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부침



  내가 달걀을 부치면 우리 집에서는 ‘달걀부침’을 먹습니다. 내가 계란을 후라이로 하면 우리 집에서는 ‘계란후라이’를 먹습니다. 내가 달걀을 지글지글 익히면서 살살 말면 우리 집에서는 ‘달걀말이’를 먹지요. 내가 계란을 자글자글 익히면서 찬찬히 말면 이때에 우리 집에서는 ‘계란말이’를 먹어요. 어떤 낱말을 골라서 쓰느냐에 따라 삶이나 살림이 가만히 바뀌는 셈입니다. 이리하여 어릴 적부터 달걀부침이나 달걀말이를 먹고 자란 어린이는 ‘계란후라이’나 ‘계란말이’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아리송할 수 있어요. 거꾸로 어릴 적부터 계란후라이나 계란말이만 먹고 자란 어린이라면 ‘달걀부침’이나 ‘달걀말이’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알쏭달쏭할 수 있습니다. 예부터 한국에서는 기름이 지지거나 부쳐서 먹을거리를 장만했어요. 지글지글 지지면 ‘지짐’이나 ‘지짐이’입니다. 자글자글 부치면 ‘부침개’나 ‘부침’이에요. 굴비지짐이나 쑥부침개를 먹고, 떡지짐이나 부추부침을 먹지요.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서로 빙그레 둘러앉아서 지짐이 하나에 이야기 한 타래를 풀어놓습니다. 부침개 하나에 이야기 한 자루를 털어놓습니다. 4349.1.6.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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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일꾼



  집에서 살림을 하기에 ‘살림꾼’입니다. 살림꾼은 집일만 하는 사람을 일컫지 않습니다. 집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집일꾼’이에요. 살림을 하기에 살림꾼이라고 따로 일컫습니다. 흙을 만지면서 일을 한다면 ‘흙일꾼’입니다. 글을 쓰면서 일을 한다면 ‘글일꾼’이 되고, 책을 펴내거나 짓는 일을 한다면 ‘책일꾼’이 되어요. 노래를 부르는 일을 한다면 ‘노래일꾼’이라 할 수 있어요. 일꾼은 일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이름입니다. 살림꾼은 살림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이름이고요. 그런데, ‘살림꾼’은 살림하는 사람 가운데에서도 살림을 알뜰살뜰 가꿀 줄 아는 사람한테 붙이는 이름이기도 해요. 집안일을 이렁저렁 맡아서 한다면 그냥 ‘집일꾼’이지만, 집살림을 요모조모 아기자기하거나 알차게 건사할 줄 알면 이때에는 ‘살림꾼’이나 ‘집살림꾼’이라는 새로운 이름이 붙지요. ‘주부·가정주부’는 으레 여자 어른인 어머니만 가리키는 이름입니다. 살림은 여자 어른만 하지 않고 남자 어른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여자 어른하고 남자 어른이 사이좋게 함께 할 때에 한결 빛나요. 그러니 우리는 저마다 새로우면서 어여쁜 ‘살림꾼’으로 될 수 있다면 아주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리라 생각해요. 4349.1.6.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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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그릇


  학교마다 급식실이 있어요. 급식실은 밥을 먹는 곳이에요. 그런데 밥을 먹는 곳이라면 ‘밥 먹는 곳’처럼 이름을 붙일 만하지 않을까요? 이를 줄여서 ‘밥터’처럼 쓸 수 있을 테고요. ‘급식’이라는 한자말은 “식사를 공급함”을 뜻해요. ‘식사’라는 한자말은 “밥”을 뜻하고, ‘공급’이라는 한자말은 “주다”를 뜻해요. 그러니 말뜻으로 치자면 급식실은 “밥 주는 곳”인 셈이에요. 급식실을 두는 학교를 보면 ‘퇴식구(退食口)’ 같은 푯말을 붙이는 데가 있어요. “빈 그릇을 내놓는 구멍”을 뜻한다는 ‘퇴식구’인데, 밥을 다 먹고서 ‘빈 그릇’을 갖다 두는 곳이라면 ‘빈 그릇’이라 적은 푯말을 붙일 적에 알아보기가 한결 나아요. 집에서 밥을 먹을 적에 어머니나 아버지가 “빈 그릇은 개수대에 놓으렴” 하고 말하지요. “퇴식하게 개수대에 놓으렴” 하고 말하지 않습니다. 어느 모로 본다면, 학교에서 ‘밥 먹는 곳’을 두고 ‘밥터’ 같은 이름을 쓰지 않으니 ‘빈 그릇’ 같은 이름도 쓸 줄 모르는구나 싶어요. 집에서 빈 그릇을 두면서 설거지를 하는 자리는 ‘개수대’라 하고, ‘싱크대(sink臺)’라고 하는 말은 일본에서 건너왔습니다. 4349.1.6.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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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눈이



  한국에서는 ‘백설공주’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동화와 만화영화가 있어요. 이야기책에서도 만화영화에서도 으레 ‘백설공주’라는 이름만 쓰니 우리 입에는 ‘백설 + 공주’라는 말마디가 익숙해요. 그러면 백설공주는 왜 ‘백설’이라는 공주인지 생각해 본 일이 있을까요? ‘백설’은 ‘흰눈’이나 ‘하얀눈’을 가리키는 한자말이에요. 겨울에 내리는 눈이라면 모두 하얗겠지요. 굳이 ‘흰눈’이나 ‘하얀눈’처럼 쓰지 않아도 돼요. 그렇지만 눈이 내릴 적에 모두들 “흰 눈이 내리네”라든지 “하얀 눈이 펑펑 쏟아지네”처럼 말해요. 한국말사전을 보면 한자말 ‘백설’은 나오고 ‘흰눈’이나 ‘하얀눈’은 없어요. 한국말이 없는 한국말사전이니 알쏭달쏭하지만, 아무튼 백설공주는 한국말로 하자면 ‘흰눈공주’나 ‘하얀눈공주’인 셈이지요. 그래서 살갗이 눈처럼 하얗다고 하는 아이를 가리키면서 ‘흰눈이’나 ‘하얀눈이’ 같은 이름을 써 볼 만해요. ‘하얀이’라고 해 볼 수도 있어요. 살갗이 까맣다면 ‘까만이’가 될 텐데, 숲에 있는 고운 흙은 까무잡잡한 빛이랍니다. 숲흙은 밭흙하고 달라 빛깔이 까매요. 그래서 ‘까만흙이’ 같은 이름도 써 볼 수 있고, ‘까만밤이’ 같은 이름도 쓸 수 있습니다.


(최종규/숲노래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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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놀이터 80. 손을 잡는 아이들



  손을 잡는 아이들이 예쁘다. 어른도 서로 손을 잡으면 예쁘다. 한집 사람들끼리 손을 잡아도 예쁘고, 이웃집 사람하고 손을 잡아도 예쁘다. 이웃나라 사람하고 손을 잡아도 예쁘며, 지구별 사람들이 서로 손을 잡아도 예쁘다. 아이들이 서로 손을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서로 아끼고 돌보는 마음결이 되면 손을 잡는다. 어른들이 서로 손을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서로 사랑하고 어깨동무하는 숨결이 되면 손을 잡는다. 여기에 한 가지를 붙인다면, 아이도 어른도 ‘바쁘지’ 않을 적에 손을 잡는다. 바쁜 사람은 손을 잡을 겨를이 없다. 바쁘게 일하다 보면 느긋하게 노는 마음을 잃을 뿐 아니라, 서로 가만히 마주하고 따스히 바라보면서 손을 잡는 사랑까지 잊기 일쑤이다. 4349.1.6.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집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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