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빛



꽃이 피어

나무가 노래하고

풀이 돋아

새와 벌레 춤추니


따사로운 봄볕

맑은 여름볕

고운 가을볕

좋은 겨울볕


싱그럽게 어우러지는

숲잔치


파란 별님과

붉은 딸기

나란히

오순도순

이야기밭.



2013.6.7.쇠.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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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종이동무 (2015.11.9.)


  아이들이 큰 그림종이를 아무렇게나 오렸다. 종잇조각이 꽤 많이 남는다. 이를 어찌할까 하고 생각하다가 ‘되살림 종이동무(인형)’를 빚기로 한다. 종이를 함부로 쓴 두 아이는 한동안 구경만 하도록 시킨 뒤, 자투리 종이에 천천히 그림을 그려 넣는다. 버리면 그냥 버려지지만, 되살리면 이 종이로 태어난 나무도 함께 기뻐해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하면서 ‘꽃나무구름’하고 ‘불타오르며 날아오른 보라’를 빚어 본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그림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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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5-11-10 13:02   좋아요 0 | URL
`꽃나무구름`도 `불타오르며 날아오른 보라`도 다 참 예쁘고 멋지네요~
숲노래님의 이야기빛이 깃든 그림들은~~언제나 참 즐겁고 좋습니다~~^-^

파란놀 2015-11-10 14:43   좋아요 0 | URL
이렇게 그리고 나니
큰아이가 자투리 종이를 살리는 길을
문득 깨달아 주더라구요.
아이들한테 더없이 고마웠어요 ^^
 

다 다르기에 고운 찔레꽃



  온누리 모든 꽃이 똑같다면, 꽃을 보고 곱다고 말하기 어려우리라 느껴요. 봄이 무르익을 무렵부터 여름에 접어들 무렵까지 피어나는 찔레꽃도, 일찍 피는 아이와 늦게 피는 아이가 있습니다. 같은 꽃이어도 피는 철과 날과 때가 다릅니다. 우리 삶을 이루는 꽃도 모두 다르기에 그야말로 사랑스럽습니다. 바람이 불어 이쪽을 살그마니 건드리면 이쪽 꽃송이가 춤을 추고, 바람이 불어 저쪽을 가만히 건드리면 저쪽 꽃송이가 춤을 춥니다. 찔레꽃은 유채꽃하고 다르고, 유채꽃은 탱자꽃하고 다르고, 탱자꽃은 장미꽃하고 다르고, 장미꽃은 괭이밥꽃하고 다르고, 괭이밥꽃은 곰밤부리꽃하고 다르고, 곰밤부리꽃은 붓꽃하고 다르고, 붓꽃은 모과꽃하고 달라, 그야말로 모든 꽃은 저마다 달라서 곱습니다. 4348.11.10.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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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글 읽기

2014.6.7. 큰아이―글 한 줄을



  누군가는 글을 일찍 익힙니다. 누군가는 글을 늦게 익힙니다. 일찍 익혔기에 똑똑하지 않고, 늦게 익히기에 바보스럽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숨결이라, 빠르기도 모두 다르지요. 이를 어른들이 얼마나 따스하거나 슬기롭게 바라보는가에 따라서 아이들 마음도 다르게 자랍니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글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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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5-11-10 08:40   좋아요 0 | URL
그럼요
글 일찍. 익힌다고 삶이 달라지는 건 아닌 듯 해요.
똑똑함의 척도도 당연히 아니니구요.
더 많은 걸 느끼고 익혔잖아요.

파란놀 2015-11-10 08:51   좋아요 1 | URL
어제그제 <템틀 그랜딘>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또 어젯밤에 소개글을 쓴 <나무 위의 물고기>를 돌아보면서,
이런 생각이 짙게 들기도 했어요.

아이하고 함께 살면
참말 누구나 이 대목을 잘 알리라 생각해요.

하늘바람 2015-11-10 08:52   좋아요 0 | URL
템틀 그랜딘
나무 위의 물고기

모두 못 보았네요
기억해두고 챙겨볼게요

파란놀 2015-11-10 09:26   좋아요 1 | URL
템플 그랜딘 영화를 보고
이분 책을 살펴보니
저희 집에도 이분 책이 한 권 있는데
여태 그 책을 안 보았더군요 ^^;;;

이분이 `그림`으로 삶을 보는 눈길은
아주 아름답구나 하고 느껴요
 

말·넋·삶 88 꽃샘



  ‘꽃샘’은 이른봄에 꽃이 필 무렵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는 모습을 가리키는 낱말이라고 합니다. ‘꽃샘추위’라는 낱말도 함께 씁니다. ‘꽃 + 샘’이고, “꽃을 샘하다”를 가리키는 얼거리입니다. 이 얼거리에 따라 ‘책샘’이라든지 ‘밥샘’이라든지 ‘일샘’이라든지 ‘잔치샘’ 같은 낱말도 쓸 만하리라 느낍니다. 무엇을 샘한다고 하면 ‘(무엇) + 샘’처럼 쓸 수 있겠지요.


  그러면, 꽃샘바람이 불고 꽃샘추위가 다가오는 이른봄은 어떤 철일는지 헤아려 봅니다. 이른봄에 땅은 어떻게 달라지고, 꽃이나 겨울눈은 어떻게 바뀌는지 찬찬히 돌아봅니다.


  겨울이 저물면서 따사롭게 바람이 불면 들과 숲마다 푸릇푸릇 새싹이 돋습니다. 새싹은 겨울 끝자락부터 돋습니다. 한겨울에도 볕이 포근하면 딱딱한 땅을 뚫고 어느새 풀싹이 돋습니다. 동백꽃은 한겨울에도 꽃송이를 터뜨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아직 겨울이 다 가시지 않은 때에 돋는 풀싹은 다시 겨울바람이 차갑게 불면 거의 다 시들시들 떨면서 옹크립니다. 일찍 돋은 풀싹은 잎 끝이 싯누렇게 마르기도 해요. 그런데, 이무렵 돋는 냉이나 씀바귀를 나물로 삼습니다. 달래나물도 이무렵에 캐서 먹습니다. 아직 추위가 흐르는 철에 봄나물이자 ‘늦겨울나물’을 먹어요.


  꽃샘바람은 꽃을 샘하는 바람입니다.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꽃을 샘하는 바람이 불기에 꽃은 더 기운을 내고, 겨울눈도 새롭게 기운을 냅니다. 마지막 기운을 모두어서, 잎을 더 푸르게 틔우려 하고, 꽃을 더 싱그러이 터뜨리려 합니다.


  찬바람이 불기에 풀과 꽃과 나무는 새롭게 기운을 얻습니다. 아니, 찬바람을 먹으면서 풀과 꽃과 나무는 스스로 더욱 기운을 내면서, 한결 씩씩하고 튼튼하게 이 땅에 섭니다. 봄과 여름과 가을이 있기에 겨울이 있는데, 겨울이 있기에 봄과 여름과 가을이 있어요. 고요히 잠들도록 하는 겨울을 누리면서, 목숨 있는 모든 것은 새롭게 기운을 얻어서 활짝 깨어납니다.


  꽃샘은 꽃을 ‘샘하’기도 하지만, 꽃이 새롭게 피어나도록 하는 ‘샘물’ 노릇을 하기도 합니다. 꽃샘은 꽃을 시샘하는 한편, 꽃이 스스로 더 기운을 내도록 북돋우는 샘이 되어 줍니다.


  삶에는 좋고 나쁨이 없습니다. 모든 일은 뜻이 있어서 나한테 찾아옵니다. 이 일은 이러한 뜻이고, 저 일은 저러한 뜻입니다. 이 일을 나쁘게만 여긴다면 나로서는 그저 나쁠 뿐이고, 저 일을 좋게만 여긴다면 나로서는 그저 좋다고 여길 뿐입니다. 이 자리에서 맴돕니다. 좋고 나쁨 사이를 오락가락하면서 늘 제자리걸음입니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고 바라볼 수 있을 때에 삶을 짓습니다. 좋음도 나쁨도 아닌 줄 알아채면서 마주할 수 있을 때에 삶을 짓는 첫걸음을 씩씩하게 내딛습니다.


  꽃을 시샘하는 추위는, 다른 눈길로 보자면, 꽃이 더 튼튼하고 씩씩하게 피어나기를 바라는 추위입니다. 이만 한 추위쯤에는 지지 말라고, 이만 한 추위를 기쁘게 받아들이라고, 봄에도 쌩쌩 모진 바람이 불 수 있으니, 미리 잘 겪고 받아들이면서 한결 기운차게 솟으라고 하는 추위가 바로 ‘꽃샘추위’이지 싶습니다.


  샘물은 겨울에 얼지 않습니다. 샘물은 여름에는 차고 겨울에는 따뜻합니다. 샘물은 여름에는 여름대로 뭇목숨을 살찌우고, 겨울에는 겨울대로 뭇목숨을 보살펴요. ‘꽃샘’이란 무엇일까요? 꽃샘은 그저 꽃을 시샘하기만 하는 바람이거나 추위일까요? 꽃샘은 우리 삶에서 무엇일까요? 오늘날에는 거의 안 쓰는 옛말 가운데 ‘꽃등’이 있습니다. ‘꽃등’은 “맨 처음”을 뜻합니다. ‘꽃샘’은 봄으로 들어서는 첫 문턱입니다. 꽃샘을 거치면서 비로소 봄으로 나아갑니다. 4348.3.11.물.ㅎㄲㅅㄱ


(최종규/숲노래 . 2015 - 람타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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