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보라가 어서 가자고 불러



  제 몸만 하다 싶은 가방에 장난감을 가득 담고 읍내마실을 나온 산들보라는 가방을 들어 주지 않아도 된다고 하면서 언덕길도 씩씩하게 오른다. “어서 가자!” 하면서 앞장서서 외친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아니? 그렇지만 너는 어디로든 갈 만한 몸짓이 다 되었구나. 예쁘고 씩씩하네. 4349.1.1.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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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00. 겨울에 날릴 씨앗



  겨울에는 겨울 씨앗을 날립니다. 겨울이기 때문입니다. 봄에는 봄 씨앗을 날리고, 여름에는 여름 씨앗을 날리지요. 철마다 다 다른 풀이 돋고 꽃이 피며 씨앗을 맺거든요. 시골에서 나고 자랐으면 철마다 다 다른 풀이며 꽃이며 나무를 한결 넓고 깊이 어릴 적부터 익혔으리라 생각해요. 그러나 도시에서 나고 자랐어도 스스로 마음을 기울여 바라보면 어릴 적부터 얼마든지 숲바람을 마시거나 숲노래를 부를 수 있어요. 솜털이 보드랍게 달린 박주가리 씨앗을 겨울 한복판에 아이들하고 마당에서 날리며 이 겨울을 새롭게 비추는 숨결이 무엇인지를 생각합니다. 작은아이는 아버지 고무신을 꿰고 마당에서 놉니다. 4348.12.31.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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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아이 132. 2015.12.26. 어떤 나무일까



  어떤 나무일까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바라본다. 한겨울에 이쁘장하면서 재미나게 생긴 나무인 터라, 다른 데에서는 좀처럼 보지 못한 나무인 터라, 가만히 올려다보면서 나무한테 묻는다. 우와 너 무슨 나무이니?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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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배움자리 78. 왼손 칼질



  부엌에서 아침을 짓는데 큰아이가 옆에 서서 이것저것 묻고 지켜본다. “아버지, 미역국 해?” “응.” “그런데 왜 물 안 부어?” “응, 미역국은 먼저 참기름을 살짝 붓고 살살 볶다가 물을 부어서 끓이면 더 맛있거든.” “아, 그렇구나.” “아버지는 왜 오른손으로만 칼로 잘라?” “음, 왜 그럴까?” “모르겠어.” “모르니까 생각해 봐.” “그래도 모르겠는데.” “모르니까 생각해 봐야지.” “오른손으로 잘 해서?” “아니.” “그럼?” “벼리가 연필로 편지를 쓸 때 어느 손으로 써?” “오른손.” “왼손으로 글씨를 쓰면 어때?” “삐뚤삐뚤해.” “칼도 오른손으로 자르면 오른손으로 잘 자르고, 왼손으로 자르면 왼손으로 잘 잘라. 더 빨리 자르려고 오른손으로 해. 그렇지만, 그보다는 왼손으로 자를 생각을 안 하기 때문에 오른손으로 익숙한 대로 칼을 써.” “응.” “자 봐. 왼손으로 칼을 쥐었지? 오른손이든 왼손이든 똑같아. 머리는 칼 위에 놓고 똑바로 칼등을 바라보면서 썰어야 해. 이렇게 하면 왼손이든 오른손이든 다 똑같이 잘 썰 수 있어.” 여덟 살 큰아이가 묻는 말에 대꾸를 하다가 거의 처음으로 왼손 칼질을 해 보는데 그리 어렵지 않다. 그냥 해 보면 되네. 4348.12.31.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집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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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완전 完全


 그 일은 완전히 끝냈다

→ 그 일은 모두 끝냈다 / 그 일은 빈틈없이 끝냈다 / 그 일은 말끔히 끝냈다

 지난번 일로 두 사람은 완전히 갈라섰다

→ 지난번 일로 두 사람은 아주 갈라섰다

→ 지난번 일로 두 사람은 남남으로 갈라섰다

 몸을 완전히 드러내 놓는 것도 아니며

→ 몸을 모두 드러내 놓지도 않았으며

→ 몸을 다 드러내 놓지도 않았으며

→ 몸을 송두리째 드러내 놓지도 않았으며


  ‘완전(完全)’은 “필요한 것이 모두 갖추어져 모자람이나 흠이 없음”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모두’ 갖추거나 있다고 할 적에 쓰고, 모자라거나 아쉬움이 없으니 ‘빈틈없이’ 갖추거나 있다고 할 적에 써요.


 완전한 제품

→ 빈틈없는 제품 / 훌륭한 제품 / 옹근 제품

 맡은 일을 완전하게 수행하다

→ 맡은 일을 빈틈없이 해내다 / 맡은 일을 훌륭히 해내다

 세상에 완전한 사람이 과연 있을까

→ 세상에 빈틈없는 사람이 참으로 있을까

→ 세상에 모자람 없는 사람이 참말로 있을까

→ 세상에 모두 갖춘 사람이 그예 있을까


  어느 일을 모두 끝낸다고 하면 ‘빈틈없이’ 끝내거나 ‘말끔히’ 끝내거나 ‘깨끗이’ 끝낸다는 뜻입니다. 서로 갈라서는 자리에서는 ‘아주’ 갈라서거나 ‘낱낱이’ 갈라서거나 ‘남남으로’ 갈라선다는 뜻이에요. 그리고 어느 일을 모두 해낸다고 할 적에는 ‘훌륭히’ 해내거나 ‘잘’ 해낸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4348.12.31.나무.ㅅㄴㄹ



완전히 익지 않은 모양이었다

→ 다 익지 않은 모양이었다

→ 제대로 익지 않은 듯했다

→ 맛있게 익지 않은 듯했다

→ 알맞게 익지 않은 듯했다

→ 먹을 만큼 익지 않은 듯했다

《마가렛 쇼/이혜경 옮김-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연일기》(해바라기,2004) 22쪽


아리타라는 아이 완전 짜증 나지?

→ 아리타라는 아이 아주 짜증 나지?

→ 아리타라는 아이 참 짜증 나지?

→ 아리타라는 아이 되게 짜증 나지?

→ 아리타라는 아이 몹시 짜증 나지?

《다카도노 호코/이서용 옮김-달라도 친구잖아!》(개암나무,2012) 50쪽


무사히 완전하게 기저귀를 졸업했습니다

→ 걱정 없이 말끔하게 기저귀를 마쳤습니다

→ 아주 깨끗하게 기저귀를 떼었습니다

→ 큰 걱정 없이 잘 기저귀를 뗐습니다

《히가시무라 아키코/최윤정 옮김-엄마는 텐파리스트 2》(학산문화사,2012) 48쪽


오늘 밤부터 눈 온대요. 완전 신나요

→ 오늘 밤부터 눈 온대요. 아주 신나요

→ 오늘 밤부터 눈 온대요. 참말 신나요

《길상효·조은정-해는 희고 불은 붉단다》(씨드북,2015) 2쪽


야코프는 완전히 손을 떼고

→ 야코프는 아주 손을 떼고

→ 야코프는 말끔히 손을 떼고

→ 야코프는 깨끗이 손을 떼고

《손관승-그림 형제의 길》(바다출판사,2015) 143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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