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기울이기에 읽는 책



  그냥 손에 쥐어서 들여다보는 책이라 하면, 마음으로 아무것도 스미기 어려우리라 느낍니다. 그냥 손에 쥐었으니까요. 그냥 밥상맡에 앉아서 그냥 수저를 들면, 밥상에 아무리 맛나거나 멋진 밥이 놓였어도 밥맛을 제대로 못 느끼거나 안 느끼리라 봅니다. 딱히 마음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니까요.


  마음을 기울이면서 밥술을 떠야 밥맛을 제대로 느낍니다. 마음을 기울이면서 책을 읽어야 책맛을 제대로 보아요. 이리하여,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우리는 모두 이웃이요 동무이리라 느낄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책을 읽든 밥을 먹든 이웃을 사귀든, 저마다 ‘깊이 마음을 기울여서’ 어깨를 겯는 몸짓이 될 수 있어야지 싶어요.


  왜냐하면, 마음을 기울여서 책을 읽을 때에 즐겁기 때문입니다. 마음을 기울여서 밥을 짓고, 밥을 함께 먹으며, 밥상을 함께 치울 적에 노래가 흐르면서 즐겁기 때문입니다. 마음을 기울여서 삶을 짓고 살림을 가꿀 적에 언제나 고운 웃음이 퍼지면서 즐겁기 때문입니다. 4348.12.10.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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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의 소재 所在


 그 책의 소재를 찾는다 → 그 책이 있는 곳을 찾는다

 동생의 소재를 모른다 → 동생이 있는 곳을 모른다


  한자말 ‘소재(所在)’는 “1. 어떤 곳에 있음. 또는 있는 곳 2. = 소재지”를 뜻한다고 합니다. ‘소재지(所在地)’는 “주요 건물이나 기관 따위가 자리 잡고 있는 곳”을 뜻한다고 해요. 그러니까, ‘소재지’도 “있는 곳”을 가리키고, ‘소재’도 “있는 곳”을 가리켜요. 처음부터 한국말로 쉽게 “있는 곳”이라고 적으면 됩니다. 4348.12.10.물.ㅅㄴㄹ



그 아이에게 항상 자신의 소재와 여행 일정을 알려 달라고

→ 그 아이에게 늘 어디에 있는지와 여행 일정을 알려 달라고

→ 그 아이한테 늘 어디로 가는지와 여행 일정을 알려 달라고

→ 그 아이한테 늘 어디에 있고 무엇을 하는지를 알려 달라고

→ 그 아이한테 늘 어느 곳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를 알려 달라고

→ 그 아이한테 늘 어느 곳을 돌아보고 무슨 일을 하는지를 알려 달라고

→ 그 아이한테 늘 어디에서 무얼 하는지를 알려 달라고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이재석 옮김-체 게바라의 라틴 여행 일기》(이후,2000) 21쪽


타카시의 소재도 파악해 둬야겠군

→ 타카시가 어디 있는지도 알아 둬야겠군

→ 타카시가 있는 곳도 알아 둬야겠군

《이와아키 히토시/서현아 옮김-칠석의 나라 2》(학산문화사,2014) 137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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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없애야 말 된다

 사무적


 사무적인 능력 → 일솜씨

 사무적 지원을 받았다 → 사무 지원을 받았다 / 하는 일에 도움을 받았다

 사무적인 말투 → 딱딱한 말투 / 회사원(공무원) 말투

 사무적 태도로 대해 → 딱딱한 몸짓으로 마주해 / 차가운 몸짓으로 마주해


  ‘사무적(事務的)’은 “1. 사무에 관한 2. 행동이나 태도가 진심이나 성의가 없고 기계적이거나 형식적인”을 뜻한다고 합니다. ‘사무(事務)’는 “자신이 맡은 직책에 관련된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는 일. 주로 책상에서 문서 따위를 다루는 일을 이른다”고 합니다. ‘사무 = 일’이거나 ‘사무 = 책상맡 일’인 셈입니다. 그런데 ‘사무직’이나 ‘사무실’이나 ‘사무원’ 같은 말이 널리 쓰입니다. 써야 하는 자리라면 쓸 노릇이지만 ‘일’이라고 말하면 되는 자리는 쉽고 알맞게 ‘일’이라고 하면 됩니다. 그리고, “기계적이거나 형식적인”을 가리키는 ‘사무적’은 기계와 같은 모습이거나 겉치레인 느낌을 나타낼 테니, ‘딱딱하다’나 ‘차갑다’나 ‘메마르다’나 ‘매몰차다’ 같은 낱말로 손보면 한결 낫습니다. 4348.12.10.나무.ㅅㄴㄹ



인간의 목숨을 빼앗는 일이 이처럼 사무적이며

→ 사람 목숨을 빼앗는 일이 이처럼 착착 이루어지며

→ 사람 목숨을 빼앗는 일이 이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이루어지며

→ 사람 목숨을 빼앗는 일이 이처럼 서류 한 장으로 이루어지며

→ 사람 목숨을 빼앗는 일이 이처럼 책상맡에서 이루어지며

→ 사람 목숨을 빼앗는 일이 이처럼 차갑게 이루어지며

→ 사람 목숨을 빼앗는 일이 이처럼 손쉽게 이루어지며

→ 사람 목숨을 빼앗는 일이 이처럼 가볍게 이루어지며

《랠프 랩/표문태 옮김-핵전쟁》(현암사,1970) 50쪽


사무적인 타산으로 이루어지는 기계적인 표현

→ 차디찬 꿍꿍이셈으로 이루어지는 딱딱한 말

→ 메마른 셈속으로 이루어지는 차가운 말

→ 제 뱃속만 챙기며 이루어지는 매몰찬 말

→ 차가운 꿍꿍이로 이루어지는 덧없는 말

→ 싸늘한 셈속으로 이루어지는 부질없는 말

→ 핏기 없이 주판알 굴리듯 이루어지는 굳어 버린 말

《신동엽-젊은 시인의 사랑》(실천문학사,1988) 169쪽


너무 사무적이지도 않게 마흔의 냄새가 살짝 나야 한다

→ 너무 딱딱하지도 않게 마흔 냄새가 살짝 나야 한다

→ 너무 차갑지도 않게 마흔 냄새가 살짝 나야 한다

《김천영·임덕연-산책》(삶이보이는창,2007) 61쪽


사무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 딱딱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 무뚝뚝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 으레 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 차갑게 고개를 끄덕이며

《안미선-내 날개 옷은 어디 갔지?》(철수와영희,2009) 51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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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처량 凄凉


 벌레 우는 소리는 처량하기만 하다 → 벌레 우는 소리는 쓸쓸하기만 하다

 처량하게 서러운 듯한 → 외롭게 서러운 듯한

 처량한 신세 → 초라한 몸 / 가엾은 몸

 처량한 모습 → 초라한 모습 / 가엾은 모습


  ‘처량(凄凉)하다’는 “1. 마음이 구슬퍼질 정도로 외롭거나 쓸쓸하다 2. 초라하고 가엾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한 가지 한자말이 네 가지 뜻을 나타낸다고 합니다만, 이 한 가지 한자말은 네 가지 한국말을 알맞게 쓸 자리에 끼어든 셈이지 싶습니다. 외로우면 ‘외롭다’ 하고, 쓸쓸하면 ‘쓸쓸하다’ 하며, 초라하면 ‘초라하다’ 하고, 가엾으면 ‘가엾다’고 할 노릇입니다. 더군다나 외로움과 쓸쓸함은 뜻이 비슷해도 느낌이 다른 낱말입니다. 4348.12.10.나무.ㅅㄴㄹ



처량하게 우는 청개구리

→ 구슬피 우는 청개구리

→ 쓸쓸히 우는 풀개구리

→ 애틋이 우는 풀개구리

《김천영·임덕연-산책》(삶이보이는창,2007) 25쪽


내 꼴이 처량해

→ 내 꼴이 불쌍해

→ 내 꼴이 가여워

→ 내 꼴이 구슬퍼

→ 내 꼴이 쓸쓸해

《김은영-ㄹ받침 한 글자》(사계절,2008) 33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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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아이 130. 2015.11.21. 억새줄기 던져



  꽃순이가 마실길에 억새를 한 포기 뜯어서 들고 놀다가 문득 하늘로 휙 던진다. 하늘로 던져서 받는 놀이를 한다. 오, 멋있네. 잘 하는구나. 억새포기는 네 손에 안겨서 바람을 새롭게 마시고 하늘 구경도 하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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