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배움자리 74. 길동무



  아이들은 서로 동무이다. 먼저 그냥 동무이다. 이내 말동무가 된다. 이윽고 놀이동무가 된다. 시골에서는 풀이랑 꽃이랑 나무를 함께 즐기니 풀동무·꽃동무·나무동무로 지낸다. 보금자리를 둘러싼 숲이 있으면 함께 숲으로 놀러다니면서 숲동무가 될 테고, 들길을 사이좋게 달리거나 걸으면 들동무가 된다. 어버이와 아이 사이는 서로 길동무가 되면서 삶동무하고 사랑동무가 되리라 느낀다. 어버이와 아이는 함께 이 길을 걸어가니까. 어버이와 아이는 함께 삶을 짓고 살림을 가꾸니까. 어버이와 아이는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돌보는 손길로 마주하니까. 마음을 기울이면 마음을 기울이는 대로 새로운 동무가 된다. 배움동무나 책동무나 글동무도 되고, 그림동무나 사진동무나 꿈동무도 된다. 웃음동무라든지 기쁨동무가 될 만하고, 슬픔동무나 눈물동무도 될 만하다. 자전거동무가 되다가 마실동무가 되고, 아침저녁으로 밥동무가 된다. 4348.12.11.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집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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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이야기 속에서 생각 찾기 책과함께어린이 찾기 시리즈
정숙영 외 지음, 김영곤 그림 / 책과함께어린이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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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읽는 삶 125



삶을 가르치는 이야기꽃을 나누자

― 옛이야기 속에서 생각 찾기

 정숙영·심우장·김경희·이흥우·조선영 글

 김영곤 그림

 책과함께어린이 펴냄, 2013.3.14. 9800원



  학문을 하는 이들은 ‘민담’이나 ‘민간 설화’ 같은 말을 쓰기도 하지만, 여느 사람들은 ‘이야기’라고만 말합니다. 오늘날에는 따로 ‘옛날이야기’나 ‘옛이야기’라는 이름을 쓰지만, 얼마 앞서까지 그냥 ‘이야기’일 뿐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어른들한테 ‘이야기’를 들려주기를 바랐고, 어른들은 아이들한테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이야기를 들려줄 적에 “옛날 옛날 한 옛날에”처럼 말머리를 열곤 했기에 ‘옛날이야기’나 ‘옛말’이라고도 하지만, 옛날부터 오늘날에 이르도록 꾸준히 흐르고 한결같이 사랑받는 이야기이기에 아이들은 늘 ‘이야기밥’을 먹습니다.



이 새끼 서 발이 여러 과정을 거쳐 새색시를 얻고 부자로 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 작고 사소한 것들이 거듭되다 보면 아주 큰 것으로 탈바꿈한다는 이야기로는 다음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지. (14쪽)



  도란도란 이야기꽃이 핍니다. 왁자지껄 이야기잔치를 이룹니다. 이야기하고 얽힌 말은 ‘이야기밥·이야기꽃·이야기잔치’입니다. 따로 ‘옛이야기밥·옛이야기꽃·옛이야기잔치’처럼 쓰지 않습니다.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은 ‘같은 이야기를 다시’ 들어도 귀를 쫑긋 기울입니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어른들은 ‘같은 이야기를 다시’ 들려주어도 새롭게 살을 붙여서 새로운 목소리를 가다듬습니다.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은 마음을 차근차근 슬기롭게 가꿉니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어른들은 마음을 새삼스레 돌아보면서 삶을 즐거움으로 일구는 길을 추스릅니다.



우리가 아는 옛이야기에는 이런 무시무시한 호랑이를 두려워하는 이야기보다 호랑이를 골탕 먹이고, 놀려 먹고, 줄줄이 꿰어 잡는 이야기가 더 많은 것 같아. (20쪽)



  《옛이야기 속에서 생각 찾기》(책과함께어린이,2013)를 읽습니다. 예부터 고이 흐르는 이야기에 서린 생각과 뜻과 보람과 꿈을 차근차근 생각하면서 읽습니다. 옛날부터 아이들한테 이야기를 들려주는 어른은 ‘아무 생각 없이’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습니다. 모든 이야기(옛이야기)에는 ‘생각을 깊고 넓게’ 담습니다. 아이들이 삶을 아름답게 가꿀 수 있도록 도우려는 숨결을 이야기 한 자락에 담습니다. 아이들이 저마다 스스로 살림을 기쁘게 꾸릴 수 있도록 이끌려는 넋을 이야기 두 자락에 담지요.


  그야말로 삶을 넌지시 가르치려고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드러내어 ‘훈육’이나 ‘훈계’를 하려는 뜻이 아니라, 재미를 섞고 웃음이나 눈물도 담으면서, 삶꽃과 삶잔치를 이루기를 바라는 이야기꽃이요 이야기잔치입니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어른도 이야기에 서린 뜻을 새롭게 되새깁니다.




자린고비만큼은 아니지만 목적과 수단이 뒤바뀐 상황을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어. 예를 들면 건강하고 예쁜 몸을 만들기 위해서 하는 다이어트가 그렇지. 건강한 몸은 뒷전이고 오로지 다이어트가 목적이 되어서 무작정 굶기만 하는 경우 말이야. (32쪽)


마지막까지 다 읽고 나서야 우리는 삼형제가 실은 스스로 판단을 제대로 못하는 바보들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어.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뛰어난 재주를 익히게 하기보다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줄 아는 능력을 먼저 가르쳤어야 했던 거야. (42쪽)



  이야기를 아는 아이들은 어떤 일을 맞닥뜨릴 적마다 스스로 생각합니다. 이야기 하나에서 길찾기를 한다고 할 만합니다. 겨울날 이불을 함께 뒤집어쓰고 나누는 이야기도 되고, 여름날 나무 그늘 밑에서 바람을 쐬면서 나누는 이야기도 되는데, 버스나 기차를 타고 먼먼 마실을 다니면서 나누는 이야기도 됩니다. 밭에서 함께 호미를 놀리면서 나누는 이야기도 되고, 밥상맡에서 나누는 이야기도 되며, 냇가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쉬면서 나누는 이야기도 됩니다.


  함께 나누지 못할 만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이야기를 빌어 꿈과 사랑을 노래하고, 이야기로 삶과 살림을 밝히며, 이야기로 두레와 어깨동무를 보여줍니다. 어머니 말을 듣지 않던 개구리 이야기이든, 제비 다리를 고친 이야기이든, 베를 짜는 베짱이 이야기이든, 미리내를 건너며 한 해에 꼭 한 번 살짝 만나는 두 사람 이야기이든, 박을 타거나 나무를 타거나 달을 타는 이야기이든, 오랜 나날에 걸쳐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흐르는 이야기에는 오늘 이곳에서 삶을 재미나면서 새롭게 누리고 싶은 마음이 차곡차곡 얹힙니다. 한 사람 입을 거치면서 새롭게 살아나고, 두 사람과 세 사람 마음을 지나면서 새롭게 거듭나는 이야기예요.




얼핏 보면 사소한 것 같지만 사실 꼬마 신랑의 행동은 매우 중요해. 꼬마 신랑은 자신이 고자질을 하면 시어머니 앞에서 신부가 곤란해진다는 것을 먼저 생각했던 거지. 이 일이 있고 난 뒤 신부와 꼬마 신랑의 관계가 어떻게 되었을까? (67쪽)


이 이야기의 초점은 다른 곳에 있는지도 모르겠어. 사람의 마음을 얻는 방법이 문제가 아니라 도대체 얻으려고 하는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무엇인지가 이 이야기에서는 훨씬 중요한 게 아닐까? (94쪽)



  아이들은 누구나 이야기를 반기고 좋아합니다. 삶을 배울 수 있는 무척 뜻깊은 ‘말밥’이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를 듣는 동안 머릿속으로 새로운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며 내 몸짓을 뉘우치거나 되새깁니다. 이야기를 듣고 나서 마음가짐이나 몸가짐을 다독여요. 이야기를 들은 뒤에 내 나름대로 새로운 이야기를 짓기도 합니다. 내가 겪은 어떤 일이 ‘옛날 옛적 이야기’ 아닌 ‘바로 오늘 이야기’로 다시 태어나기도 합니다. 어버이라면 아이들이 날마다 겪는 어떤 일을 살며시 바꾸어서 이야기로 지을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두 아이가 서로 툭탁거리는 모습을 쥐나 고양이 같은 짐승을 빌어서 조용히 타이를 만 합니다. 두 아이가 서로 아끼며 돌보는 모습을 박새나 까마귀 같은 짐승을 빌어서 가만히 북돋울 만하지요. 신분하고 계급으로 사람을 가르던 지난날에는 이야기 틀을 빌어서 양반이나 사대부나 임금이 잘못하는 일을 차분히 나무라기도 했을 만합니다.




성에 대한 호기심은 무조건 피하거나 억제하기만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란 걸 그 시절을 겪어 낸 훈장님은 이미 알고 있었던 거야. 그래서 아이에게 구슬을 삼키라고 충고했던 거지. (103쪽)



  《옛이야기 속에서 생각 찾기》는 이야기 한 자락을 읽으면서 조금 더 깊고 넓게 생각을 키워 보자는 뜻을 보여줍니다. 그저 재미있거나 우습거나 놀랍기만 한 옛이야기가 아니라, 이 이야기 한 자락마다 생각을 살찌울 만한 대목이 녹아들었다는 뜻을 밝히지요.


  이야기를 들려준 어른은 아이들한테 ‘자,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하면 될까?’ 하고 물을 수 있습니다. 이야기를 들려준 어른은 아이들한테 딱히 보탬말을 더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이야기를 듣고 나서 저희 깜냥껏 생각을 기울이기 마련입니다. 떡장수 할머니하고 범이 얽힌 이야기에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할 만하고, 콩쥐하고 팥쥐가 나오는 이야기에서 ‘우리 형(동생)하고 어떻게 지내야 즐거울까’를 생각할 만합니다.


  그리고 어버이로서 어릴 적에 몸소 겪거나 본 일을 알맞게 가다듬으면서 ‘온누리에 꼭 한 가지만 있는’ 이야기를 지어서 들려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딴 사람 옛이야기’가 아닌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 옛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을 한결 한껏 키울 수 있어요. 이야기로 마음을 나누는 사이 추운 겨울은 포근하게 흐릅니다. 이야기로 마음을 주고받는 동안 더운 여름도 시원하게 바뀝니다. 4348.12.11.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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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름벼리 뻥과자로 얼굴 가리기



  섬돌에 앉아서 뻥과자를 먹으며 해바라기를 하던 사름벼리가 아버지를 보다가 문득 얼굴을 가린다. 그래, 너는 아직 자그마한 아이요 자그마한 몸이라서 뻥과자 둘로도 얼굴을 모두 가릴 수 있네. 뻥과자에 구멍을 살살 뚫고 고무줄을 꿰면 얼굴 가리는 탈이 되려나?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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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는 그냥 맨발 할래



  마당을 가로지르며 놀 적에 그냥 맨발이고 싶은 산들보라. 누나도 으레 맨발로 마당에서 논다. 그래도 누나는 이쁜 양말이 있으면 신으면서 놀고, 폴짝폴짝 뛰어오르거나 더 빨리 달리려면 신을 꿰어야 하는 줄 안다. 산들보라는 아직 누나처럼 폴짝폴짝 뛰거나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놀이까지는 덜 즐기기에 그냥 맨발로 하면서 논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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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럭놀이 18 - 하울 성을 쌓았지



  놀이돌이는 조각을 하나씩 짜맞추어 놓이 올리더니 “하울 성이야.” 한다. 하울 성이란 무엇인가 하면, 만화영화에 나오는 하울이 사는 성이다. 그러네, 하울이 사는 성은 위로 높다랗게 솟았지. 그 집을 네 나름대로 빚었구나. 그러면, 이 조각도 하늘을 훨훨 날면서 온누리를 돌아다니겠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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