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특고 아이들 5
김민희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577



남다르지 않아도 사랑스러운 아이들

― 강특고 아이들 5

 김민희 글·그림

 서울문화사 펴냄, 2009.7.31. 4000원



  김민희 님이 빚은 만화책 《강특고 아이들》(서울문화사)은 2007년에 첫째 권이 나오고, 2010년에 일곱째 권이 나오면서 마무리를 짓습니다. ‘강특고’는 서울 강남이 아닌 강원도에 있는 ‘특고’이고, ‘특고’에서 ‘특’은 ‘특수 목적 고등학교’가 아니라 ‘특별한 재주가 있는 아이들이 모이는 고등학교’입니다.


  ‘강특고’ 아이들이 펼치는 남다른 재주는 무엇일까요? 사람들이 흔히 ‘초능력’이라고 일컫는 재주입니다. 그런데 이 학교에 모이는 아이들이 쓰는 남다른 재주는 여느 사람들이 좀처럼 받아들여 주지 못합니다. 아무래도 여느 사회에서 여느 사람들이 받아들여 주지 못하다 보니 강원도 깊은 멧골에 숨듯이 있는 강특고로 모인다고도 할 만합니다.



‘도시는 너무 시끄러워. 인상이 절로 써지는걸. 외롭다. 고등학교 때는 모두에게서 사랑받았는데.’ (31쪽)


“새랑 쥐가 불쌍해! 나 정말 채식주의자가 될 거야!” “앞으로 야채 반찬 먹기 글렀네.” “그럼, 세나 피부가 좋아진 건 새랑 쥐를 먹어서 그런가? 그럼 나도 새나 쥐를 먹어 볼까! 내 피부!” (37쪽)



  중학교는 고등학교로 가는 징검돌이라 하고, 초등학교는 중학교로 가는 징검돌이라 합니다. 고등학교는 대학교로 가는 징검돌이거나 사회로 나가서 일자리를 찾는 징검돌이라고 해요. 그러니까, 아이들은 고등학교를 마친 뒤 일자리를 찾아서 돈을 벌든, 대학교까지 더 다녀서 일자리를 찾아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고등학교를 마친 뒤 집에서 놀거나 대학교를 마치고 나서 집에서 놀면 미움이나 손가락질을 받지요. 일자리를 얻지 않는 아이들을 가리켜 ‘흰손’이라는 뜻으로 ‘백수’라고도 합니다.


  강특고를 다닌 아이들은 앞으로 어떤 어른으로 이 사회에서 살아갈 만할까 하고 헤아려 봅니다. 이 학교를 마치고 대학교로 간 몇 안 되는 졸업생 가운데 한 사람은 ‘소리를 아주 잘 듣’습니다. 그래서 이 아이는 도시에 있는 대학교에서 몹시 괴롭지요. 온갖 자질구레한 소리가 다 들리니까요. 더군다나 강특고에서는 저마다 ‘남다른 재주’가 있기는 하지만 이 남다른 재주 때문에 여느 사회에서는 이웃하고 제대로 어울리지 못하던 아이들이 모였어요. 다시 말하자면, 강특고 아이들은 서로서로 마음으로 따스히 헤아리면서 즐겁게 지낼 만한 이웃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귀엽다고 한 소리는 내게 한 게 아니구나. 어째서 그런 걸까. 그 동물들도 다 나인데.’ (58쪽)


“지문이가 내 인간 모습을 보고 실망하면 어쩌나. 호숙이(멧짐승인 범)는 귀엽지만 이 몸(사람으로 바뀐 몸)은 늙은이니까.” (61쪽)



  만화책 《강특고 아이들》은 어렵거나 골이 아픈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습니다. 남다른 재주가 있는 아이들이 깊은 멧골에서 복닥이거나 부대끼면서 재미나게 노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웃음이 터질 만한 이야기가 흐르고, 때로는 우스꽝스럽기도 한 이야기가 흘러요.


  어느 모로 본다면 ‘초능력이 있는 녀석들이 참 바보스럽게 구네’ 하고 여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바보스럽게 굴거나 노는 모습은 ‘초능력이 있다는 사람’뿐 아니라 ‘초능력이 없다는 사람’도 매한가지예요. 그냥 사람으로서 누구나 보여주는 모습이니까요. 강특고 아이들한테는 남다르다는 재주가 하나씩 있을 뿐이거든요.


  그리고, 강특고 아이들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저마다 남다른 재주가 있기 마련입니다. 이를테면, 바느질 솜씨가 좋다든지, 걸음이 빠르다든지, 노래를 잘 부른다든지, 된장국을 잘 끓인다든지, 밥물을 잘 맞춘다든지, 비질이나 걸레질을 잘 한다든지, 심부름을 잘 한다든지, 저마다 즐겁게 누리는 솜씨나 재주가 있기 마련입니다. 아이들을 보면 ‘그저 잘 노는’ 모습으로도 재미있으면서 남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아이는 공기놀이를 잘 할 수 있고, 저 아이는 딱지치기를 잘 할 수 있으며, 그 아이는 연날리기를 잘 할 수 있어요.



‘이상하네, 싫지가 않아. 여전히 좋아! 정말 좋아하면 겉모습은 상관없나 봐.’ (80쪽)


“선배, 뭘 믿고 새로 변신 안 하셨어요? 제가 없었음 떨어져 죽었어요!” “변신하면 옷 찢어질까 봐!” (86쪽)



  아이들은 남달라서 남달리 사랑스럽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남다르지 않아서 수수하게(남다르지 않게) 사랑스럽습니다. 말솜씨가 없든 글재주가 없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말솜씨가 없는 아이는 말솜씨가 없는 대로 사랑스럽습니다. 글재주가 없는 아이는 글재주가 없는 대로 사랑스러워요. 개구진 장난을 즐기는 아이는 개구진 장난을 즐기는 대로 사랑스럽고, 말썽꾸러기라는 아이는 말썽꾸러기 모습이 사랑스럽지요.


  나는 시골에서 두 아이를 돌보면서 이 대목을 늘 느낍니다. 두 아이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내내 쉬지 않고 놉니다. 지칠 줄 모르는 기운이 솟아서 끝없이 놀고 또 놀고 새롭게 놉니다. 때때로 두 아이가 놀이를 그치고 얌전히 있을 때가 있는데, 문득 낮잠이 오거나 살짝 힘이 들 때입니다. 한 아이라도 낮잠이 들면 집안이 아주 고요해요. 마치 사람이 안 사는 집 같습니다. 이때에 이런 기운을 느끼면서 새삼스레 돌아보지요. 참말 아이들은 마음껏 뛰놀기에 아이들이요, 무슨 놀이가 되든 실컷 누릴 수 있어야 아이다운 숨결을 북돋우는구나 싶어요.



‘동물로 변신 못하는 나는 아무 힘이 없구나. 이런 건 싫어. 힘을 되찾으려면 손을 놓고 여기서 벗어나야 해. 하지만 손을 놓고 싶지 않아.’ (111쪽)


“그러던 어느 날, 수많은 토끼 중에 날 골라 이름을 붙여 줬지. 민수랑 지내면서 난 정말 오래 살고 싶어졌어. 즐거운 게 뭔지, 슬픈 게 뭔지, 괴로운 게 뭔지, 너무 많은 걸 알게 되어서 … 나, 능력을 잃어가나 봐. 몇 년 전부터 늙어가는 게 느껴져. 간신히 버티고 있지만, 지금처럼 민수가 힘들어 하면, 그게 나에게도 느껴져서, 너무 아파.” (148, 149쪽)



  아이들은 저마다 삶을 배웁니다. 학교를 다니면서도 삶을 배우고, 집에서 스스로 책을 읽고 놀면서도 삶을 배웁니다.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려고 학교를 다니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아이들은 졸업장을 따려고 학교에 다니지 않습니다. 아이들한테 졸업장을 선물하려고 아이를 학교에 넣을 까닭은 없습니다. 대학교를 잘 보내 주는 학교라든지 일자리를 잘 얻게 이끄는 학교에 아이들을 넣지는 말아야 할 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서로 아끼고 보살필 줄 아는 마음을 가꾸도록 이끄는 학교를 다닐 노릇이라고 생각해요. 이러면서 다 다른 아이들마다 다 다르게 좋아하고 아끼는 숨결을 따스히 북돋아 주어야지요. 대학교나 취업 두 가지 가운데 하나를 고르도록 떠밀지 말고, 삶을 사랑하는 길을 밝히는 이야기를 배우도록 북돋아야지 싶습니다.


  아이들은 언제나 스스로 길을 찾으니, 아이들이 대학교에 가려 하든 일자리를 얻으려 하든 그리 대수롭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대학교에 안 가도 됩니다. 아이들은 몇 해쯤 일자리 없이 집에서 쉬어도 됩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꿈을 찾아서, 이 꿈을 사랑스레 이루려는 뜻에서 태어납니다. 스무 살에 대학생이 되어야 할 까닭이 없고, 스물다섯 살쯤에 회사원이나 공무원이 되어야 하지 않습니다. 스물다섯 살에 대학생이 되어도 좋고, 고등학교나 중학교만 마쳐도 좋습니다. 회사원이나 공무원이 되어도 좋고, 집에서 집살림을 도우면서 지내도 좋습니다. 도시가 아닌 시골에서 흙을 가꾸어도 좋고, 도시 한복판에서 텃밭을 가꾸어도 좋아요.


  남다르지 않아도 사랑스러운 아이들이라는 대목을 재미나게 보여주는 《강특고 아이들》을 읽으면서 문득 생각합니다. 이 나라 모든 학교가 ‘강특고’만큼은 아니어도, 멧자락 하나쯤 끼거나 냇물이나 골짜기를 옆에 끼면서 있으면 무척 좋으리라고. 아이들이 버스나 전철이나 자가용을 타고 학교를 다니기보다, 들길이나 숲길이나 냇길을 거닐면서 학교를 다닐 수 있으면 참으로 좋으리라고. 교과서보다는 사랑을 배우고, 시험공부보다는 꿈을 그릴 수 있으면 더없이 아름다운 학교가 되리라고. 4348.11.19.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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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그림 읽기

2015.11.10. 큰아이―선물이에요



  큰아이가 신나게 쪽그림을 그리더니 가만히 내민다. “아버지 선물이에요.” 하는 말을 붙이면서. 나는 아이들이 아무것도 안 쓴 종이를 선물로 주든, 그림을 선물로 주든, 글씨를 선물로 주든 언제나 기쁘면서 고맙게 받는다. 그림 선물을 받을 적마다 새삼스레 느끼는데, 선물은 늘 마음으로 빚어서 나눈다. 선물은 늘 새로운 숨결을 북돋운다. 선물은 늘 따순 사랑이 흐르는 징검돌 구실을 한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그림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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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그림 읽기

2015.11.10. 큰아이―종이인형을



  그림순이가 종이인형을 오리는데, 통으로 이어진 종이가 아니라 톡 끊어진 종이를 놓고서 몸과 다리를 따로 그려서 테이프로 붙인다. 굳이 이렇게 해야 하나 싶으면서도, 이렇게 해 보아도 재미있네 하고 느낀다. 종이인형을 오리는 사람 마음이니까. 그림순이가 종이인형을 오리는 모습을 가만히 보면, 이 아이는 종이 한복판에 그림을 그려서 오린다. 언제나 한복판을 쓴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그림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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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갓잎볶음밥



  늦가을에 슬슬 갓잎하고 유채잎이 돋는다. 까만 잎으로 돋는 갓은 아이들이 아직 쓰다고 여기기에 잘 안 쓰고, 까만 기운이 적게 드는 갓잎을 뜯은 뒤, 갓잎 둘레에서 조금씩 올라오는 유채잎을 함께 뜯는다. 갓잎도 모두 까무잡잡하게만 돋지 않는다. 갓잎 가운데에도 유채잎처럼 짙푸른 잎이 꽤 있다. 어쩌면 유채씨가 섞여서 갓이 까만 기운이 살짝 옅어질는지 모르는데, 요즈막에 갓잎하고 유채잎이 돋아서 겨울을 앞두고 아직 마당에서 싱그러운 풀을 누릴 수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른다. 참말 지구별 바람과 햇볕과 빗물은 봄 여름 가을뿐 아니라 겨울에도 풀맛을 넉넉히 누리도록 북돋아 준다. 철마다 다른 풀을 베풀어 주면서 우리 몸을 살찌워 준다. 한줌 가득 쥘 만큼 잎을 썰어서 볶음밥을 하는데, 거의 다 볶을 무렵 잎이 숨이 죽으면서 부피가 확 준다. 부피가 줄는지 알았으나 참으로 많이 줄어서, 다음에는 한줌 더 썰어서 넣자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줌 더 썰면 잎맛만 있는 볶음밥이 되려나? 4348.11.19.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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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226. 2015.11.16. 유자를 썰며



  유자차를 담그려고 유자알을 한참 써는데, 모과를 썰 적하고는 다르네 하고 느낀다. 단단한 모과를 썰려면 온몸에 힘을 잔뜩 주어야 한다. 유자는 모과와 달리 몹시 보드랍고 무르다고 할 만하다. 다만, 유자는 너무 힘주어 썰면 물이 찍찍 튀어나가니 유자알을 쥘 적에 힘을 알맞게 주고, 칼로 썰 적에도 알맞게 힘을 준다. 칼날에 유자알이 걸린다 싶으면 슬슬 칼자루를 흔드는데 유자알이 곧잘 함께 썰린다. 유자알까지 썰리면 칼날이 다치니 되도록 유자알은 안 썰려고 하지만 유자알에 씨앗이 꽤 많으니 만만한 일은 아니다. 유자썰기를 하며 손목이 저리다고 하는 까닭을 하루 내내 헤아려 본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밥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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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구리왕짜 2015-11-18 21:05   좋아요 0 | URL
매번 유자랑 모과를 꿀에 절여 보내주시는 시어머니의 정성을 다시 한 번 떠올립니다. 감사하며 정성껏 마셔야겠네요. 님의 유자향기도 이 곳까지 전달되었습니다!!!

파란놀 2015-11-19 05:06   좋아요 1 | URL
유자랑 모과...
참으로 손목 아픈 일이옵니다 ^^;;;
손목뿐 아니라 어깨와 팔과 허리도 결리지요 ^^;;;;;
설탕이 아닌 꿀에 절여 주신다니!
더더욱 대단하네요 ^^
늘 맛나게 누리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