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보라는 유자알로 놀이



  사름벼리더러 통에 받은 유자알을 바깥물꼭지 있는 데로 옮겨 달라 하니까, 산들보라가 “내가! 내가! 내가 할래!” 하더니, 통을 들고 가지 않고 두 손에 한 알씩 쥐고 오르락내리락했다. 큰아이는 일손을 거든다는 생각이었다면, 작은아이는 놀이를 한다는 생각이었다. 산들보라는 뒤꼍을 오르락내리락 달리면서 히죽히죽 헤헤헤 하하하 웃는다. 멋진 시골돌이요 유자돌이를 바라보면서, 나도 어릴 적에 심부름을 하면서 이렇게 빙글빙글 웃고 놀았겠네 하는 생각이 든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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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름벼리는 유자알을 잘 받아 주지



  아버지가 유자나무에 매달려서 유자알을 따면, 사름벼리가 통에 유자알을 받아 준다. 사름벼리는 언제나 심부름을 잘 해 주고, 살림도 잘 돕는다. 날마다 무럭무럭 자라면서 힘살도 더 붙는 사름벼리는 이듬해 봄에는 더 튼튼한 시골 일꾼이 되리라 느낀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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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5-11-17 15:09   좋아요 0 | URL
유자 부러워요.
아이가 줍고 받고 만지고
그렇게 만들겠네요.
유자차

파란놀 2015-11-17 16:11   좋아요 0 | URL
네, 아버지가 칼질을 하는 곁에서
두 아이는 내내 소꿉놀이를 하면서
온몸에 유자내음을 받아들였어요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366) -의 : 뒷부분의 말


위안거리를 찾자면 ‘오늘, 현재를 다르게 살면, 과거도 달라진다’는 뒷부분의 말이다

→ 위안거리를 찾자면 ‘오늘, 이곳을 다르게 살면, 어제도 달라진다’는 뒤쪽 말이다

→ 마음을 달랠 말을 찾자면 ‘오늘, 이곳을 다르게 살면, 어제도 달라진다’는 뒤쪽이다

《박금선-내가 제일 잘한 일》(샨티,2015) 93쪽


  ‘위안(慰安)’은 “위로하여 마음을 편하게 함”을 뜻하고, ‘위로(慰勞)’는 “따뜻한 말이나 행동으로 괴로움을 덜어 주거나 슬픔을 달래 줌”을 뜻합니다. 그러니까, ‘위안하다·위로하다’는 한국말로 ‘달래다’를 가리켜요. ‘위안거리’는 그대로 써도 되지만, “달랠 거리를 찾자면”이라든지 “마음을 다독이는 것을 찾자면”으로 손질할 만합니다. “오늘, 현재(現在)”는 같은 말을 되풀이한 셈이니 “오늘, 이곳”으로 손보면 한결 낫고, ‘과거(過去)’는 ‘어제’로 손보며, ‘뒷부분(-部分)’은 ‘뒤쪽’으로 손봅니다.


아빠에게는 배움의 기회가 없었던 거야

→ 아빠한테는 배움 기회가 없었던 셈이야

→ 아버지한테는 배울 기회가 없었어

→ 아버지한테는 배울 틈이 없었어

《박금선-내가 제일 잘한 일》(샨티,2015) 153쪽


  어른이라면 제 어버이를 ‘아버지’라고 말해야 옳으나, 아기 말투로 ‘아빠’라 할 수도 있습니다. “배움의 기회”는 “배움 기회”로 적을 수 있고, “배울 기회”로 적어도 됩니다. ‘기회(機會)’는 ‘틈’이나 ‘겨를’이나 ‘자리’로 손봅니다.


앨리스는 이 마켓의 실패를 직감했다

→ 앨리스는 이 가게가 실패하리라 직감했다

→ 앨리스는 이 장터가 안 되리라 느꼈다

→ 앨리스는 이 저잣마당이 힘들리라 보았다

《하야미즈 켄로/이수형 옮김-음식 좌파 음식 우파》(오월의봄,2015) 115쪽


  ‘마켓(market)’은 영어입니다. 한국말로 ‘저자’나 ‘가게’로 고쳐쓰든 한자말로 ‘시장’으로 고쳐써야 올바릅니다. “실패(失敗)를 직감(直感)했다”는 “안 되리라 느꼈다”나 “힘들리라 보았다”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할머니의 신통방통한 기억력을 두고 삼촌들은 틀림없이 할머니만의 글자가 있을 거라고 추측했다

→ 할머니는 신통방통한 기억력이라서 삼촌들은 틀림없이 할머니만 쓰는 글자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 할머니는 기억력이 놀라워서 삼촌들은 틀림없이 할머니만 쓰는 글자가 있으리라 보았다

→ 할머니는 머리가 좋아서 삼촌들은 틀림없이 할머니만 쓰는 글자가 있겠거니 여겼다

《이현승-생활이라는 생각》(창비,2015) 134쪽


  “신통방통(神通-通)한 기억력(記憶力)”은 “대단한 기억력”이나 “놀라운 기력”으로 손볼 수 있고, “무엇이든 잘 떠올리는 힘”으로 손볼 수 있습니다. 이 글월에서는 “할머니는 머리가 좋아서”나 “할머니는 무엇이든 잘 떠올려서”로 손보아도 됩니다. “할머니만의 글자”는 “할머니만 쓰는 글자”나 “할머니만 아는 글자”로 손보고, “있을 거라고 추측(推測)했다”는 “있으리라 어림했다”나 “있으리라 생각했다”나 “있겠거니 여겼다”로 손봅니다. 4348.11.17.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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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숲의 왕을 찾아서 - 흰부리딱따구리와 생태 파수꾼 이야기 생각하는 돌 13
필립 후즈 지음, 김명남 옮김 / 돌베개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숲책 읽기 89



새가 사라진 마을에는 노래가 없다

― 사라진 숲의 왕을 찾아서

 필립 후즈 글

 김명남 옮김

 돌베개 펴냄, 2015.11.2. 15000원



  새 한 마리가 있으면 집안이 시끌시끌합니다. 처마 밑에 제비가 찾아와서 둥지를 틀거나, 참새나 박새가 처마랑 지붕 사이 빈틈에 들어가서 새끼를 까면, 새벽부터 밤까지 새소리를 듣습니다. 마당에 우람한 나무가 한 그루 있으면, 숲에서 아침을 여는 멧새가 마을로 내려올 적에 이 나무에 내려앉아서 다리쉼을 하면서 노래를 부릅니다. 이 새들은 모두 벌레를 좋아하기 때문에 나무마다 샅샅이 뒤지면서 벌레잡이를 합니다.


  오늘날에는 논밭뿐 아니라 나무에도 농약을 무척 많이 쓰는데, 예부터 시골사람은 새를 곁에 두면서 벌레잡이를 맡겼습니다. 그리고, 새가 들려주는 노래를 들으면서 하루를 더 아름답게 누릴 줄 알았습니다.




부리는 뼈로 이루어졌고, 그 위에 케라틴이라는 특수한 단백질이 덮여 있다. 굵은 밑동은 나무를 두드릴 때 받는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서 두꺼운 머리뼈에 깊숙이 박혀 있다. 콧구멍은 작은 틈처럼 찢어져 있고, 둘레에 털이 나 있어서 톱밥이 들어가는 것을 막아 준다. 흰부리딱따구리에게 이렇게 크고 단단한 쇠지레 같은 상아색 부리가 필요했던 것은 나무껍질을 벗겨내기 위해서였다. (22∼23쪽)


알렉산더 윌슨이 흰부리딱따구리를 그리기 위해서 총을 쏘아 잡았던 1809년부터 조지 바이어가 그 새를 박물관에 진열하기 위해서 총을 쏘아 잡았던 1899년까지 90년 동안, 흰부리딱따구리의 세상은 완전히 무너졌다. (30쪽)



  필립 후즈 님이 쓴 《사라진 숲의 왕을 찾아서》(돌베개,2015)를 읽습니다. 이 책은 미국에서 자취를 감추고 만 ‘흰부리딱따구리’하고 얽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어쩌다가 흰부리딱따구리가 모조리 자취를 감추어야 했는가를 살피는데, 미국에서는 흰부리딱따구리만 모조리 사라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나그네비둘기 같은 새도 몽땅 사라졌다고 합니다. 이밖에도 사람들이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으나 모두 죽고 말아 사라져야 한 새가 퍽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면 한국은 어떠할까요? 한국에서는 ‘흰부리딱따구리’ 못지않게 자취를 감춘 큼지막한 딱따구리로 ‘크낙새’가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크낙새가 모두 자취를 감추었다고 하고, 한국에서는 광릉수목원 언저리에서 한 쌍이 산다고 하는데, 한 쌍만 있어서는 크낙새가 더 퍼지기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새가 여럿 살려면 숲이 넓어야 하지요. 조그마한 숲에서 이런저런 새가 한두 쌍쯤 산다고 하더라도 새끼를 퍼뜨리기 어렵습니다.




남부 목재에 대한 열광은 1849년의 금광열에 뒤지지 않는 기세로 타올랐다 … 돌아온 목격자들은 눈이 휘둥그레지고 혀가 꼬여 더듬거리면서 보고했다. 그곳에는 수백만 에이커의 삼림이 펼쳐져 있고, 숲 천장은 하늘을 완전히 가리며, 나무 둥치는 어른 남자 둘이 팔을 맞잡은 것보다 굵다고 했다. 자유인이 된 노예들과 가난한 백인들은 하루에 50센트만 주면 기꺼이 숲에서 일하겠다고 줄을 선다고 했다. (49쪽)


아서 웨인은 왜 흰부리딱따구리를 마흔네 마리나 죽였을까? 윌리엄 보르수트넌 왜 흰부리딱따구리 표본을 예순한 점이나 샀을까? 그 새가 멸종할 위기라는 사실을 몰랐나? 몰랐다면, 관심이 없어서였을까? 당연히 그들은 흰부리딱따구리가 귀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65쪽)



  흰부리딱따구리나 크낙새 같은 새가 숲에서 사라지는 까닭은, 이들 새가 살 만한 숲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숲이 사라지는 까닭은, 사람들이 나무를 너무 모질게 많이 베어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숲을 밀어내어 아파트나 공장이나 발전소나 고속도로나 골프장을 지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새를 지키자면서 집도 짓지 말고 공장이나 발전소도 없어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곰곰이 헤아려 볼 노릇입니다. 왜 숲을 밀어서 아파트를 지어야 할까요? 왜 숲을 밀어서 공장이나 발전소가 들어서야 할까요? 숲이 아닌 다른 땅이 틀림없이 있을 텐데요. 숲이 없이는 사람도 살 수 없을 텐데요.


  사람은 누구나 숨을 쉽니다. 숨을 쉬자면 싱그러운 바람이 불어야 합니다. 아무리 물건을 써야 하거나 전기를 써야 하더라도, ‘깨끗한 바람’이 없으면 사람은 아무도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사람이 살려면 맨 먼저 깨끗한 바람이 있어야 하고, 다음으로 맑은 물이 있어야 합니다. 이런 뒤에 정갈한 밥이 있어야 하지요.


  개발을 하든 건설을 하든 무엇을 하든, 짙푸른 숲하고 깨끗한 냇물하고 넓은 들과 갯벌하고 아름다운 바다부터 곱게 지킬 수 있어야 합니다. 숲에는 새가 날고 짐승이 달릴 수 있어야 하고, 냇물과 바다에는 물고기가 노닐 수 있어야 하지요. 이런 터전일 때에 비로소 사람도 사람다운 삶을 누립니다.




(앨런 박사는) 손가락을 진정시키고 새에게 겨눴다. 산탄총이 아니라 카메라였다. 그는 역사상 최초로 흰부리딱따구리 사진을 찍었다. (82쪽)


싱어 보호구역의 흰부리딱따구리 서식지가 팔린 것은 사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사건이었다. 태너는 감정을 쉽게 비치지 않는 편이었지만, 오듀본 협회의 존 베이커에게 보낸 연례 보고서에서는 좌절감을 드러냈다. (146쪽)



  새가 사라지는 숲에서는 노래가 사라집니다. 숲에서 새가 사라지면, 숲을 감도는 고운 숨결이 사라집니다. 무엇보다도 새가 사라진 숲에는 벌레가 들끓을밖에 없습니다. 헬리콥터로 농약을 뿌린다 한들 숲에서 사는 벌레를 다스리지 못합니다. 사람으로서는 ‘벌레먹은 나무’를 베는 일밖에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새가 홀가분하게 살 수 있는 숲이 있어야, 도시에 있는 사람도 마음과 몸을 달랠 만합니다. 매캐한 바람이 가득한 도시를 벗어나서 몸을 쉬고 마음을 다스리고 싶다면 숲으로 갈 테니까요. 시골에 숲이 없으면 도시사람도 쉴 데가 없지요. 시골에 숲이 없으면 도시에서 부는 매캐한 바람을 씻어 주지도 못하지요. 숲에서 비롯하는 바람이 도시마다 어루만져 주기 때문에, 도시에서도 누구나 숨을 쉬면서 삶을 지을 수 있습니다. 코앞에서 숲을 바라보거나 마주하지 않더라도, 브라질에 있는 숲이, 인도네시아에 있는 숲이, 부탄에 있는 숲이, 서울 한복판에 고인 매캐한 먼지를 찬찬히 다독여 줍니다.




새들은 굶어죽고 있었다. 털룰라에 있는 시카고 제재 및 목재 회사의 거대한 띠톱은 최고 속도로 통나무를 집어삼키면서 흰부리딱따구리가 둥지를 짓고 잠을 자고 먹이를 구하는 데 쓸 최후의 나무들을 없애고 있었다. (163쪽)


태너는 숲이 결국 사라질 운명일 것 같아서 두려웠다. 머지않아 큰 나무가 듬성듬성해지고 숲이 조각조각 나뉘어서 흰부리딱따구리 한 쌍도 못 먹일 만큼 좁아질 것이었다. 진주만에 떨어진 폭탄은 텐사스 늪지 국립공원 설립 법안도 날려 버렸다. 다들 전쟁 말고는 딴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177쪽)



  흰부리딱따구리를 찾아나선 사람들과 흰부리딱따구리를 지키려 애쓴 사람들은 바로 이녁 스스로를 사랑하려는 몸짓이었을 뿐 아니라, 미국에서 사는 모든 사람들 가슴에 고운 바람이 불 수 있기를 바라는 몸짓이었다고 느낍니다. 기껏해야 새 한 마리가 아닙니다. 새 한 마리가 지구별에서 모두 사라질 적에는 지구별 삶고리(생태순환고리)가 끊어지거나 흔들립니다. 어느 한 가지 목숨붙이가 모두 사라지는 지구별이라면, 아름다움이 차츰 깨지거나 빛이 바랜다는 뜻입니다. 다양성이 사라지는 곳에는 아름다움이 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사라진 숲의 왕을 찾아서》에서도 다루는데, ‘나쁜벌레(해충)’를 잡아서 죽이겠노라 하면서 뿌린 DDT는 메뚜기를 거치고 ‘메뚜기를 잡아먹는 다른 생물’을 거치고 거쳐서 송골매한테까지 이른다고 합니다. 먹이사슬 꼭대기에 있는 송골매는 이 때문에 껍데기가 흐물흐물한 알을 낳고, 이 탓에 송골매는 사라질 뻔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사람들이 논밭에 뿌리는 농약은 먹이사슬 꼭대기에 있는 ‘사람’한테 도로 돌아옵니다. 나락에 뿌리는 농약은 쌀밥을 먹는 사람한테 돌아오고, 밀밭에 뿌리는 농약은 빵을 먹는 사람한테 돌아오며, 이런 농약은 빗물에 씻겨 바다로 들어가면서 바닷물고리를 먹는 사람한테 돌아옵니다.




사람들이 해충 방제 용도로 작물에 뿌렸던 DDT는 작물을 먹는 메뚜기 같은 생물의 몸에 오래 남았고, 나중에 그 메뚜기를 먹는 생물을 중독시켰으며, 계속 그런 식으로 먹이사슬 꼭대기까지 도달했다. 그렇게 하여 송골매에게 도달한 DDT는 알껍데기를 약화시켰고, 그 때문에 부모가 알을 품다가 제 알을 깨뜨리곤 했다. (232쪽)



  아침저녁으로 새가 노래하는 시골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새소리를 흉내내어 휘파람을 불었습니다. 날갯짓하는 새를 바라보면서 마음을 달랬고, 쉴 새 없이 새끼한테 먹이를 물어 나르는 어미 새를 보면서 사랑을 헤아렸습니다. 새가 짓는 집을 가리켜 ‘둥지’나 ‘보금자리’라 하는데, ‘둥지·보금자리’ 같은 말마디는 따스한 기운이 넘치는 사랑스러운 집을 가리키곤 합니다. 그러니까, 한겨레는 예부터 새를 늘 곁에 두면서 아름다움을 배우고 사랑을 돌아보면서 살림을 가꾸었다는 뜻입니다.


  참새가 나락을 좀 쪼더라도 참새는 가을 한철에나 나락을 좀 쫄 뿐, 한 해 내내 벌레를 엄청나게 잡아먹으니 귀엽게 바라보며 ‘참새’라는 이름이 붙습니다. 콩 석 알을 심을 적에 한 알은 새가 먹고 한 알은 벌레가 먹으며 한 알은 사람이 먹는다는 옛말은 괜히 나오지 않았습니다. 새도 벌레도 이 땅에서 저마다 맡은 구실이 있다는 뜻입니다. 벌레가 있기에 거름이 삭고, 벌레가 있어서 수많은 주검이나 나뭇잎이나 풀잎이 흙으로 돌아갑니다.




그는 흰부리딱따구리를 마지막으로 본 (1997년) 뒤에도 열 번 넘게 탐사를 이끌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전 세계에서 숲이 쓰러지고 있으니, 조류학계에서 쿠바의 흰부리딱따구리를 찾는 일은 청춘의 샘이나 앨도라도를 찾는 것에 비할 만한 중대한 모험이 되었다. (210쪽)



  미국에서 끝끝내 흰부리딱따구리를 건사하거나 지키지 못하고 만 이야기를 다루는 《사라진 숲의 왕을 찾아서》를 덮으면서 생각합니다. 흰부리딱따구리를 지키지 못한 미국은 그리 아름답지 못한 길을 걸었구나 싶습니다. 그러나, 흰부리딱따구리를 지키려고 애쓴 사람들은 ‘아름답지 못한 정책과 경제발전’이 춤추는 미국에서 숲과 마을과 사람을 지키는 새로운 길을 씩씩하게 열기도 했습니다. 오듀본 협회가 태어나고, 국립공원을 세우자는 물결이 일었으며, 지구 삶터를 새롭게 바라보려는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1940년대에 미국에서 터진 전쟁(진주만 폭격 뒤에 일어난 전쟁)은 그예 흰부리딱따구리가 살 숲을 모두 밀어내는 끔찍한 일로 이어지고 말았다고 하는 얘기를 돌아봅니다. 전쟁은 새도 사람도 모두 죽음이라는 구렁텅이로 밀어넣습니다. 전쟁무기를 만드는 동안 사람들은 바보가 되고, 전쟁무기를 손에 쥐고 서로 죽이고 죽는 짓을 하는 동안 사람들은 멍텅구리가 됩니다. 평화가 아닌 전쟁으로 나아갈 적에는 너와 내(아군과 적군)가 모두 죽지요. 전쟁이 아닌 평화로 나아갈 적에 비로서 너와 내가 함께 삽니다.


  우리 삶에 아름다운 숨결이 흐르려면 마을에 새가 날아들 수 있어야 합니다. 시골마다 숲이 넓게 드리울 수 있어야 합니다. 도시에도 곳곳에 크고작은 ‘숲 공원’이 있어야 합니다. 작은 손길 하나로 사랑이라는 씨앗을 심고, 작은 새 한 마리가 날면서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줍니다. 작은 마음 하나로 꿈이라는 씨앗을 심으며, 작은 새 한 마리가 짝을 찾아 노래를 부르는 사이에 웃음꽃이 활짝 핍니다. 4348.11.17.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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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u:Do 2015-11-17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서평을 멋지게 작성해주시네요 ㅎ 저는 주로 모바일사용자라 피씨로 작성해야 가능할 것 같은 멋들어진 서평입니다. 감사합니다 ㅎ

파란놀 2015-11-17 10:56   좋아요 0 | URL
사진을 얻고 손질하느라 좀 품이 많이 들었습니다.
흰부리딱따구리 서식지가 줄어든 지도도
포토샵에서 오려서 붙이기를 하고 그랬습니다 ^^;;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책은 필립 후즈 님 다른 책과 함께
무척 알차고 아름다운 책입니다 ^^
 

10대와 통하는 일하는 청소년의 권리 이야기 (이수정·홍윤표) 철수와영희 펴냄, 2015.11.13. 13000원


  일하는 청소년이 매우 많다. 그런데 일하는 청소년 가운데 제 대접을 제대로 받는 아이가 그리 많지 않다고 할 만하다. 청소년을 쓰는 어른 가운데 청소년한테 일삯을 제대로 챙겨 줄 뿐 아니라, 청소년을 ‘똑같은 사람으로 마주하는’ 마음결인 사람이 아직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가만히 보면, 어린이나 청소년이라고 해서 처음 볼 적부터 ‘말을 놓는’ 어른이 참으로 많다. 어린이나 청소년은 낯선 사람한테서 ‘너! 너!’ 하는 소리나 삿대질을 받아도 된다고 여기는 어른이 많다고 할까. 사람한테 신분이나 계급이 따로 없듯이, 사람한테 나이나 지식이 따로 없다. 졸업장이 있기에 더 훌륭하지 않다. 똑같은 스무 살이나 서른 살일 적에도 ‘고등학교 졸업장’이나 ‘대학교 졸업장’이 있는 사람이 일삯을 더 받아야 할 까닭이 없다. 이를테면, 신문배달을 한다고 할 적에, 신문을 돌린 부수로 일삯을 헤아려야지, 어린이나 청소년이라고 해서 일삯을 덜 받거나 반만 받아도 되지 않다. 《10대와 통하는 일하는 청소년의 권리 이야기》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일하는 청소년’이 어느 대목에서 푸대접이나 막대접을 받는가를 살피면서, 청소년이 스스로 ‘일하는 권리’를 어떻게 찾거나 살피면 되는가 하는 대목을 차근차근 알려준다. 어른들이 함부로 일삼는 ‘청소년 노동 착취’에 맞서는 길을 알뜰히 보여준다. 알바를 하는 청소년이라면, 알바를 하는 청소년을 둔 어버이라면, 또 앞으로 ‘사회에서 일자리를 찾으려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곁에 두어야지 싶다. 4348.11.17.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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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와 통하는 일하는 청소년의 권리 이야기
이수정 지음, 홍윤표 그림 / 철수와영희 / 2015년 11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4월 23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5년 11월 17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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