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꽃(부추꽃) 씨앗이 터질 무렵



  솔꽃 씨앗이 터질 무렵 찬바람이 분다. 솔꽃 씨주머니는 차츰 벌어지면서 새까만 알을 둘레로 퍼뜨린다. 몇 포기 솔이 자라던 텃밭은 해마다 차츰 솔포기가 늘어나고, 해마다 솔꽃이 더 하얗게 핀 뒤에는 솔씨가 더 까맣게 퍼진다. 작은 꽃송이가 동그마니 모여 하얀 잔치를 이루던 솔꽃은 이제 까만 씨앗이 빼곡하게 들어찬 누르스름한 씨주머니가 되고, 가을이 차츰 저무니 겨울을 기쁘게 맞이하라고 알려준다.


  이 겨울이 찾아와서 솔씨가 흙 품에 깃들어 긴 잠을 자고 나면, 새로 맞이하는 봄에 싱그러이 돋는 솔잎은 새삼스레 우리 집 밥상에 오를 테지. 올 한 해 고마웠어. 이듬해에도 상큼하고 짙푸른 숨결을 베풀어 주렴. 4348.11.16.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고들빼기는 아직 꽃을 피우고 싶어



  겨울이 코앞이지만 고들빼기는 아직 더 꽃을 피우고 싶다. 꽃이 져서 씨앗이 터지기도 하지만, 새로 봉오리를 터뜨리고 싶은 아이들이 꽃대에 가득하다. 늦가을에도 첫겨울에도 볕이 따뜻하다면 고들빼기는 씩씩하게 꽃송이를 벌려서 꽃내음을 나누어 주고 싶다. 이 늦가을에도 벌과 나비를 부르고, 곧 다가올 첫겨울에도 노랑나비와 팔랑나비가 꽃가루를 먹도록 온몸을 활짝 벌리고 싶다.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불지만 참말 나비가 날고, 아직 애벌레가 풀잎을 갉아먹는다. 이 아이들은 언제까지 이렇게 지낼 수 있을까. 아무래도 더 꽃을 피우고 싶은 고들빼기가 있고, 새로 돋아서 새로 꽃을 피우려는 유채와 갓이 있으니, 나비도 벌도 애벌레도 해야 해야 나오렴 하고 노래하면서 함께 어우러지겠지. 4348.11.16.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유자알을 따는 철



  바야흐로 유자알을 따는 철이 돌아온다. 우리 집 뒤꼍에 있는 유자나무에도 유자알이 주렁주렁 맺혔다. 늦가을에 샛노랗게 익으면서 눈부신 유자알은 온 집안을 향긋하게 보듬는다. 나무 곁에 서도, 나무를 바라보아도, 그냥 집에 있어도 유자내음은 살짝살짝 흐른다.


  지난해에는 우리 집 유자를 모두 두 할머니 댁으로 보냈지만, 올해에는 우리 집에서 유자알을 손질해서 유자차로 담가 놓으려 한다. 마당에서 아이들하고 이 일을 해야지. 두 아이를 불러서 함께 유자알을 따고, 이 유자알을 함께 손질해서, 차곡차곡 유리병에 담아서 재워야지. 4348.11.16.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책아이 318. 2015.11.3. 춤추는 책



  곁님이 아이들한테 책을 선물해 준다. 책장을 넘기면 화면이 춤추는 책이다. 이런 멋진 책을 알아보고 아이들한테 선물할 수 있는 눈썰미가 훌륭하다. 가만히 보니, 나는 아이들한테 이처럼 재미난 놀잇감 같은 책을 선물하지 못했구나 싶다. 이야기를 읽는 책이기도 하면서 놀잇감이 되는 책인 줄 잊은 탓일까. 책을 한결 넓고 재미나게 바라보는 눈길을 키우지 못하는 탓일까. 작은아이는 ‘춤추는 책’을 밥상맡에도 가지고 와서 밥 한 술을 뜨고 책장을 넘기면서 빙글빙글 웃는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시골에 사는 마음 (사진책도서관 2015.11.10.)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집안을 치우면서 집에 쌓인 책을 도서관으로 옮긴다. 도서관에서 자질구레한 것을 갈무리한다. 이때에 전화를 한 통 받는다. 도서관으로 나들이를 오시겠다고 하는 전화이다. 마침 도서관에 있기에 즐겁게 오시라고 이야기를 여쭈고는 일손을 마저 놀린다.


  도서관에 찾아오신 분은 고흥에서 새로운 삶터를 찾으신다고 한다. 충북 청주에서 틈틈이 고흥으로 와서 자리를 살핀다고 하시는데, 청주라 한다면 시내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예쁜 시골이 있는 고장일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러다가 내 생각을 해 본다. 인천에서 전남 고흥까지 온 우리 식구를 돌아본다면, 인천 둘레에도 멀지 않은 곳에 예쁜 시골이 있다. 그런 곳을 모두 젖히고 전남 고흥까지 왔다. 충북 청주에서 고흥은 참 멀다 싶은 길이지만, 두고두고 지낼 조용하며 아름다운 삶터를 헤아린다면 고흥이라는 고장은 무척 훌륭하다고 여길 만하다.


  고흥을 떠나는 사람이 많고, 고흥에서 살려고 하는 사람이 드문드문 있다. 고흥을 떠나려는 사람은 서울이나 커다란 도시가 살고 싶은 마음이리라. 고흥에서 살려고 하는 사람은 조용하면서 아름다운 삶자락을 사랑하려는 마음이리라.


  그러면, 고흥에서 나고 자라서 고흥에서 살겠노라 하는 꿈을 키울 만한 어린이나 젊은이는 고흥에 얼마나 될까? 장흥이나 보성에는 장흥이나 보성에서 나고 자라서 그 고장에서 뿌리를 내리려는 어린이나 젊은이가 얼마나 될까?


  서울에서 나고 자라는 어린이라면 아마 거의 다 서울에서 뿌리를 내리고 싶은 마음이지 않을까? 서울에서 나고 자란 어린이 가운데 대전이나 광주나 청주나 진주나 안산으로 가고 싶은 어린이는 얼마나 될까? 서울에서 나고 자란 어린이 가운데 시골로 가려는 어린이는, 더군다나 아주 깊은 시골로 떠나려고 하는 어린이는 얼마나 될까?


  이 나라에 ‘서울’이 어디 붙었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테지만, ‘고흥’이라는 땅뙈기 이름조차 들은 일이 없는 사람이 무척 많고, 고흥이라는 데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대단히 많으리라.


  도서관 손님이 들고 오신 두유를 두 아이가 마신다. 손님한테 차 한 잔을 드리지 못하고 손님한테서 두유를 받았다. 날이 저물려 한다. 겨울을 앞둔 늦가을 해가 매우 짧다. 손님이 돌아간 뒤 얼마 있다가 창문을 닫고 집으로 간다. 작은아이는 논둑길로 빙 돌아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좋아한다. 나도 그렇게 돌아가는 길이 재미있다. ㅅㄴㄹ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을 보태 주셔요 *

☞ 어떻게 지킴이가 되는가 : 1평 지킴이나 평생 지킴이 되기

 - 1평 지킴이가 되려면 : 다달이 1만 원씩 돕거나, 해마다 10만 원씩 돕는다

 - 2평 지킴이가 되려면 : 다달이 2만 원씩 돕거나, 해마다 20만 원씩 돕는다

 - 평생 지킴이가 되려면 ㄱ : 한꺼번에 200만 원을 돕거나, 더 크게 돕는다

 - 평생 지킴이가 되려면 ㄴ : 지킴이로 지내며 보탠 돈이 200만 원을 넘으면 된다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가 되신 분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