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이 있어 (사진책도서관 2015.11.19.)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책순이가 만화책 한 권을 골라서 도서관 어귀에 앉아 읽는다. 바깥바람이 싱그럽다고 여기는 듯하다. 그래, 좋지. 우리 시골에서는 책을 들고 바깥에 앉아서 얼마든지 싱그러운 이 바람을 쐴 수 있어. 봄에는 봄바람을, 가을에는 가을바람을 쐬지. 여름에는 무더운 바람을 쐬고, 겨울에는 차가운 바람을 쐬지.


  아이들이 그림책을 읽는다면 한자리에서 열 권이나 스무 권도 얼마든지 읽을 만하다. 그런데 때로는 어버이나 할머니하고 아주 천천히 꼭 한 권을 오래도록 읽을 수 있다. 이야기를 하나씩 짚으면서 천천히 읽을 만하다. 작은 그림까지 꼼꼼하게 되새기면서 느긋하게 읽을 만하다.


  책을 만나려고 도서관에 간다. 도서관에는 온갖 책이 골고루 있으나, 우리는 늘 책 한 권을 만나려고 간다. 때로는 두 권이나 스무 권을 만나기도 할 텐데, 무엇보다 가슴에 남을 한 가지 책을 마주하고 싶어서 도서관에 간다. 책방에 갈 적에도 이와 같다. 책방마실을 할 적에 백 권이나 천 권이나 만 권을 장만하려고 찾아가지 않는다. 누군가는 한꺼번에 백 권이나 천 권쯤 장만하려고 책방에 갈는지 모르나, 마을책방이라는 곳은 자주 마실을 하면서 마음에 되새길 책을 한두 권씩 꾸준히 만나는 이음터라고 느낀다. 도서관도 이와 같아야겠지. 자주 드나들면서 책 한 권에 깃든 숨결을 헤아리는 이음터가 도서관이 되어야겠지.


  커다란 건물로 짓는 도서관이 아니라, 자그마한 마을마다 자그마한 쉼터처럼 예쁜 도서관이 늘어날 수 있는 나라를 꿈꾼다. 우리 도서관처럼 한 갈래 책에 더 마음을 쏟아서 전문도서관이 되는 쉼터도 마을마다 이쁘장하게 태어날 수 있는 나라를 꿈꾼다. ㅅㄴㄹ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을 보태 주셔요 *

☞ 어떻게 지킴이가 되는가 : 1평 지킴이나 평생 지킴이 되기

 - 1평 지킴이가 되려면 : 다달이 1만 원씩 돕거나, 해마다 10만 원씩 돕는다

 - 2평 지킴이가 되려면 : 다달이 2만 원씩 돕거나, 해마다 20만 원씩 돕는다

 - 평생 지킴이가 되려면 ㄱ : 한꺼번에 200만 원을 돕거나, 더 크게 돕는다

 - 평생 지킴이가 되려면 ㄴ : 지킴이로 지내며 보탠 돈이 200만 원을 넘으면 된다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가 되신 분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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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즈카 오사무 이야기 3: 1960 ~ 1976
반 토시오, 테즈카 프로덕션, 아사히 신문사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3년 9월
평점 :
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583



‘만화 그리는 하느님’은 어떤 꿈을 꾸었나

― 테즈카 오사무 이야기 3, 1960∼1976

 반 토시오·테즈카 프로덕션·아사히신문사

 김시내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13.9.25. 11000원



  아이들은 만화책을 좋아합니다. 어른도 만화책을 좋아하지요. 아이들은 만화책에서 ‘무엇이든 마음껏 할 수 있는’ 모습을 지켜봅니다. 자그마한 아이가 커다란 어른을 한주먹으로 누르기도 하고, 가볍게 뛰었는데 구름을 뚫고 달이나 토성까지 닿기도 합니다. 가만히 눈을 감으며 생각에 잠기는 사이에 몸을 잊으면서 아득한 꿈나라를 누비고, 언제 어디에서나 새랑 노래하고 나비하고 춤추는 기쁜 놀이를 누려요.


  만화가 아니라면 이러한 꿈이나 놀이나 사랑을 맛볼 수 없을까요? 어쩌면 오늘날 사회에서는 꿈도 놀이도 사랑도 뒤로 처지거나 짓눌리는지 모릅니다. 오로지 성장이나 개발만 앞세우는 사회에서는, 전쟁무기하고 군대를 없애지 않으려는 어른이 너무 많은 사회에서는, 아이들이 마음껏 놀거나 신나게 꿈꾸기 어렵다고 할 만합니다.



테즈카 오사무는 학위논문을 위해 우렁이 정자의 스케치 등을 그렸습니다. 일하는 틈틈이 나라 의과대학 연구실을 다녔습니다. 그리고 1961년 1월 29일에 학위를 땁니다. 테즈카 오사무는 의학박사가 된 것입니다. (11쪽)


“테즈카 선생님은 드디어 애니메이션을 시작하셨구나.” “선생님의 꿈이었으니까.” “개인이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다니, 보통 일이 아니라고.” “선생님의 애니메이션에는 흥미가 가지만 말이야.” (19쪽)



  《테즈카 오사무 이야기》(학산문화사,2013)는 만화가 테즈카 오사무 님 삶을 돌아보는 만화책입니다. 테즈카 오사무 님이 이 땅을 떠난 지 스물 몇 해가 흐른 요즈음, 테즈카 오사무 님이 어떤 만화를 어떻게 그렸는가를 만화로 되짚어요.


  테즈카 오사무 님 곁에서 만화를 도운 사람들이 이야기를 풀어내고, 이녁한테서 원고를 받으려고 며칠 동안 밤새워 기다리던 출판사 편집자들이 이야기를 거듭니다. 테즈카 오사무 님이 손수 쓴 글에서도 이야기를 따옵니다.


  그러면, 일본뿐 아니라 지구에서 ‘만화를 그린 하느님(만화의 신)’이라는 이름을 얻은 테즈카 오사무 님은 왜 만화를 그렸을까요? 스스로 기쁨이 넘쳐흘렀기에 만화를 그렸습니다. 일본이 제국주의로 치달으면서 전쟁 소용돌이를 일으켰어도 총검을 버리고 펜대를 쥐면서 화장실 벽에다가 만화를 그렸지요. 의학 공부를 하다가 만화를 그렸으며, 끝내 의사로 가는 길을 그만두고 만화가로 가는 길을 걸었어요.



‘만화영화에 그만큼의 수고와 품질을 논하는 것은 ‘돈벌이가 안 되는’ 일이었다. 우선 인건비가 들고, 제작 기간이 너무 길다. 그리고 개봉하면 ‘뭐야, 어린이 만화잖아’라며 어른들은 비웃는다.’ (34쪽)


“아야미 씨, 내일 방송은 취소하죠! 이런 일은 계속 해 나갈 수 없어요!” “방송을 취소한다고 하면, ‘매주 TV 애니메이션 따위 역시 불가능하잖아!’ 이런 소리를 들을 거예요. 그리고 더 이상 스폰서도 붙잡지 못하고, 누구도 TV 애니메이션을 하려고 하지 않을 겁니다.” (56쪽)



  스스로 아이하고 같은 마음이 되어 만화를 그리려 한 테즈카 오사무 님한테는 가슴에 늘 품은 꿈이 두 가지였다고 합니다. 하나는 ‘책으로 빚는 만화’이고, 다른 하나는 ‘영화로 빚는 만화’입니다. 이리하여, 첫째 꿈인 ‘책으로 빚는 만화’를 엄청나게 그리면서 돈도 엄청나게 모으고, 이렇게 모은 돈으로 씩씩하게 ‘애니메이션 회사’를 차립니다. 누가 도와줘서 차리는 애니메이션 회사가 아니라 ‘만화를 그려서 번 돈을 고스란히 쏟아붓는’ 애니메이션 회사이지요.


  만화를 그리면 ‘돈을 쓸 일이 없다’고 하기에, 그림삯을 차곡차곡 모아서 건물을 짓고 일꾼(애니메이터)을 둡니다. 한때 400∼500 사람에 이르는 일꾼이 있었다는데, 이들은 모두 테즈카 오사무라는 ‘만화 하느님’이 빚은 만화에서 얻는 그림삯으로 만화영화를 그릴 수 있었습니다.


  한쪽에서는 새로운 만화책을 잇달아 선보입니다. 다른 한쪽에서는 새로운 만화영화를 빚으려고 온힘을 쏟습니다. 애써 마무리지은 만화영화도 어디에선가 빈틈이 보이면 모두 버리고 새로 빚기로 합니다. 이런 손길하고 땀방울이 모여서 〈아톰〉이 만화영화로 태어났고, 이 만화영화 하나는 일본뿐 아니라 지구별 만화영화 흐름을 크게 바꾸었다고 합니다.



시험에 합격한 애니메이터 지망생들은 3개월 정도 걸리는 양성 기간에 들어갑니다. 양성을 위한 작은 건물이 있었습니다. 지금처럼 미술대학 애니메이션과라든가 전문학교도 없는 시대였습니다. 현장의 빡빡한 일정을 완화하려면 인재를 늘릴 수밖에 없다, 신인 육성에는 선배들도 힘을 기울였습니다. (76쪽)


만들면 팔린다는 안이한 생각으로 제작된 조악한 작품의 범람이 돼서 시청자가 TV 애니메이션에 고개를 돌리게 하지는 않을까.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 테즈카 오사무는 급격한 붐의 일그러진 일면을 경계했습니다. (94쪽)



  죽는 날까지 펜대를 놓지 않고 잠을 미루면서 만화를 그린 테즈카 오사무 님한테는 그림삯(돈)이 대수롭지 않습니다. 새로운 이야깃감을 생각해 내려고 하는 삶이었고, 새로운 만화책을 선보여 아이들한테 꿈하고 사랑 두 가지를 들려주려고 하는 넋이었습니다. 언제나 마감을 아슬아슬하게 맞추면서 만화를 그리면서도 ‘새로운 연재’를 자꾸 받아들입니다. 왜냐하면, 그리고 싶은 만화가 자꾸자꾸 떠오르기 때문이에요. 이런 이야기도 그리고 저런 삶도 그리며 그런 노래도 만화로 그리고 싶습니다.


  가만히 보면, 아이들도 이와 같아요. 아이들은 언제나 놀고 싶어요. 어제 하던 놀이를 오늘도 하고 싶습니다. 오늘은 오늘대로 새로운 놀이를 찾아내어 누리고 싶습니다. 오늘 밤이 저물어 잠자리에 들 때에는, 어제오늘 누린 놀이에다가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아침에 새롭게 누리고픈 놀이를 꿈으로 그리지요.


  꿈이 있기에 한길을 걷고, 꿈을 새로 가꾸며 다시 씩씩하게 걸음을 내딛는 셈입니다. 꿈을 돌아보면서 기운을 차리고, 꿈을 되새기면서 언제나 즐거이 거듭나는 삶이라 할 만합니다.



테즈카 오사무는 앞의 말처럼 소년만화에 집착한 사람이었습니다. 이무렵 소년만화에는 나가이 고 씨의 〈파렴치 학원〉이 등장하였고, 성교육을 다시 재점검하자는 사회 풍조도 있어서 귀엽게 살짝 야한 묘사는 소년만화에서 극히 평범하게 받아들여지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세대의 만화가들은 종래 소년만화의 성에 대한 터부를 확실히 무너뜨렸습니다. 1955년 전후의 악서추방운동을 겪은 만화가는 이것 때문에 매우 복잡한 심경이 되었습니다. (139쪽)



  다른 수많은 만화가하고 테즈카 오사무 님 만화에서 무척 크게 다른 대목이 여러 가지 있는데, 이 가운데 하나로 ‘소년만화를 그리는 테즈카 오사무 님’ 이야기에서는 ‘귀엽게 살짝 야한 묘사’가 조금도 없습니다. ‘안 귀엽게 제법 야한 묘사’는 더더구나 없습니다. 구태여 이런 기법까지 끌어들여서 인기나 지지도를 얻어야 한다고 여기지 않은 테즈카 오사무 님이고, 아이들이 꿈이나 사랑을 생각하도록 온힘을 쏟는 이야기를 만화로 빚고 싶은 테즈카 오사무 님이었기 때문입니다.



“받아들여질지 아닐지를 제쳐두고, 제게는 그리고 싶은 것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166쪽)


데즈카 오사누는 1976년부터는 대형 출판사 만화상의 심사위원직을 전부 사임했습니다. 이유는 심사하는 것보다는 심사받는 쪽에 서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내게도 다른 작가들처럼 만화상을 받을 정도의 작품을 그리고 싶다는 정열 같은 것이 있다. 만화가는 연령을 불문하고 신인도 경력이 있는 사람도 다 함께 뒤엉켜서 작품으로 경쟁한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181쪽)



  어떤 만화가 재미있을까요? 재미있게 빚은 만화가 재미있습니다. 어떤 만화가 ‘귀엽게 살짝 야할’까요? 이런 마음으로 이런 기법을 쓰면 만화가 이러하겠지요. 어떤 만화가 즐거울까요? 즐거운 꿈을 즐겁게 그리는 만화가 즐겁습니다. 그러면, 어떤 만화가 아름답거나 사랑스러울까요? 아름다움과 사랑스러움을 가슴에 담고서 이야기에 아름다움과 사랑스러움을 실으려고 온힘을 쏟는 만화가 아름답거나 사랑스럽습니다.


  만화책 《테즈카 오사무 이야기》는 만화가 테즈카 오사무 님한테 바치는 책이라 할 수 있으면서, 만화를 그린 하느님이라 할 테즈카 오사무 님 발자국을 돌아보는 책이 되고, 만화책을 즐기는 사람들한테 ‘만화는 어떻게 그리는가?’ 하고 알려주는 책이라 할 만합니다. 그리고, 만화를 그리려는 뜻을 품은 젊은이한테 ‘만화를 그리는 마음과 몸짓과 넋’을 어떻게 다스릴 때에 오래도록 기쁜 숨결이 되어 만화를 그릴 수 있느냐를 알려주는 길잡이책이기도 합니다. 4348.12.11.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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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93. 밥상을 차리면서



  밥상을 차리면서 노래를 부릅니다. 노래를 부르지 않고서야 밥상을 차릴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노래를 부르지 않고 골을 부리거나 성을 내면서 밥상을 차리면, 아 이런 밥상은 나부터도 앉고 싶지 않더군요. 칼질을 하고 남새를 다듬으며 꽃접시에 밥이랑 국이랑 반찬이랑 한 가지씩 올리며 밥상을 차근차근 채우는 동안 즐겁게 노래를 부를 수 있어야, 비로소 아이들도 곁님도 나도 함께 사이좋게 둘러앉을 만하구나 하고 느낍니다. 밥상차림을 왜 사진으로 찍는가 하면, 스스로 노래하며 차린 즐거움을 아로새기고 싶기 때문입니다. 대단한 밥이나 멋진 밥을 사진으로 찍지 않습니다. 하루하루 기쁘게 맞이한 밥상을 사진으로도 찍어 봅니다. 4348.12.11.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넋/사진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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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에 '사진노래 삶노래' 글을 올리면서 붙인 사진말 조각 ..



모든 몸짓은 놀이로 살아나고, 이 놀이를 기쁘게 바라보면서 사진 한 장을 새삼스레 기쁘게 찍을 수 있습니다.



그림이 태어나는 자리는 언제나 삶하고 사랑이 태어나는 자리라고 느낍니다. 사진이 태어나는 자리는? 사진도 삶하고 사랑이 태어나는 자리에서 태어날 테지요.



아이는 제 아버지 고무신을 발에 꿰고 천천히 마당을 가로질러 꽃 앞에 앉습니다. 스스로 꽃이 되어 꽃을 그림으로 그리고, 나는 이런 그림순이 꽃순이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사진을 찍습니다.



종이가 모자라다면서 책상에까지 그림을 그리되, 책상에는 종이하고 빛깔이 다른 나무를 그려 넣습니다. 이러고 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다가 문득 웃음이 터져서 사진을 찍습니다.



아이들 손끝에서 피어난 사랑으로 새롭게 나온 인형 옷. 아이는 이 인형 옷을 바느질로 꿰려고 꽤 오랫동안 마루에서 꼼짝을 않으면서 온마음을 쏟았습니다.



두 아이가 퍽 어릴 적에는 대문놀이를 지켜보기만 하다가, 이제는 두 아이 모두 몸무게가 많이 불어서 제발 대문놀이는 하지 말자고 말합니다. 그래도 두 아이는 슬금슬금 대문놀이를 즐깁니다. 재미있으니 즐기겠지요.



사진으로 무엇을 찍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늘 한 마디로 이야기합니다. 기쁨. 오로지 기쁨을 찍는데, 기쁨을 사랑으로 찍기도 하고, 기쁨을 눈물로 찍기도 하며, 기쁨을 노래로 찍기도 합니다.



책방마실을 하러 가도 장난감을 챙겨서 장난감으로 노는 아이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스스로 바라보아야 할 것과 곳이 무엇인가를 넌지시 가르쳐 준다고도 느낍니다. 그저 이쁘기에 그저 이쁜 결을 사진으로 옮깁니다.



그림책을 보는 아이들 발이 달싹거립니다. 재미난 이야기가 흐르면 아이들은 몸은 그대로 둔 채 발가락이나 발바닥을 달싹거리면서 그런 즐거움을 드러내요. 아하 그렇구나 하고 느끼면서 이때에도 사진기를 슬그머니 듭니다.



여름에도 겨울에도 이 들길은 우리 차지입니다. 자전거로도 달리고 두 다리로도 걸으면서 마음껏 하늘바람을 마십니다. 이러는 동안 웃음이 터지고 사진도 새롭게 피어납니다.



사진이 태어나는 자리를 생각하면서 삶노래를 부르듯이 얻은 사진 열 장에 열 가지 이야기를 실어서 글을 갈무리해 봅니다. 기쁜 놀이를 사진으로 담듯이, 기쁜 삶을 사진으로 담고, 기쁜 꿈과 기쁜 사랑을 언제나 춤추는 몸짓으로 사진을 찍는구나 싶습니다. 온 하루를 아이하고 복닥이면서 얻는 재미난 놀이는 스스로 사진을 새롭게 바라보도록 돕는 징검돌이기도 합니다.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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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넋·삶 92 물불, 불물



  한국말사전에서 ‘물불’을 찾아보면, 요즈음 사전에는 이 낱말이 나오지만, 옛날 사전에는 이 낱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런데, 한자사전이나 일본말사전에는 ‘水火’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오늘날 한국말사전에도 ‘수화(水火)’가 나오는데, “1. = 물불 2. = 물불 3. 일상생활에서 필요 불가결한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4. 큰 재난을 일으키는 물이나 불처럼 그 기세가 대단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5. 물과 불처럼 서로 상극이 되는 것”을 뜻한다고 합니다. ‘물불’ 뜻풀이는 “물과 불을 아울러 이르는 말 2. 어려움이나 위험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나옵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물불’이라는 낱말을 “물과 불을 아울러 이르는 말”로는 잘 안 씁니다. 물과 불을 나타내려고 하면 ‘물과 불’처럼 씁니다. 거의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꼴로 씁니다. 이 쓰임새를 곰곰이 살피면, 한국말사전에서 ‘물불’로 적기는 합니다만, 일제강점기에 일본 한자말 ‘水火’를 ‘수화’처럼 적다가, 해방 언저리부터 ‘물불’로 고쳐서 썼겠구나 싶기도 합니다.


  물과 불은 언뜻 보자면 서로 다르다 할 만합니다. 물이 있으니 불이 꺼지고, 불이 있으니 물이 마릅니다. 그러나, 곰곰이 살피면, 물을 불로 끓여서 따뜻하게 마십니다. 불을 물로 다스리면서 여러 가지 살림이나 기계를 씁니다. 둘은 어긋나서 부딪히는(상극) 것이 아니라, ‘몸(모습)’이 다를 뿐인 하나로구나 하고 느낍니다.


  사람들 넋이 깃드는 몸에는 늘 피가 흐릅니다. 피는 ‘물’입니다. 그런데, 피는 그냥 물이 아닙니다. ‘불을 담은 물’입니다. 피는 먼저 따스한 기운이 있어서 ‘불’과 같습니다. 그리고, 피는 빨간 빛으로 이루어져서 ‘불’과 같아요. 다시 말하자면, ‘피 = 불물’이라고 할 만합니다. ‘불로 이루어진 물’이라는 뜻입니다.


  우리 몸은 ‘불물’이라고 할 피가 흘러야 몸입니다. 우리 몸에 흐르는 피에서 ‘불과 같은 따스한 기운’이 사라진다면, 몸이 식습니다. 몸이 식으면 어떻게 될까요? 죽지요. 죽으면 어찌 될까요? ‘불물’이던 ‘피’는 곧바로 마르고 굳어서 사라집니다. 물에서 ‘불 기운’이 없으면 물이 아닌 셈입니다.


  물이 얼음으로 바뀌는 까닭도, 물에서 ‘불과 같은 따스한 기운’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물이 김(아지랑이, 수증기)으로 바뀌는 까닭은, 물에서 ‘불과 같은 따스한 기운’이 너무 뜨겁게 달라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우리 곁에서 사람들 삶을 아름답게 돌보도록 하는 ‘피(불물)’가 되거나 ‘물(마시는 물)’이 되자면, ‘고르게 따스한 기운’이어야 합니다. 빗물이든 냇물이든 바닷물이든 모두 ‘한결같이 따스하게 흐르는 기운’이어야 ‘물’로 있을 수 있습니다.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같은 말은 왜 생겼을까요?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수화(물불)’이었을 텐데, 한국에서는 ‘불물’입니다. 그러니까, ‘내 피를 따지지 않는’ 셈입니다. ‘내 목숨(숨결)을 가리지 않는’ 모습입니다. 내 피가 어떻게 되든 뛰어들기에,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같은 말을 쓸 수 있습니다.


  물만 넘치거나 불만 넘치면, 끔찍하다는 일이 터집니다. 우리 누리는 온(모든) 것이 오롯이 있을 때에 ‘온누리’입니다. 온누리가 아니라면 아름답거나 사랑스럽지 않습니다. 곧, ‘물누리·불누리’라 한다면, 물바다와 불바다가 될 테니, 한쪽으로만 치달은 셈입니다. 물로만 치닫거나 불로만 치달으면 어찌 될까요? 모두 죽어요. 어느 쪽으로 치닫든 모두 죽음입니다. 이쪽이 맞거나 옳거나 좋지 않습니다. 저쪽이 맞거나 옳거나 좋지 않습니다. 우리한테는 둘 모두 아름답게 있어야 합니다. 어정쩡하게 ‘가운데(중도, 중립)’에 있어야 하지 않아요. 둘이 함께 어깨동무를 하면서 기쁘고 살갑게 나란히 있어야 합니다. 4348.3.13.쇠.ㅎㄲㅅㄱ


(최종규/숲노래 . 2015 - 람타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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