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씻기는 어버이는



  아이를 씻기는 어버이는, 아이를 다 씻긴 뒤에 빨래를 한다. 아이들이 벗은 옷가지가 한꺼번에 잔뜩 나오고, 어버이도 이때에 ‘씻기고 남은 물’로 씻으니까 여러모로 빨랫감이 많다. 여름이라면 그럭저럭 시원하게 찬물로 빨래를 하고, 겨울에는 따순물을 써서 손이 안 얼도록 한다.


  두 아이하고 살아온 여덟 해를 돌아보면, 이 아이들하고 살기 앞서는 ‘아이를 씻긴 뒤’에 무엇을 하는지, 또는 아이를 어떻게 씻기는가 같은 대목을 하나도 몰랐다. 아이하고 살며 아주 부드럽게 씻기고 빨래하고 밥하고 하는 흐름이 생긴다.


  그리고 하나 더 생각하니, 얼마 앞서까지 해도 아이들을 씻기고 빨래하고 밥하는 동안 등허리가 몹시 결리면서 고단하네 했는데, 이제는 그냥저냥 신나게 한다. 얼마 앞서까지는 아무래도 좀 ‘바쁘게’ 씻기고 빨래를 했다면, 이제는 한결 차분하고 느긋하게 씻기고 빨래를 하기 때문에 똑같은 일을 해도 새로운 마음이 된다고 할까. 4348.12.23.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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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책읽기



  며칠 앞서 용인 쪽에 있는 어느 수련관에 가서 이틀 동안 배움마실을 했다. 이 배움마실을 다녀오면서 곰곰이 돌아보았다. 배움마실을 함께 가는 이웃님이 퍽 많은데, 내가 배우는 대목을 다른 이웃님이 똑같이 배우지는 않는다. 이웃님이 배우는 대목을 내가 똑같이 배우지도 않는다. 서로 똑같이 배우는 대목이 있지만, 어느 한 가지를 배운다고 할 적에도 배우는 얼거리와 몸짓이 다르다. 한 사람은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리면서 배우고, 다른 한 사람은 머릿속에 글씨나 숫자를 넣으면서 배운다. 또 다른 사람은 귀로 가만히 들으면서 배운다.


  한 가지에서 두 가지나 세 가지를 배우는 사람이 있고, 한 가지에서 열 가지를 배우는 사람이 있다. 한 가지에서 오직 한 가지만 배우는 사람이 있고, 한 가지를 놓고 좀처럼 못 배우는 사람이 있다.


  한 가지에서 열 가지를 배우기에 더 잘 배운다고 할 수 없다. 한 가지조차 좀처럼 못 배운다고 해서 더 못 배운다고 할 수 없다. 빨리 배우지도 않고 늦게 배우지도 않는다. 저마다 알맞게 때를 살펴서 스스로 받아들이는 배움마실이다.


  내가 오늘 이 책을 읽었기에 너도 오늘 이 책을 읽어내야 하지 않다. 네가 오늘 이 책을 읽었으니 나도 오늘 이 책을 함께 읽어내야 하지 않다. 그러나 너와 나는 어느 책 하나를 놓고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다. 저마다 읽은 아름다운 책에 흐르는 아름다운 숨결을 함께 마시자고 하는 사랑스러운 뜻을 나눌 수 있다. 4348.12.23.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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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95. 전철 걸상에서 신 안 벗고



  아이들은 창가 자리에 앉아서 창밖을 신나게 바라보면서 놀고 싶으며, 창밖을 바라보다가도 바닥으로 내려서서 골마루를 재미나게 가로지르고 싶습니다. 어른이라면 전철에서 골마루를 가로지르려는 사람이 거의 없을 테지요. 전철 골마루를 가로지르면서 노는 일이란 ‘도덕·질서·예의’에 어긋난다고 여기니까요. 그러나 아이한테는 도덕이나 질서나 예의에 맞추라고 할 수 없습니다. 아이한테는 ‘이웃을 생각’하고 ‘이웃을 사랑’하며 ‘이웃을 보살피’라고 할 수 있어요. 도덕 때문이 아니라 이웃을 생각하면서 무엇을 안 합니다. 질서 때문이 아니라 이웃을 사랑하면서 뭔가를 지키지요. 예의 때문이 아니라 이웃을 보살피려는 따순 손길로 어떤 몸짓이 됩니다. 생각과 사랑이 흐르는 따순 손길로 사진을 찍습니다. 4348.12.23.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읽기/사진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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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24일 아침 11시,

한국방송 1티비에서

[kbs 네트워크 특선-필통]을 한다는데

이 방송은 전남 광주 방송국에서 나온

지역방송입니다.


55분짜리 이 방송 가운데

'감성에세이 1cm+'라는 꼭지에

저희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이야기가 흐릅니다.

20분 길이로 나온다고 합니다.


전라남도에서 사는 분이라면 보셨을는지 모르는데,

전라남도 아닌 곳에서 사는 분이라면

보시기 어려우셨을 테고,

저희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를 비롯해서

'학교 안 다니고 집에서 노는 시골순이 시골돌이'가

이렁저렁 오순도순 뛰놀며 복닥거리는 모습을

재미나게 보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 조그마한 20분 길이 방송 하나가

자그마한 징검돌이 되어

저희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를 아끼고 사랑하며

때때로 지킴이(돕는 이웃님)가 되는 분도

넉넉하고 따사롭게 찾아오실 수 있다면

더없이 고맙겠습니다.


전남 고흥에 깃든 '사진책도서관'이랑 '숲집'이 

짙푸른 숲이 되면서 하늘바람처럼 파랗게 노래하는

살림터로 거듭나기를 꿈꿉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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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171] 거울



  거울을 바라보면 내 모습이 고스란히 나타납니다. 거울을 쓰면 무엇이든 비추어 주니까 내 눈으로 볼 수 없는 곳을 잘 살필 만합니다. 볼록거울을 써서 가까이 있는 것을 더 잘 들여다보려 하고, 오목거울을 써서 멀리 있는 것을 더 잘 살펴보려고 합니다. 자동차나 자전거에는 ‘뒷거울’을 달아서 뒤에서 달리는 자동차나 자전거를 살핍니다. 바람이 불지 않는 날에는 냇물이나 못물이나 샘물이 마치 거울과 같습니다. 물결이 일지 않는 물을 바라보면 내 얼굴뿐 아니라 하늘도 구름도 달도 모두 또렷하게 나타나요. 그래서 이 같은 모습을 헤아리면서 ‘거울로 삼는다’는 말을 쓰지요. 또렷하게 비추어서 보이는 모습을 헤아리면서 나 스스로 내 몸짓을 새롭게 가다듬을 수 있거든요. 동무나 이웃 누군가를 거울로 삼아서 아름다움이나 사랑스러움을 배우기도 하고, 바보스러움이나 어리석음을 다스리기도 합니다. 때로는 내 모습이 동무나 이웃한테 ‘거울이 되어’서 즐거움이나 기쁨이나 모자람을 비추어 보이는 노릇을 하고요. 어버이하고 어른은 어린이한테 거울이 되어 아름다운 삶을 가르칩니다. 그리고 어린이도 어버이하고 어른한테 거울이 되어 맑은 사랑을 가르쳐요. 4348.12.23.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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