아쉽지만, 무척 예쁘게 잘 빚은 이야기꾸러미이다. 4348.11.7.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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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이 데려다줄 거예요
길상효 글, 안병현 그림 / 씨드북(주)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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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07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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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 사진노래 기사를 올리면서 적어 놓은 사진말 조각.


..


시골에서 아이들하고 살면서 함께 찍고 누리고 나누는 사진 이야기를 적어 봅니다. 아이들하고 함께 걷고 놀고 일하고 하다 보면 저절로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이러한 사진으로 스스로 즐거운 하루를 이루기에, 사진노래가 흐르는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노래하듯이 삶을 즐기는 사진이라고 생각하면서 이 글을 써 봅니다.



두 아이를 돌보면서 기저귀도 빨고 옷도 빨고 이불도 빨지요. 아이들이 아직 똥오줌을 못 가리던 때에는 날마다 빨랫감이 수두룩했습니다. 아이들은 언제나 이쁜 몸짓을 보여주면서, 내 손품에 새로운 힘을 북돋아 주었습니다.


아이들은 하루하루 새롭게 자랍니다. 날마다 차근차근 무럭무럭 자랍니다. 이를 가만히 지켜보면서 저절로 사진을 찍는데, 날마다 사진을 몇 장씩 꾸준히 찍으면서 돌아보니, 아이들은 새롭게 자랄 적마다 새롭게 기쁜 사진을 찍도록 이끄는구나 싶습니다.


노래하면서 먹자고 생각하니, 참말 아이들은 밥상맡에서 노래도 부릅니다. 무엇이 그리 재미나서 노래를 하면서 밥을 먹을까 하며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언제나 즐거운 마음결이면 밥상맡에서도 노래하면서 조잘조잘 떠들 테지요.


아이들한테 새로운 놀잇감이랑 놀이를 알려주려고 생각하다가 문득 바람개비가 떠올랐습니다. 한쪽은 쓸 수 있는 흰종이를 알맞게 오려서 나무젓가락에 척 꽂으니 바람개비 끝. 두 아이한테 하나씩 만들어 내미니, 마당에서 바람을 가르며 바람개비를 돌리면서 하루 내내 놉니다.


집에서 놀면서 지내는 아이들은 더러 글놀이를 합니다. 아이들이 글놀이를 할 수 있도록, 나는 어느새 시인이 되어 짧은 시를 써서 건넵니다. 아이들은 저희 어버이가 그때그때 새롭게 쓰는 시를 읽으면서 한글도 글씨도 글쓰기도 익힙니다.


가을걷이를 앞둔 논 옆에 살그마니 꽃대를 올린 유채풀. 유채풀에서 유채꽃으로 거듭난 이 아이들은 씨를 맺기 앞서 잘려 나갑니다. 가을걷이를 마친 뒤에 돋았으면 멀쩡히 살아서 씨앗까지 퍼뜨렸을 텐데요.


가을에도 나비 애벌레가 깨어납니다. 겨울에 어떻게 하려고 깨어나니 하고 애벌레를 바라보면서 묻다가, 그래 이곳 고흥은 몹시 따숩지. 아무렴, 너희는 너희가 깨어나고 싶을 적에 깨어나서 번데기가 되고 나비로 거듭나겠지.


누나가 나긋나긋 읽어 주는 책을 눈과 귀로 받아들이는 작은아이는, 언제나 어버이한테서도 누나한테서도 사랑받습니다. 나는 이 모습을 사진 한 장으로 살포시 찍어 놓습니다. 두 아이 사이에서 흐르는 따스한 숨결이 고맙습니다.


숨바꼭질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언제라도 즐기는 놀이. 머리카락 보일라 노래하면서 숨는 아이가 머리카락뿐 아니라 네 온몸이 다 보이는구나.


사진이 태어나는 곳은 삶이 태어나는 곳입니다. 사진을 찍는 자리는 삶을 짓는 자리입니다. 아이들하고 시골에서 함께 살면서 날마다 새로운 사진을 즐겁게 얻습니다.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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