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노키오 - 할인행사
아키야마 타카히코 감독, 나카무라 마사토시 외 출연 / 와이드미디어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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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노키오
Hinokio, 2005


  일만 하는 어버이를 좋아할 만한 아이는 없습니다. 일에 푹 빠진 나머지 집에서 아이하고 어울릴 겨를이 없는 어버이를 좋아할 수 있는 아이는 그야말로 없습니다. 거꾸로 생각한다면, 시험공부나 학교공부만 하느라 어버이하고 말을 섞을 겨를을 내지 않는 아이가 있다면 어떠할까요? 이때에 어버이는 어떤 마음이 될까요? 아이가 게임을 하느라 몹시 바쁜 탓에 어버이하고는 말 한 마디 나눌 틈이 없으면 어떠할까요? 아이가 손전화로 노느라 어버이하고 얼굴을 볼 말미를 내지 않으면 어떠할까요?

  오늘날 참으로 많은 어른들은 어른 스스로 아이하고 말을 섞거나 얼굴을 볼 틈을 제대로 내지 않습니다. 이러면서 아이 탓을 하는 어른이 매우 많습니다. 어른부터 스스로 바깥일에 몹시 바쁜 나머지 집에는 얼마 안 붙어서 지내는데다가, 바깥에서 다른 어른하고 어울려 놀거나 일하기를 즐기는 터라 집에서 아이 얼굴 볼 틈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데, 이러면서 아이들이 게임에 빠진다든지 손전화만 붙잡는다느니 하고 말할 만할까요?

  영화 〈히노키오〉는 교통사고로 어머니를 잃은 아이가 다리도 크게 다쳐서 바퀴걸상을 타고 다녀야 하면서 초등학교 6학년을 보내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아이는 아버지가 어머니하고 말다툼을 한 뒤에 교통사고가 나서 어머니는 죽고 저도 거의 죽을 뻔하다가 살기는 했지만 다리를 크게 다쳤기 때문에 아버지를 매우 미워합니다. 아버지하고 얼굴을 볼 생각도 안 하고 말도 할 생각을 안 합니다. 그러나 ‘아이’이기 때문에 아버지가 차리거나 마련한 밥을 먹지요. 무엇보다도 ‘아버지가 만들어서 준 히노키’라는 로봇을 무선조종을 하면서 학교를 다니고 동무를 사귀어요.

  영화 〈히노키오〉를 보면 게임하고 삶이 뒤섞인 이야기가 흐릅니다. 열세 살 아이는 사람 몸뚱이하고 로봇 쇳덩이하고 뒤섞이면서 지냅니다. 이 아이는 어디에 있을까요? 이 아이는 누구일까요? 로봇 쇳덩이를 빌어서 말을 하고 둘레를 바라보는 아이는 ‘사람인 아이’일까요, 아니면 ‘로봇인 쇳덩이’일까요?

  아이는 앞으로도 언제까지나 로봇 쇳덩이에 기대어 살 수 있을까요? 어머니가 죽은 자리에서 아버지도 죽어서 사라지면, 이 아이는 앞으로도 로봇 쇳덩이에 기대어 살 수 있을까요? 집에서 아버지까지 사라지면 이 아이는 밥이라도 먹을 수 있을까요? 아니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있을까요?

  ‘히노키오’라는 이름을 얻은 로봇 또는 아이는 스스로 히노키오처럼 삽니다. 스스로 사람인 몸을 떠나서 로봇인 히노키오하고 한마음이 되려고 합니다. 어머니가 저를 두고 먼저 간 하늘나라로 가려고 합니다. 그곳이 천당인지 지옥인지 알 길은 없으나, 아무튼 이승을 떠나서 저승으로 가야 어머니를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히노키오가 아닌 ‘사토루’라는 이름을 부르는 동무들은 이 아이가 이승을 버리지 않고, 또 로봇 쇳덩이에 기대지 않으면서, 다리를 절든 어떠한 몸이든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씩씩하게 이 땅에 설 수 있기를 바랍니다. 로봇 쇳덩이에 기대는 아이는 조금도 철이 들지 않았을 뿐더러 혼자 마음이 다쳤다고만 생각하지만, 아이 둘레에 있는 동무나 어른들도 똑같이 마음이 다쳤으나 모두 이 땅에 꿋꿋하게 두 다리를 버티고 서서 삽니다. 철이 덜 들든 많이 들든 삶을 사랑할 수 있을 때에 이승에 있거나 저승에 있거나 비로소 사람다운 넋이라는 대목을 함께 어깨동무를 하면서 느낄 수 있기를 바라지요.

  영화에서 사토루라는 아이는 하늘나라에 갑니다. 어머니를 만나지요. 아이는 하늘나라에서 언제까지나 아이인 채로 어머니 곁에 머물고 싶습니다. 하늘나라에 있는 어머니는 이녁 아이가 언제까지나 아이로 있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마음으로 사랑을 나눌 수 있기를 바라고,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서 새로운 숨결로 거듭나기를 바라요. 어버이라면 누구나 이녁 아이가 새로운 사랑이 되기를 바라니까요. 뒤만 돌아본다면 끔찍할 테지만, 앞을 바라볼 수 있고 달려갈 수 있으면 스스로 웃을 수 있다는 대목을 영화 〈히노키오〉는 차분하게 보여줍니다. 4348.12.17.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영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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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66] 영화란



  아이하고 나란히 앉아서

  함께 지켜보며 사랑을 배울 만한

  영화를 찍는 손길



  모든 글은 저마다 가꾸는 삶을 담고, 모든 그림이나 사진은 저마다 일구는 삶을 담습니다. 모든 영화는 저마다 사랑하는 삶을 담아요. 모든 영화를 아이하고 함께 볼 만하도록 찍어야 하지 않으나, 아이하고 나란히 앉아서 함께 지켜보며 사랑을 배울 만한 영화가 넉넉히 없는데에도 굳이 ‘어른끼리만 보는’ 영화를 찍어야 할까 하고 돌아보면, 아무래도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야 맙니다. 어린이문학은 제대로 없이 어른문학만 있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문학일까요? 어린이책은 제대로 없이 어른책만 있으면 얼마나 멋진 책마을일까요? 아이가 먹기 어려운 밥만 마련한다면 어버이나 어른으로서 얼마나 사랑스러운 살림일까요? 4348.12.16.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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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중의


 선물 중의 선물

→ 선물 가운데 선물

→ 돋보이는 선물

→ 손꼽히는 선물

→ 가장 나은 선물

→ 가장 훌륭한 선물

→ 가장 멋진 선물


  한자 ‘중(中)’에 ‘-의’를 붙인 ‘중의’는 번역 말투하고 일본 말투가 섞인 어지러운 말투 가운데 하나입니다. 한국말로는 그냥 ‘가운데’로 적으면 되고, “선물 가운데 선물”이나 “보물 가운데 보물”이라면, 첫손으로 꼽는다거나 으뜸으로 뽑을 만하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가장 나은”이나 “가장 좋은”이나 “가장 훌륭한”이나 “가장 나쁜” 어느 것을 가리키지요. 4348.12.16.물.ㅅㄴㄹ



셰익스피어의 창조한 인물중의 걸작으로서

→ 세익스피어가 지어 낸 인물 가운데 걸작으로

→ 세익스피어가 지은 매우 훌륭한 인물로

→ 세익스피어가 빚은 매우 훌륭한 사람으로

《편집부 엮음-셰익스피어명언집》(동원출판사,1969) 25쪽


도심 중의 도심이었지만

→ 도심 가운데 도심이었지만

→ 도심에서도 도심이었지만

→ 도심에서도 한복판이었지만

《손석희-풀종다리의 노래》(역사비평사,1993) 21쪽


대기 중의 오존은

→ 대기에 있는 오존은

→ 바람에 섞이는 오존은

→ 오존은

《도로시 맥켄지/이경아 옮김-환경을 위한 그린 디자인》(도서출판 국제,1996) 26쪽


가장 고역 중의 고역이다

→ 가장 힘들고도 힘들었다

→ 가장 힘든 일이다

→ 가장 힘들었다

→ 가장 괴롭고 힘들었다

《다카노 마사오/편집부 옮김-마음의 조국, 한국》(범우사,2002) 202쪽


이유 중의 하나인 것이다

→ 까닭 가운데 하나인 것이다

→ 까닭 가운데 하나이다

《존 버거,장 모르/차미례 옮김-제7의 인간》(눈빛,2004) 28쪽


보물 중의 보물이다

→ 보물 가운데 보물이다

→ 으뜸 가는 보물이다

→ 가장 빼어난 보물이다

《손관승-그림 형제의 길》(바다출판사,2015) 185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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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박봉의


 박봉에 시달리다 → 쥐꼬리만 한 일삯에 시달리다

 박봉을 쪼개 적금을 부었다 → 적은 일삯을 쪼개 적금을 부었다

 박봉을 털어서 → 얼마 안 되는 일삯을 털어서


  ‘박봉(薄俸)’은 “적은 봉급”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박봉의 월급”이나 “박봉의 봉급”처럼 쓰면 겹말이 될 테지요. 한자말 ‘박봉’을 쓰기보다는 ‘적은’을 쓰면 되고, ‘얼마 안 되는’이나 ‘쥐꼬리만 한’이나 ‘아주 적은’이라 쓰면 돼요. 4348.12.16.물.ㅅㄴㄹ



박봉의 월급마저

→ 적은 월급마저

→ 얼마 안 되는 달삯마저

→ 조금밖에 안 되는 달삯마저

→ 쥐꼬리만 한 달삯마저

《삶이보이는창》 48호(2006.1∼2.) 133쪽


박봉의 일자리가 나타났다

→ 적은 봉급 일자리가 나타났다

→ 일삯이 적은 일자리가 나타났다

《손관승-그림 형제의 길》(바다출판사,2015) 93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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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이상 以上


 키 158cm 이상 → 키 158cm 넘음

 만 20세 이상 → 만 20세 넘음

 주 3회 이상 → 주 3회 넘게

 보통 이상의 관계 → 보통을 넘는 사이

 평균 이상의 실력 → 평균을 웃도는 솜씨

 십 년 이상 근무하다 → 열 해 넘게 일하다

 이상에서 살핀 바를 → 여기에서 살핀 바를 / 이제까지 살핀 바를

 이상이 내가 알고 있는 → 여기가 내가 아는 / 이것이 내가 아는

 이상으로 중계방송을 마치겠습니다 → 이제 중계방송을 마치겠습니다

 시작한 이상 → 하기로 한 만큼 / 손을 댄 만큼

 그 일을 맡은 이상 → 그 일을 맡은 만큼 / 그 일을 맡았으니

 어쨌든 아비인 이상 → 어쨌든 아비인 만큼 / 어쨌든 아비이니까

 이것으로 훈시를 마친다. 이상 → 이제 훈시를 마친다. 그만


  ‘이상(以上)’은 “1. 수량이나 정도가 일정한 기준보다 더 많거나 나음 2. 순서나 위치가 일정한 기준보다 앞이나 위 3. 이미 그렇게 된 바에는 4. 서류나 강연 등의 마지막에 써서 ‘끝’의 뜻을 나타내는 말”을 뜻한다고 합니다. 말뜻으로만 본다면 여러모로 쓸 만하다고 여길 테지만, ‘이상’이라는 한자말을 쓴 자리를 살피면 ‘넘다’나 ‘웃돌다’로 손질할 만하고, ‘여기·이제·이것’으로 손질할 만하며, ‘만큼’이나 ‘-으니/-이니까’로 손질 만한데다가, ‘그만·끝·마침’으로 손질할 만합니다.



이 이상 더 할 말이 없지만

→ 여기서 더 할 말이 없지만

→ 이제 더 할 말이 없지만

→ 이제는 더 할 말이 없지만

《페스탈로찌/홍순명 옮김-린하르트와 겔트루트》(광개토,1987) 5쪽


솜씨가 취미 이상이었다

→ 솜씨가 취미를 넘어섰다

→ 솜씨가 취미를 훌쩍 넘었다

→ 솜씨가 취미라고 하기 어려울 만큼 훌륭했다

→ 솜씨가 그저 취미라고 할 수 없었다

《하이데마리 슈베르머/장혜경 옮김-소유와의 이별》(여성신문사,2002) 22쪽


나한테 걸린 이상, 너는 도망치지 못한다

→ 나한테 걸린 만큼, 너는 내빼지 못한다

→ 나한테 걸렸으니, 너는 꽁지를 빼지 못한다

→ 나한테 걸렸구나, 너는 아무 데도 못 가

→ 나한테 걸렸지, 너는 이제 끝장이야

→ 나한테 걸린 너는 내 밥이 되어야겠어

《기무라 유이치/박이엽 옮김-늑대의 돼지꿈》(현암사,2002) 2쪽


4반세기 이상을

→ 4반세기가 넘도록

→ 4반세기 넘게

→ 4반세기 지나도록

《엘리엇 고온/이건일 옮김-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여성 마더 존스》(녹두,2002) 25쪽


인간인 이상

→ 사람이라면

→ 사람인 만큼

→ 사람이기 때문에

《가와이 에이지로/이은미 옮김-대학인, 그들은 대학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유원,2003) 17쪽


이상이 〈브레멘 음악대〉의 줄거리다

→ 여기까지 〈브레멘 음악대〉 줄거리다

→ 여기까지가 〈브레멘 음악대〉 줄거리다

《손관승-그림 형제의 길》(바다출판사,2015) 172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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