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보라 밥 맛있어



  밥을 먹던 산들보라가 문득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응? 너 그런 손짓 어디에서 보았니? “맛있어. 아버지가 차려 준 밥 맛있어.” 하면서 싱글싱글 웃으며 손가락을 치켜세우는 모습을 보니 그야말로 쑥스럽다. 얘야, 참말 맛있니? “응.” 그렇구나. 그러면 즐겁게 넉넉히 먹어. “응.”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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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229. 2015.10.27. 먼저 집는



  밥상을 다 차려서 먹기로 하면 저마다 먼저 집는 밥이 다르다. 작은아이는 고기랑 떡을 먼저 밥그릇으로 옮겨서 먹고, 큰아이는 고구마를 먼저 왼손으로 집는다. 왼손 젓가락질을 익히겠다면서 벌써 몇 해째 이렇게 한다. 언제나 가장 즐거운 마음으로 가장 맛난 밥을 너희 손으로 기쁘게 집으렴.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밥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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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228. 2015.10.25. 밥을 볶는 날



  저녁에 먹은 밥이 남으면 이튿날 아침에 으레 볶는다. 이제 찬바람이 부는 날씨이기 때문에 따순 밥을 함께 먹고 싶기 때문이다. 여름에는 아침에 찬밥을 그대로 먹어도 시원하다고 느낄 만하지만, 가을하고 겨울에는 끼니마다 늘 따뜻한 밥이랑 국을 밥상에 올리려 한다. 따순 기운을 밥으로 받아들여서 따순 마음으로 거듭나면서 따순 노래를 부르자.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밥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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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백의 소리 11
라가와 마리모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580



함께 지어서 부르는 노래

― 순백의 소리 11

 라가와 마리모 글·그림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15.9.25. 4800원



  목소리가 곱기에 노래를 곱게 부르지는 않습니다. 목소리가 곱더라도 노랫가락을 살피지 않으면 고운 노래가 흐르지 못합니다. 노랫가락이 어떻게 흐르는가를 살펴서 목소리를 가만히 얹을 적에 비로소 고운 노래가 흐릅니다.


  소리를 잘 내기에 노래라고 하지 않습니다. 소리에 마음을 얹기에 노래에 한 발짝 다가섭니다. 소리에 이야기를 실으며 노래에 두 발짝 다가섭니다. 소리에 꿈이랑 사랑을 담으며 노래에 세 발짝 다가섭니다. 소리에 삶을 여미며 노래에 네 발짝 다가섭니다.


  그냥 태어나는 노래란 없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삶을 빚는 숨결일 때에 노래가 태어납니다. 전문가 몇 사람이 꾸미기에 노래가 태어나지 않아요. 스스로 삶을 사랑하는 사람이 스스로 노래를 빚습니다.



“우승과 입상의 차이는, 사실 종이 한 장밖에 안 돼. 네 실력은 충분하니까, 그 약간의 차이를 대회에서 극복해야지.” (3쪽)


“분명한 건 말이지, 그걸 극복하는 것은 나 자신이라는 거야.” (18쪽)



  라가와 마리모 님이 빚은 만화책 《순백의 소리》(학산문화사,2015) 열한째 권을 읽으면, 이 만화책을 이끄는 주인공 아이가 샤미센으로 ‘다른 이 노래에 반주하기’를 합니다. 이제껏 ‘반주로 샤미센 켜기’는 한 적이 없던 아이였지만, 일본 전통 술집에서 ‘샤미센 반주자’로 일하면서, 이 악기로 켜서 나눌 수 있는 새로운 소리를 익혔고, 이 소리를 바탕으로 스스로도 새로 거듭나려 합니다. 이러면서 노래꾼한테도 노래를 스스로 거듭나게 하는 길을 북돋아 주지요.



“난 노래하는 게 좋아. 그 마음을 끌어내 줄래?” “마니 씨, 지는 마니 씨의 노래도 목소리도 가락도 좋습니더. 그러니까, 그 개성을 죽이지 않아예. 살릴 깁니더! 반주는 도핑같이 몸에 나쁜 기 아이라, 양분입니더.” (37∼38쪽)


“카미키 세이류는 노래꾼을 봐 가며 연주해. 노래꾼보다 눈에 띄려 하지 않으니까, 노래꾼의 실력이 딸리면 자기도 힘을 발휘하지 않는단 말이야.” (75쪽)



  노랫가락은 함께 지어서 부릅니다. 나 혼자서 지어서 부르는 노래란 없습니다. 내가 스스로 짓기는 하되, 내 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사랑하는 마음결이 되기에 내 목에서 새로운 소리가 터져나옵니다. 이제껏 살면서 나를 둘러싼 해님이랑 바람이랑 빗물이랑 눈송이랑 흙이랑 풀이랑 나무랑 벌레랑 …… 이 모두를 가만히 얼싸안는 손길이 되기에 새로운 노랫가락이 시나브로 샘솟아요.


  모든 것이 노랫가락 하나로 모입니다. 모든 것을 노랫가락 하나로 모읍니다. 오늘 하루 누리는 삶도 노랫가락 하나로 모으고, 어제까지 살아온 발자국도 차곡차곡 그러모아서 노랫가락 하나에 담습니다.



‘노래와 샤미센의 가락이 딱 맞아떨어져, ‘마음’이라는 단 한 개의 단어가, 20초가 넘는 현란하게 빛나는 소리가 되었다.’ (115쪽)


“사와무라 씨도 마츠고로 씨 소리를 듣고 컸다 아이가.” (178쪽)



  바람소리를 듣고 자란 사람은 노래를 부를 적에 바람소리를 싣습니다. 물결이나 구름이 들려주는 소리를 듣고 자란 사람은 물결이랑 구름이 들려준 소리를 이녁 노래에 싣지요. 자동차나 승강기 움직이는 소리를 듣고 자랐으면 이러한 소리를 노래에 싣습니다. 따사로운 품으로 따사롭게 돌본 어버이 품을 누린 사람은 이러한 결을 노래에 싣고, 차갑거나 매몰찬 손짓을 받아야 한 사람은 이러한 삶대로 이러한 결을 노래에 실어요.


  더 낫거나 바보스레 떨어지는 노래는 없습니다. 이런 노래가 있고, 저런 노래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삶이 있고, 저런 삶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마다 가꾼 삶결을 노랫결로 가꿉니다. 저마다 일군 꿈결을 노랫결로 가다듬습니다. 4348.12.5.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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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놀이 29 - 늦가을 놀이순이



  아이들은 날이 갈수록 다리힘이 더 붙어서 그야말로 매우 잘 달린다. 어른인 나는 맨몸이 아니라면 여덟 살 큰아이가 앞서 달릴 적에 따라잡기 어렵다. 언제나 먼먼 뒤에서 아이들 뒷모습만 바라보면서 따라가는 셈인데, 이 놀이순이가 저렇게 멀리 앞장서서 달리는 모습이란 더없이 싱그러우면서 아름답다고 느낀다. 내가 이 아이를 따라잡지 못하더라도, 이 아이가 저렇게 혼자 멀리 가더라도, 스스로 씩씩하게 달리는 모습으로도 넉넉하게 멋지네 싶어서, 아이들 꽁무니를 좇다가 빙그레 웃으면서 이 아이들 발놀림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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