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아이 127. 2015.11.25. 빨간나무하고 놀래



  붉게 물들려 하는 가을잎으로 바뀌는 단풍나무 곁에 선다. 꽃순이는 단풍나무를 ‘빨간나무’라는 이름으로 가리킨다. 빨간나무는 꽃순이를 만나서 꽃순이 손길을 받고, 꽃순이가 들려주는 노래를 듣는다. 오랫동안 조용히 하늘바라기만 하던 빨간나무는 꽃순이가 이 마을에서 산 뒤로는 언제나 꽃순이 웃음과 노래를 받아먹는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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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88. 책을 읽는 발



  아이들은 온몸으로 책을 읽습니다. 아이들은 손만 깔작이면서 책을 넘기지 않아요. 두 눈을 크게 뜨고 두 귀를 활짝 열면서 온마음을 기쁘게 펴고는 모든 이야기를 받아들이려 합니다. 이때에 온몸이 함께 움직이면서 책하고 마주하지요. 놀이를 할 적에도 이와 같고, 심부름을 하거나 일을 거들 적에도 이러한 몸짓이에요. 웃을 적에도 얼굴로만 찬찬히 움직이지 않아요. 온몸을 써서 웃고, 온몸을 써서 춤추며, 온몸을 써서 노래합니다. 책을 함께 읽는 작은아이 발바닥은 누나 목소리에 따라 마룻바닥을 콩콩 울립니다. 즐거운 이야기에 즐겁게 발을 구르고, 발굴리기는 온 집안에 넘실넘실 흐릅니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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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책으로 (사진책도서관 2015.11.25.)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우리 도서관은 우리 보금자리가 깃든 이곳에서 책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짓는 터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도서관이기에 꼭 책만 다루어야 한다고 느끼지 않는다. 어느 도서관이든 그 도서관이 깃든 마을이나 터전을 살피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가꾼다. 커다란 도시에서는 커다란 도시를 이루는 얼거리를 살펴서 아이와 어른한테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징검돌이 되고, 작은 시골에서는 작은 시골을 이루는 틀거리를 헤아려서 사람들한테 새로운 노래를 들려주는 다리가 된다.


  모두 도시로만 떠나려 하는 작은 시골에 깃든 우리 도서관은 이 시골에서 ‘책을 이루는 바탕’을 새삼스레 돌아보자는 이야기를 들려주려 한다고 생각한다. 책은 종이로 엮고, 종이는 나무한테서 나오며, 나무는 숲에서 자란다. 그러니, 책을 겉으로 보자면 숲이 옮겨서 새로 태어난 숨결이다.


  책이 태어나자면 숲이 짙푸르게 우거져야 한다. 이러면서 이러한 종이꾸러미이자 숲노래인 책에는 ‘종이에 얹을 이야기’가 있어야 하니, 이 이야기는 사람들이 서로 즐거이 어우러지는 삶이다. 머리로 쥐어짜는 지식이나 이론을 책에 담을 수도 있을 테지만, 시골에 깃든 우리 도서관은 사랑으로 어깨동무하는 꿈을 책에 담을 적에 어떠한 숨결이 되는가를 노래하려는 터전이 되려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도시로 보내는 시골 얼거리가 아닌, 즐겁게 시골에서 나고 자라고 살림을 꾸리는 이야기를 길어올리는 샘터가 되려고 생각한다.


  가을비가 고인 땅을 철벅철벅 걸으며 작은아이가 논다. 가을비에 오들오들 떨면서 붉은 잎사귀로 바뀌는 커다란 나무에 등을 기대면서 큰아이가 논다. 종이에 쥐어도 책이지만, 진흙탕길도 책이요 커다란 나무 한 그루도 책이다. 우리 둘레에는 언제나 새롭고 재미난 책이 넉넉히 있다. ㅅㄴㄹ



  광주 한국방송에서 찍은 우리 도서관 이야기가 11월 25일 저녁에 나왔다고 한다. 인터넷으로도 볼 수 있단다. (http://gwangju.kbs.co.kr/tv/feeltong/vod/index.html)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을 보태 주셔요 *

☞ 어떻게 지킴이가 되는가 : 1평 지킴이나 평생 지킴이 되기

 - 1평 지킴이가 되려면 : 다달이 1만 원씩 돕거나, 해마다 10만 원씩 돕는다

 - 2평 지킴이가 되려면 : 다달이 2만 원씩 돕거나, 해마다 20만 원씩 돕는다

 - 평생 지킴이가 되려면 ㄱ : 한꺼번에 200만 원을 돕거나, 더 크게 돕는다

 - 평생 지킴이가 되려면 ㄴ : 지킴이로 지내며 보탠 돈이 200만 원을 넘으면 된다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가 되신 분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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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풍경 눈빛사진가선 20
김정일 지음 / 눈빛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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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 읽는 사진책 220



사진으로 아로새긴 ‘낡은 서울’ 한쪽 귀퉁이

― 기억의 풍경

 김정일 사진

 눈빛 펴냄, 2015.11.20. 12000원



  나는 서울에서 태어나지도 않았고 자라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옛 서울이 어떤 모습인지는 잘 모릅니다. 그러나 작은아버지가 대치동에 있는 은마아파트에서 살았기에 곧잘 그곳에 나들이를 갔습니다. 할머니는 작은아버지 댁에서 함께 사셨기에 할머니를 뵈러 인천에서 서울 대치동까지 갔어요.


  내가 처음으로 떠올릴 수 있는 서울 대치동은 인천에서 ‘너무 먼’ 서울입니다. 인천역(하인천역)에서 전철을 타서 한참을 달린 끝에 신도림역에 닿으면, 신도림역에서 지하철 2호선으로 갈아탑니다. 1970년대 끝자락하고 1980년대 첫무렵에는 인천하고 서울 사이에 복숭아밭이 제법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인천하고 서울 사이 전철길에서는 퍽 먼 데까지 아스라이 내다볼 만했습니다. 요즈음처럼 아파트가 우줄우줄 솟지 않았으니까요. 인천은 1990년대로 접어들 무렵까지 몇 군데 아파트를 빼고는 5층이 넘는 건물이 드물었어요. 낮은 건물과 다닥다닥 붙은 골목집 마을이 사라질 무렵 비로소 서울로 접어드는구나 하고 알아차렸습니다. 여름에는 창문을 열며 바람을 쐬던 전철이고, 겨울에는 오들오들 떨며 손을 호호 녹이던 전철이었지요.


  그나저나 서울에서 땅밑을 달리는 전철을 타면 귀가 멍하며 답답했습니다. ‘서울사람’은 어떻게 땅밑으로 길을 내어 이런 끔찍한 전철을 타나 싶어서 ‘나는 서울에서 돈도 집도 준다 해도 살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아무튼 전철을 타고도, 지하철로 갈아타고도 작은아버지 댁에는 안 닿았습니다. 어디에선가 전철을 내려서 택시를 타는데, 서울은 찻길에 자동차가 매우 많아서 조금 가다 서고 신호등에 걸리고 아주 괴로워서 택시 타지 말고 걸어가자고 아버지를 졸랐던 일이 새삼스럽습니다.



1982년 어느 날 신문 지면에, 지금으로 말하면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40여 개의 개발지구가 발표됐다. 투기의 시작이며 빈부의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한 시발점이다. 이 신문 쪽지를 가지고 한 군데씩 지워 가며 촬영을 다녔다.



  사진책 《기억의 풍경》(눈빛,2015)을 읽습니다. 1984년에 한국방송공사에 들어가서 이곳에서 정년퇴직까지 했다는 김정일 님이 ‘재개발을 앞둔 서울’을 1980년대에 담은 사진을 그러모은 책입니다. 이 사진책에는 1981∼1983년 사이에 ‘서울 변두리’라고 할 만한 곳 모습을 차근차근 보여줍니다. 명동 사진도 몇 장 깃들지만, ‘아파트가 서기 앞서 자그마한 살림집’이 있던 서울 변두리를 가만히 보여주어요.


  사진책 《기억의 풍경》을 찬찬히 넘기며 ‘낡은 서울’이라고 할 만한 예전에 이 서울에서 어떤 사람이 어떻게 살았을까 하고 헤아려 봅니다. 아주 마땅한 노릇인데, 높거나 큰 건물이 있는 서울도 있지만, 낮거나 작은 집이 있는 서울도 있습니다. 돈이 많거나 힘이 세거나 이름이 높은 사람이 모인 서울도 있을 터이나, 돈도 힘도 이름도 낮거나 작거나 여린 사람이 모인 서울도 있어요.


  그러니까, 누군가는 아파트를 새로 높이 올려서 이곳에서 살려 할 테고, 누군가는 아파트한테 보금자리를 빼앗기고 싶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아파트 투기나 재개발로 한몫 잡으려 할 테지만, 누군가는 이런 돈놀이하고 동떨어진 채 하루하루 살림을 찬찬히 잇습니다.



사실과 다른 로버트 카파의 스페인 전쟁 사진, 연출의 의혹을 가진 로베르 드와노의 프랑스 시청 앞의 키스 사진 등. 신뢰를 무너뜨린 이러한 사진이 도화선이 돼 뉴다큐멘터리 사진의 시대를 불러왔지만, 그렇다고 다큐멘터리 사진이 다 허위적인 것은 아니다. 한 동네를 찍고 뿌듯한 마음으로 귀가해 현상할 때의 그 설렘을 생각하면 그 말이 옳다고 지금도 난 생각한다.



  사진책 《기억의 풍경》은 ‘낡은 서울’을 떠올리도록 북돋우는 사진이 흐릅니다. 이 ‘낡은 서울’은 ‘수수한 서울’이면서 ‘수수한 한국’이라고 여길 만합니다. 어느 모로 보면 ‘서울 변두리’이지만, 다른 자리에서 살피면 ‘이 나라 어느 곳에서나 흔히 마주하는 이웃’입니다.


  함석 지붕이나 함석 울타리는 새마을운동 물결과 함께 골골샅샅 퍼졌습니다. 우물이 있는 집은 어느 도시나 시골이나 다 있습니다. 작은 마을에서 깔깔거리며 노는 아이들은 어디에나 있어요. 다만, 골목놀이를 즐기는 아이들은 도시 한복판에는 없습니다. 도시 한복판에는 높직한 건물에다가 빼곡한 자동차와 끝없는 가게만 있지요.


  아이들은 자동차나 높은 건물하고 동떨어진 데에서 놉니다. 아이들은 빈터를 가득 채우면서 온통 웃음꽃입니다. 어른들은 하얀 기저귀를 그야말로 하얗게 빨아서 해바라기를 합니다. 기저귀가 나풀나풀 춤을 추는 곳에서는 수수한 사람들이 수수한 몸짓과 말짓으로 오순도순 새롭게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온통 배밭이던 압구정을 찍을 때는 친구와 배를 깎아 먹기도 했고, 도곡동 대치동을 찍을 때는 두엄 냄새가 지독했던 기억도 있다. 타워팰리스 자리에 있던 우물이 있는 집…….



  사진책 《기억의 풍경》은 흑백필름으로 흐르는 이야기입니다. 밝고 포근한 햇볕에 잘 마르는 하얀 기저귀를 보다가, 이 기저귀 둘레에서 노는 아이나 일하는 어른을 사진으로 보다가, 이러한 사진이 흑백이 아닌 무지개 빛깔이라면 어떠했을까 하고 헤아려 봅니다. 낡은 서울도 변두리 서울도 아닌, 언제나 무지개 빛깔로 사랑스레 어우러지는 ‘작지만 작지 않’고 ‘낮지만 낮지 않’은, 그야말로 수수하며 투박한 사람들이 언제나 새롭게 짓는 아기자기한 살림살이를 꾸밈없이 마주하면서 보여줄 수 있으면 어떠했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골목마을에서 태어나서 자라고 놀던 내 어릴 적을 떠올리면, 아무리 가난하거나 고단한 살림살이라고 하더라도, 우리 어릴 적을 우리 어버이가 사진으로 모처럼 한 장 찍을 적에는 ‘흑백 아닌 무지개빛 필름’을 쓰셨기 때문입니다. 1970년대에는 ‘칼라 필름’을 쓰기 어려웠을 테지만, 1980년대로 들어선 뒤에는 어느 집에서나 ‘무지개 빛깔로 고운 필름’으로 사진을 찍었어요. 그리고, 이무렵 필름 한 통을 사진으로 다 찍기까지 으레 몇 달이 걸리고, 때로는 한 해 만에 필름 한 통을 사진으로 다 찍어서 어렵게 사진관으로 가져가서 찾지요. 더군다나 마을에 ‘사진기 있는 집’이 드무니, 사진기 있는 집에서 여러 집 여러 아이와 어른을 사진으로 찍은 뒤 ‘사진 찾는 값’을 모아서 필름을 맡기고 사진을 나누었어요.



그때 사진을 찍을 게 아니라 필름 값으로 한 평 한 평 땅을 샀어야 지금 더 성공했을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들었다.



  주민으로 주민을 바라보는 사진과 손님으로 주민을 바라보는 사진은 늘 다릅니다. ‘같은 서울사람’이지만 ‘낡은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라며 사는 사람’으로서 이러한 서울을 바라볼 적에 이곳을 아로새기는 사진이란, ‘낡은 서울에서 안 태어나거나 낡은 서울에서 안 자랐거나 낡은 서울에서 안 사는 사람’으로서 이 삶터를 사진으로 아로새길 적에는 사뭇 다른 이야기가 드러나기 마련이에요.


  그래서 ‘주민 아닌 사람’이 ‘서울 변두리’를 바라보는 사진을 적에는 한결 ‘객관성’을 살리는 다큐멘터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객관성을 살리면서 서울 변두리를 차분하게 바라보는 사진에서는 따스한 눈빛하고 손길이 흐르기는 하되, 구성진 마을 이야기나 웃음꽃이 피어나는 마을 노래까지 서리지는 못하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사진책 《기억의 풍경》을 보면, ‘낡은 서울’이면서 ‘서울 변두리’인 곳에도 공중화장실이 있었다고 하는 모습을 예쁘게 보여줍니다. 공중화장실 모습이 무척 예쁩니다. 빨랫대나 빨랫줄 모습도 무척 곱고요. 가게에 적힌 손글씨도 곱고, 안테나 생김새도 고우며, 지붕이나 대문이나 울타리도 하나같이 곱습니다.


  사진 한 장은 바로 어디에서나 그곳에서 삶을 짓는 사람이 있기에 찍을 수 있습니다. 그곳에서 삶을 짓는 사람이 없다면 ‘그곳에 갈’ 일이 없으며, 그곳에서 이야기가 태어날 일도 없습니다. 사진 한 장은 사람 사는 이야기를 담는 그릇이요, 사진 한 장으로 너랑 내가 서로 이웃이 되는 징검돌을 놓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새롭게 사진을 찍는 김정일 님은 이녁 스스로 이웃으로 사귀고 싶은 사람들을 마주하면서 사진 한 장을 찍었을 테며, 이러한 사진은 언제까지나 곱게 흐르는 웃음노래가 되기를 빕니다. 서울이라는 얼거리에서 보면 낡거나 변두리인 곳이었지만, 한국이라는 얼거리에서 보면 그곳은 ‘낡은’ 곳이 아닌 ‘사람 사는’ 곳이요, ‘변두리’가 아닌 ‘우리 이웃’이 있는 자리입니다. 저마다 사랑스러운 사람이 살가이 살림을 가꾸는 자그마한 집마다 산들산들 따사로운 바람이 붑니다. 4348.12.1.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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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321. 2015.11.30.ㄴ 누나 책 가로채기



  누나가 그림책을 한창 보는 동안 전철 창밖을 내다보며 놀던 작은아이는 이제 전철이 땅밑으로 내려오니 창밖을 보는 재미가 없다. 문득 누나를 보니 누나가 어머니하고 보는 그림책을 저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지, “나도 볼래.” 하면서 누나 손에서 그림책을 가로채려 한다. 누나하고 사이좋게 보면 한결 재미있지 않을까, 요 책돌아?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책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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