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벽촌/벽지 僻村/僻地


 전깃불도 없는 벽촌 → 전깃불도 없는 외딴마을

 벽지 주민 → 외딴곳 주민 / 외딴마을 주민



  ‘벽촌(僻村)’은 “외따로 떨어져 있는 궁벽한 마을”이라 하고, ‘벽지(僻地)’는 “외따로 뚝 떨어져 있는 궁벽한 땅.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교통이 불편하고 문화의 혜택이 적은 곳을 이른다”고 합니다. 한국말사전에는 ‘벽읍(僻邑)’이라는 한자말도 나오고, “외지고 먼 곳에 있는 고을”을 뜻한다고 합니다.


  한국말사전에 나오는 한국말로는 ‘외딴곳·외딴집·외딴섬·외딴길’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외딴곳’은 한자말 ‘벽지’하고 뜻이나 쓰임새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곳’하고 뜻이나 쓰임새가 아주 비슷한 ‘데’를 붙이는 ‘외딴데’는 한국말사전에 없어요. ‘외딴마을’이나 ‘외딴고을’도 한국말사전에 없군요. 이러면서 ‘외딴고을’을 가리키는 한자말 ‘벽읍’은 한국말사전에 있습니다. 앞으로는 ‘외딴-’을 앞가지로 삼아서 ‘외딴자리’나 ‘외딴방’이나 ‘외딴마을’쯤은 한국말사전에 실을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4348.11.10.불.ㅅㄴㄹ



20세대 정도의 벽촌이었다

→ 스무 세대쯤 되는 외딴 마을이었다

→ 스무 세대 남짓인 외진 마을이었다

《이로카와 다이키치/박진우 옮김-메이지의 문화》(삼천리,2015) 58쪽


이런 산골 벽지까지

→ 이런 산골 외딴곳까지

→ 이런 멧골 외딴마을까지

《이로카와 다이키치/박진우 옮김-메이지의 문화》(삼천리,2015) 59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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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다음의


 다음의 장점이 있다 → 다음 장점이 있다 / 다음처럼 장점이 있다

 다음의 세대 → 다음 세대

 다음의 문제에서 → 다음 문제에서


  한국말 ‘다음’ 뒤에 ‘-의’를 붙이는 분이 제법 있습니다만, 한국말에서는 ‘다음의’처럼 쓰지 않습니다. ‘-의’ 없이 ‘다음’만 씁니다. “다음 차례”처럼 쓸 뿐, “다음의 차례”처럼 쓰지 않아요. “다음 책”이나 “다음 같은 책”이나 “다음에 읽을 책”이나 “다음에 다룰 책”처럼 말해야 올바를 뿐, “다음의 책”처럼 말하면 올바르지 않습니다. 4348.11.10.불.ㅅㄴㄹ



다음의 옛말을 생각하는

→ 다음 옛말을 생각하는

→ 다음 같은 옛말을 생각하는

→ 다음에 드는 옛말을 생각하는

→ 다음에 나오는 옛말을 생각하는

《로맹 롤랑/장만영 옮김-톨스토이》(신구문화사,1974) 151쪽


다음의 세 가지

→ 다음 세 가지

→ 다음에 드는 세 가지

《호리 신이치로/김은산 옮김-키노쿠니 어린이 마을》(민들레,2001) 30쪽


다음의 글은 … 도올이 쓴 글이다

→ 다음 글은 … 도올이 썼다

→ 다음은 … 도올이 쓴 글이다

《김용옥-도올의 청계천 이야기》(통나무,2003) 109쪽


다음의 문헌을 탐독하여 이용하고 있다

→ 다음 문헌을 찬찬히 읽어서 쓴다

→ 다음 같은 책을 즐겨 읽고서 쓴다

《이로카와 다이키치/박진우 옮김-메이지의 문화》(삼천리,2015) 122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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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공간, 일상을 바꾼 여성들의 역사 (이임하) 철수와영희 펴냄, 2015.11.7. 22000원



  이임하 님이 선보인 《해방공간, 일상을 바꾼 여성들의 역사》를 읽었다. 집안일을 하고, 아이들을 돌보고, 또 내 일을 하고, 이러다가 쉬고, 다시 집안일을 하다가 아이들을 돌보다가 내 일을 하면서 틈틈이 읽었다. 해방 언저리에서 ‘역사에 이름이 남지 않은 사람들’ 가운데 여성은 어떤 발자취를 남겼는가를 돌아보는 이야기가 이 책에 흐른다. ‘아주 작은 이름을 남긴 사람들’ 가운데 한겨레 여성은 어떤 자리에 있었고, 어떤 삶을 누릴 수 있었는가 하는 이야기가 이 책에 흐른다. ‘이 나라를 바탕에서 받치는 여성’이 어떠한 삶인가를 정치권력 한 자리를 얻은 여성이나 남성이 얼마나 ‘못 읽’거나 ‘안 읽’는가 하는 대목을 여러 자료로 찬찬히 돌아볼 수 있기도 하다. 평등이나 평화를 떠나서, 여성을 남성하고 똑같은 사람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길이 정치권력자나 사회운동가한테 얼마나 있었을까. 해방 언저리에서 ‘일상’을 바꾸기도 하고 ‘역사’를 바꾸기도 한 여성은 참말로 역사책에 이름이 없다. 역사책에 이름이 남은 여성은 그냥 ‘역사책에 이름이 남은 여성’이다. 해방 뒤에도 일제강점기하고 똑같이 여공을 괴롭히는 공장장은 누구인가? 해방 뒤에도 일제강점기하고 똑같이 여성이든 남성이든 짓누르는 공무원이나 공직자나 정치꾼은 누구인가? 해방 뒤에 미군정을 등에 업고 이 나라 여성을 ‘미군 성 접대부’로 내몬 이들은 누구인가? 미군이 저지른 온갖 폭력과 살인을 놓고 제대로 재판을 해 보지도 않은 이 나라 판검사는 누구인가? 4348.11.10.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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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공간, 일상을 바꾼 여성들의 역사- 제도와 규정, 억압에 균열을 낸 여성들의 반란
이임하 지음 / 철수와영희 / 2015년 11월
22,000원 → 19,800원(10%할인) / 마일리지 1,1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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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노래 7 구름을 보며 사는 하루



  하늘을 볼 적에 하늘을 볼 수 있습니다. 땅을 볼 적에 땅을 볼 수 있습니다. 나무를 볼 적에 나무를 보고, 풀을 볼 적에 풀을 볼 수 있습니다. 문득 고개를 끄덕이면서 생각합니다. 하늘을 보려고 고개를 드는데 하늘을 가리는 건물이나 전깃줄만 가득하다면 어떤 마음이 될까요? 나무를 보려고 둘레를 살피는데 자동차나 가게만 가득하다면 어떤 마음이 될까요? 구름을 보고 싶어 고개를 듭니다. 마당에 서고, 대청마루에 앉습니다. 자전거를 달리고, 고샅을 거닐며, 논둑길을 아이들하고 함께 걷습니다. 오늘 이곳에서 하늘바람을 마시고, 구름빛을 먹습니다. 4348.11.10.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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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 그랜딘
믹 잭슨 감독, 데이빗 스트래던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템플 그랜딘
Temple Grandin, 2010


  삶을 사랑하고 꿈을 노래하자, 같은 말을 늘 되새긴다. 이러한 말을 책상맡이며 집안 곳곳에 붙인다. 다만, 글로 써서 붙이지 않는다. 그림으로 그려서 붙인다.

  사람한테는 마음을 나타내는 길이 여러 가지 있다. 맨 먼저 마음이 있다. 사람은 맨 처음에는 그저 마음과 마음으로 서로 마음을 나누었다. 이윽고 눈을 뜨면서 눈빛으로 서로 마음을 나누었다. 이 다음에는 손짓이랑 몸짓이랑 낯빛으로 마음을 나누었다. 이러고서 한참 뒤에 입을 열어 말을 지은 뒤, 말로 마음을 나누었다.

  말로 마음을 나눌 수 있던 때부터 노래를 지었다. 노래에는 가락만 흐르는 노래가 있고, 말을 얹은 노래가 있다. 이즈음, 말이 노래로 거듭나면서 손짓이랑 몸짓은 춤으로 거듭난다. 그리고, 그림이 태어난다. 손놀림으로 어떤 모습이나 무늬나 결을 나타내면서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그림을 그린 사람은 곧 글을 짓는다. 그림을 더 간추려서 나타내려고 하면서 글이 나왔다. 이리하여, 온누리 여러 나라와 여러 겨레 사람들을 살피면, 글을 모르고 책을 읽은 적이 없으면서도 마음을 넉넉히 나누는 이웃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는 굳이 글을 쓰거나 배우거나 알아야 하지 않는다. ‘말’을 알면 되고, ‘그림’을 보면 된다. 글은 언제나 그림을 간추려서 담는 이야기요, 글은 늘 말을 고스란히 옮기는 이야기이다. 그러니, 글에 앞서 말과 그림을 알아야 한다. 말과 그림을 모르고서야 글을 알 수 없다. 책이나 종이에 찍힌 ‘간추린 기호’만 잘 읽을 줄 안다고 해서 ‘말이나 그림’을 잘 헤아릴 수 없고, ‘간추린 기호일 뿐인 글’을 제법 읽거나 많이 읽었다고 해서, ‘다른 사람 마음’을 헤아릴 수 없다.
  왜 그러한가? 마음을 알려면 마음을 나누어야 한다. 내 마음을 너한테 보여주고, 네 마음을 내 마음으로 담을 때에 비로소 마음을 안다.

  처음부터 다시 얘기하자면, 모든 기호는, 이를테면 글이나 그림이나 말은, 또 춤이나 노래는, 또 손짓이나 몸짓이나 낯빛은, 언제나 마음을 나타내려고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삶이란 마음으로 짓는 하루요, 삶은 마음으로 나누는 사랑이다.

  영화 〈템플 그랜딘(Temple Grandin)〉은 무엇을 짚거나 보여줄까? 영화에만 나오는 사람이 아니라, 1947년에 태어나 오늘날에도 꾸준하게 제 발걸음을 씩씩하게 내딛는 템플 그랜딘이라는 분은 무엇을 보여주거나 어떤 마음을 나타내려 하는가? 바로, 언제나, 사랑이다. 소와 마음을 나눌 줄 안다는 얘기는 무엇을 뜻할까? 소가 잡혀서 죽어 고기가 된다고 하더라도, 소우리에서 소가 소다운 삶을 누리기를 바라는 사람은 우리한테 어떤 얘기를 들려주려 하는가?

  템플 그랜딘 님은 우리더러 소고기를 먹지 말라고 하지 않는다. 다만, 소고기를 먹고 싶으면 먹되, 소를 어떻게 키우는지 소우리(축산 농장)에 가서 지켜보라고 말한다. 밥 한 그릇을 먹을 적에, 밥 한 그릇이 어떻게 태어나서 밥상에 놓이는가를 알아보라고 말한다. 왜 알아보라고 할까? 삶을 이루는 바탕은 바로 사랑이고, 이 사랑을 마음에 담을 수 있을 때에 삶을 아름답게 가꾸면서 노래를 부르는 기쁨을 누리기 때문이다. ‘자폐증이 아닌 사람’이 보기에 템플 그랜딘 님은 ‘자폐증’일 테지만, ‘자폐증이라는 이름을 받은 사람’이 보기에 ‘자폐증이라는 이름을 받지 않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소가 들려주는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자폐증 아닌 사람’한테는 어떤 ‘질병 이름’을 붙여 주면 좋을까? 나무가 들려주는 노래를 못 듣는 사람한테는, 바람이 들려주는 노래를 못 알아채는 사람한테는, 꽃과 풀이 읊는 노래를 못 듣는 사람한테는, 흙과 냇물과 골짜기가 외치는 소리를 못 알아보는 사람한테는, 참말 ‘어떤 질병 이름’을 붙여 주어야 할까? 4348.11.10.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영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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