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165] 건널목



  길을 건너는 자리이기에 ‘건널목’이라고 해요. 건널목에서는 서로 손을 잡고 건너기도 합니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려 한다면 자전거에서 내려 사람들하고 천천히 걷습니다. 경찰 아저씨는 으레 ‘횡단보도’ 같은 말을 쓰지만, ‘횡단’은 한자말로 ‘건너다/가로지르다’를 뜻하고, ‘보도’는 ‘걷는 길’을 뜻해요. 그러니까, 한국말로는 그저 ‘건너는 목’이나 ‘건너는 길’을 쉽게 나타내는 ‘건널목’이나 ‘건널길’로 쓰면 넉넉해요. 좋은 자리를 가리키며 ‘목’이라 하고, 지나가는 길 가운데 한 자리를 ‘목’이라 해요. 그래서 길목이나 나들목이나 울돌목 같은 이름이 있고, 이음목이나 샛목 같은 말을 지어서 쓸 수 있어요. ‘이음목’은 두 길이나 자리를 잇는 자리를 뜻해요. 전철역 가운데 갈아타는 곳을 가리키는 이름이 될 만해요. ‘샛목’은 사이에 있는 좋은 자리를 뜻해요. 고속도로 같은 곳에 있는 쉼터를 가리키는 이름으로 쓸 수 있어요. 4348.12.15.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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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164] 흰종이



  눈처럼 하얀 종이를 보면 마음도 눈처럼 하얗게 다스릴 적에 곱겠구나 하고 느낍니다. 맑은 꽃송이처럼 하얀 종이를 보면 이 흰종이에 어떤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려서 재미난 이야기를 빚으면 즐거울까 하고 생각합니다. 흰종이에는 글을 쓸 수 있고,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흰종이로 종이비행기를 접는다든지 종이배를 접을 수 있어요. 흰종이에 편지를 써서 부칠 수 있고, 흰종이에 빛깔을 알록달록하게 입히면서 종이인형을 빚을 수 있어요. 하얀 빛깔인 종이가 아니라 알록달록하게 빛깔이 깃든 종이라면 ‘빛종이’이거나 ‘빛깔종이’입니다. 빛종이에는 검은종이나 빨간종이가 있고, 파란종이나 푸른종이가 있어요. 빛깔에 따라 ‘-종이’를 붙일 만해요. 조그마한 종이라면 ‘쪽종이’가 되고, 노래를 적으면 ‘노래종이’이지요. 글을 쓰는 종이는 ‘글종이’일 텐데 어른들은 ‘원고지’라는 말만 씁니다. 그러고 보면 어른들은 ‘노래종이’라 하기보다는 ‘악보’라고만 해요. 뒤쪽이 깨끗한 종이라면 ‘이면지’보다는 ‘뒷종이’ 같은 말을 쓰면 한결 쉽고 재미있어요. 4348.12.15.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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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94. 밥상맡에서 곯아떨어지기



  낮잠을 거르면 몹시 힘들어 하는 작은아이인데, 재미나게 놀 수 있으면 낮잠쯤 그야말로 거뜬히 건너뛰려고 합니다. 그러나 아직 자그맣고 여린 아이인 터라, 낮잠을 안 자고 내처 놀기만 하면, 서너 시라든지 너덧 시에 스르르 눈이 감기거나 쉽게 골을 부리지요. 밥이나 주전부리를 먹을라치면 배고픔보다 졸음이 먼저라, 몇 숟갈 뜨지도 못하고는 고개를 이리 까딱 저리 까딱 하다가 아버지 무릎을 찾아서 폭 기댑니다. 밥상맡에서 곯아떨어진 아이를 내 무릎에 누여서 토닥이다가 이불을 가져와야겠구나 싶어서 곁님 무릎으로 옮깁니다. 이불을 덮어 주고 다시 토닥여 줍니다. 4348.12.15.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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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합창단 미래그림책 117
뤼크 포크룰 글, 아니크 마송 그림, 임희근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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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93



작은 개구리도 있고, 노래 못 하는 개구리도 있지

― 개구리 합창단

 뤼크 포크룰 글

 아니크 마송 그림

 임희근 옮김

 미래아이 펴냄, 2011.6.7. 9000원



  즐겁게 노래를 부릅니다. 가락에 맞추면서 즐겁게 노래를 부르고, 가락을 맞추지 않으면서도 즐겁게 노래를 부릅니다. 누군가는 놀랍도록 노래를 잘 부를 수 있고, 누군가는 좀 어설프거나 어수룩하다 싶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를 수 있습니다. 노래를 잘 부르기에 노래꾼이 될 수 있으며, 노래를 썩 못 부른다고 하더라도 얼마든지 스스로 즐겁게 흥얼거릴 수 있어요.


  나는 아침저녁으로 밥을 지으며 노래를 부릅니다. 내가 노래꾼이라거나 노래 솜씨가 훌륭하기 때문에 노래를 부르지 않아요. 그저 즐겁게 밥을 지으려고 노래를 불러요. 아이들을 자전거에 태우고 나들이를 다니면서도 노래를 불러요. 발판을 구르는 다리에 힘이 풀리거나 땀이 비오듯이 쏟을 적에 새롭게 기운을 내려고 노래를 부르고, 아이들하고 함께 누리는 나들이가 즐거워서 노래를 부릅니다.


  아이들은 어버이가 부르는 노래를 듣고 자랍니다. 아이들은 즐겁게 노래를 하는 마음을 물려받으면서 자랍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실컷 노래하고 춤추면서 노는 삶을 누리면서 자라요.



개구리는 노래를 참 잘해요. 만나는 개구리들한테 꿈이 뭐냐고 한번 물어보세요. 아마 다들 합창단원이 되는 거라고 대답할걸요. (4∼5쪽)



  뤼크 포크룰 님이 글을 쓰고, 아니크 마송 님이 그림을 그린 《개구리 합창단》(미래아이,2011)이라는 그림책을 가만히 읽습니다. 그림책 앞뒤로 ‘개구리 노래’가 적힙니다. 이 그림책을 펴는 큰아이는 한글을 읽을 줄 알기에 개구리 노래를 부르면서 그림책을 봅니다. 작은아이는 아직 한글을 읽을 줄 모르나 말은 알기에 누나가 부르는 노래를 저도 따라서 부릅니다.


  그림책을 본다고 해서 말없이 보아야 하지 않습니다. 그림책에 적힌 글만 읽거나 그림만 보아야 하지 않습니다. 그림책을 보면서도 얼마든지 노래를 부를 만해요. 그림책을 보는 내내 신나게 노래를 부를 만하고, 그림책을 덮은 뒤에도 재미나게 노래를 부를 만하지요.




루시 차례가 되었어요. 그러자 지휘자 선생님이 큰 소리로 말했어요. “아가야, 넌 여기 뭐 하러 왔니? 쯧쯧, 그렇게 작아서야 어디 노래나 제대로 하겠니? 얼른 돌아가거라.” “저……. 그래도 한번 들어나 봐 주세요.” “안 될 말이야! 자, 다음 개구리!” (10쪽)



  그림책 《개구리 합창단》은 개구리 마을에 있다는 ‘개구리 합창단’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개구리 마을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노래패’에 들고 싶어 해요. 마음껏 노래를 부르려는 꿈을 키우고, 신나게 노래를 부르려는 삶을 생각하며, 언제나 곱게 노래를 부르려는 살림을 사랑합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노래패에 들 만한 새 개구리를 뽑는 지휘자 개구리느 ‘몸집’을 보면서 심사를 봅니다. 몸집이 조그마한 개구리는 아예 노래조차 부를 길이 없고, 몸집이 커다란 개구리는 몸집만큼 노래를 잘 하겠거니 여깁니다.


  참말 이와 같을까요? 몸집이 작으면 노래를 못 할까요? 몸집이 크면 노래를 잘 할까요?


  우리 둘레를 살피면 몸이 작아도 빼어난 목청을 뽐내는 사람이 퍽 많습니다. 아주 작은 몸으로도 어마어마한 목소리를 뽑아내어 아름답거나 훌륭하거나 사랑스레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꽤 많아요.




“아, 루시! 나한테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난 슬플 때면 요리를 해. 내가 너한테 영양만점 메뚜기 수프를 끓여 줄게. 그걸 먹으면 네 키가 쑥쑥 클 거야. 그 대신 너는 나한테 노래를 가르쳐 줘. 어때? 좋지?” (14쪽)



  노래패에 들지 못한 ‘작은 개구리’는 풀이 죽습니다. ‘노래를 못 해’서 노래패에 못 드는 ‘큰 개구리’도 똑같이 풀이 죽습니다. 한쪽은 노래를 잘 하지만, 몸집이 작다면서 아예 끼워 주지 않고, 한쪽은 몸집이 크지만 노래를 못 한대서 안 끼워 줍니다.


  이때에 몸집이 큰 개구리는 몸집이 작은 동무 개구리더러 ‘노래를 가르쳐 주지 않겠느냐’고 묻습니다. 큰 개구리는 작은 개구리한테서 노래를 배우기로 해요. 작은 개구리는 온힘을 다해서 노래를 가르치려고 해요. 그런데 말이지요, 이제 새로운 골칫거리가 있습니다. 큰 개구리는 아무리 배우고 배워도 노래 솜씨가 영 나아지지 않습니다.


  크고 작은 두 개구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노래를 하고 싶은 작은 개구리는 앞으로 노래를 할 자리를 얻을 수 있을까요? 노래를 못 부르는 큰 개구리는 앞으로 무엇을 할 만할까요?



“베르타, 우리 노래하러 가야지!” 루시가 베르타를 불렀어요. “싫어! 너는 내가 없어도 혼자 노래할 수 있잖아. 그리고 언젠가 네 키도 클 거야. 그럼 난 뭐가 되니? 다들 네 목소리를 좋아한다고. 내가 아니라.” (21쪽)




  우리 집 두 아이를 바라보면, 두 아이는 한 어머니와 아버지한테서 태어났어도 저마다 좋아하는 놀이가 다릅니다. 한 아이는 끈덕지게 피리를 불려 하고 피아노를 치려 하면서 스스로 가락을 깨우칩니다. 한 아이는 아직 끈덕지지 못할 뿐더러, 다른 데에서도 살며시 칭얼거리기를 좋아합니다. 한 아이는 무엇이든 스스로 해 보면서 하나씩 익히고, 한 아이는 아직 무엇이든 살그마니 기대어 보려고 합니다. 이러면서도 한 아이는 저 스스로 좋아하는 일에서는 온마음을 쏟아서 아주 멋지게 해내요.


  나이가 같은 아이들이 여럿 있다면, 이 아이들은 나이만 같을 뿐 무엇이든 다 다릅니다. 어느 아이는 공을 차고 싶고, 어느 아이는 책을 읽고 싶으며, 어느 아이는 흙을 파면서 놀고 싶어요. 어느 아이는 천천히 걷고 싶으며, 어느 아이는 자전거를 달리고 싶을 테고, 어느 아이는 어깨동무를 하면서 달리기를 하고 싶을 테지요.


  아이들은 앞으로 무럭무럭 자라면서 저마다 마음으로 품을 꿈도 다릅니다. 앞으로 얻고 싶은 일자리도 다르기 마련이에요. 그러니, 다 다른 꿈으로 자라는 다 다른 아이들한테 똑같은 것을 시키거나 똑같은 틀에 옭아맬 수 없습니다. 다 다른 아이들은 저마다 좋아하면서 즐거고 잘 할 수 있는 놀이하고 일을 누려야 환하게 웃습니다. 우리 삶터는 다 다른 사람들이 다 다른 손길로 다 다른 꿈을 지어서 가꾸기에 아름답지요.


  그림책 《개구리 합창단》에 나오는 두 개구리 가운데 한 개구리는 스스로 힘을 쓸 뿐 아니라 꿈을 놓지 않기에 끝내 노래패에 들어갑니다. 두 개구리 가운데 한 개구리는 구태여 노래패에 들기보다는 ‘다른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다른 즐거운 길’을 가기로 합니다. 마음을 바라볼 줄 알고, 마음을 돌볼 줄 알며, 마음을 씩씩하게 다스릴 줄 알면, 우리는 저마다 다 다른 자리에서 기쁘게 웃는 길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4348.12.15.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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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우아 優雅


 우아한 자태 → 아름다운 모습

 우아하게 걷다 → 아름답게 걷다

 백제의 미술은 우아하고 세련되었다 → 백제 미술은 아름답고 빼어나다

 우아하게 낮은 목소리로 → 아름답게 낮은 목소리로


  한자말 ‘우아(優雅)하다’는 “고상하고 기품이 있으며 아름답다”를 뜻합니다. 그런데, ‘우아미(優雅美)’라는 한자말도 있으며, ‘우아미’라는 이름을 쓰는 회사가 있습니다. 한국말사전에 나오는 말풀이처럼, ‘우아’는 ‘아름다움’을 뜻합니다. ‘미(美)’라는 한자도 ‘아름다움’을 뜻해요. 그러니, ‘우아 + 미’인 ‘우아미’는 “아름다움 + 아름다움”인 셈입니다.


  뜻이 같은 낱말을 잇달아 붙여서 적을 적에는 어떤 뜻을 힘주어서 말하려는 생각이라고 여길 만합니다. 몹시 아름답다고 여겨서 ‘우아미’처럼 쓸 수 있고, 대단히 아름다운 어떤 모습을 빗대려고 ‘우아미’를 쓸 수 있어요.


  그러나, 몹시 아름다울 적에는 ‘몹시 아름답다’라 하면 되고, 대단히 아름다울 적에는 ‘대단히 아름답다’라 하면 됩니다. 해와 같이 하얗고 맑을 적에 ‘해맑다’라 하고, 몹시 맑을 적에는 ‘드맑다’라고 해요. 그러니, 맑으면서 아름다운 모습은 ‘해아름답다’라 할 수 있고, 몹시 아름다운 모습은 ‘드아름답다’라 할 수 있습니다. ‘드-’를 붙이는 ‘드높다·드세다·드넓다·드솟다·드날리다’ 같은 낱말이 있어요. 굳이 여러 가지 한자를 다시 엮고 거듭 붙이면서 써야 하지는 않습니다. 4348.12.15.불.ㅅㄴㄹ



샴고양이보다 우아해서 좋다

→ 샴고양이보다 아름다워서 좋다

→ 샴고양이보다 멋있어서 좋다

→ 샴고양이보다 예뻐서 좋다

→ 샴고양이보다 고와서 좋다

→ 샴고양이보다 사랑스러워서 좋다

《하이타니 겐지로/햇살과나무꾼 옮김-소녀의 마음》(양철북,2004) 9쪽


백조는 새하얀 깃털이 너무나 우아해요

→ 고니는 새하얀 깃털이 대단히 고와요

→ 고니는 새하얀 깃털이 몹시 아름다워요

《뤼크 포크룰/임희근 옮김-개구리 합창단》(미래아이,2011) 2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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