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고흥은 겨울에도 제비꽃



  전남 고흥은 아주 재미난 고장이다. 한겨울에도 제비꽃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십이월 한복판이지만 볕이 아침저녁으로 곱게 스미는 처마 밑에서 제비꽃이 피고 지면서 씨앗을 톡톡 터뜨린다. 이 제비꽃 무더기를 살며시 들추면 아래쪽에 개미가 바글거린다. 개미는 제비꽃 씨앗을 물어 가느라 부산하기도 하고, 제비꽃이 피는 언저리가 언제나 따스하니까 이곳에서 땅밑으로 깊게 파들어 가면서 집을 지어서 살는지 모른다. 이리하여 나는 우리 집에 ‘한겨울 제비꽃집’이라는 이름을 새롭게 붙여 본다. 포근하면서 사랑스러운 집이라는 뜻이다. 4348.12.15.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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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손손! 온세상 그림책
하마다 케이코 글.그림, 한영 옮김 / 미세기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90



고운 손으로 짓는 따사로운 살림

― 손손손!

 하마다 게이코 글·그림

 한영 옮김

 미세기 펴냄, 2010.9.30. 11000원



  과자를 담은 종이상자는 쓰레기통에 넣으면 쓰레기가 됩니다. 종이상자를 차곡차곡 모아서 끈으로 묶어 놓으면 되살려 쓸 수 있는 헌 종이가 됩니다. 종이상자를 가위로 알맞게 오려서 이 종이에 그림을 그려 넣으면 종이인형이 태어납니다.


  앞뒤가 하얗고 깔끔한 종이로도 종이인형을 빚을 수 있고, 한쪽만 하얗고 깔끔한 종이로도 종이인형을 빚을 수 있습니다. 앞뒤로 광고가 가득 찍힌 종이라 하더라도 하얀 종이를 겉에 바르면 새롭게 예쁜 종이인형을 빚을 만합니다.


  손을 쓰면 무엇이든 새롭게 거듭납니다. 손을 써서 가꾸면 무엇이든 아름답게 다시 태어납니다. 손을 내밀어 차근차근 보듬으면 무엇이든 즐겁고 멋스러운 이야기가 흐르는 삶이 됩니다.



손, 우리 손. 손은 날마다 여러 가지 일을 해. 세수를 하고, 밥을 먹고, 단추를 끼우지. 목욕물 온도도 재고, 그림을 그리고, 터널을 만들어. 철봉에 매달리기도 해. 손은 언제나 도움이 돼. 그것만이 아니야. 훨씬 더 멋진 일도 할 수 있어. (2∼3쪽)



  손으로 할 수 있는 아름다운 놀이를 보여주고, 손으로 지을 수 있는 아름다운 일을 보여주며, 손으로 가꿀 수 있는 아름다운 삶을 보여주는 그림책 《손손손!》(미세기,2010)을 읽으면서 ‘손’이란 무엇인가 하고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이 그림책을 빚은 하마다 게이코 님이 《엄마 엄마 함께 놀아요》라든지 《아빠 아빠 함께 놀아요》 같은 그림책을 빚기도 했고, 《귀엽지 않은 내 동생》이나 《동생을 드립니다》 같은 그림책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집에서 어버이하고 아이가 즐겁게 노는 삶을 가만히 들려주었고, 언니하고 동생이 서로 사이좋게 어우러지는 기쁨을 넌지시 들려주지요. 《손손손!》은 그야말로 우리 손으로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는 대목을 밝힙니다. 우리 손은 언제나 기쁨이 되어 고운 사랑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대목을 알려주어요.




빨래를 손으로 두드려 널면 쫘악 펴져. 손바닥 다리미, 팡팡팡! 소리를 크게 내고 싶을 때는 손을 입에 대 봐. 소리를 잘 듣고 싶을 때는 손을 귀에 대고. (7쪽)



  아침저녁으로 짓는 밥은 손으로 짓습니다. 그러고 보면, 내 손은 아침저녁으로 밥을 차려서 밥상을 펼치고 설거지를 하는 손이기도 합니다. 밥상을 차리자면 먹을거리를 얻어야 하는데, 사람이 먹는 모든 밥은 흙에서 나와요. 그러니까, 나는 내 손으로 흙을 가꾸거나 돌보거나 일구면서 밥을 짓는 셈입니다.


  아이한테 입히는 옷은 예부터 어버이가 손수 바느질이나 뜨개질을 했습니다. 풀에서 얻은 섬유질을 물레를 자아서 실로 빚고, 이 실은 베틀을 밟아서 천으로 짜요. 옷 한 벌을 지으려면 무척 손이 많이 갑니다. 헌 옷을 기울 적에도 손이 가고, 지저분해진 옷을 빨래할 적에도 손이 가지요.


  아기는 어버이가 대 주는 기저귀로 무럭무럭 자랍니다. 아기는 기저귀에 똥오줌을 누면서 천천히 자라요. 어버이는 기저귀를 늘 새롭게 빨고 햇볕에 말립니다. 우리 손은 밥을 짓고 옷을 지을 뿐 아니라, 흙을 돌보며 빨래를 건사하는 손입니다.


  그리고, 우리 손은 집을 짓지요. 나무를 베고 돌을 나릅니다. 흙을 옮기고 톱질을 합니다. 망치질도 하고 대패질도 해요. 문틀을 짜고 창호종이를 발라요.




울먹이는 사람이 있으면 두 손으로 살며시 손을 감싸 줘. “옆에 있을 테니까 기운 내.” 하고 손이 말해 줄 거야. (18쪽)


악수를 해 봐. 마주 보고 손과 손을 맞잡는 거야. 처음 만났지만 친구가 될 수 있어! 싸웠지만 금방 화해할 수 있어! (20∼21쪽)



  두 손이 있기에 삶을 짓는다고 할 만합니다. 그래요, 우리는 두 손으로 모든 삶을 짓고 노래합니다. 한국말에 있는 ‘짓다’는 하나같이 두 손으로 스스로 빚는 삶을 보여줍니다. 밥짓기랑 옷짓기랑 집짓기를 비롯해서, 살림을 짓고 사랑을 지으며 노래를 지을 적에도 손길이 닿습니다. 춤을 짓고 웃음을 지으며 이야기를 짓는 동안에도 따사로운 손길이 흐릅니다.


  어버이가 아이를 따사로이 쓰다듬습니다. 아이가 어버이를 살가이 안습니다. 동무랑 동무가 즐겁게 어깨동무를 합니다. 이웃이 사이좋게 모여서 기쁘게 잔치를 엽니다. 반갑기에 손을 맞잡고, 힘든 일이 있을 적마다 두 손 굳게 잡습니다. 아이들은 마음껏 뛰놀면서 두 손이 땀으로 젖습니다. 조그마한 일에도 손을 나누면서 새롭게 일어섭니다.




손, 손은 정말 굉장해. 어쩌면 손은 마음이 드나드는 문일지도 몰라. (28쪽)



  그림책 《손손손!》도 그림책 작가 한 사람이 손으로 빚습니다. ‘손수’ 빚은 이야기예요. 그리고 ‘몸소’ 지은 이야기입니다. 손을 써서 이야기 하나가 태어나고, 온마음을 기울인 온몸으로 힘을 쏟아서 이야기 하나가 새삼스레 온누리를 따사로이 보듬습니다.


  그리고 어버이는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두 손으로 그림책을 쥡니다. 아이도 어버이 무릎에 앉아서 그림책을 함께 쥡니다. 큰 손이 둘 작은 손이 둘, 이렇게 네 손이 그림책 하나를 붙잡고 즐겁게 노래하듯이 이야기를 읽습니다.


  손, 손, 손, 이 손은 바로 사랑을 짓는 손입니다. 손, 손, 손, 이 손은 언제나 노래를 부르는 손입니다. 손, 손, 손, 이 손은 한결같이 기쁜 웃음으로 서로 아끼는 손입니다. 이 고운 손으로 우리 함께 따사로운 살림을 지을 수 있기를 빌어요. 4348.12.14.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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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손님 바람처럼



  서울에서 도서관으로 손님이 찾아오신다. 아침 일찍 고흥으로 오는 첫 버스를 타신 듯하다. 그러나 오늘 바로 서울로 돌아가자니, 고흥에 머물 수 있는 겨를이 몹시 짧다. 서울하고 고흥 사이를 하루 만에 움직이자면 시외버스에서만 아홉 시간 남짓 있어야 한다.


  바람처럼 찾아와서 바람처럼 돌아가야 할 손님을 마주하면서 가만히 생각한다. 우리 도서관이 서울이나 수도권 같은 데에 있었다면, 적어도 전라북도쯤에만 있었어도 이렇게 오랜 겨를을 써야 하지 않을 테지. 그러나 우리 도서관이 전남 고흥이라고 하는 깊은 시골에 있기 때문에, 비록 아홉 시간이라는 시외버스 마실을 해야 하지만, 이동안 버스 창밖으로 나무와 구름과 숲과 멧자락을 만날 수 있고, 섬진강도 살짝 옆으로 스치면서 냇물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구례 거치고 남원하고 전주를 가로지르면서 너른 들도 만날 수 있다.


  책이 이루어지는 바탕인 숲을 헤아릴 수 있도록 살며시 돕는 ‘서울-고흥 사진책도서관 마실’이 되셨기를 비는 마음이다. 먼길 마실을 하고 돌아가는 길에 즐거운 이야기가 소복소복 내릴 수 있기를 새삼스레 빈다. 4348.12.14.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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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5-12-14 23:14   좋아요 0 | URL
서울~고흥이 시외버스로 9시간이나 걸리는군요.전 영월~서산까지 시외버스로 10시간 걸린 기억이 나네요^^;;;

파란놀 2015-12-15 08:15   좋아요 0 | URL
편도는 네 시간 반쯤이고, 왕복은 아홉 시간 남짓이랍니다 ^^
그래도 많이 줄어들었지요.

부산에서 완도까지 가는 시외버스는 편도만 아홉 시간 남짓이라고 들었습니다 ^^;;
 

산들보라는 삽차돌이



  산들보라는 삽차 장난감이 즐거워. 그래서 집안에서도 집밖에서도 언제나 삽차를 손에 쥐고 놀지. 삽차 곁에는 짐차를 두어 둘이 나란히 달리고 얼크러지고 어우러지지. 땅을 파고 흙을 실어나르는데, 왜 땅을 파지? 흙은 어디로 나르지? 땅을 파서 무엇을 하지? 우리 집을 지을까, 아니면 우리 숲을 가꿀까? 삽차와 짐차가 아름다운 이웃이 되도록 산들보라가 바꾸어 주렴.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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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잠꼬대



  밤에 네 시간 가까이 책상맡에 앉아서 글 하나를 새로 쓰고 손질한다. 이제 마지막 손질을 마치고 기지개를 켜려 할 즈음 큰아이가 잠꼬대를 길게 한다. 뭔 잠꼬대를 이리 길게 하는가 싶어서 살그마니 방문을 열고 들여다본다. 작은아이가 자다가 구르며 누나한테 달라붙는다. 누나를 자꾸 옆으로 미는 듯하다. 이리하여 큰아이는 잠결에 꿈나라에서 동생이 장난스레 꼬집거나 밀치는 몸짓으로 시달리는 듯하다. 얼른 작은아이를 다시 데굴데굴 굴려서 제자리에 눕히고, 이불을 찾아서 씌운다. 큰아이도 이불을 걷어차서 저만치 갔다. 아침에 새로 일어나면 이 글을 다시 살펴서 마무리를 짓고 출판사에 넘겨야지. 맛있는 잠꼬대 소리를 들으니 새삼스레 기운이 솟는다. 나도 얼른 즐겁게 꿈나라로 날아가자. 4348.12.14.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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