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놀이 12 - 맨발로 마당에서



  놀이돌이는 여름뿐 아니라 가을과 겨울에도, 또 봄에도 맨발로 놀고 싶다. 놀이순이도 동생하고 같은 마음이다. 놀려면 맨발이 홀가분하면서 재미있다. 흙을 마당에 끼얹은 뒤 살살 모을 적에도 온몸이 흙투성이가 되어 놀아야 제맛이다. 아이들한테는 흙이 아주 멋진 놀잇감이요, 어른들한테는 흙이 아주 사랑스러운 일감이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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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과나무 춤추는 카멜레온
루스 게리 오바크 글.그림, 최용은 옮김 / 키즈엠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81



마당에 심은 나무 한 그루로 나누는 사랑

― 나의 사과나무

 루스 게리 오바크 글·그림

 최용은 옮김

 키즈엠 펴냄, 2015.10.22. 8000원



  나무 한 그루를 돌볼 수 있는 집이랑, 나무 한 그루를 돌볼 수 없는 집은 사뭇 다릅니다. 나는 서른다섯 해가 넘도록 나무 한 그루조차 돌볼 수 없는 집(마당이 없는 집)에서 살다가, 요 다섯 해 남짓 비로소 나무 한 그루를 돌볼 수 있는 집(마당이 있는 집)에서 지냅니다. 우리 집 큰아이는 갓 태어난 뒤에는 제 나무를 만날 수 없었지만, 작은아이는 갓난쟁이일 무렵부터 우리 나무를 마주하면서 언제나 하루를 새롭게 맞이합니다.


  우리 집에서는 아침에 일어나서 맨 먼저 하는 일이 있어요. 바로 ‘나무한테 절하고 오기’입니다. 나무한테 절을 하고 말을 섞고 바람을 마시고 춤을 추면서 웃지 않으면 밥도 주전부리도 없습니다. 언제나 아침에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침에는, 흐리나 맑으나 아침에는, 우리 집을 둘러싼 여러 나무한테 절을 하면서 열기로 합니다. 나들이를 가거나 집을 비울 적에도 나무한테 절을 하고, 나들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적에도 으레 나무한테 절을 하면서 말을 섞어요.



우리 집 마당에는 오래된 사과나무가 있어요. 늘 앙상해서 사람들은 나무가 죽은 줄 알고 주변에 쓰레기를 버렸지요. 하지만 사과나무는 죽지 않았어요. (2쪽)




  루스 게리 오바크 님이 빚은 앙증맞은 그림책 《나의 사과나무》(키즈엠,2015)를 읽으며 나무를 가만히 돌아봅니다. “apple pigs”라는 이름으로 2015년에 미국에서 처음 나오고, 한국말로는 《나의 사과나무》(키즈엠,2015)로도 나온 예쁜 그림책을 읽으며, 집에 나무가 있느냐 없느냐는 얼마나 다른가 하고 새삼스레 생각합니다.


  이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는 ‘오래된 나무’를 물끄러미 지켜봅니다. 아마 이 아이도 집에 있는 나무를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테지요.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 스스로 제법 나이가 든 뒤에 비로소 ‘마당에 있는 오래된 능금나무’가 시들시들 앓는 줄 알아차렸구나 싶어요. 집에서 누구도 돌보지 않고 아끼지 않고 눈길도 두지 않아서 시름시름 시드는 나무를 ‘아이’가 알아보았네 싶습니다.



나는 사과나무 주변의 쓰레기를 치우고, 풀을 뽑고, 갈퀴로 땅을 정리했어요. 사과나무 주위로 예쁜 꽃도 심었지요. 봄볕이 따사롭게 비추고, 봄비가 촉촉이 내렸어요. (5쪽)




  아이는 무엇을 할까요? 아이는 나무한테 무엇을 할 만할까요? 아이는 아이 나름대로 할 수 있는 일을 하려 합니다. 먼저, 나무 둘레에 쌓인 쓰레기부터 치웁니다. 이러고 나서 자잘하게 돋은 온갖 풀을 뽑아 줍니다. 나무뿌리가 제대로 숨쉴 터를 마련하고, 나무한테 이제부터 제대로 사랑을 나누어 주리라 하고 다짐합니다. 나무가 좋아하도록 고운 꽃을 나무 곁에 심기도 했대요.


  자, 이제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오래되고 아픈 능금나무 한 그루는 아이한테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요? 나무 한 그루를 살뜰히 돌본 아이는 앞으로 어떤 일을 겪을까요? 따스한 사랑을 받은 늙은 능금나무 한 그루는 앞으로 아이한테 어떤 선물을 베풀 수 있을까요?



저녁밥도 사과, 간식으로도 사과를 먹었어요. 하지만 사과는 여전히 많았어요. “더 못 먹겠어!” 우리는 소리쳤어요. 그래서 사과를 따서 침대맡에 두었어요. (10∼11쪽)




  그림책 《나의 사과나무》를 보면, 그동안 꽃 한 송이 피우지 못한 능금나무가 꽃을 활짝 피웁니다. 꽃을 활짝 피우고 잎도 잔뜩 돋은 능금나무에 새가 다시 찾아옵니다. 새는 능금나무 한쪽에 둥지를 짓습니다. 능금나무에 둥지를 지은 새는 날마다 기쁘게 노래를 부릅니다.


  집에 나무가 한 그루 있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나무는 봄에 새롭게 잎을 틔워서 새로운 숨결과 짙푸른 바람을 베풀지요. 잎이 우거지는 나무는 새를 부르기 마련이라, 새가 찾아들어서 고즈넉히 깃들면, 새는 아름답게 노래하면서 사람들한테 새로운 즐거움을 나누어 줍니다.


  나무가 잘 자라는 집에서는 나무 그늘을 누리면서 쉴 수 있습니다. 나무가 들려주는 노래를 하루 내내 실컷 들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무가 선물처럼 내놓는 꽃이랑 열매를 듬뿍 누리지요.



이제 더는 사과를 보관할 곳이 없었어요. 그때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나는 안내문을 쓰고, 초대장을 보냈어요. “사과 축제를 합니다! 모두 모두 오세요.” (19쪽)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는 바야흐로 ‘아침 낮 저녁’으로 끼니마다 능금을 먹을 수 있습니다. ‘여태 열매 한 알 내놓지 못하던 능금나무’가 어마어마하게 능금을 내놓습니다.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날이면 날마다 능금을 먹는데, 먹고 또 먹어도 능금은 자꾸자꾸 열립니다. 온 집안에 능금을 잔뜩 쌓지만, 능금은 줄어들지 않습니다. 바야흐로 집 안팎이 ‘능금바다’가 되어 도무지 어찌저찌 손쓸 틈이 없습니다.


  이때에 ‘나무를 되살린 아이’가 멋진 생각 하나를 그려요. ‘능금잔치’를 열어서 이웃을 부르기로 하지요. 나무가 새를 부르듯이, 사랑이 나무를 되살리듯이, 수북하게 쌓인 너른 능금을 잔뜩 펼쳐서 재미난 잔치를 열기로 해요.


  가까이서 찾아오고 멀리서 찾아온 수많은 이웃은 어마어마한 능금을 신나게 먹습니다. 수많은 이웃이 수없이 능금을 먹어 주기에 비로소 능금바다가 줄어듭니다. 이제 집안이 한결 넉넉합니다. 넘치는 능금 때문에 더는 골머리를 앓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니까, 능금나무 한 그루는 바로 이러한 삶을 바랐구나 하고 느낍니다. 꽃 한 송이와 열매 한 알로 다 같이 오순도순 누리는 사랑을 바랐구나 싶습니다. 서로서로 웃고 노래하고 이야기하고 춤추면서 하루를 즐거이 누리기를 바랐구나 싶습니다. 나무 한 그루를 둘러싸고 사람들이 사랑을 나누고 꿈을 나누며 기쁨을 나누기를 바랐구나 싶어요.


  마당이 있는 집에 살며 나무 한 그루를 심는다면 참말 삶이 바뀌리라 생각해요. 시골에서뿐 아니라 도시에서도, 모든 집에서 마당을 조그맣게라도 누릴 수 있어서 ‘우리 집 나무’를 돌볼 수 있다면, 또 ‘내 나무’를 아낄 수 있다면, 마음 가득 피어나는 사랑스러운 꿈으로 이웃하고 살가이 어깨동무를 할 수 있겠지요. 4348.11.18.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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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186. 유자맛을 보다가 (15.11.16.)



  시골순이가 묻는다. “아버지, 이거 먹어도 돼?” “응? 음, 글쎄. 유자를 그냥 먹는 사람은 못 본 듯한데. 그렇지만 네가 먹고 싶으면 먹어도 돼. 다만, 먹으려면 끝까지 다 먹어야 해.” 얼마 뒤, 작게 썬 유자 한 조각을 입에 넣은 시골순이는 얼굴을 잔뜩 찡그린다. “으아, 왜 이렇게 셔?” “그러게. 시지? 유자는 그냥 먹으면 셔서 다들 유자차로 담가서 먹어.” 시골순이는 끝까지 더 먹어 보려 애쓰다가 “이제 더 못 먹겠어.” 하며 두 손을 든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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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놀이 19 - 유자를 써는 평상에서



  아버지는 평상에 큰 밥상을 펴고서 유자를 썬다. 두 아이는 아버지 곁에서 인형놀이를 한다. 내 손에는 유자 냄새가 그득 배고, 두 아이는 손에 손에 인형을 들고 유자 냄새가 퍼지는 평상맡 인형놀이를 즐긴다. 두 아이도 인형도 유자 썰기를 곁에서 구경하면서 가을바람을 쐰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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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83. 종이가 모자란 그림



  그림은 종이에도 그립니다. 그림은 종이에만 그리지 않습니다. 그림이 맨 처음 태어나던 때부터 그림은 따로 종이가 아닌 모든 곳에 그렸습니다. 하늘에 대고 그림을 그렸고, 냇물에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렸으며, 흙바닥이나 모랫바닥에 나뭇가지로 그림을 그렸어요. 사람이 지구별에서 살아온 발자국을 거슬러 올라가면 ‘종이를 빚어서 쓴 햇수’는 몹시 짧습니다. 아스라한 옛날에는 바위나 동굴에도 그림을 그렸지요. 오늘날까지 남은 오래된 그림은 적지만, 사람들 가슴속에 아로새긴 그림은 무척 많아요. 사진은 필름이나 디지털파일로 찍는다지만, 먼저 가슴속에 찍어야 사진이 태어납니다. 그림순이가 ‘종이가 모자라’다며 책상에까지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다가 먼저 가슴속에, 이런 뒤에 사진기로 사진 한 장 찍습니다. 4348.11.18.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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