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 데리고 저자마실



  아침 열한 시 십 분 무렵 지나간다고 하지만 으레 열한 시 이십 분 무렵에 찾아오는 군내버스를 타고 읍내로 저자마실을 간다. 두 아이는 아침에 버스를 탄다면서 즐겁게 웃는다. 해가 살몃살몃 고개를 내밀다가도 구름 뒤로 숨는 늦가을 아침에 버스를 달린다. 오늘 따라 군내버스 일꾼은 무척 거칠게 버스를 몰지만, 다섯 살 작은아이는 저 혼자 앉은 자리에서 흔들리지도 않고 잘 있는다.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혼자 자리를 잡고 앉은 모습을 지켜보다가 시집 한 권을 꺼내어 펼친다. 어느덧 두 아이는 두 아이대로 버스를 잘 타면서 창밖을 내다본다든지 혼자서 생각에 잠길 줄 안다. 나는 나대로 아이들을 데리고 마실을 다니되 살짝 틈을 내어 내 마음을 찬찬히 다스린다. 저자마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두 아이는 의젓하고, 오늘은 작은아이가 단추를 눌러서 우리 마을 어귀에서 버스를 내린다. 4348.11.22.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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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 해돌이, 잘 먹고 잘 놀기 - 김둘 동화시집
김둘 지음, 이경연 그림 / 자연과생태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시를 사랑하는 시 74



숲을 노래하는 아이들로 자라기를 빌면서

― 다람쥐 해돌이, 잘 먹고 잘 놀기

 김둘 글

 이경연 그림

 자연과생태 펴냄, 2015.9.1. 9000원



  봄하고 여름에도 참새를 보지만, 가을하고 겨울에 참새를 훨씬 자주 봅니다. 봄하고 여름에는 시골자락에서 숲이나 들 곳곳에 참새한테 기쁜 먹이가 있어요. 여기를 보고 저기를 보아도 모두 먹이가 될 만합니다. 가을이 깊어지고 겨울로 접어들면 숲에도 들에도 참새처럼 작은 텃새가 누릴 만한 먹이가 부쩍 줄어듭니다. 이때에 참새나 여러 작은 텃새는 사람 사는 마을을 자주 들락거립니다.


  바야흐로 겨울이 코앞인 늦가을 아침에 부엌일을 하는데 마당에서 재잘거리는 참새 노랫소리를 듣습니다. 이 아이들은 우리 집도 저희 먹이를 찾는 동안 거치는 곳 가운데 하나로 삼을 테지요. 작은 열매나 씨앗도 참새한테는 반가운 먹이가 되는 만큼, 나무가 있는 자리를 찾아서, 또 빈들을 훑으면서 바지런히 날갯짓을 합니다.



왕대나무가 물었어요. / “너희도 나무구나, 어디서들 왔니?” // 공책이 말했어요. / “나는 산에서 살았어. 내가 공책이 될 줄 꿈에도 몰랐어.” (나무와 나무와 나무)


바위가 웃으며 말했어요. / “하하, 넌 이미 예전에 멋진 바위였어. / 천 년도 넘게 우람했고 / 곧 더 잘게 쪼개져 수많은 생명을 키우게 될 거야.” (돌멩이와 바위)



  작은 동시집 《다람쥐 해돌이, 잘 먹고 잘 놀기》(자연과생태,2015)를 읽습니다. 이 동시집을 빚은 김둘 님은 숲을 노래합니다. 숲에서 사는 수많은 짐승과 나무와 풀과 흙과 돌과 바람이 어떤 마음으로 삶을 짓는가 하는 이야기를 아이들한테 들려주려고 합니다. 귀를 기울이면 들을 수 있는 해님 목소리를 동시로 담고, 마음을 열면 알아차릴 수 있는 들풀 노랫소리를 동시로 엮습니다.



큰 나무는 말했어요. / “너희는 사람들에게 곧 그늘을 드리워줄 거야. / 여름이 되면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 거야. / 오, 이 나무 아래는 너무나 시원하구나!” (30쪽)


동생 민들레가 물었어요. / “언니, 사람들은 왜 딴 데서 이사 온 민들레들을 싫어해?” (풀숲의 민들레 자매)



  어른이 되면 들꽃 한 송이하고 이야기를 나누지 못할까요? 어른이 된 뒤에는 나무하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주고받지 못할까요? ‘기적 같은 사과’, 그러니까 ‘놀라운 능금’을 가꾸는 일본 할배는 언제나 이녁 능금나무하고 이야기를 나눈다고 해요. 능금밭에 농약이나 비료나 항생제를 아무것도 안 줄 뿐 아니라, 능금나무가 ‘숲을 이룬 밭’에서 살도록 보살피면서 줄기를 어루만지고 잎을 쓰다듬으며 꽃을 보며 빙긋 웃는다고 합니다. 어느 한 나무도 빠뜨리지 않고 이야기를 걸면서, 잘 잤느냐고 묻고 잘 자라 달라고 빌며 맛난 열매를 베풀어서 고맙다고 절을 한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 겨레는 아주 먼 옛날부터 한가위나 설뿐 아니라 절기와 철에 맞추어 숲과 들과 하늘과 땅에 대고 절을 하며 살았습니다. 아니, 새벽마다 맑은 물 한 그릇을 떠서 고이 절을 하면서 하루를 열지요. 다시 아침을 맞이하면서 하루를 지을 수 있으니 고마워서 절을 하고, 넉넉한 밥을 누리도록 열매와 푸성귀를 베푼 흙한테 절을 합니다. 비를 뿌리는 하늘에 절을 하고, 따사로운 볕을 베푸는 해님한테 절을 하지요.


  그러나, 이제 이런 절이 사라집니다. 흙을 아끼고 돌보는 손길이 아니라 마구 파헤치는 삽날이 되고 경제개발이 되고 맙니다. 자꾸 토목건설을 해야 한다고 여기고 맙니다. 하늘도 땅도 바람도 해님도 비도 눈도 바라거나 살피지 않습니다. 컴퓨터만 바라보고, 숫자와 통계와 돈에 따라 움직이는 톱니바퀴처럼 바뀌고 말아요.



할아버지 나무는 웃으면서 말씀하셨어요. / “사람들은 우리를 보면서 마음의 힘을 얻는단다. / 그 힘으로 자신들의 꿈을 이루지.” (기도를 들어주는 할아버지 나무)


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 이 작은 꽃들을 보지 못했지만 / 노란 꽃들은 / 언제나 방긋방긋 (기도하는 노란 꽃들)



  김둘 님이 글을 쓰고, 이경연 님이 그림을 넣은 동시집 《다람쥐 해돌이, 잘 먹고 잘 놀기》는 어린이한테 들려주려는 ‘숲노래’입니다. 숲이 사람한테 기쁜 삶을 아름답게 누리면서 이웃하고 어깨동무를 하렴, 하고 불러 주는 노래인 동시입니다. 어린이가 읽기를 바라면서 부르는 숲노래인 동시인데, 어쩌면 이런 동시야말로 어린이와 함께 어른이 읽고 듣고 새기고 생각할 일이리라 느낍니다.


  왜냐하면, 오늘날 우리 사회 어른들은 사랑과 꿈을 잊은 채 내달리기만 하기 때문입니다. 숲을 바라보지 못하고 잿빛 건물만 바라보는 어른이고 맙니다. 들을 바라보지 못하고 고속도로와 기찻길만 바라보는 어른이고 맙니다. 맑게 웃음짓는 아이들 눈망울을 바라보지 못하고 은행계좌만 바라보고 마는 어른이고 맙니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하루에 한 시간 즈음 마음을 차분히 달래면서 숲을 헤아리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땅바닥을 어루만질 수 있기를 빕니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언제나 아이들을 따사로이 맞이하면서 도란도란 넉넉한 말을 들려주어, 이 아이들이 앞으로 의젓하고 슬기롭게 자라도록 북돋울 수 있기를 빕니다. 아이들하고 손을 맞잡고 들길을 걷는 마음이 되고, 아이들을 곁에 두고 밭을 일구는 손길이 되며,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보금자리를 사랑스레 가꿀 수 있기를 빕니다.



드디어 가을을 맞았을 때 / 열매 형제들은 / 간절하게 기도했어요. // 이 도시가 / 제발 / 조금만 조용해지도록. (도로변의 열매 형제)


어느 숲에 다람쥐 해돌이가 살았어요. / 해님을 너무나 좋아해서 이름이 해돌이예요. (다람쥐 해돌이, 잘 먹고 잘 놀기)



  아이들은 잘 먹고 잘 자며 잘 놀면 됩니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꼭 다녀야 할 아이들이 아니라, 잘 먹고 잘 자며 잘 놀면 되지요. 아이들은 하루 빨리 시험공부를 해서 대학교에 척 하니 붙어야 할 수험생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씩씩하게 놀고 마음껏 뛰며 슬기롭게 생각을 키우면서 꿈하고 사랑을 가슴에 담을 숨결입니다.


  숲을 노래하는 아이들로 자랄 적에, 이 아이들은 이웃을 따사로이 사랑하리라 느낍니다. 숲을 아끼는 아이들로 자랄 적에, 이 아이들은 이웃을 넉넉히 껴안는 살림을 지으리라 느낍니다. 숲을 그리며 보살피는 아이들로 자랄 적에, 이 아이들은 이웃하고 손을 맞잡고 서로 도울 줄 아는 손길로 거듭나리라 느낍니다.


  나무 한 그루가 자라기에 도시에서도 푸른 바람이 붑니다. 들꽃 한 송이가 피기에 도시 한복판에서도 고운 꽃내음이 향긋하게 퍼집니다. 햇살이 드리우고 햇볕이 포근하기에 도시이며 시골이며 누구나 따순 마음이 될 수 있습니다.


  겨울 문턱에 서며 동시 한 줄을 나긋나긋 읽습니다. 어른도 아이도 모두 숲노래를 부르는 사랑을 가꿀 수 있기를 꿈꾸면서 동시집을 가슴에 품습니다. 4348.11.22.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동시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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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란



  책 한 권을 읽으면서 이웃은 어떤 마음으로 삶을 누리는가 하는 대목을 헤아린다. 책 한 권을 읽으면서 이웃이 즐겁게 지은 사랑을 곰곰이 되새긴다. 책 한 권을 읽으면서 이웃이 가벼이 내미는 따사로운 손길을 기쁘게 느낀다.


  지식을 다루거나 정보를 들려주는 책이 있고, 꿈을 그리거나 사랑을 노래하는 책이 있다. 정치를 내세운다든지 무엇을 일깨우려는 책도 있는데, 이 모든 책은 언제나 이야기라는 옷을 입는다. 이야기가 있을 때에 책으로 태어나고, 이야기를 다루지 못할 때에는 책이 아닌 종이꾸러미나 냄비받침이고 만다.


  기쁨을 기쁘게 그리기에 책이요, 책 한 권을 읽는 동안 기쁨을 누린다. 슬픔을 슬프게 그리기에 책이며, 책 한 권을 읽는 내내 슬픔에 젖는다. 기쁨도 슬픔도 삶을 이루는 따사로운 이야기로 흐른다. 손에 책을 쥐어 책을 만나고, 눈을 살며시 감고 마음으로 마주보면서 마음을 만난다. 자, 여기에 바람 같은 숨결이 흐르니, 이 바람결을 고이 읽는다. 4348.11.22.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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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319. 2015.11.13. 쌓아 놓고 읽기



  모처럼 순천까지 책방마실을 다녀온 뒤 방바닥이 책이 한가득 쌓인다. 책순이는 이 책을 옆에 놓고 하나씩 읽는다. 글을 제법 읽을 줄 안다고 옆에 쌓은 책을 한자리에서 모조리 읽어치운다. 두고두고 찬찬히 읽자고 장만한 책이지만 한자리에서 다 읽어내는구나. 그러나 나중에 다시 읽고 새로 읽으면 될 테지.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책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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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왜 돼지 세 마리를 키워서 고기로 먹었나 (우치자와 쥰코) 달팽이출판 펴냄, 2015.11.5. 14000원



  돼지고기는 얼마나 맛있을까? 왜 오늘날에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돼지를 손수 집에서 키우지 않고서 가게나 밥집에서만 돼지고기를 사다가 먹을까? 여느 사람도 돼지를 길러서 먹을 수 있을까, 없을까? 《그녀는 왜 돼지 세 마리를 키워서 고기로 먹었나》는 책이름 그대로 돼지를 세 마리 손수 키운 뒤에 즐겁게 잡아서 기쁘게 먹은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한다. 대단하거나 놀라운 일이 아닌, 얼마 앞서까지 지구별 모든 나라 모든 시골집에서 으레 하던 일을 오늘날에 몽땅 잊어버린 대목을 찬찬히 되새기려고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려 한다. 돼지치기는 어려울까? 집에서 손수 기른 돼지하고 사료를 먹고 자란 돼지는 맛이 어떻게 다를까? 가게에서 사다 먹는 돼지고기가 값이 쌀까, 아니면 집에서 밥찌꺼기를 주어서 키운 돼지를 잡아서 먹는 값이 쌀까? 값을 떠나서 우리 몸을 살찌울 ‘고기’는 어떻게 얻을 적에 우리 스스로 기쁨과 사랑을 누릴 만할까? 텃밭을 가꾸듯이 ‘고기로 먹을 집짐승’을 돌보는 일을 도시에서는 할 수 없는가? 이 책을 읽다가, 시골뿐 아니라 도시에서도 집집마다 돼지나 소나 닭을 손수 키워서 손수 잡은 뒤에 즐겁게 먹는 잔치를 벌이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하고 그림을 그리니, 그냥 참말 재미있어서 웃음이 난다. 4348.11.21.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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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왜 돼지 세 마리를 키워서 고기로 먹었나- 우리가 먹는 고기에 대한 체험적 성찰
우치자와 쥰코 지음, 정보희 옮김 / 달팽이 / 2015년 11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4월 22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5년 11월 21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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